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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자기 자신을 구하다.

탕양은 녹아에게 약을 짓게 하고, 기씨 어멈에게 몇 마디 위로의 말을 건넨뒤 그 곳을 떠났다.

기씨 어멈은 계속 화용이를 돌보고 있었고 날이 어두워 지자 부쩍 겁이 나기 시작했다.

녹아도 기씨어멈의 곁에서 함께 지키고 있다. 두 사람은 숨을 죽인채 조용히 화용이를 지켜봤다. 그가 어느 순간부터 더이상 숨을 쉬지 않을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깊이 잠들었던 화용이는 뜻밖에도 자시가 가까워지자 깨어났다. 아이는 한쪽 눈을 천천히 뜨더니 기씨 어멈을 바라보았다.

“할머니, 저 배고파요!”

기씨 어멈은 놀랍고도 기쁜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상처가 번지면서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심지어 그녀가 힘들게 구해온 양유(羊奶) 역시 한모금도 넘기지 못했던 화용이다.

기씨 어멈은 손을 뻗어 아이의 이마를 만져보았다. 의외로 그렇게 뜨겁지 않았다.

“의원님의 약이 효과가 있구나, 효과가 있어!”

기씨 어멈은 기쁨에 겨워 녹아에게 말했다.

“그러게요, 의원님의 약이 효과가 있나 봐요!”

녹아도 덩달아 기뻐했다.

***

다음날 이씨 의원은 다시 초왕부로 모셔졌다.

그 아이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소식에 그는 신기해 했다.

“이 녀석은 명줄이 참 길구먼. 다 죽어가던 참이었는데.”

기씨 어멈은 무릎을 꿇으며 머리를 조아렸다.

“의원님, 약을 하나 더 지어주십시오. 제 손주 녀석 좀 살려주십시오.”

이씨 의원은 잠시 멍해졌다. 어제 처방한 약은 전혀 아이를 치료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기껏해야 통증을 멎게 하고 진정시키는데 쓰였을 뿐, 상처 치유에는 큰 효과가 있는 약이 절대 아니였다.

그러나, 어쩌면 우연히 맞아 떨어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화용의 맥을 짚어보니, 확실히 어제보다 나아 보였고 몸도 더는 뜨겁지 않았다.

하여 그는 다른 처방을 내렸다.

“시녀를 불러 나를 따라와 약을 지으라 이르게. 연속 이틀 동안 먹여야 하네. 상처에 바르는 가루약도 마찬가질세. 호전을 보이면 계속 약을 지으러 오게.”

“감사합니다, 의원님!”

“진찰비와 약값은 누가 내는가?”

의원이 물었다.

어제의 진찰비는 탕양이 내주었다. 그러나 오늘의 진찰비와 약값은 기씨 어멈이 부담해야 했다.

기씨 어멈은 의원이 펼친 손가락을 보며 떠보듯이 물었다.

“오십 문(文)인가요?”

“다섯 냥(两)이네!”

이씨 의원이 기분이 상한다는 듯이 말했다.

자신은 돌팔이가 아니고, 몇십 문밖에 안 되는 약은 처방하지 않는 위원이다.

기씨 어멈은 너무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자 다섯 냥이라니, 그녀의 반년치 품삯이었다.

고작 약 두 첩일 뿐인데….

그러나 손자의 목숨은 당연히 돈보다 귀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은자 다섯 냥을 의원에게 건네주었다.

녹아는 약을 지으러 이씨 의원을 따라 나섰다가 다시 돌아오니 기씨 어멈이 하염없이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녹아는 기씨어멈을 위로하려고 말을 건넸다.

“어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화용이는 꼭 좋아질 거에요.”

기씨 어멈은 원망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어찌 그리도 독한 사람이 있단 말이지? 그때 내가 문을 박차고 들어가보니, 왕비가 칼로 화용이의 눈을 긋고 있었어. 그 여자를 죽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야. 화용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나도 더는 못살아. 이 한 목숨 바쳐서라도 왕비를 죽여버리고 말 것이야.”

녹아는 그녀를 달래며 말했다.

“화내지 마세요. 그러다 몸이라도 상하면 얼마나 억울해요. 왕야께서도 하명하셨어요. 왕비가 스스로 죽어가도록 내버려 두라고요. 그렇게 다쳤으니, 얼마 못 버틸 거에요. 그리고 저도 더이상 왕비한테 밥을 가져다 주지 않고 있어요. 앓다 죽어도 좋고 굶어 죽어도 좋으니, 결국엔 앙갚음은 한 셈이에요.”

***

봉의각.

원경능은 자신이 얼마 동안 이 곳에 쓰러져 있었는지 알수가 없었다. 천천히 눈을 떴을때 주변은 이미 칠흑 같이 어두웠다.

그 와중에 그녀는 연구실에 다녀오는 꿈을 꾸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바닥을 더듬으며 책상 근처로 기어갔다. 탁자 위에는 차와 찐빵이 놓여져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물도 마셔야 하고, 먹을 것도 좀 먹어야 했다.

약 상자 안에는 포도당이 없어서 자신에게 수액을 놓을 수가 없었다.

불과 몇 걸음 안 되는 거리였지만, 그녀는 한참을 기여갔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나려고 애썼다. 허나 곧이어 다리에 힘이 풀린 나머지 그대로 무릎이 꺽이며 다시 주저앉아 버렸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그녀는 탁자에서 찐빵을 집어들었다. 어쩔수 없이 바닥에 엎드린채 그녀는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신이 현재 열이 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라 위장에 무리가 갈까 봐 너무 많이 먹을 엄두는 못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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