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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저는 현왕 전하께 그 어떤 마음도 품은 적 없습니다!”

고월영이 바둥거렸지만 몸은 어느새 강현준의 품에 갇혀 버렸다.

그는 훤칠한 몸으로 점점 그녀를 압박했다.

이는 명백히 선을 넘은 처사였다.

고월영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

“이거 놓으세요! 자중하시옵소서, 현왕 전하!”

“자중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여왕비가 아닌가?”

강현준이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며 반박했다.

“먼저 내 품에 달려든 사람도 여왕비였지 않나.”

“여왕비의 신분으로 왕부에 시집온 사람이 어찌 한번도 아니고 매번 형인 나에게 몸을 던지는 거지? 여왕비야말로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왕부에 시집온 게 아닌가?”

그의 시선이 그녀의 목덜미에 머물렀다.

하얀 목덜미에는 남자가 남긴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흔적만 보아도 어젯밤 그들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알 수 있었다.

강현준의 눈빛이 점점 탁해졌다.

고월영은 두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치려 했지만 그의 몸에서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강현우가 그녀를 안으려고 했을 때도 이 정도로 몸이 뜨거웠던 것 같다.

강현준이 점점 몸을 압박해 오자 그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고월영은 눈물을 글썽이며 다급히 말했다.

“현왕 전하, 왜 이러십니까? 이거 놓으세요!”

“먼저 사내의 품에 몸을 던져 놓고 왜 이리 순진한 척을 하는 거지?”

그의 목소리는 싸늘했지만 맞닿은 그의 피부는 데일 정도로 뜨거웠다.

가까이 몸을 밀착했기에 고월영은 점점 딱딱해지는 그의 신체적 변화를 세세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건 너무해! 선을 넘었어!’

“현왕 전하, 당신은 제 부군의 형님이십니다!”

고월영이 필사적으로 저항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럴수록 두 사람의 몸이 더 질척하게 엉킬뿐이었다.

참을 수 없는 수치심이 올라왔다.

“이거 놓으세요, 전하!”

강현준은 고개를 숙이고 두려움에 떠는 그녀의 얼굴을 감상했다.

“왕비는 이 몸이 현우의 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내 품에 몸을 던졌잖느냐?”

먼저 다가온 여자를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정말 그런 거 아니옵니다. 전하께서 갑자기 걸음을 멈출 줄 몰랐습니다. 제가 잘못했으니 먼저 이것 좀 놓으세요.”

황궁에서 둘이 이런 자세로 같이 있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니까 일부러 그런 게 맞다는 거네?”

강현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런 거 아닙니다!”

고월영은 경악했다. 이 사람과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게 왜 이리도 힘들까?

그는 말이 통하지 않는 사내였다.

“현왕 전하….”

“사람들한테 나에 관한 소문 못 들었나 보지? 난 먼저 안겨오는 여자를 거절할만큼 성인군자가 아니다.”

고월영은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강현준은 행동으로 알려주었다.

그는 그녀의 몸을 돌려세우고 뒤에서 그녀를 꽉 껴안았다.

고월영이 앞에 있는 바위를 손으로 짚고 중심을 잡으려던 순간, 아래쪽에서 서늘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의 거친 손이 그녀의 속치마를 들고 허리춤을 지분거리며 안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안 돼….”

고월영은 현왕이라는 자가 이렇게까지 막무가내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떻게 대궐에서 제수와 이런 미친 짓을 할 생각을 다 하지?

“전하, 하지 마세요….”

그런데 그때, 그들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져서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고월영은 그 순간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강현준은 음침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뒤에 서 있는 궁녀를 노려보았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궁녀가 털썩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현왕 전하,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저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눈가에 눈물점이 없다는 건 그가 여왕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현왕과 여왕비가 밤중에 이화원에서 밀회를 즐기다니…

그 궁녀는 충격적인 소식에 당장이라도 기절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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