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방은 좁았다. 한 사람 눕고 한 사람 앉으면 그만인 자리에 소반이 하나 있었고, 소반 위에 비단 조각과 실과 마른 꽃이 종류별로 나뉘어 있었다.백단은 오른쪽, 매화는 가운데, 왼쪽 종지에 담긴 것은 색이 옅고 부스러기가 고왔다.지어 놓은 향낭이 열둘쯤 되었다."…앉으십시오. 자리가 이런데.""어멈이 앉아."여자가 문가에 무릎을 접으면서 소반을 제 뒤로 반 뼘 밀었는데, 밀고 나서 그 손을 앞섶으로 가져갔다.마당에서도 그랬고 지난여름에도 그랬다.이 사람은 겁이 나면 옷깃을 쥔다."…이거 누구 거야?""…예?""내가 안 쓴다고 한 지 넉 달 됐잖아.근데 열두 개가 있네."여자가 대답하지 못했고, 종지 쪽으로 손이 반쯤 갔다가 돌아왔다."누가 시켰어?""…아무도 안 시키셨습니다.""그럼 왜 만들어.""…""어멈.""…소인이 스무 해를 이걸 해서요.아침에 눈 뜨면 손이 먼저 움직입니다.부인께서 안 쓰신다 하신 날에도 소인 손은 그날 아침에 하나를 지어 놨습니다.지어 놓고 나서야 아, 오늘부터 안 쓰시지, 했고요.…손이 심심해서요."한경이 그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등을 소반 옆에 내려놓고, 앉은 자리에서 방 안을 한 바퀴 봤다.이부자리가 개켜져 있었고 개킨 모양이 반듯했다.벽에 못이 하나 박혀 있는데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다.* * *"어멈.""예.""손 좀 줘 봐."여자가 앞섶에서 손을 떼지 못했는데, 쥔 자리가 이미 구겨져 있었다."…소인 손은 더럽습니다.""줘 봐."내미는 데 시간이 걸렸는데, 손바닥이 위로 오게 놓고 그 위에 제 손을 얹어 받쳤고, 받치자마자 알았다.손톱이었다. 열 개가 다 뿌리 쪽부터 회색이 얕게 올라와 있었고, 그 위로 가로줄이 두어 개씩 나 있었다.손끝을 눌렀다 놓으니 붉은 것이 돌아오는 데 셋을 셌다."입 벌려 봐.""…부인.""벌려."등을 가까이 가져가자 잇몸 가장자리를 따라 색이 앉아 있었다. 진하지 않았다.진하지 않은데 스무 해였다.한경이 등을 도
"…아직 이 집에 있다."한경이 몸을 더 숙이자 이불에서 마른 쑥 냄새가 났다."누군데요."대부인이 눈을 감았는데, 성한 손이 며느리의 손목을 쥔 채였고 쥔 힘이 아까보다 세지도 약해지지도 않았다."어머니.""…명주야.""예.""궁에서 물건을 내릴 때는, 물건만 내리지 않는다."방문 밖에서 마루 널이 한 번 울고 그치자, 대부인의 눈이 며느리에게로 갔다가 도로 돌아왔다."…사람이 먼저 오고, 물건이 뒤에 온다."한경의 손이 이불 위에서 굳었고, 굳은 채로 다음 말을 기다렸다."…먼저요?""그 아이가 이 집에 든 것이 봄이었다.옥패는 그해 가을에 왔다.""그리고 겨울에."대부인이 눈을 감은 채로 고개를 아주 조금 끄덕였는데, 굳은 쪽 목이라 끄덕이는 것이 아니라 무너지는 것처럼 보였다.* * *서하당까지 오는 데 마당을 두 번 돌았다.한 번은 길을 잘못 들어서였고 한 번은 일부러였다.마당이 넓지도 않은데 두 바퀴를 도는 동안 아무하고도 마주치지 않은 것이 이상해서, 돌다가 한 번 서서 행랑 쪽을 봤다.불이 켜져 있었고,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봄에 사람이 오고, 가을에 물건이 오고, 겨울에 죽는다.'…나는 지금 가을이네.'여름에 서란이 왔는데, 젖은 신을 신고 중문을 넘어 들어왔고 그날 밤 육정이 그 아이를 데리고 마루 앞에 섰다.그리고 가을이 오기 전에 궁에서 옥패가 왔다.한경이 걸음을 멈췄는데, 마당 가운데였고 발밑에 아무 그림자도 없었다.'…아니야. 서란이는 아니야.'서란은 걸어서 돌아왔는데, 한 달을 어디 있었는지 말하지 않으면서 뒷문을 손바닥으로 두 번 두드려 돌아왔다.태후 사람이라고 제 입으로 말했고, 그러고도 이 집 뒷문 빗장을 열어 달라고 했다.그러니까 서란은 지웠다.그러면 남는 것이 문제였다.* * *서하당으로 돌아와 장 아래 칸 서랍을 열자 향낭이 가지런했다.옥색, 자색, 남색, 연둣빛, 다시 옥색, 흰 것.그 위에 서란이 나중에 지어 올린 것 하나가 얹혀 있었다.여섯이 일곱이 된
"…모후께서 그대를 보셨기 때문이오."한경의 손이 그 손 안에 잡힌 채로 멈췄고, 걸려 있던 손가락도 그대로 있었다."예?""짐이 아는 얼굴이 하나 있소.모후께서 무엇을 오래 보시면 그것이 어찌 되는지, 짐은 열한 살에 배웠소."회랑 저쪽 끝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는데, 한 짝이 아니라 두 짝이었고 두 짝이 열리는 문은 이 궁에 몇 개 되지 않았다.손가락이 하나씩 풀렸는데, 풀리는 데 시간이 걸렸다."…가시오.""폐하.""어서."한경이 기둥 그늘에서 볕으로 나왔다.나오자마자 눈이 부셔서 반쯤 감았는데, 감은 눈으로도 저쪽에서 이리로 오는 태감의 그림자가 보였다.기둥 뒤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 *가마 안에서 손을 폈다 접었다 하는 동안 손바닥 가운데가 아직 뜨거웠다.뜨거운 것이 살에 남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아는데도 자꾸 폈다 접었고, 그러다 두 손을 무릎 사이에 끼워 넣었다.'…미친 거 아니야, 진짜.'담이 끝나고 저잣거리 소리가 들어왔다.두부 파는 소리, 아이 울음, 어디선가 쇠 두드리는 소리.그 소리들이 들어오자 궁에서 있었던 일이 갑자기 아주 먼 데 일 같아졌다.먼 데 일 같아지는 것이 무서웠다.* * *육정이 마루 끝에 나와 서 있었는데, 관복도 아니고 겉옷도 걸치지 않은 채였고 신도 반만 꿴 것이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알 만했다.먹빛 웃옷 하나를 속적삼 위에 아무렇게나 걸쳤는데, 깃이 한쪽으로 눌렸고 고름 매듭이 오른쪽으로 기울어 있었다.가마가 중문을 넘자마자 마당으로 내려섰다."…무슨 말을 들으셨소.""어여쁘다고요.""부인.""진짜예요. 어여쁘다고 하시고, 손 차다고 하시고.""…그리고."한경이 섬돌에서 신을 벗어 나란히 놓고 마루로 걸음을 옮기는데, 치맛자락이 섬돌 모서리를 지나 흘러내렸다."궁에 방이 많다고 하시던데요."육정의 얼굴에서 무언가가 내려앉았다.눈썹 사이가 좁아진 것도 아니고 입이 벌어진 것도 아니었는데, 낮에 관가에서 돌아왔을 때와 지금 사이에 얼굴 한 겹
기둥은 두 아름쯤 되었고 그 뒤가 사람 하나 설 만큼 파여 있었다.등이 닿은 자리가 서늘했다.회랑 밖으로는 볕이 마당까지 가득한데 여기서는 그 볕이 한 뼘 앞에서 잘려 있어서, 밝은 데서 한경을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저쪽 끝에서 태감의 신 끄는 소리가 멀어지다 멎었다.멎었다는 것은 돌아본다는 뜻이었다.팔뚝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고, 옷감 위가 아니라 소매 안이었다.소매가 말려 올라가 있었고 손바닥이 살에 그대로 닿아 있었으며, 그 손이 뜨거웠다.침향이 났는데, 옷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 목 언저리에서 났다.한경은 눈을 들지 않았는데, 이 사람 앞에서 눈을 드는 법을 아직 몰랐고 대신 잡힌 자리로 상대를 읽는 것은 넉 달째 하고 있는 짓이었다.읽었다.'…뭐야 이거.'* * *황제의 손끝이 한경의 팔뚝을 짚은 채로 아주 얕게 떨리고 있었다.떨림에는 결이 있는데, 추워서 떠는 것은 어깨부터 오고, 겁이 나서 떠는 것은 무릎에서 올라오고, 힘을 준 뒤에 오는 떨림은 크고 느리다.이것은 그 어느 것도 아니었다.손끝에서만 나고, 빠르고, 규칙이 없었다.한경의 손이 저도 모르게 올라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엄지를 안쪽에 대고, 검지와 중지를 나란히 얹고, 눌렀다.그 자세가 되자 두 사람 사이가 없어졌다.팔이 서로의 몸 앞에서 겹치고 어깨가 어깨에 닿고, 잡힌 팔은 잡힌 대로 잡은 팔은 잡은 대로 상대를 제 쪽으로 끌어오게 되어 있었다.이마 위에서 그의 숨이 한 번 흐트러졌다.맥이 빨랐다. 빠른데 얕았고, 얕은 것이 고르지 않았다.셋을 세는 사이에 한 번 건너뛰었고, 다시 셋을 세는 사이에 두 번 건너뛰었다.한경이 눈을 감자 숫자가 저절로 셋을 세고 있었다.실험실에서 십칠 년을 그렇게 살았으니 이제 와서 안 세는 법을 몰랐다."부인.""조용히 하세요.""…""세는 중이에요."그가 웃었는데, 소리가 아니라 가슴에서 났고 닿아 있어서 그것이 그대로 건너왔다.* * *회랑 저쪽에서 신 끄는 소리가 되돌아왔다.
가마가 궁 담을 끼고 도는 동안 한경은 두 손을 무릎 위에 포개 놓고 있었다.담이 길었다. 붉은 벽이 창틈으로 끊기지 않고 흘러가는데 그 위로 얹힌 기와가 햇빛을 되쏘아서, 보고 있으면 눈 안쪽이 뻐근해졌다.소하는 중문에서 돌려 보내졌는데, 태후 처소에 드는 데 딸린 사람을 붙이지 못한다는 말을 앞선 상궁이 두 번 되풀이했고, 되풀이하는 목소리가 처음보다 부드러웠다.가마가 멎기 전에 손끝이 먼저 차가워졌다.'…또 이러네.'한경은 그 손을 소매 안에 밀어 넣고, 밀어 넣은 채로 발을 디뎠다.* * *태후는 창을 등지고 앉아 있었는데, 역광이라 낯이 어두웠고 어깨선만 밝았다.지난 세 번이 다 그랬다.손만 보였고, 손이 무엇을 하는지만 보였고, 그것으로 충분했으므로 한경은 그 얼굴을 한 번도 오래 본 적이 없었다."가까이 오너라."한경이 무릎으로 두 걸음 가자 치맛자락이 자리 위에서 소리 없이 끌렸다."더."두 걸음 더 가자 거기서 얼굴이 역광에서 벗어났다.눈꼬리에서 관자놀이로 올라가는 선.웃지 않는데도 반 푼 올라가 있는 왼쪽 입꼬리.말할 때 아랫입술이 먼저 열리고 윗입술이 반 박자 늦게 따라오는 것.한경은 숨을 한 번 쉬고 나서도 그대로 있었다.태후가 손을 뻗어 그 뺨을 감쌌다.금으로 씌운 손톱 덮개가 광대뼈 아래에 닿았는데 살보다 먼저 그것이 닿아서 차가웠고, 차가운 것이 뺨을 따라 턱까지 내려갔다가 도로 올라왔다."…어여쁘구나.""…황공하옵니다.""고개를 들어라. 아니, 그대로 두어라. 그편이 낫다."턱을 받친 손이 얼굴을 조금 옆으로 돌렸다.볕을 받는 쪽으로.'…아, 이거.'이렇게 돌려 보던 사람이 있었는데, 손톱 덮개가 아니라 반지였고, 볕이 아니라 현관 등이었고, 돌려 놓고 하던 말은 어디 좀 보자였다.* * *"네가 내 아들의 약을 끊게 하였다더구나.""…끊게 한 게 아니라, 그거 독이라고 말씀드린 겁니다.""독이라.""예.""어떤 독이더냐."한경이 고개를 들었고, 이번에는 눈을 피하지 않았
문이 열리고 황제가 들어섰다.스무 개의 허리가 한꺼번에 굽었고, 굽은 등 위로 걸음 소리가 지나갔다. 여섯 걸음이었다.문에서 서안까지를 여섯 걸음에 오는 사람은 그 편전에 하나뿐이었다.앉을 때 안석을 쓰지 않았다.열여섯 해 동안 쓴 적이 없었다.편전의 아침 조회는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이 시작되었다.승지가 문서를 올리고, 황제가 붉은 벼루에 붓을 적시고, 신하들은 제자리에서 숨을 낮추었다.열여섯 해 동안 하루도 어긋난 적 없는 순서였다.붓대가 미끄러진 것은 세 번째 문서에서였다.검지와 엄지 사이에서 한 번 돌더니 서안 위로 떨어졌고, 붉은 먹이 문서 한가운데에 손톱만 하게 번졌다.소리는 크지 않았다.다만 그 소리가 난 뒤로 편전 안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는 것이 컸다.승지가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종이를 갈려 했다."두어라."황제가 붓을 도로 집었다.집는 데 두 번이 걸렸고, 두 번째에 잡힌 붓대가 평소보다 아래쪽이었다.그대로 문서에 한 자를 쓰는데 획 끝이 흔들려 두 획이 겹쳤으며, 겹친 자리 위에 옥새가 얹혔다.옥새를 드는 손이 내려올 때 소매가 한 번 접혔다.접힌 자리가 도로 펴지는 데 걸린 시간이 평소의 그것과 달랐는데, 그 차이를 잴 수 있는 자는 편전 안에 스무 명이 넘었다.신하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든 것을 옆의 신하가 봤고, 옆의 신하가 고개를 든 것을 뒤에서 또 누가 봤다.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고 조회는 끝까지 갔다.얼룩진 문서는 승지가 걷어 갔다.갈지 않고 그대로 걷어 간 것을 문 밖에서 기다리던 서리가 받았으며, 서리는 그것을 편철하면서 얼룩 위에 손가락을 한 번 얹어 보았다. 마르지 않았다.그날 저녁 성 안에 도는 말이 폐하께서 손을 떠셨다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폐하께서 붓을 놓으셨다.* * *육정이 돌아온 것은 해가 다 진 뒤였다.관복 그대로 마루에 앉아 신을 벗지 않았고, 벗겨 드리겠다고 나온 소하를 손짓 한 번으로 물렸다.관가의 먼지가 어깨에 얹혀 있어서 등불 아래서 옷이 실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