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 아래로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그림자가 명주의 무릎을 스쳤다.명주는 정청 가운데 앉아 있었다.아침에 그 자리에 방석이 놓였고 그 뒤로 아무도 방석을 옮기지 않았다.마당에는 차일이 셋 섰다.굵은 기둥에 줄을 매어 넓은 무명천을 하늘처럼 팽팽히 당겨 둔 것이라, 유월 볕이 거기서 한 번 걸러져 마당 절반이 옅은 그늘에 잠겼다.그 그늘마다 상이 들어차고 상 위에 그릇이 놓이고 그릇마다 뚜껑이 덮였다.뚜껑 틈으로 김이 새고, 기름에 지진 것들이 노랗게 포개지고, 꿀에 재운 과실이 볕에 윤을 냈다.부엌 쪽에서 기름 냄새가 밀려왔다가 바람이 바뀌면 장독들 쪽의 짠 냄새로 바뀌었다.무슨 연회인지 분명 누군가가 말해 주었으나, 말해 준 사람의 얼굴만 옅게 남고 정작 말은 기억나지 않았다.치마가 연둣빛이었다.아침에 시녀 둘이 들고 와 펼쳐 보인 것 중 육정이 고른 색.소매 끝에 은실로 넝쿨을 놓았는데 그 실이 빛을 받으면 물처럼 흘렀다.머리는 낮게 틀어 백옥 비녀 하나를 질렀고, 귀 뒤로 내려온 잔머리 한 올이 목의 푸른 기 위에 얹혀 있었다.치맛자락이 움직일 때마다 백단에 매화 향이 얕게 번졌다.가슴 아래를 두른 치마허리에서 은실 넝쿨이 가는 줄기를 치고 올라, 숨이 들 때마다 잎사귀 한 장이 옅게 부풀었다가 숨이 날 때 가만히 가라앉았다.상 사이를 지나던 여자들이 정청 앞에서 걸음이 늦어졌다가, 일행이 소매를 당기고 나서야 두어 번 더 돌아보며 지나갔다.명주는 그것이 제 외모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어릴 때부터 곱다는 말을 들었으니, 시집온 후에도 온 집안 식구들이 자신의 외모를 아름답다 하였으니, 나리도 내게 아름답다 하였으니."부인이십니까."낯선 여자가 상 너머에서 몸을 기울였다.명주가 그쪽을 향해 반박자 늦게 고개를 돌렸다.여자는 이미 웃고 있었다."소문이 과하다 했더니 오히려 모자랐습니다.그늘에서 기른 옥이 이런 빛일까요.희다는 말만 듣고 왔는데 희기만 한 것이 아니라 푸른 기가 돌고, 눈매가 관자놀이까지 이리 길게
Last Updated : 2026-08-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