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그대와는 친분도 없는데, 선뜻 도움을 주겠다고 나서니, 저로선 믿긴 어렵군요.”택원은 감정 없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소은은 그런 그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내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그는 분명 자신과 강준 사이의 일들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량주와 옹주에서의 일들까지도 훤히 꿰뚫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믿기 어렵다”라는 말이 나온 것은 다른 이와 깊게 얽힌 자는 중용하기 어렵다는 뜻이었다.택원은 겉으로 보기엔 공격성이라곤 없는 인물이었다.모든 것을 개의치 않고 누구도 신경 쓰지 않으며 권력에 대한 야심도
소윤의 얼굴빛이 한층 더 창백해졌고 늘어뜨린 손은 무의식적으로 손수건을 움켜쥐었다. 처음엔 위청이 찾아와 고개를 숙이면, 그와 함께 돌아가려 했다.하지만 지금은 돌아갈 마음이 싹 사라져 버렸다.이제 그를 그냥 돌려보낼 사람만 찾으면 될 지경이었다.“소은은 지금 뭘 하고 있느냐?”“소은 아가씨께선 방금 전 외출하셨고 도련님과는 문밖에서 마주치셨습니다.”소윤의 눈에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역시나.조금 전 위청이 무심코 입 밖에 낼 뻔한 이름은 바로 ‘소은’이었다.그게… 그녀로선 가장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한편
“이제 혼인한 지 얼마나 됐다고, 게다가 이제 막 아이까지 낳았는데...”소은은 충격이었다.전생에서는 위청이 이 시점에 첩을 들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런 사내야 세상에 널렸단다.”장명희는 담담하게 말했다.“혼인한 너에게도 이런 일을 겪지 않으리란 법은 없지. 그런 일이 생기면 넌 어쩌겠느냐?"소은은 임신 중에 남편이 첩을 드리는 건 도무지 용납할 수 없었다. 아니, 시기와 관계없이 첩을 드리는 일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어머니가 이 말을 꺼낸 이유도 알고 있었다.딸이 훗날 진짜 그런 일을 겪게
“언니.”소은도 오랜만에 그녀를 보는지라, 너무 반가웠다.소윤 역시 기뻤다. 위씨 가문은 이제 그녀 집이었지만, 자라온 소국공부만은 못했다.“어느새 어엿한 아가씨가 되었구나.”소윤의 말투엔 어딘가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한때 국공부에서 주목받는 여인은 자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은이 더 주목받고 있었고, 자신을 언급하는 이는 드물었다.소은은 소윤 품에 안긴 아이를 내려다보았다.아직 몇 달밖에 안 된 아기는 말갛게 잘 자랐다.그녀는 아이가 한 살쯤 되었을 때면 잘생긴 도령이 되어 있을 거라 확신했었다.그 아이는
정말로 공이 있다고 여긴다면 상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태도가 불분명하다는 것은 곧 벌이나 다름없었다.겉으로 보기에 이는 경무제가 여전히 소국공부를 경계하고 있다는 신호였다.이로 인해 소국공부에 대한 가문들의 태도가 한층 더 조심스럽게 바뀌었다.애초에 소철주가 외방으로 파견나간 일에 대해 관망하는 태도였고, 그렇지 않았다면 재주와 용모를 겸비한 소은에게 진작 심지연처럼 여러 가문에서 앞다투어 혼사를 제안했을 것이다.경무제의 미묘한 태도는 소은의 혼사에 더 큰 어려움을 가져다주었다.반면, 선왕부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소은은 서선을 떨군 채 말이 없었다.강준은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반년 후에 다시 보기로 하죠.” 소은은 한참을 생각한 끝에 조심스레 말했다. 무슨 생각에 잠겼는지 한동안 말이 없던 강준은 잠시 후 “그러죠.”하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바람이 너무 찹니다. 세자저하도 이제 안으로 드시지요.”그의 머리카락 사이로도 눈송이가 소복이 내려앉았다.“그래요.” 강준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방으로 돌아온 소은은 홀로 눈을 감상할 생각이었지만 어느새 강준이 다가와 그녀를 뒤에서 조용히 안았다.“이곳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