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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시간이 약

강현우는 얼굴을 붉히며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나중은 못 보았습니다.”

단지 강현준이 뜨겁게 그녀의 입에 입술을 맞추는 장면을 보았을 뿐이었다.

그때는 무슨 생각인지 그들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평생 살면서 남녀 사이의 일을 겪어보지 않은 강현우였기에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뛰고 얼굴이 붉어졌다.

“형님께서… 저고리 고름을 풀 때 돌아왔습니다. 나중은… 정말 못 보았어요.”

강현준은 어색한 표정으로 기침했다.

“끝까지 가지는 않았다.”

적어도 그날 밤은 그랬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강현우 앞에만 서면 자꾸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방 안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색해졌다.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형제였지만 이 순간 갑자기 할 말이 없어졌다.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까?

한참이 지났을 때, 강현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또 할 말이 남았느냐?”

강현우는 긴 한숨을 내쉬고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형님과 월영이 사이에 서로에게 미련이 남은 것을 압니다. 그날 밤 월영이는 진심으로 형님을 밀쳐내지 않았어요.”

강현준은 말없이 붓대만 놀릴 뿐이었다.

강현우는 계속해서 말했다.

“만약 정말 형님께 마음이 없었더라면 제가 아는 월영이는 죽음을 불사하고서라도 거절했을 겁니다.”

붓대를 잡은 강현준의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그가 아는 고월영이라면 죽더라도 원하지 않는 일은 거부하는 성격이었다.

적어도 그날 밤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자 기분이 조금은 좋아졌다.

역시 쌍둥이라서 그런지 강현우보다 강현준의 마음을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시안의 죽음이 월영이의 마음에 너무 큰 상처를 안겨서 아마 잠시는 잊어버릴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나중에 상처가 아물고 옅어지면 형님을 다시 떠올리게 될 거라고 믿어요.”

“녀석, 언제부터 이렇게 듣기 좋은 말만 골라했지?”

강현준은 붓을 내려놓고 찻잔에 차를 따라 동생에게 건넸다.

“말하느라 목도 말랐을 텐데 차나 한잔 하고 가거라.”

강현우는 찻잔을 받아 한숨에 삼켜버렸다.

형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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