Share

제4화

Author: 고요
비틀거리다가 화장대 모서리에 부딪힌 온사는 입술을 깨물었다.

저번 생에서 온모 때문에 그렇게 고생을 하고 지금 이러는 온모를 보니, 온사는 그녀가 또 무슨 수작을 부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관복을 주워들었다.

“저도 제가 무엇을 했기에 막내가 이렇게 크게 반응하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아니면 막내가 직접 설명해 주겠니?”

“네가 뭘 했는지는 너 스스로가 가장 잘 알 터!”

온자신은 온모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를 높여 그녀에게 화를 냈다.

온사의 눈빛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

예전엔 그녀도 잘 몰랐지만, 지금 보니 온자신은 정말 눈이 먼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눈앞에서 누가 뭘 하고 안 했는지도 보지 못했다.

그게 아니라면 보이는데도 한 사람의 말만 믿는 것이다.

온자신은 매섭게 온사를 노려본 뒤, 온모의 어깨를 토닥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

“막내야, 괜찮다. 무슨 일 있으면 오라버니에게 말하거라. 그 일이 무슨 일이던 오라버니가 다 알아서 해결해 줄 것이니.”

두 사람의 행동은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온자신은 마치 애초에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전혀 꺼림이 없었다.

온모는 사슴 같은 눈망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라버니, 저…… 저 너무 아파요.”

온모는 눈앞에 있는 충동적이고 멍청한 둘째 오라버니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정확하게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이 말 한마디면 온자신의 화를 돋우기에 충분했다.

역시 온자신은 온모의 억울해하며 무력한 모습을 보자, 바로 열이 올라서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는 방금 온모가 관복을 만지고 갑자기 아프다고 했던 것을 떠올려, 순간적으로 머릿속에서 그의 상상을 완성시켰다.

짝!

온모의 뺨에 손이 날아왔다.

“좋아, 온사, 네가 막내에게 관복을 준다고 한 것이 네가 진심으로 죄를 뉘우친 것이라 믿은 내 탓이었구나. 관복에 손을 쓰다니, 네가 이렇게까지 악랄한 줄은 몰랐구나!”

온자신에게 맞아 왼쪽 얼굴이 얼얼한 온사는 이를 악물었다. 마음속에서 증오가 끝도 없이 샘솟았다.

그녀는 반드시 온씨 가문을 떠나야 한다.

만약 이곳에 남는다면, 그녀가 무엇을 하든, 모든 사람들이 온모를 두둔할 것이다.

온씨 가문을 떠나야만 복수를 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그녀는 오늘의 성년식을 마쳐야 한다.

왜냐하면 성년식에는 빌어먹을 약혼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자신이 그녀를 성년식에 참여하지 못하게 한다면……

하, 비록 그가 국공 저택의 둘째 아들이라고 해도, 아직 국공 저택의 주인 노릇을 하려면 멀었다.

경성의 모든 사람들이 오늘 진국공 저택의 두 딸이 성년식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만약 그녀가 나타나지 않으면 외부에서 반드시 각종 추측이 난무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는 이런 일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온사는 생각을 멈추고 관복을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만약 오라버니께서 관복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거든, 마음껏 검사해 보셔도 좋습니다.”

그녀는 이미 이 눈 가리고 귀 막고 충동적이기만 한, 사람 때리는 폭군과 더 이상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온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방 안으로 들어가 옷장에서 수수한 하늘색 옷을 꺼내 갈아입었다.

한편, 밖에 있던 온자신은 여전히 끝을 몰랐다.

“흥, 그래, 하라면 하겠다. 만약 내가 관복에서 네가 손댄 흔적을 발견한다면. 각오하거라!”

잠시 후.

온사가 옷을 갈아입고 나가려고 할 때, 잘 개여져 있던 관복은 이미 온자신에 의해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그의 옆에 있던 온모는 고개를 들어 관복을 보고 있었다.

비록 그녀가 본인의 손으로 직접 찾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온사가 분명 손을 썼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던 탓에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온자신이 관복을 전부 헤집어 보아도 손댄 흔적은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온모는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아닌가?

발소리를 들은 남매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옷을 갈아입은 온사가 천천히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예전의 온사는 이렇게 수수하게 옷을 입는 일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애초에 뛰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어, 어떻게 봐도 단아하고 청순한 분위기로 한눈에 띄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화려한 치장을 했던 예전의 온사와 비교했을 때, 지금의 그녀는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온모는 질투하는 눈치였다.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게 온사의 얼굴이었다.

정말 보면 볼수록 아주 박박 할퀴어버리고 싶었다.

왠지 모를 악의를 느낀 온사는 고개를 들어 그 원인을 찾고자 했는데, 갑자기 온모와 눈이 마주쳤다.

온모는 온사가 이렇게 예민한 줄 몰랐다.

오죽하면 아주 미세하게 일그러지는 표정까지 읽어내 잠시 멍해졌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표정을 숨겼다.

온사는 속으로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엉망이 된 채 책상에 놓인 관복을 흘끗 보았다.

“어떠하십니까, 무엇을 찾으셨습니까?”

아무것도 찾지 못한 온자신은 낯빛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입을 열기 전에 온모가 먼저 말했다.

“언니, 화내지 마. 아까는 갑자기 손이 저려서 그런 것인데, 오라버니께서 너무 신경을 쓰셔서, 아프다는 말만 들으시고 오해하신 것 같아.”

그녀는 사과를 하며 일부러 장난스럽게 혀를 내밀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언니. 절대 오라버니 탓하면 안 돼. 차라리 날 탓해.”

“어떻게 너를 탓하라고 하는 것이냐? 탓하려면 스스로를 탓해야지.”

온자신은 바로 동의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온사를 흘끗 보더니 미운 말투로 말했다.

“만약 누가 평소에 착하고 좋은 일만 했다면, 나도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억울하더라도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온사는 다시 한번 이 두 사람이 역겹다고 느껴졌다.

그녀는 관복을 집어 들고 차갑게 온모에게 물었다.

“그럼 이 관복은 필요한 것이냐? 필요하면 가져가거라.”

온모는 당연히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방금 한번 잘못했으니 가지고 싶어도 지금 받을 수는 없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착하고 관대한 면을 적당히 보여주었다.

“괜찮아, 이 관복 언니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잖아. 언니도 분명 아쉬울 테니까.”

“아까는 또 나 때문에 오라버니가 언니를 억울하게 만들었으니, 우리 서로 똑같이 잘못한 셈으로 하자. 언니도 나한테 물어줄 거 없어. 어차피 앞으로도 우리는 사이좋은 자매니까!”

어차피 오늘은 아직 많이 남았고, 지금 당장 급할 필요 없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반드시 그녀의 것이다.

성년식 관복은 바로 입는 것이 아니다. 성년식이 거행되고 비녀를 꽂고 두관을 쓸 때 옷을 갈아입는 것이다.

그래서 온모는 급하지 않았다.

온자신은 조금 풀어진 얼굴로 도도한 표정을 지으며 턱을 치켜들었다.

“들었느냐? 막내가 똑같이 잘못했다고 하니, 그건 네가 가지거라. 하지만 그냥 이렇게 끝났다고 여기진 말거라. 앞으로 만약 네가 막내를 또 괴롭힌다면, 나…… 뭐 하는 게냐?!”

온자신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온사의 행동을 보고 있었다.

싹둑!

온사는 매정하게 가위를 집어 들고 화려한 관복을 그대로 잘라버렸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1244화

    “깨어나셨어요?”백월유가 어렴풋이 눈을 뜨고 눈가를 비비며 깨어나자 귀가 즐거운 소리가 들렸다.고개를 돌려 보니, 란사가 난감한 표정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부인, 더 늦게 깨어났더라면 나 여기 고충들한테 잡아먹힐 뻔했어요.”“네? 무슨 고충이요?”백월유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의심스럽게 방안을 둘러보았다.갑자기 고충들이 방안을 꽉 채우고 가운데 즉 그녀가 있는 곳을 호시탐탐 노리는 듯 지켜보고 있었다.그 장면을 본 순간 식은땀이 저절로 흘렀다.“아니, 고충이 왜 이렇게 많아요? 설마 성녀의 고충이 통제력을 잃었어요?”란사는 어이가 없어 입꼬리를 실룩거렸다.“자세히 보세요. 저것이 내 고충인가요?”그 말에 백월유는 마침내 깨닫고 고개를 숙여 자기 손을 보았다.그녀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단번에 주먹을 꽉 쥐었다.몇 년이 지났는데도 익숙한 기운이 몸속에서 솟구치는 것이 확실히 느껴졌다.백월유가 손을 들어 자신과 고충들 사이에서 끌리는 힘을 감지하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명령했다.“물러가거라.”그녀의 말이 떨어진 순간 밤새 지키던 고충 무리가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이었다.“돌아와!”이번에 주인의 부름에 고충들이 다시 나타났다.“물러가!”“돌아와!”고충 무리는 주인의 명령에 따라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물러…”“그만 괴롭히세요. 고충과 놀고 싶다면 저를 보내고 계속하세요. 네?”란사는 이를 악물고 침대에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웃어대는 여인을 쳐다보며 말했다.“부인의 고충 덕분에 제가 밤새 눈도 붙이지 못하고 지켜봤다고요.”“아… 죄송해요. 방금 능력을 회복해서 너무 흥분하는 바람에 추태를 부렸네요.”백월유는 미안한 마음에 명령을 멈추고 고충 무리를 물러가게 한 후에 서둘러 일어섰다.“일어나지 말고 누워 계세요. 이제 돌아가서 자야겠어요. 일어나면 다시 살피러 올게요.”란사는 일어나지 말라고 당부하며 처소에서 나갔다.백월유는 문밖에서 지키는 하녀에게 란사를 배웅하라 이르고는 얌전히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1243화

    갑작스럽게 몸을 회복하여 다시 고충술을 사용할 수 있다니, 지금 당장 가서 그 귀여운 놈을 가져올 것이다.‘너 딱 기다려! 지금 가고 있어!’물론 귀여운 놈 외에 더 많은 고충을 볼 것이다.성숙한 고충사에게 고충 한 마리만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란사가 계동에 가려고 백만 마리 고충을 구매한 것을 생각하면 절대 그녀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어느 정도는 준비할 것이다.막 회복하는 상태에서 백만 마리를 통제할 수 없지만 십만 마리는 갖고 노는 수준일 것이다.백월유가 나간 뒤에 란사는 처소로 돌아왔다.“추월, 나와서 망을 봐줘.”란사가 허공을 향해 한마디 지시하고 옥패 공간으로 들어갔다.그녀의 모습이 사라지는 순간 검은 그림자가 방안으로 떨어지며 주인이 사라진 기운을 대체했다.공간에 들어간 란사는 제일 먼저 최근에 길들인 고충을 살펴보았다.처음에 길들이기 시작했을 때, 하나같이 달갑지 않아서 온갖 몸부림을 쳤다.본래 란사는 고충사가 아니기에 그녀의 몸에서 고충술의 흔적이 없다고 따르지 않았던 것이었다.그러나 란사가 전부 공간에 던져 넣고 생전 처음으로 영수를 먹였더니, 영기 냄새를 맡은 고충들은 마치 취한 것처럼 얌전히 말을 들었다.뒤로는 란사가 굳이 길들이지 않아도 고충 무리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앞다투어 그녀를 주인으로 받아들였다.방금 다시 들여다보았을 때 고충들은 이미 공간에 둥지를 틀고 안착했다.란사는 하나씩 살피면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심하고 약밭으로 향했다.백월유를 치료하려면 반드시 최고 약재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것도 빠른 시간 내에 회복하고 고충술을 사용할 정도라면 약효가 강력한 것을 때려 부어야 했다.그녀는 약밭에서 500년 이상 키운 귀한 약재 두 그루를 세심하게 고른 뒤에 누각으로 들어갔다.그때부터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열심히 약재를 만지다가 외부에서 추월이 신호를 보내서야 준비한 환약을 갖고 공간에서 나왔다.“여기 독약을 먼저 드세요. 독은 오장육부에 들어가지 않으니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1242화

    란사는 백월유가 놀라운 표정을 지어도 차분하게 얘기했다.“부인의 증상은 근본적인 것부터 치료해야 해요. 근본을 치료하고 일 년 반 정도 몸조리를 잘하면 거의 회복할 수 있어요.”“정말이에요?”백월유는 너무 기쁜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말까지 더듬었다.“그, 그럼 내… 내가 능력을 회복하면… 그러면… 다시 고충술을 사용할 수 있다고요?”란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하지만 백월유가 기뻐서 날뛰기 전에 란사의 입에서 갑자기 “그런데…”라는 말이 튀어나왔다.백월유가 순간 긴장하며 물었다.“그런데는 뭐예요?”란사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그런데 난 그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릴 수 없어요.”지금 가장 부족한 것이 시간이고, 곧 계동의 문으로 가야 했다.이동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며칠밖에 안 되는데, 일 년 반은 절대 불가능했다.그러니 치료는 하겠지만 평범한 방법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일단 부인이 고충술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잠시만 회복시켜 줄게요. 그러고 나서 천천히 몸조리하세요. 하지만 두 가지 조건을 미리 말씀드릴게요. 첫째, 예전처럼 먼저 독약을 먹고 이번 일이 끝나면 해독약을 드릴게요. 둘째, 계동의 문에 가서 무슨 일이 발생하든 부인과 친왕은 반드시 우리 편에 있어야 해요.”“그럴게요!”란사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백월유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너무 시원시원한 답변에 란사는 조금 놀랐다.“조금이라도 고민하지 않으세요?”그러자 백월유가 빙그레 웃었다.“첫 번째 조건은 처음도 아니에요. 무우가 나를 위한 것을 알고 있으니 나중에 약속을 어길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요. 그동안 지내면서 지켜보았는데 무우가 너무 예쁘고 마음에 들어요.”“그럼 두 번째 조건은 바도엘 친왕의 의견을 묻지 않아도 될까요?”란사는 이 부분이 궁금하여 또 질문했다.필경 이것은 부자지간의 일이라 어쩌면 나중에 서로 칼을 들고 맞설 수도 있었다.그래서 백월유에게 그녀가 아니라 바도엘 친왕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고 한 것이었다.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1241화

    백월유는 이해할 수 없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란사가 잠시 생각하다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예전에 부인과 친왕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지만 한 가지 의심스러운 점이 있어요. 어쩌면 제가 몰라서 잘못 생각했을 수도 있으니까, 일단은 들어보고 문제가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백월유가 고개를 끄덕였다.“말씀하세요.”란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예전에 부인이 중독되었을 때, 신왕이 정말 몰랐어요?”그 말에 백월유가 흠칫 놀랐다.란사는 그녀가 어떤 반응을 해도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했다.“그동안 내가 알아본 소식에 의하면 부인의 충녀라는 신분은 흑석성에서 신왕에 버금가는 존재라 지위가 상당히 높더라고요. 심지어 친왕과 왕녀마저도 공식적인 의식에서 한 발 물러서야 하는 걸 보면, 충녀 선발 의식이 아주 중요한 게 맞지요?”그녀가 한숨 쉬고 말을 이었다.“이렇게 중요한 의식에 신왕이 참석하지 않았어요? 설령 참석하지 않더라도 신왕의 측근은요? 신왕은 아랫것들에게 지시하여 의식을 진행하지 않았어요? 이런 세부 사항들을 조사하고 뜻밖의 일을 대비하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바야와 백초유가 신왕의 코앞에서 어떻게 쉽게 독약을 부인한테 먹였을까요?”백월유는 한동안 침묵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양한 감정이 스치는 표정을 보면 그 당시의 일에 의심을 품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백초유가 주모자이고 바야가 공범인 건 확실하지만, 두 여인을 제외하면 배후에서 부추기는 사람이 정말 없었을까?“부인은 그 당시에 정말 고충술에 천부적인 재능이 타고났어요?”란사가 왜 갑자기 이렇게 묻는지 백월유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실력이 얼마나 강했어요?”란사가 따져 묻자 그녀가 씁쓸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예전에 제 고충술 실력은 백족 부락에서 수백 년 동안 보기 힘든 천재라고 불렸어요. 전 어렸을 때부터 대부분 사람이 나중에 당대에서 가장 강력한 신…”‘신왕’이란 말을 뱉기 전에 그녀의 웃음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마침내 그녀가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1240화

    가끔 미색은 정말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지금만 봐도 바낙로가 자신이 반한 어린 소년이 여인이라는 사실을 안 순간, 흥분이 앞서서 증오심마저 잊어버리게 만들었다.그것도 잠시 붕대 안에 새로 교체한 눈이 은은히 아프기 시작했다.마치 그에게 누가 너의 눈을 망가트렸는지 잊지 말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한 줄기 피가 붕대 안에서 주르륵 흘렀다.바낙로가 아파서 신음을 내자 곁에 있던 측근이 바로 준비한 약을 건넸다.“친왕 전하, 어서 약을 드세요. 의원의 말로 절대 화를 내면 안 되고, 새로 교체한 눈을 잘 보양해야 한다고 하셨어요.”“잔말 말고 빨리 약이나 줘!”바낙로는 허공에 손을 흔들다가 약을 빼앗은 후 허겁지겁 들이마셨다.그제야 눈두덩이의 통증이 서서히 가라앉았다.그의 모습을 보던 바야가 얼굴을 찡그리더니 계속 측근에게 물었다.“계속 말해. 그럼 성녀 곁의 은발 사내 정체는 뭐야?”측근이 이내 대답했다.“은발 사내는 그저 대명 성녀의 호위무사였습니다.”‘호위무사라고?’바야는 그 대답을 듣고 왠지 불만스럽기도 하고 불쾌하기도 했다.그녀가 눈도장을 찍은 사내는 기품과 용모를 보면 전혀 한 여인의 호위무사가 같지 않았다.석소가 거짓 정보를 넘기지 않을 테니, 어쩔 수 없이 언짢은 기분을 지우고 계속 질문했다.“더 알아낸 건 있어?”“신왕께서 당일 군사 만 명을 집합시키라는 명을 내리고 사흘 뒤에 어떤 곳에 가신다는데, 석소 대인도 자세히 모른다고 하셨어요.”“병사 만 명?”바야와 바낙로는 다시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번 소식은 전에 바도엘이 수많은 고충을 샀다는 것보다 더 큰 충격을 주었다.“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왜 부황이 갑자기 이렇게 많은 병사를 모집하셨지?”흑석성의 인구수는 외왕실보다 많지 않기에 만 명이라는 숫자는 최대 병력이었다.성이 도륙 당하지 않는 한, 평소에 절대 병사 만 명을 동원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전부 다른 곳으로 간다니, 대체 어떤 곳이기에 대규모로 이동하는지 궁금했다.“계속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1239화

    바야는 한쪽 눈을 붕대로 감아 안색이 더 창백하고 초라하기 그지없는 바낙로를 노려보았다.어제 바낙로가 부하들을 이끌고 란사 일행을 막으려고 신왕전 앞에 갔는데, 결국 눈이 찔려 패배했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정말 미색에 빠져서 여인한테 정신이 나간 거야?’바야는 은발인 사내를 떠올리다가 기생오라비 같은 소년을 떠올렸다.비록 그녀의 취향은 아니었지만 예쁘장하게 생긴 건 인정할 만했다.어제 바야가 성문을 막으라고 사람을 보내지 않았다면 신왕전 입구에도 파견했을 것이다.그런데 지금도 부황이 왜 두 사람을 부르셨는지 알지 못했다.바도엘과 백월유까지 불렀으면서 정작 그녀와 바낙로는 부르지 않았다.게다가 바도엘이 다음 날부터 갑자기 대량의 고충 무리를 사들인 것이 절대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바야는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하여 고개를 돌려 부하에게 지시했다.“너 신왕전에 가서 알아봐. 어제 바도엘이 신왕전에 간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측근이 고개를 끄덕이고 떠나려 하는데, 바야가 또 뭐가 생각났는지 다시 불러서 분부했다.“아니다. 그냥 석소한테 찾아가서 물어봐.”“석소한테 찾아간다고?”바낙로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석소는 부황의 심복 아니야? 언제 그자와 사통했지?’바야는 그가 어떤 생각으로 저리 보는지 알지만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어제 신왕전 내부에서 분명 큰일이 있었어요. 아니면 아무 소식도 없을 리가 없잖아요.”신왕전에 분명 바야가 매수한 사람이 있는데, 이상하게 누구도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그러니 지금 불길한 예감이 드는 동시에 조바심이 났다.‘설마 부황이 정말 바도엘을 후계자로 삼으신 건가? 아니면 바도엘이 어제 신왕전에 들어가 시체 통제술을 배웠나? 하지만 두 가지 가능성이 있었다면 왜 그 두 사람까지 불렀지?’바야가 생각한 두 사람은 바로 란사와 북진연이었다.필경 후계자를 정하는 일은 외부인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니,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일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그 이유를 당장 알아야 하겠으니, 바야는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