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의원 말이 진짜였나 봐.""응, 잘됐네.""예천우, 고마워!"임완유가 감격스러운 듯 흥분해서 말했다. 인수되는 회사와 인수하는 회사가 함께 발표회를 한다. 예천우가 전에 말했던 상황과 일치했다.인수 발표는 거의 정해진 것과 다름없었다. "이번에 정말로 되면 우리 의원님께 제대로 감사 인사드리자. 특히, 넌 의원님 없었으면 천해시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거야."임완유가 말했다."그래, 감사 인사해야지." 예천우도 말했다."다름에 같이 가서 인사하자.""좋아!"임완유는 이 소식을 얼른 할아버지에게 전했다.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이 소식을 들은 유은수는 넋이 나갔다, 예천우의 말이 진실이었다. 이번 인수 계획이 일으킨 파동은 엄청났다. 오후 2시 무렵, 둘째 할아버지도 이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어느새 오후 2시 반이 되었고 발표회는 예정대로 정시에 시작되었다.담양은 신학그룹을 정식으로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임완유는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담양은 곧 신학그룹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직접 책임질 것이고 부채든 뭐든 전부 감수하겠다고 발표했다.유씨 부자에게 사기당한 돈은 발표회가 끝나자마자 즉시 상환받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이 말을 들은 임완유는 감격스러움을 참지 못하고 예천우를 와락 끌어안았다. "천우야,고마워!"예천우는 갑자기 자기를 꽉 껴안는 임완유 때문에 온몸이 굳어 어쩔 줄 몰랐다.전에는 그가 무슨 짓을 해도 신경도 쓰지 않던 임완유였다.그런데 오늘은 사소한 일에 이렇게 감동을 하며 포옹까지 한다.게다가 예전에는 이름 석 자를 딱딱하게 부르던 그녀가 지금 친근하게 이름을 불러줬다.예천우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이 임완유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던 것이다.가문이 곤경에 처해 있었고 그들은 손실을 감당할 능력이 안되었다.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 개혁으로 스트레스가 컸고 일찍이 그녀에게 불만을 느꼈던 사람들은 이번 기회에 그녀를 밀어낼 틈만 노렸을 것이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완유
모두가 좋아하고 있을 무렵, 유은수 혼자 울상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 있어!"그녀는 예천우를 향해 불같이 화를 냈다. "예천우, 네가! 네가 우리를 또 속였어!"예천우는 임완유의 스킨십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유은수가 찬물을 끼얹은 바람에 기분이 확 깨졌다. 임완유가 화를 내며 말했다. "엄마, 무슨 소리예요.""내가 틀린 말 했니? 예천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 인수하는 걸 내가 허락했겠니?" 유은수의 얼굴에 분노가 가득했다.심지어 뭐가 그리 억울했는지 울상이 되어 다시 말했다. "예천우! 당장 돈을 물어줘!"그러나 임강은 그간 했던 행동이 부끄러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임완유는 유은수의 몰상식한 행동에 분노했다. "엄마, 억지 좀 부리지 마요!""너 무슨 뜻이니? 내가 말을 잘못한 거니?""그래, 딸 키워봤자 아무 소용 없다더니...""아이고, 내 인생... 어쩜 저런 불효자를 배 아프게 낳아서는...""됐어, 창피하지도 않아? 그만 좀 해." 옆에서 지켜보던 할아버지가 노여워했다. "네 방 올라가서 징징대."유은수는 눈물을 흘리지도 않으면서 쇼를 했고 그걸 눈치챈 할아버지가 지겹다는 듯 노여워한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유은수는 울음을 뚝 그치고 매섭게 예천우를 노려본 뒤에야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예천우를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듯 아주 살벌하게 노려보았다.임강은 답답한 채로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사실 그도 후회가 되었다. 진작 딸의 말을 믿고 기다렸으면 더 큰 이득이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 귀신에게 홀리기라도 했는지 당장 돈을 내놓으라고 떼를 썼고 결국 이 사달이 난 것이다.한편, 둘째 할아버지 일가와 친척들도 관련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모두 분통을 터트렸다.몇 시간을 참지 못해 절반이나 되는 돈을 잃은 셈이다.그들은 이 결과를 쉬이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떻게든 남은 돈을 전부 돌려받고 싶었다.그래서 둘째 할아버지를 찾아가 도와달라고 했다.하지만 그도 자기가 한 행동이 있었기에
"네.""천우야, 시간도 늦었는데 이제 돌아가거라." 어르신은 분명 전보다 많이 누그러진 태도로 그를 대했다."네, 그럼 먼저 일어나겠습니다."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옆에서 망설이던 임완유도 그의 뒤를 따라갔다.이 장면을 지켜보던 어르신이 눈살을 찌푸렸다. 자기 손녀가 예천우를 정말 좋아할까 봐 근심이 되었다.예천우는 확실히 괜찮은 사람이지만 너무 평범한 사람이라 그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자기 손녀를 평생 행복하게 해줄지도 의문이었고 보호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하지만 옛 친구의 손자는 외모도 출중하지만, 배경이 뛰어나 자기 손녀를 말 그대로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할아버지가 기분이 안 좋아서 저러시는 거야. 너무 마음에 두지 마." 임완유는 그를 위안했다."괜찮아. 당신만 나한테 잘해주면 돼.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아." 예천우는 그녀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가족이 자기를 어떻게 대하든 그는 상관없었다. 임완유만 없었어도 그는 자기 신분을 그들에게 밝혔을 것이다.하지만 임완유는 예천우가 아까 자기의 스킨십을 오해했을까 봐 말을 덧붙였다. "아까 안은 건, 너무 흥분해서 나도 모르게 한 행동이야. 오해하지 마."예천우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오해?""응, 전에도 말했지만 우리는 함께 갈 수 없는 사람이야." 임완유는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아, 나도 알아."예천우가 미소를 지은 뒤 몸을 돌려 걸었다. 그는 임완유를 원망하지 않았다.인수가 발표되면서 사람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유걸 부자에게 속인 사람들은 지분을 내놓고 돈을 돌려받았다.임완유는 예천우의 말대로 되찾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의 다른 주주들은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전부 할아버지의 사람들이고 그들도 지분이 있었다.게다가 할아버지는 신학그룹은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다.신학그룹을 인수한 것은 대기업의 파산으로 발생하는 일련의 경제적인 문제를 피면 하기 위함이라고 여겼다.언젠간 신학그룹이 무너질 거라고 판단했
황호건은 정확하게 알아맞힌 이유를 어물쩍하게 넘어갈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진실을 토로했다. 물론 예천우의 신분을 제외하고 알려줬다.그의 상사도 별 의심 없이 예천우와 관계를 잘 맺으라는 조언만 했다. 예천우는 분명 범상치 않은 사람이다, 교토의 모든 소식을 알고 있는 대단한 사람이다.전화를 끊은 황호건은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예천우에 대한 경이로움만 생겼다.마침 이때, 아버지를 찾아온 황유훈은 넋이 나간 그의 모습에 급히 물었다.황호건도 아들에게 숨김 없이 말했다.진실을 알게 된 그는 예천우에 대한 존경스러움이 커졌다.그는 집으로 돌아가 말자 소문하에게 연락해 이 소식을 알렸다. "네가 예천우 선생님과 친해지면 네 운명이 바뀔 거야.""무슨 말이야?" 소문하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황유훈은 아버지가 알려준 사실을 그에게 말했다.소문하는 이 얘기를 듣마자마자 입을 떡 벌렸다. 예천우가 대종사를 죽인 것은 알게 되었을 때 그는 담양과 그의 사이를 짐작했다.그는 담양이 어떻게 신학그룹을 인수하게 되었는지 의문이었다.그러나 그 이유를 지금 알게 되었다."알려줘서 고마워.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생겨도 우리 둘은 영원히 함께 하는 거야."소문하는 자기의 운명을 바꿀지도 모르는 이 사실에 흥분에 찼다. 태어나자마자 사생아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런데 이제는 소씨 가문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는 패가 그의 손에 들어왔다.그는 즉시 가장 먼저 시에 해당 소식을 전해 개발구 주변의 관련 재산권 양도를 봉쇄했다.일부 사람들이 정보의 시차를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면 안 되기 때문이다.신학그룹이 회생하고 몸값이 폭등했다는 소문이 일파만장으로 퍼졌다.사람들은 신도시 개발 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 덕분에 많은 사람이 일확천금을 이루었다.그러나 신학그룹의 지분을 소유했었던 일부 사람들은 이 소식에 피를 토하며 후회하고 있었다.진작에 이 소식을 알았더라면 그들은 절대 중도에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부지 가격이 폭등만 하더라도 많은 부를 챙
“아무리 지금 우리에게 신학그룹이 있다고 해도 살 길이 없어.” “나도 알아.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예천우라는 괴물을 건드리지만 않았어도…….” 유걸은 그제야 예천우는 자신이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예천우에게 있어서 자신을 죽이는 건 개미 한 마리를 죽이는 것과 같이 쉬운 일이라는 것도 알았다. 임씨 가문의 사람들도 이 소식을 듣고 땅을 치며 후회했다. 특히 임씨 어르신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왜냐하면 애초에 손녀가 지분을 남기자고 강력하게 요구했는데 자신의 압박으로 인해 돈으로 바꿨기 때문이었다. 물론 손해 본 건 없었다. 심지어 조금 벌었다. 하지만 그건 모두 임씨 가문의 손이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임씨 가문의 자산이 배로 늘어날 텐데 자신 때문에 망한 것이었다. 하지만 임완유는 처음엔 답답했지만 바로 내려놓았다. 그녀는 어쩌면 그게 자기의 돈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임완유는 예천우가 이런 비밀 정보를 알려줬지만 자신이 견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할아버지를 탓하지 않았다. 그녀는 예천우의 마음을 저버린 게 미안했다. 그다음으로 미안한 사람은 소식을 알려줬던 채의원이었다. 위험을 무릎 쓰고 이런 비밀 정보를 알려줬는데 그녀는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 임완유는 예천우에게 전화를 걸어 같이 밥 먹자고 했다. 그녀는 예천우에게 사과하고 싶었다. 임씨 가문이 예천우를 좋아하지 않아 그는 임씨 가문에서 묵지 않았다. 두 사람은 술집에 도착했는데 바로 친구의 가게였다. “예천우, 신도시 개발하는 거 들었지?” 술안주가 올라오자 두 사람은 먹으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응, 지분 팔았다며?” “미안해, 네가 기껏 정보를 알려줬는데.” “아니야. 나야 뭐 손해 본 것도 없는데.”예천우는 어차피 자기의 손으로 다시 돌아온 거라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그런데 네가 준 정보를 저버렸잖아. 특히 채 의원 말이야. 채 의원이 골동품을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감사의 표시로 하나 사드릴까?”임
예천우는 임완유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이혼할 사이인데 같은 회사에서 일해서 좋을 게 없잖아. 우리 관계 들키면 오히려 문제 삼을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매일 빈둥거리며 놀 수는 없잖아?” “나 할 일 있어.” “할 일이 뭔데? 말해봐.” 임완유는 화가 나서 물었다. “그게, 말하기 좀 그런데.” “쳇! 내가 보기엔 말을 할 수 없는 일이겠지. 저번에 그 여자친구랑 놀러 다니는 거 아니야?” 임완유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녀는 이 일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니야!” “나한테 너 말고 다른 여자는 없어.” 예천우가 말했다. “쳇, 누가 네 여자라는 거야?” 임완유는 얼굴이 빨개졌다. 하지만 마음속으론 왠지 기뻤다. “네가 싫다면 됐어. 나도 신경 써서 자리 안배하지 않아도 되고 잘 됐네.” “그래. 어차피 너만 있으면 난 굶진 않을 테니까.” “너…… 너 정말 답이 없다. 너 이러다가 우리 이혼하면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래?” 임완유가 말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그땐 다른 여자가 날 먹여살릴지 누가 알아?” “꿈도 야무지시네. 나 말고 누가 널 먹여살릴 수 있다고 그래?” 임완유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그날 아름다운 여자가 생각났다. ‘그 여자라면 예천우에게 돈 써주겠지?’ “왜? 질투하는 거야?” 예천우가 물었다. “내가 질투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임완유는 황급히 부인했다.사실 그녀도 자신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한쪽으로는 빨리 이혼했으면 하면서도 다른 한쪽으로는 상대방에게 미련이 남아있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함께 있어서 그런 거라고 자신을 위로했다. ‘게다가 첫날밤을 빼앗아간 나쁜 놈도 예천우였어. 하지만 헤어지고 나면 이런 마음도 괜찮아지겠지.’ “나 화장실 갔다 올게.” 예천우는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자마자 밥 먹으러 온 장혁을 보았다. 장혁은 예천우를 보자 신나서 말했다. “정말 도련님이었어요? 나는 또 잘못 본 줄
“응!” “완유야, 내가 방금 아는 사람을 본 것 같아.” “누굴 봤는데? 혹시 예천우 아니야?” “아니야, 예천우라면 내가 말 안 했지.” “그럼 누군데?” “그게, 말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어.” 소정은 난감한 말투로 말했다. “우리 사이에 못할 말이 어디 있어?” “그래. 나도 넌 알아야 할 것 같아. 내가 본 사람이 바로 전에 너에게 빚졌다가 널 괴롭힌 장혁이야.” 임완유는 잠깐 멍했다가 바로 말했다. “그 사람을 본 게 뭐 어때서? 나와 그 사람 사이의 사건은 이미 끝났어.” “문제는 그 사람이…….” “뭔데? 왜 말을 우물쭈물하는 거야?” “그 사람이 예천우랑 같이 있었는데 사이가 좋은 것 같았어.” “그게 문제가 돼?” “당연하지!” “너 잊었어? 예전에 실신한 이유가 바로 장혁이 약을 타서였잖아. 장혁이 약을 타자마자 예천우가 나타나서 너의 첫날밤을 빼앗아간 거였잖아. 그리고 나중에 장혁이 널 괴롭히려고 할 때 예천우가 널 보호해 줬고. 더 이상한 건 넌 예천우의 약혼녀였고, 예천우는 돈도 권리도 없는 산에서 내려 온 사람이었다는 거야. 이 모든 게 너무 우연이라는 생각 들지 않아?” 소정은 숨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임완유는 멍해졌다. ‘그러게, 왜 그렇게 우연적이었지? 장혁이 약을 타자마자 예천우가 나타나서 날 보호해 줬어. 게다가 마침 그가 내 약혼자였다니. 우연이 너무 많이 겹치면 더 이상 우연이 아닌 거야. 설마 애초부터 장혁은 예천우의 사람이었을까? 예천우도 내가 자신의 약혼녀인 걸 알고, 산에서 온 사람이라고 인정받지 못할까 봐 장혁을 시켜서 그런 짓을 한 건가? 먼저 내 첫날밤을 빼앗고, 다시 날 구해줘서 임씨 가문 사위가 되는 게 그의 목적이었을까?’ “아…… 아닐 거야. 예천우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임완유는 중얼거렸다. “그의 속마음을 네가 어떻게 알겠어?” 소정은 옆에서 부채질을 했다. “그러게. 가끔 확실히 예천우를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따가 돌아오면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데 손에 든 건 뭐야?” 소정은 얼른 말을 돌렸다. “친구가 준 술인데 냄새가 좋더라고.” 예천우는 웃으며 임완유에게 물었다. “마셔볼래?” 그는 속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임완유가 왜 넋이 나간 얼굴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임완유는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이제야 예천우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해서 그 일들이 사실이 아니기만을 기도했다. 예천우가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을 보며 임완유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예천우, 내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반드시 사실대로 대답해야 돼.” 소정은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임완유가 자기의 말을 듣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쌍방이 대치하면 금방 사실이 드러나서 오해가 풀릴 텐데.’ 예천우는 소정을 힐끔 보며 소정이 무슨 말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정을 볼 필요 없어. 이 일은 소정과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까.” “완유야, 너무 성급해하지 말고, 일단 알아보고 물어봐.” 소정은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임완유는 참지 못하고 직접 물었다. “너 장혁이랑 친해?” 예천우는 생각하지도 않고 대답했다. “그럭저럭. 이 술도 장혁이 방금 준 거야.” “그렇게 친하면 왜 저번에 그 사람이 날 괴롭힐 때 모른척하며 싸웠어?” 임완유는 계속 물었다. “우린 바로 그때 싸우고 나서 알게 된 거야.” 예천우도 임완유의 뜻을 알아듣고 물었다. “완유야, 너 설마 내가 그전부터 장혁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방금 너와 장혁이 얘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걱정돼서 물었어. 아니면 됐어. 밥 먹자.” 임완유는 예천우를 믿는다는 표정으로 말했지만 마음속의 의심은 점점 커져갔다. 방금 그렇게 물어본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마음이 급해서 결과를 알고 싶어서였고, 두 번째는 소정의 말이 진실인지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소정이 말한 건 모두 사실이었어. 역시 여전히 내 편이야.’ 임완유는 더 이상 그 일을 언급하지 않았
예천우는 단호하게 말했다.“신향 씨는... 정말로 제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길 바라는 거예요?”“아...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그럼 됐어요. 정말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기회가 올 거예요.”예천우는 그렇게 말하며 이미 팔을 놓고 있는 이신향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말을 들은 이신향은 더 이상 매달릴 수 없었고 작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전부 천우 씨 뜻대로 할게요.”예천우는 더 미련 두지 않고 호텔 로비를 빠져나갔다.그런데 막 호텔을 나서자마자 눈에 띄는 광경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출입구 옆에 세워진 빨간 페라리 한대가 있었다.그 안에는 마치 현실감 없는 미모를 지닌 여자가 앉아 있었고 지나는 사람마다 시선을 빼앗겨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그녀의 매혹적인 자태는 모든 시선을 빨아들이는 자석 같았다.남자들은 저런 여자를 가질 수 있다면 뭐든 내놓을 수 있다는 표정들이었다.그런데 그 여자가 예천우를 보자마자 반가운 목소리로 외쳤다.“도련님!”예천우는 살짝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선우서림?’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바로 차량으로 다가가 탑승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 눈엔 그저 부러움 그 자체였다.차에 오르자마자 선우서림이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예상보다 더 빨리 끝났네?”“무슨 말이야.”예천우는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선우서림 정도의 정보력이라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 다 파악했을 터였다.“글쎄. 도련님이 뭘 했는지... 자신은 모를 리가 없겠지. 근데... 혹시 아까 그 여자랑... 안 잤어?”선우서림은 다소 실망스러운 듯 말했지만 그녀는 속으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예천우가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어야만 자신도 예천우의 애인이 될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예천우와 임완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건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근데 나를 왜 찾아왔어? 무슨
이신향은 예천우의 말을 듣자 괜히 마음이 울컥했다.‘천우 씨는 진짜 너무 좋은 사람이야...’“고마워요. 천우 씨, 사과도 해야 하지만... 오늘 정말... 너무 고마웠어요.” 그녀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천우 씨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은 물론이고... 전 제 인생 자체가 끝장났을 거예요.”그때 그 상황을 떠올리기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만약 그때 예천우가 없었다면 자신은 분명 조신우에게 끌려갔을 테고 그런 사람에게 붙잡혀 살게 된다면 인생은 고통뿐이었을 것이다.예천우는 담담하게 웃었다. “우린 친구잖아요. 서로 도우며 사는 거죠. 그리고 지금은 신향 씨도 저를 돕고 있잖아요.”“제가... 도와주고 있다고요?”이신향은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백성 그룹을 저 대신 이끌고 있잖아요.”“그건 제가 도와주는 게 아니라 천우 씨가 기회를 주신 거죠. 그렇게 얘기하니까 더 고맙잖아요.”이신향은 눈이 반짝이며 진심을 담아 말했고 예천우는 손을 들어서 막으며 고개를 저었다.“알겠어요. 고맙다는 말은 여기까지 해요. 더는 안 돼요.”예천우는 속으로 제발 대화가 빨리 끝났으면 하고 있었다.솔직히 지금 이 상황은... 너무 위험했다.마음은 잘 다잡고 있어도 몸은 솔직했기 때문이다.“알겠어요. 안 할게요. 대신 제가 몸으로 감사해도 된다면... 그럼 다시는 말 안 할게요.”이신향은 얼굴에 붉은 기운이 가득한 채로 그의 목을 감아 안으며 입을 맞췄다.그녀는 몸을 예천우에게 바짝 기대며 천천히 스치기 시작했다.예천우는 순간 멍해졌고 평소 같았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했을 텐데 이번엔... 늦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는 이런 감각을 즐기고 있었는지도 몰랐다.하지만 머릿속에는 신념이 확고했다.책임감이라는 단어가 그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서로의 체온이 뜨겁게 오르던 그 순간 예천우는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고 입을 열었다.“신향 씨, 잠깐만요... 제 말 좀 들어봐요.”이신향은 그의 눈빛이 진지하다는 걸 알아채고 조용히 멈췄
원래는 분명히 말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예천우는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동의 행동은 분명 호감 가는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고 일부는 분노를 자아낼 정도였다.하지만 예천우는 이제동도 아주 나쁘거나 악의적인 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단지 그도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무엇보다도 이신향은 아버지를 꽤 존경하고 있다는 걸 예천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재동도 딸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헤어지자고 말해버리면 이신향이 분명 상처받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았다.‘그래. 그냥 나중에 신향 씨가 직접 아버지에게 말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훨씬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어차피 예천우는 또다시 가짜 남자 친구 역할을 하며 불려 다닐 여유 따윈 없었다.조신우 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뒤 모두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보기만 해도 고급스럽고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그리고 그건 당연했다.오늘 올라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재료로 만든 귀한 음식들이었고 식당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최고급 요리였다.이재동 가족에게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고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입에 넣는 순간부터 반응이 달랐다. 그야말로 행복한 표정들이었다.그중에서도 이신향은 가장 들떠 있었고 기분도 최고였다.특히나 부모님이 오랜만에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그녀는 아버지와 그리고 예천우와 연거푸 술잔을 주고받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이재동의 주량은 꽤 대단했다.마오타이를 한 병 비운 뒤엔 더는 예천우의 귀한 술을 손대지 않았다.그 대신 이런 좋은 술은 아껴야 한다며 종업원에게 일반 백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런 걸 올리게 둘 리가 없었다.결국 종업원은 또 다른 비싼 술인 페이톈 마오타이를 내왔다.그렇게 술잔
“아!”도민현은 예천우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에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용왕님, 그게...”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사람을 시켜 움직이겠습니다!”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무리 상상해도 그는 믿기 어려웠다.‘용문을 이끄는 용왕님에게 또 다른... 그것도 이렇게 무서운 신분이 있었다니…’예천우가 용문 용왕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바로 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니... 이건 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용도 예씨 가문이라면... 수십 년 역사에 빛나는 용도에서 손꼽히는 네 개의 최고 명문 중 하나...’그 존재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도민현이 자리를 뜨자 남아 있던 이재동과 그의 가족들 또한 속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또 뭐야... 그건 또 얼마나 무서운 신분이야?’예씨 가문이 정확히 어떤 가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만 봐도 대단한 집안이라는 건 확실했다.특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응대하던 걸 보면 그 위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재동은 감히 따져 묻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저... 천우야.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내가 눈이 어두워서 네 진짜 실력을 알아보지 못했어. 괜한 말을 했고 또 멍청한 짓까지 해서 널 곤란하게 했구나... 그... 사과의 뜻으로 내가 술 석 잔 자진해서 마시겠으니 부디 용서해다오.”이재동은 급히 잔을 들고 술을 따르며 말했다.특히 아까 딸을 절대 예천우에게 줄 수는 없다면서 오직 조신우만이 이신향의 가장 적합한 혼처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만약 예천우가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했다면 이신향의...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재동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가 잘못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 인생의 갈림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절실했다.‘이건 우리 가족 운명을 바꿀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