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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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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952화
“너!”온모는 그제야 가면을 쓴 건방진 노비가 만만치 않은 무공 실력을 갖춘 것을 알아챘다.그녀는 눈을 부라리며 다시 손을 들어 독사를 던졌다.이번에는 범숙취에게 던진 것이 아니라 그 옆에 있는 란사에게 던졌다.이 독사도 그녀의 고충이라는 것을 누구도 모를 것이다.그러니 독사가 공격할 때면 언제든지 조종할 수 있다.그녀는 이미 계획을 세웠다.범숙취가 다시 맨손으로 독사를 잡는다면 바로 독사를 조종하여 상대방을 물게 만들 것이다.물론 잡지 않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물론 지금 최적의 시기가 아니어도 문제 될 것도 없었다.독사가 온사를 문다면 그녀의 고약한 고충들은 출동할 기회가 없으니 바로 제압할 수 있었다.그 때면 측근들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이미 대청 곳곳에 고충들을 배치하였기에 측근들이 나타나는 즉시 명령을 내리면 바로 죽일 것이다.하지만 온모가 생각하는 것처럼 상황은 좋지 않았다.“조심해!”“빨리 비켜요!”온아려와 충용후가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가면을 쓴 하인과 의자에 앉아 있는 란사 모두 꿈쩍도 하지 않았다.마치 놀라서 겁을 먹은 것 같았다.대신 란사의 뒤에서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있던 하녀가 갑자기 움직이는 것이었다.하녀는 독사보다 더 빨리 움직여 주인의 앞을 막고 허공에 두 줄기 빛을 발사했다.“칙칙!”독사는 순식간에 꼬리가 잘리고 독니가 뽑혀 나갔다.그러면서도 계속 공격하겠다고 아가리를 벌이고 물려고 하자, 하녀는 가차 없이 발로 짓밟아버렸다.독사의 몸이 으깨지는 동시에 독니마저 충격에 부서져 가루가 되었다.“감히 우리 성녀 전하를 해쳐? 죽고 싶어?”상한아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뒤에 있는 주인에게 부탁했다.“전하, 제가 상대하도록 허락해 주세요. 제 손으로 죽이고 싶습니다.”“감히 하녀 따위가 어디에 나서? 난 진국공의 여식이자 충용후부의 세자 측비다! 천한 하녀 따위 나를 죽일 수 없어!”천하다는 말에 란사의 눈빛이 싸늘해졌다.“입을 쳐라!”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951화
“성녀 전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어찌 감히 독을 타겠습니까?”설마 찻물에 넣은 고충알을 눈치챘는지 가슴이 뜨끔했다.그러자 란사가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난 독이라고 하지 않았어.”온모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자백한 꼴이 되었다.그녀의 안색이 굳어지자 란사가 태연하게 말했다.“보통 차를 우릴 때 대부분 찻잎을 넣는 거 아닌가?”자신이 놀아났다는 생각에 온모는 너무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왔다.범숙취는 옆에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런데 이어서 하는 란사의 말에 두 사람 모두 마음이 초조해졌다.“하지만 온모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서…”란사는 범숙취가 마시고 탁자에 놓은 찻잔 테두리를 손끝으로 돌리며 떨어트렸다.쨍그랑!떨어진 찻잔은 굴러서 온모의 발 옆에 멈추었다.란사는 옆에 상한아가 건넨 손수건을 들고 손을 닦으며 천천히 얘기했다.“우린 깊은 원한이 있는 사이잖아. 너는 나를 뼈까지 갈아버리고 싶고, 나는 너를 먼지처럼 날려버리고 싶어 하지. 원수가 앞에 나타났는데 이런 기회를 그냥 놓칠 리가 없잖아. 그러니 찻물에 치명적인 독약 같은 거 떨어트리지 않았을까?”갑자기 대청 안에는 조용하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돌았다.온아려와 충용후 부부는 조용히 두 여인이 기싸움하는 것을 지켜보았다.물론 유일하게 상처받은 범숙취도 있었다.그는 묻고 싶은 것이 가득했지만 꾹 참고 포기했다.‘관두자. 독이든 고충이든 누이가 해결해 주겠지. 이미 마신 걸 어떡해. 어쩌면 이번 기회에 누이한테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렇게 생각해 보면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것 같아 옆에서 말없이 재미있는 연기를 지켜보았다.“하, 하하하하!”온모가 실성했는지 점점 크게 웃다가 나중에는 귀에 거슬리는 앙칼진 소리를 냈다.“언니 말이 맞아.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드디어 원한을 드러내며 란사를 표독스럽게 노려보았다.”우리는 철전지원수지. 언니가 아니었으면 나도 이 지경이 되지 않았어!”“세자 측비는 개뿔! 명색이 진국공의 여식인데 귀한 세자비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950화
타인이 범숙취의 황홀한 표정을 보면, 란사가 방금 상을 줬다고 오해할 것이다.온모는 그를 노려보느라 란사의 말은 전혀 귀담아듣지 않았다.‘오늘 너 반드시 죽인다. 살아서 돌아갈 생각하지 마. 그리고 온사는 남겨서 천천히 오래도록 괴롭힐 것이다.’지옥을 맛보고 울며불며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야 마음속의 한을 풀 수 있을 것 같았다.“여봐라, 나리와 부인을 대청으로 모셔라.”온모는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란사가 갑작스럽게 방문하여 아직 만단의 준비를 하지 못했다.그렇다고 조급하지도 않았다.계집과 건방진 하인이 이미 충용후부에 들어온 이상, 도망칠 기회는 없을 것이다.온모는 하인들에게 지시하고 두 사람을 대청에 안내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온아려와 충용후가 모습을 드러냈다.불안한 표정을 짓던 온아려는 가운데 의자에 앉은 란사를 보자마자 안색이 밝아졌다.“나리…”그녀는 충용후를 부축하면서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의 옷소매를 꽉 잡았다.‘란사가 왔어요. 란사가 정말 우리를 구하러 왔어요.’충용후는 그녀의 손등을 톡톡 치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진정하시오.”온모가 있으니 아직 충용후부의 위기는 해소되지 않았다.대체 성녀가 어떻게 도와줄지 궁금했다.“오셨어요? 앉으세요. 오늘 성녀 전하께서 특별히 어머니와 아버지를 뵈러 오셨어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어머니가 며칠 전에 외출하셨으니 잘 아시겠네요. 저도 무슨 일인지 궁금한데 말씀해 주시겠어요?”온모는 살갑게 웃으면서 노부부의 곁으로 다가갔다.입으로 다정한 척하면서 손까지 사이 좋은 것처럼 온아려의 팔짱을 끼었다.정작 온아려는 악마에 감싼 것처럼 흠칫 놀라며 경직되어 있었다.“나… 난 아무도 몰라. 내가 뭘 알겠어.”그녀는 지레 겁을 먹고 란사에게 도와달라는 눈짓을 보냈다.“정말 모르겠요? 아니면 어머니가 말하기 싫으신가요?”온모는 속으로 냉소했다.이것도 눈치채지 못한다면 살 가치도 없을 것이다.예전에 이간질할 때 온아려는 친조카인 온사와 관계가 매우 나빴다.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949화
란사가 그녀의 표정을 주시하고 있었으니, 눈가의 미세한 변화까지 놓치지 않았다.진작에 눈알 거미가 충용후 저택의 상황을 낱낱이 조사하여 유성을 통해 그녀에게 전달했으니, 추측하지 않아도 온모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 알 수 있었다.온모는 그저 자신이 놓은 덫에 치인 것이니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어쨌든 목적을 달성하려면 그 정도 위험은 감당해야 하니까.“그럼 들어가지.”란사는 계단에 올라가 곁눈질로 온모를 힐끗 쳐다보고는 바로 저택으로 들어갔다.온모는 왠지 모르게 그 눈빛이 불편했다.아니다, 불편한 것이 아니라 불안했다.‘설마 이년이 내 계획을 알고 있나?’온모는 눈을 가늘게 뜨고 속으로 냉소를 터트렸다.설령 속셈을 알아차려도 오늘 죽으러 자기 발로 왔으니 절대 살려서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다.‘예전처럼 너한테 생명의 위협을 받고 통제당했던 내가 아니야. 지금의 나는 고충으로 몸을 단련하여 백 가지 독에 중독되어도 죽지 않거든.’그러니 란사의 독이 아무리 강해도 그녀를 위협할 수 없었다.온모는 갑자기 턱을 쳐들고 앞장선 란사에게 다가갔다.“성녀 전하, 오늘 저희 저택에 왕림하셨으니 제가 내부를 구경시켜 드릴까요?”온모가 빙그레 웃으며 제안하는데 주변을 둘러보던 란사가 담담하게 대답했다.“괜찮아. 충용후부에 여러 번 와서 볼 것도 없어.”그 말에 온모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내려앉았다.이 일을 잊고 있었다.그녀가 진국공부에 들어오기 전에 란사는 최소택의 정혼자이자 죽마고우였으니 자기 집처럼 드나들었다는 사실을 말이다.온모는 다시 부채를 꽉 쥐고 억지 미소를 지었다.“비록 여러 번 오셨지만 그건 예전의 일이잖아요. 소첩이 충용후부에 시집온 이후로 새롭게 꾸며 놓아서 예전의 모습과 완전히 다르거든요.”예전은 예전이고 지금은 지금이지 않는가?‘파혼당한 주제에 내 앞에서 무슨 잘난 척이야?’온모는 여주인의 자태를 보여주면서 란사의 앞에서 자랑을 늘어놓았다.실은 자신이 언니보다 잘 낫다고 으스대는 것이었다.물론 그녀의 말뜻을 알아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948화
고충사가 된 이후로 온모는 평범한 사람과 사뭇 달라졌다.지금은 온자월과 온자신, 심지어 애초에 그녀를 추살하던 진국공부의 암살대가 앞에 있어도 그녀보다 빠르지 못했다.그래서 당당하게 나온 것인데, 눈앞에 가면을 쓴 하인은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그녀보다 움직임이 빨랐다.방금 다시 등골이 오싹하는 한기를 느꼈다.‘대체 누구야? 온사 주변에 있던 측근인가? 아니야,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데 지금은 대놓고 나대고 있어. 심지어 오만방자한 것이 전혀 측근 같지 않아.”“온사! 아무리 네가 성녀라도 우리 충용후부의 문 앞에서 어떻게 내 뺨을 칠 수 있어? 난 세자의 측비란 말이야!”“한 가지만 바로잡을게.”란사는 마차 문발을 열고 천천히 나와, 하인의 부축을 받으며 계단을 내렸다.비록 커다란 대문의 계단 아래에 서서 충용후부을 올려다보았지만 지위 높은 권력가의 위풍당당한 기세가 돋보였다.“난 이미 란 씨 성으로 바꾸어서 이름이 란사야. 다음에 명심하고 실수하지 마. 아, 맞다. 까먹을 뻔했네. 넌 세자의 측비라서 성녀인 내 이름을 바로 부를 자격이 없어. 잘 알겠지?”열받은 온모는 화가 나 부채 손잡이를 부러질 듯이 꽉 잡았다.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았는데 란사가 여기서 그만두지 않았다.“알았으면 당장 고개를 조아려 절을 해.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아. 내가 황후마마께 궁중 어멈을 빌려서 세자의 측비에게 규칙이 뭔지 잘 가르쳐달라고 부탁하면 그만이니까.”‘규칙을 가르친다’는 말에 온모는 무의식적으로 치를 떨었다.예전에 궁에 갇혀 예의를 배운 뒤로, 그 후유증이 남아 오랫동안 두려움에 떨었었다.심지어 염라대왕에게 한번 다녀왔어도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두려움을 어쩔 수 없었다.그 정도로 궁중의 규칙은 무섭기 그지없었다.‘관두자. 저년이 저택까지 찾아왔는데 참자. 일단 들여보내서 오늘 여기 온 목적을 알아내고 복수하고 나서 다시 얘기하자.’어쨌든 저택 곳곳에 함정을 팠으니 온사가 아무리 대단해도 절대 자기 손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자신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947화
“도련님, 식사하세요.”문 밖에서 두 하인이 계단을 올라오며 아뢰었다.한 명은 음식을 받들고, 다른 한 명은 문을 열면서 침상에 누워 있는 범숙취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러고 나서 음식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공손하게 인사한 뒤, 뒤로 물러나 문을 닫고 나갔다.하지만 바로 떠나지 않고, 안에 사람이 일어나 밥 먹는 기척 소리를 듣고서야 처소에서 떠났다.한참 뒤, 범숙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던 하인이 온권승의 서재에 나타났다.“나리께 보고합니다. 요 며칠 도련님은 나리의 말씀을 따르면서 얌전히 계십니다. 방에서 식사하고 잠을 자고 다른 수상한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온권승이 쳐다보지도 않고 물었다.“뭘 달라고 한 적은 있느냐? 아니면 밖에 나가겠다고 한다거나.”하인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없었습니다.”“의외로 말썽을 피우지 않는구나.”온권승은 미심쩍어 눈을 가늘게 떴다.그가 아는 범숙취는 이렇게 착하고 순진한 녀석이 아니었다.“나리, 도련님은 꼬박 닷새나 갇혀 있었는데 바람 쏘일 겸 풀어줄까요?”그러자 온권승이 고개를 가로저었다.“안 돼. 계속 가두고 감시해.”어쩌면 그들이 경계를 낮추도록 연기할 수 있으니 방심하면 안 되었다.젊고 혈기 왕성한 젊은이가 이토록 참을 성이 강하다고 믿지 않았다.그가 생각하는 범숙취는 이랬다.이마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방에 갇힌 첫날부터 도망쳐서 적지 않은 소란을 피우거나, 지금처럼 충용후부의 문 앞에서 날뛰는 것이었다.“저희 전하께서 배첩을 보냈는데, 당신들 충용후부는 환대하지 못할 망정 문전 박대라니, 우리 전하께 도발하는 건가?”가면을 써서 누구도 범숙취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지금 제멋대로 횡포를 부리고 있었다.충용후부의 하인 주제에 감히 누이를 들여보내지 않아 보초군을 끌어내 한바탕 꾸짖었다.겁을 먹은 보초군이 벌벌 떨며 대답했다.“나리께서 성녀 전하의 배첩을 받지 못하셨으니 나중에 다시 오시랍니다.”그때 마차 안에서 싸늘한 란사의 목소리가 들렸다.“본 성녀는 너희들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