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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열두 번의 이유

Penulis: 에이르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8-05 00:55:33

[그리고 나도 당신을 좋아합니다.]

도현의 메시지를 한참 바라봤다.

화면 위 문장은 짧았다.

그런데 그가 그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오래 망설였을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다.

차도현은 감정을 쉽게 내보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원하는 것이 생기면 규칙을 만들었고, 두려워지면 끝을 먼저 정했다.

상대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처럼 보이면서 정작 자신은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자리에 서 있었다.

나는 입력창을 눌렀다.

[다음 명령을 받고 싶어지면 제가 먼저 말한다고 했죠?]

읽음 표시가 바로 나타났다.

[네.]

[그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잠시 망설이다가 답장을 썼다.

[그럼 지금 말할게요.]

이번에는 답장이 바로 오지 않았다.

평소라면 몇 초 안에 돌아왔을 텐데, 도현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너무 성급했나 싶어 덧붙였다.

[오늘 당장 하자는 뜻은 아니에요.]

[계약을 계속하고 싶다는 대답이에요.]

잠시 뒤 메시지가 도착했다.

[확실합니까?]

[네.]

[어제 거부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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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일 오전 9시 20분.한서윤은 출근하자마자 주말 동안 정리된 문화사업 자료를 확인했다.시범 전시 후보 장소 3곳 가운데 1곳에서 새로운 견적서를 보내왔다. 기존 견적보다 시설 관리비가 높아진 상태였다.서윤은 정하린 대리를 불렀다.“하린 씨, 두 번째 장소 견적이 변경됐네요.”“네. 주말 운영에 필요한 관리 인력이 추가됐다고 합니다.”“처음부터 주말 운영을 조건으로 문의했는데 이제 와서 추가된 이유가 뭘까요?”“확인해 보겠습니다.”서윤은 견적서를 내려놓았다.“추가 비용의 근거부터 받아 주세요. 그리고 기존 견적이 유효한지도 확인하고요.”“알겠습니다.”잠시 후 남기준 과장이 들어왔다.“한 총괄님, 참여 상점 한 곳에서 전시 방식 변경을 요청했습니다.”“어떤 내용이죠?”“물건을 직접 빌려주는 대신 사진으로만 참여하고 싶다고 하십니다.”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진행하세요. 실물 전시를 고집할 이유는 없으니까요.”“네.”“다만 사진의 사용 범위는 다시 확인해 주세요.”남기준이 나간 뒤 서윤은 보고서에 수정 사항을 표시했다.회사에서 진행하는 전시는 여전히 검토 단계였다. 장소와 비용, 참여자의 동의가 모두 정리되기 전까지는 확정할 수 없었다.오후 12시 40분.서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개인 휴대전화에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했다.작은 서점에서 준비 중인 그림 전시 참가 신청이 5명으로 늘어나 있었다.정원은 8명.신청자들은 각자 다른 그림을 제출할 예정이었다.집 앞 나무, 오래된 운동화, 반려동물, 여행지에서 본 바다, 어린 시절 살던 동네.서윤은 작품 설명을 읽으며 미소 지었다.그런데 마지막 메시지는 조금 달랐다.‘작가님, 전시에 참여하는 그림을 판매할 수도 있나요?’서윤은 잠시 생각했다.처음 계획에는 판매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참가자가 자신의 그림을 전시하고, 전시가 끝나면 돌려받는 방식이었다.서윤은 답장을 작성했다.‘이번 전시는 비판매 전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품 판매는 진행하지 않을 예정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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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오전 10시 20분.한서윤은 작은 서점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개점한 지 몇 주가 지나면서 처음에는 낯설었던 공간도 제법 익숙해졌다. 책장에는 새로 들여놓은 책들이 꽂혀 있었고, 창가에는 차도현이 앉았던 작은 책상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서윤은 전날 판매 내역을 확인한 뒤 책장 사이를 정리했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도현이었다.“아내, 도착하셨습니까?”“응. 방금 왔어.”“오늘은 오후에 일정이 있다고 하셨지요?”“응. 그림 수업은 없고, 예약 손님이 한 분 있어.”“몇 시입니까?”“오후 2시.”“알겠습니다. 저는 오후 4시쯤 들르겠습니다.”서윤은 웃었다.“당신 오늘도 올 거야?”“근처에 개인 일정이 있습니다.”“그럼 창가 자리 비워 둘게.”“다른 손님이 먼저 이용하시면 양보하십시오.”“알았어. 차도현 손님.”통화를 마친 서윤은 창가 책상에 놓인 작은 화병의 물을 갈았다.오전 11시 40분.서점에는 손님 3명이 머물고 있었다.한 사람은 그림책을 살펴보고 있었고, 다른 두 사람은 전시된 풍경화를 구경하고 있었다.서윤은 계산대에서 책을 포장하던 중 출입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어서 오세요.”고개를 들자 중년 여성이 서 있었다.단정한 베이지색 코트에 검은색 가방을 든 사람이었다.여성은 서점 내부를 천천히 둘러봤다.“여기가 한서윤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곳인가요?”“네. 제가 한서윤입니다.”“그렇군요.”여성은 잠시 서윤을 바라봤다.“생각보다 젊으시네요.”서윤은 가볍게 미소 지었다.“편하게 둘러보세요.”여성은 책장 쪽으로 걸어갔다.하지만 책을 꺼내지는 않았다.대신 벽에 걸린 그림들을 하나씩 살폈다.서윤은 다른 손님의 계산을 마친 뒤 여성에게 다가갔다.“찾으시는 작품이 있으세요?”여성이 고개를 돌렸다.“예전에 그리신 그림도 여기 있나요?”“네. 몇 점 전시하고 있어요.”“오후의 서점이라는 그림이요.”서윤의 눈이 조금 커졌다.“그 작품을 아세요?”여성은 고개를 끄덕였다.“오래전에 본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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