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찰칵.촬영음이 멈춘 뒤에도 서윤과 도현은 손을 놓지 않았다.“좋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편하게 가볼게요.”안내에 따라 서윤이 드레스 자락을 정리하며 소파에 앉았다.도현이 옆에 앉으려 하자 서윤이 손짓했다.“더 가까이.”“이 정도?”“아니.”서윤이 직접 그의 팔을 당겼다.어깨가 붙었다.그제야 만족했다.“이 정도.”도현이 웃었다.“촬영 지시는 제가 아니라 당신한테 받아야겠네요.”“우리 사진이잖아요.”“그건 맞습니다.”서윤은 자연스럽게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처음 웨딩사진을 찍었을 때는 자세 하나를 취할 때마다 어색했다.손을 어디에 둘지.어느 정도 가까이 붙어야 자연스러울지.웃으라는 말을 들으면 어떻게 웃어야 할지.하지만 지금은 달랐다.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평소 소파에서 하던 것처럼 기대면 됐다.도현 역시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두 분 평소에도 이렇게 자주 앉아 계세요?”서윤이 바로 대답했다.“네.”도현이 덧붙였다.“이 사람은 보통 여기서 더 눕습니다.”서윤이 고개를 들었다.“그것까지 말해요?”“사실이잖습니까.”“내가 언제.”“제 허벅지 베고 누워서 안 일어나잖아요.”서윤이 그의 팔을 꼬집으려는 순간 촬영음이 연달아 울렸다.찰칵.찰칵.“지금 표정 좋아요.”서윤은 결국 웃어버렸다.“도현 씨 때문에 이상한 사진 찍혔잖아.”“자연스러운 사진 원했다면서요.”“그래도 웨딩드레스 입고 남편 꼬집는 사진은 생각 안 했거든.”“그것도 우리답죠.”그 말에는 반박할 수 없었다.다음 촬영을 준비하는 동안 서윤은 베일을 벗었다.이번에는 머리카락을 완전히 내렸다.도현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계속 그녀를 보고 있었다.서윤이 거울을 통해 그 시선을 발견했다.“왜 계속 봐요?”“보려고 온 건데요.”“사진 찍으러 온 거지.”“둘 다입니다.”서윤이 돌아섰다.“그렇게 드레스가 좋아요?”“드레스도 좋은데.”도현이 가까이 왔다.“당신이 입고 있는 게 좋습니다.”서윤이 입술을 눌러 웃음
입술이 떨어진 뒤에도 서윤의 손은 도현의 셔츠 위에 남아 있었다.도현이 그녀의 허리를 감싼 채 말했다.“서윤.”“응.”“오늘 사진 찍으면서 생각난 게 있습니다.”“뭔데요.”“우리 웨딩사진.”서윤이 눈을 깜빡였다.“우리 웨딩사진이 왜?”“한 번 더 찍고 싶습니다.”“갑자기?”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당신이 카메라 앞에서 웃는 걸 보니까요.”서윤은 조금 전 사진관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떠올렸다.둘이 나란히 서 있던 사진.서로를 보다가 웃었던 사진.도현이 자신의 관자놀이에 입을 맞췄던 순간까지.“이미 결혼했는데 웨딩사진을 또 찍자고?”“결혼했으니까 또 찍는 거죠.”서윤이 웃었다.“그게 무슨 논리야.”“처음 찍었을 때랑 지금은 다르잖습니까.”그 말에 서윤의 웃음이 조금 잦아들었다.틀린 말은 아니었다.지금의 두 사람은 그때보다 서로의 생활에 훨씬 깊이 들어와 있었다.같은 집에서 눈을 뜨고.냉장고에 함께 장 볼 것을 적고.서로의 옷이 같은 세탁기 안에서 섞이고.각자의 공간과 둘만의 공간까지 생겼다.이제는 상대가 자신의 삶에 있다는 사실을 특별히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사이였다.“그럼.”서윤이 물었다.“리마인드 웨딩 같은 거?”“꼭 이름 붙여야 합니까.”“그래도 웨딩드레스 입을 거잖아.”“입어주면 좋겠습니다.”서윤이 그를 빤히 바라봤다.“도현 씨가 보고 싶은 거네.”“네.”이번에는 부정하지도 않았다.“웨딩드레스 입은 당신을 지금 다시 보고 싶습니다.”서윤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그럼 찍어요.”“정말?”“응.”그녀가 그의 셔츠를 잡아당겼다.“대신 내 드레스는 촬영 당일까지 비밀.”“또요?”“도현 씨 반응 봐야 하니까.”“이미 한 번 봤는데.”“지금의 내가 입는 건 처음이잖아요.”도현은 결국 웃었다.“그건 그렇네요.”“그리고 도현 씨 턱시도는 내가 골라요.”“그러십시오.”“이번에는 진짜 내가 다 고를 거야.”“그것도 좋습니다.”서윤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그
공방을 나온 뒤에도 서윤은 도현의 손을 놓지 않았다.“밥 먹으러 가기엔 조금 이른데.”도현이 시간을 확인했다.“한 시간 정도 남았네요.”“배고파요?”“조금.”“나도.”서윤은 주변을 둘러봤다.카페도 있었고 작은 서점도 있었다.하지만 오늘만큼은 미리 정한 곳에 억지로 시간을 맞추고 싶지 않았다.“그냥 걸을래요?”“좋습니다.”“오늘 많이 걷네.”“당신이 데리고 다니는 날이니까요.”서윤이 웃었다.“힘들어요?”“아직은.”“아직은?”“밤까지 있다면서요.”그 말에 서윤이 잠깐 멈췄다.노트에 남겨둔 마지막 칸.밤 — 비워두기.“그건 나도 몰라.”“정말 아무것도 안 정했습니까.”“응.”“의외네요.”“왜.”“낮부터 저녁까지는 전부 준비했잖아요.”서윤은 그의 팔을 가볍게 쳤다.“그래서 밤까지 계획하면 내가 피곤하잖아.”“그 이유였습니까.”“그것도 있고.”잠시 걷던 서윤이 덧붙였다.“밤에는 그때 내가 하고 싶은 거 할 거예요.”도현이 그녀를 봤다.“뭐든?”“내가 하고 싶은 거.”“알겠습니다.”“왜 또 그렇게 바로 대답해.”“오늘 하루가 당신 거라면서요.”서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그 말 취소하면 안 돼요.”둘은 작은 서점에 들어갔다.책을 사려던 건 아니었다.그저 시간이 남아서 들어왔을 뿐이었다.도현은 자연스럽게 건축 코너로 향했다.서윤이 뒤따라갔다.“데이트 중에도 건축책?”“보기만 하는 겁니다.”“하나 사도 돼요.”“오늘은 안 삽니다.”“왜.”도현이 책장에서 한 권을 꺼내 펼쳤다.“짐 늘어나잖습니까.”“그 정도는 들어줄 수 있는데.”“오늘은 당신이 고른 것만 들고 가죠.”서윤이 잠시 그를 바라봤다.“말 예쁘게 하네.”“책 안 산다는 얘기인데.”“알아요.”서윤은 옆에 있던 인테리어 책을 펼쳤다.주택 사진이 가득했다.한 페이지에서 손이 멈췄다.큰 창이 있는 거실.창가에는 긴 소파가 놓여 있었다.“도현 씨.”“네.”“이거 봐요.”도현이 가까이 왔다.“좋습니까.”
사진관은 집에서 차로 삼십 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도현은 도착할 때까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서윤이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했고, 도현은 그대로 운전했다.건물 앞에 도착해서야 그가 간판을 올려다봤다.“여기군요.”“응.”“예약했습니까?”“당연하지.”서윤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오늘은 내가 다 준비했다니까.”도현도 뒤따라 내렸다.“생각보다 철저하네요.”“사진 망치면 오래 남잖아요.”“벌써 부담되는데.”“왜요?”“잘 나와야 할 것 같아서.”서윤이 그의 팔을 잡았다.“도현 씨는 그냥 나만 봐요.”“카메라 안 보고?”“그런 사진도 찍을 거야.”서윤이 웃었다.“내가 이미 생각해놨어.”사진관 내부는 생각보다 단순했다.밝은 벽과 큰 창.촬영 공간 한쪽에는 의자와 작은 테이블 정도만 놓여 있었다.서윤은 그게 마음에 들었다.화려한 배경보다 두 사람이 잘 보였으면 했다.처음에는 나란히 섰다.카메라를 바라보고 찍은 사진 몇 장.조금 더 가까이 붙어서 몇 장.서윤은 처음에는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도현이 낮게 말했다.“긴장했습니까.”“조금.”“데이트 신청한 사람이?”“사진은 다르거든요.”“평소처럼 있으면 되잖습니까.”“카메라가 보고 있는데 어떻게 평소처럼 있어.”도현이 그녀를 내려다봤다.“그럼 저만 보십시오.”서윤이 고개를 들었다.“뭐라고요?”“아까 당신이 한 말.”그 순간 촬영음이 났다.찰칵.서윤이 바로 웃었다.“방금 찍혔잖아.”도현도 웃었다.또 한 번.찰칵.그 뒤부터는 훨씬 쉬웠다.서윤은 카메라보다 도현을 더 자주 봤다.도현의 팔을 잡고.어깨에 기대고.손가락을 얽었다.서로를 보다가 동시에 웃어버린 순간도 그대로 사진에 남았다.“이거 좋다.”중간 확인 화면을 본 서윤이 한 사진을 가리켰다.도현이 서윤을 보고 있고, 서윤은 웃으며 그의 셔츠 소매를 잡고 있었다.정면을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이거 크게 뽑을까?”“어디에 두려고요.”“집.”“어디.”서윤은 잠시 고
금요일 저녁.서윤은 옷장 문을 열어둔 채 한참을 서 있었다.침대 위에는 이미 옷이 세 벌이나 놓여 있었다.검은 원피스.크림색 블라우스와 검은 슬랙스.그리고 허리선이 단정하게 잡힌 짙은 네이비 원피스.서윤은 마지막 원피스를 몸 앞에 대봤다.거울을 보고.다시 내려놓았다.“아닌가.”뒤에서 책을 보던 도현이 결국 고개를 들었다.“몇 번째입니까.”“뭐가.”“갈아입어 보는 거.”“아직 안 갈아입었거든요.”“꺼낸 것만 네 번째입니다.”서윤이 뒤를 돌아봤다.“보고 있었어요?”“계속 왔다 갔다 하니까 보입니다.”“보지 마요.”“같은 방인데 어떻게 안 봅니까.”서윤은 옷장 문으로 몸을 가렸다.“내일 입을 거 고르는 중이니까.”“알고 있습니다.”“도현 씨는 아직 보면 안 돼.”“왜요.”“내가 데이트 신청했잖아요.”서윤은 네이비 원피스를 다시 옷장 안에 걸었다.“내일 처음 봐야지.”도현이 책을 덮었다.“그럼 저는 뭘 입습니까.”그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다.서윤이 바로 돌아봤다.“도현 씨는 정했어요.”“언제.”“아까.”“제 옷인데?”“내가 고른다고 했잖아요.”서윤은 도현 쪽 옷장으로 이동했다.잠시 뒤 차콜색 셔츠와 검은 팬츠를 꺼냈다.“이거.”도현이 옷을 받아 들었다.“사진도 이걸로?”“응.”“당신 옷이랑 맞습니까.”“맞출 거예요.”“아직 본인 것도 못 골랐으면서.”서윤의 표정이 굳었다.“그걸 꼭 말해야 해?”“사실인데요.”“도현 씨 옷 다시 고를까?”“이게 마음에 듭니다.”대답이 빨랐다.서윤이 피식 웃었다.“그럼 내일 이거 입어요.”“알겠습니다.”“그리고.”“또 있습니까.”“향수.”도현이 눈썹을 올렸다.“저 향수 잘 안 쓰는데.”“알아요.”서윤은 서랍에서 작은 향수병을 꺼냈다.“그래서 아주 조금만.”도현이 병을 받아 향을 확인했다.“언제 샀습니까.”“전에.”“저 주려고?”“아니.”서윤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좋아하는 향이라 샀는데 내일 도현 씨한테도 어울릴
아침에 먼저 눈을 뜬 건 도현이었다.서윤은 그의 팔을 베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도현은 몸을 움직이지 않은 채 한동안 천장을 바라봤다.그러다 베개 끝에 삐져나온 흰 종이를 발견했다.어젯밤 서윤이 황급히 숨겼던 메모였다.종이 끝이 손가락 하나만큼 나와 있었다.도현은 잠시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그때 서윤이 움직였다.“……몇 시예요?”“일곱 시 조금 넘었습니다.”“벌써?”눈도 제대로 뜨지 않은 채 도현 쪽으로 더 붙었다.그러다 갑자기 정신이 든 듯 베개 밑을 더듬었다.메모가 있었다.서윤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봤어요?”“아니요.”“진짜?”“네.”“종이 나와 있었는데.”“봤지만 읽지는 않았습니다.”서윤이 눈을 가늘게 떴다.“궁금하지도 않았어요?”“궁금했죠.”“그런데 어떻게 참아?”“당신이 다음 주에 알려준다고 했으니까.”서윤은 메모를 꺼냈다.접힌 종이를 한동안 내려다보더니 갑자기 도현에게 내밀었다.“그냥 봐요.”“다음 주라면서요.”“마음 바뀌었어.”도현이 메모를 펼쳤다.다음 토요일, 내가 먼저 데이트 신청하기.그가 문장을 읽고 서윤을 바라봤다.“이게 비밀이었습니까.”“왜. 별거 아닌 것 같아요?”“아니요.”도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좋은데요.”서윤이 바로 물었다.“진짜?”“네.”“그럼 토요일 비워놔요.”“원래 비어 있습니다.”“그래도 이제 내 거.”“하루 전체가?”“응.”서윤은 메모를 다시 가져갔다.“아침부터 밤까지.”“어디 갑니까.”“그건 아직 비밀.”“또?”“이번에는 진짜 안 알려줄 거예요.”도현이 웃었다.“알겠습니다.”서윤이 오히려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왜 이렇게 쉽게 알겠다고 해.”“그러면 캐물어야 합니까.”“조금은 궁금해해도 되잖아요.”“굉장히 궁금합니다.”도현이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겼다.“그래도 기다리겠습니다.”서윤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중얼거렸다.“그게 더 부담되는데.”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서윤의 머릿속에는 토요일이 떠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