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은 강진을 품에 안은 채, 장명희를 찾아 나섰다.가는 길마다 하객들의 시선이 그들을 따랐으나, 누구 하나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경성 안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선왕부의 적장손인 강진은 금덩이처럼 귀히 여겨졌기 때문이었다.밖에만 나서면 언제나 세자가 직접 안고 다녔고, 들리는 바에 의하면 강진이 이유식을 시작한 뒤로는 틈만 나면 강준이 직접 먹이고, 목욕까지 도맡았다 하였다.강준이 강진을 안은 채 장명희 앞에 나서자, 강진은 잽싸게 장명희 품으로 파고들며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외조모.”장명희는 웃음을 감추지
강진이 돌을 맞던 해, 국공부에는 두 가지 경사가 찾아들었다.하나는 부가은이 아이를 품게 된 것이며, 다른 하나는 소희의 혼사가 정해진 일이었다. 소희를 마음에 둔 이는 문 대감의 장자 문주헌이었다.문 부인은 까다로운 성품은 아니었으나, 그다지 호락호락한 사람도 아니었다. 소희가 국공부의 서녀인 탓에, 자기 아들이 서녀를 아내로 맞는 것이 못내 내키지 않아 한동안 완강히 반대하였다.결국 강준이 몸소 문부를 찾았다.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 뒤로 혼사는 거침없이 성사되었다.문주헌은 나이도 있는 데다 본인도
아이가 태어난 뒤로, 소은은 부부간의 일에 예전만큼 마음이 가지 않았다.강준도 처음에는 그녀 뜻을 존중하며 조용히 지냈다. 아이를 돌보고 조정 일까지 겸하다 보니 그 역시 고단하였고, 굳이 말 꺼낼 마음도 없었던 것이다.허나 시간이 흐르자, 강준은 차츰 그리움이 쌓였다. 그 일은 부부의 정을 돈독히 하는 데 중요한 것이라 여겼고, 그조차 없게 되면 마음도 멀어질까 염려되었다.몇 번 마음을 내비쳤으나, 소은은 번번이 그저 슬쩍 넘겼다.어느 날, 정무를 마친 뒤 우연히 장이공자와 마주쳤고, 동행하던 이들과 함께 한참을 이야기를
국상으로 인해 경성 안은 석 달 간 연희를 금해야 했으나, 택원은 백성의 생계를 걱정하였다. 장사를 하며 수공품을 파는 이들이 적지 않았기에, 금연희 석 달을 한 달로 줄이고, 이후로는 역대 임금들도 모두 그렇게 따르게 하였다.소은은 강준과 함께 궐에 들어가 선제의 장례에 참여하였다.택문은 경무제가 위독해진 뒤로 줄곧 대리사에 갇혀 있다가, 이날에야 장례 참석을 위해 잠시 풀려났다. 한때 기세등등하던 그는 이제 얼굴엔 죽은 기운만 감돌고, 황자의 품위라곤 찾을 길이 없었다.그는 한켠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그것이 선제에 대
장명희는 몇 마디 만류하였다.선왕비는 말했다.“사돈댁도 이제는 저 아이가 아이 낳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한번쯤은 직접 보게 해야지요. 그냥 두시지요.”이에 장명희는 더 말하지 않았다.소은은 첫 아이였으니 순탄하게 나올 리 없었다. 강준은 수많은 전장을 지나며, 시신이 뒹구는 광경조차 셀 수 없이 보아왔지만, 소은이 눈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미어졌다.“소은아…”강준이 다가가 위로하려 하자, 소은이 말했다.“낭군께서 곁에 계시면, 마음이 흐트러집니다.”결국 강준은 밖으로 내몰렸다.다행히 고통이
소은은 강준이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직후, 처음에는 약간의 의지와 호기심을 품었을 뿐이었다.예컨대 그녀는 물었다. 전생의 기억이 돌아온 것인지, 아니면 육신 속에 또 하나의 넋이 깃든 것인지.강준은 잠시 생각한 뒤에 말했다.“그대와 마찬가지다. 전생의 기억도, 이생의 기억도, 모두 나의 것이다. 내게 있어서는 단지 두 생의 기억에 더해 진명우로 살아간 기억이 하나 더 있는 셈이지. 하지만 그 모두가 다 나다.”소은은 다시 물었다.“내가 그때 작요를 진명우에게 준 일, 그대는 어찌 생각하였는지요? 가짜 진명우, 진짜 강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