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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저를 치료해 준건 왕비님이에요.

차가워진 찐빵을 절반 정도 먹고나서 한참이 지나니 그녀의 기력도 어느 정도 회복이되는듯 했다. 바닥에서 애써 몸을 일으켜 탁자 옆 의자에 앉아 탁자에 엎드렸다. 허나 상반신을 일으켜 물을 따를 힘은 없어서 그나마 잔에 남아 있던 차로 일단 목부터 추겼다..

이윽고 조금 나아진 느낌이 들어서 엎드리려고 천천히 두 다리를 뒤로 움직여 보았다. 그러나 기력이 부족한 나머지 그대로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그 충격에 등에 난 상처에서 저릿한 아픔이 전해졌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그 아픔이 어느정도 사그러지기 까지 버틴후 팔꿈치로 기어가 약 상자를 찾아냈다. 어둠속에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소염제와 해열제의 위치는 기억하고 있었다.

주사를 맞을 수 없으니 약의 복용량을 늘이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 반시간 정도 지난후 그녀는 비타민C를 찾아내여 몇 알 집어먹었다. 물과함께 삼킬수도 없어 씹어서 삼킨 그녀는 비타민C의 시큼한 맛에 정신이 번쩍 드는듯 했다.

약을 다 먹은 그녀는 몸을 웅쿠린채 바닥에 누워 천천히 숨을 골랐다. 이 정도의 육체적인 고통은 태여난후 처음 겪어 보는 것이였다. 이번에 맞은 곤장은 그녀로 하여금 이 시대는 자신이 살던 곳과 매우 다름을 제대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 곳은 높은 권력과 위치를 가진 자는 사람의 명줄도 손에 쥐고 있는 곳이였다.

그리고 그녀의 명줄은 초왕의 손에 쥐여 있었다.

이 곳에서 살아 남으려면 반드시 이러한 생존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다만 그 아이는 어떻게 됐는지 걱정됐다. 비록 상처는 처치했지만, 약을 쓰지 않으면 제대로 나을 수 있는건 아니였기 때문이다.

***

한편, 약을 먹은 화가는 다시 고열이 시달리고 있었다.

기씨 어멈은 마음이 급해졌다. 분명 낮에는 좋아지고 있었는데, 왜 밤이 되니 다시 열이 나기 시작하는지 알수가 없었다.

녹아도 덩달아 급해졌다: “아니면, 제가 다시 이씨 의원을 불러 올가요?”

기씨 어멈은 열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며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손자를 바라 보다가, 이씨 의원과 다섯 냥의 은자, 그리고 두 첩의 약을 떠올렸다. 자신은 정말 돈이 없었다. 그녀는 절망이 서린 목소리로로 말했다.

“쓸데없어, 쓸데없다고.”

녹아는 급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그럼 어떡해요? 이렇게 손 놓고 화용이를….”

다음 단어는 차마 입밖에 내지 못했다.

기씨 어멈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눈에 슬픔과 분노가 서렸다.

“화용이가 잘못되기만 한다면, 반드시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왕비를 죽여버릴 거야.”

그녀에게 유일하게 남은 건 손주 하나뿐이었다. 손주마저 없다면, 그녀에게는 더 살아갈 의미가 없었다.

그 여자는 왕비였으며 경후의 적녀였다. 그녀를 죽인다면 자신도 반드시 살아 남지 못할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이 늙은 목숨 따윈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기씨어멈의 저주 섞인 말을 들었는지 화용이는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눈을 뜬 화용이는 열 때문에 얼굴이 뜨겁게 달아 오르고 빨개져 있었다. 일찍 철이 들어 버린 어린 아이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 저 괜찮아요.”

기씨 어멈은 눈물을 흘리며 거칠한 손으로 손주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녀는 이를 갈며 말했다.

“걱정말아라, 할미가 꼭 너의 복수을 해주마. 절대 원씨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

그 말에 화용이는 깜짝 놀랐다.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려다 힘이 빠져 다시 누운채 아이는 숨을 돌이키며 말했다.

“왕비님은… 저를 치료해 주셨어요. 왕비님은 좋은 분이세요.”

녹아는 어리둥절했다.

“화용이가 열 때문에 제 정신이 아닌가 봐요.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죠?”

화용이는 다급한 마음으로 계속 말했다.

“왕비님은 제 상처를 처리해 주신게 분명해요. 고름도 빼내고 약을 먹으면 좋아진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또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괜찮을 거라고도 하셨는걸요.”

온 힘을 다해 말을 마친 아이는 더이상 말을 이어가는게 힘이 드는지 숨을 크게 들이 쉬었다.

기씨 어멈은 놀란 얼굴로 화용이를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왕비가 너를 해치려 한 것이 아니고?”

“저를 해치지 않으셨어요….”

허나 화용이의 남은 한쪽 눈이 점점 초점을 잃어가는듯 했다.

“할머니, 저 너무 추워요.”

아이는 온몸을 떨며 입을 벌려 가까스로 숨을 쉬려 하였다. 그러나 날숨만 보일 뿐, 들숨은 보이지 않았다.

“녹아야, 화용이를 좀 살펴다오. 왕비님을 모셔와야겠어.”

기씨 어멈은 곧 등불을 들고 뛰쳐나갔다.

단숨에 봉의각으로 달려간 기씨 어멈은 문을 열고 등불로 방 안을 비췄다. 그리고 초라한 몰골로 바닥에 엎드려 있는 원경능을 발견했다.

바닥에는 산산조각 난 물건들이 가득했다. 그날 이후로 그 누구도 봉의각을 정리하러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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