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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Author: 종이워치
“응, 그것도 아주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야.”

“완유 이제 몇 살인데 아주 오래전부터라니?”

“어렸을 적이야.”

“소꿉친구? ”

“소꿉친구라고 하기에도 약간 애매해. 사실은 같이 있은 시간은 얼마 되지 않거든. 그래도 그 남자애가 완유 마음 깊숙이 자리 잡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어.”

“완유는 걔를 종종 떠올리군 해. 나한테도 몇 번이나 말한 적이 있어. 그 남자애가 언젠가는 꼭 찾아와서 자신과 결혼할 거라고.”

“완유도 줄곧 그 남자애를 기다리고 있어.”

소정의 말은 진실 반, 거짓 반이었다. 적어도 결혼과 기다린다는 말은 지어낸 얘기다.

“그래? 그 남자애 이름이 뭐야?”

예천우는 자신과 임완유의 관계를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물었다.

“이름은 몰라. 완유도 몰라. 리틀 거지라고 불렀던 것만 알고 있어.”

리틀 거지 네 글자에 예천우의 눈이 번쩍 뜨였다.

“확실해? 리틀 거지?”

소정은 예천우가 자신의 말을 안 믿는 줄 알았다. 거지를 좋아한다는 건 확실히 좀 이상하긴 했다.

“정말이야. 그때는 리틀 거지도 완유 이름을 몰랐어. 그저 예쁜이라고만 불렀지.”

“네가 이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는데, 다 사실이야. 완유는 아직도 그 애를 그리워하고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그 애가 준 펜던트도 항상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

자신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소정은 구구절절 말했다.

사실 예천우는 이미 사실임을 믿고 있었다. 좀 과장된 부분이 있다는 것도 대충 눈치챘다.

“나한테 왜 이 얘기를 하는 거야?”

“너한테 말해주고 싶어서. 완유는 널 좋아하지 않아.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더 중요한 건, 걔는 오래전부터 마음에 둔 사람이 있어.”

“그러니까, 너희 둘은 될 수 없어.”

소정은 진지하게 말했다.

“그래서?”

예천우가 입꼬리를 올리며 조롱하듯 물었다. 그가 소정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래서... 나 너 좋아해. 널 위해서 뭐든 다 할 수 있어. 날 고려해 보는 건 어때? 아니면 시험 삼아 사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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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왕 귀환   제1424화

    “장난이라니요?”예천우는 자신이 말한 게 그저 사실일 뿐인데 장난으로 들릴 정도인가 싶어서 잠깐 당황했다.“아닌가요?”박민정은 눈빛이 차갑게 흔들렸고 이어서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만약 예천우 씨가 그런 사람이면 더 이상 얘기할 필요 없겠네요.”박민정은 분명 화가 난 모습이었다. 사실 그녀는 내심 예천우를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아까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을 테고 더구나 그의 곁에 직접 앉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보니 이 남자는 입만 열면 허풍을 떠는 듯했고 겉으로 보이는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과는 전혀 달라 실망스러웠다. 이상하게도 그 점이 더욱 그녀의 화를 돋웠다. 임무고 뭐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두 잊어버릴 정도였다.그녀의 강한 반응에 예천우는 오히려 당황했다.‘이상하네... 내가 한 말이 설령 농담이었더라도 이렇게까지 화를 낼 일은 아닌데. 혹시 내가 잘못 짚은 건가? 이 여자가 나한테 접근하는 게 순수한 호감 때문인 건가?’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작은 일로 화낼 리 없었다. 게다가 그녀의 표정이나 행동은 연기라고 보기 어려웠다. 평생 무공 수련만 해온 그녀가 이렇게 정교한 감정 연기를 할 리가 없었다.그러나 이대로 가만히 두면 정말로 자리를 떠나버릴 것 같아서 예천우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녀의 손은 무척 부드럽고 섬세했으며 살짝 차가운 감촉이 매우 좋았다. 무심결에 닿은 그녀의 피부에 그는 잠깐 정신이 아찔했다.박민정은 갑자기 손이 붙잡히자 깜짝 놀라 얼굴이 발그레해졌고 황급히 손을 빼내며 부끄러움과 당황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뭐 하는 거죠?”“아, 미안해요. 그냥 농담이었어요. 너무 화내지 말아요.”예천우는 서둘러 사과했다.박민정은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잠시 망설이다 결국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냉랭한 어조로 다시 말을 걸었다.“그래서요? 저를 왜 부른 거죠? 본론을 얘기하세요.”“사실 별다른 이유는 없어요. 지난번 처음

  • 용왕 귀환   제1423화

    박민정은 예천우 앞으로 천천히 걸어왔지만 바로 앉지 않고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저를 찾으셨나요?”“네. 앉아서 천천히 얘기합시다.”예천우는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우서림이 애써 그녀를 데리고 왔으니 이 기회를 그냥 허투루 보낼 순 없었다.박민정은 자리를 한 번 살폈다. 선우서림은 안쪽 창가 쪽에 앉아 있었고 예천우는 복도 쪽에 앉아 일어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예천우 앞을 지나가기로 마음먹었다. 다만 엉덩이를 그쪽으로 돌린 채 몸을 옆으로 비스듬히 돌려 통과할 수밖에 없었다.그녀의 이런 행동은 순전히 사부님이 준 임무 때문이었다. 사부님은 그녀에게 예천우와 가깝게 지내라고 명령했고 이 정도의 사소한 불편함조차 견디지 못한다면 그가 가진 옥패를 가져오는 임무는 시작조차 할 수도 없게 끝날 것 같았다.예천우는 바로 앞에서 흔들리는 아름다운 실루엣과 눈앞에 가까워진 그녀의 매혹적인 뒷모습에 순간적으로 시선을 빼앗겼다. 앉아 있는 자신의 눈높이와 그녀의 서 있는 높이는 절묘해서 의도치 않게 그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하지만 박민정은 금방 자리에 앉더니 시선을 돌려 무슨 일이 있냐는 듯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는 속으로 빙긋 웃었다. 지금 박민정의 태도는 분명 하나를 증명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접근하고 싶어 하고 어떤 목적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절대 이런 행동을 용납할 리 없었고 지난번 만남처럼 당장 따귀라도 날리고 뒤돌아 가버렸을 테니 말이다.“아, 맞다. 아직 그쪽 이름이 뭔지도 제대로 못 모르네요.”예천우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을 건넸다.“박민정입니다.”“정말 아름다운 이름이네요. 이름처럼 순수하고 정 많은 분이신 것 같아요. 과연 이 세상 어떤 남자가 민정 씨를 얻을 행운을 얻게 될지 모르겠군요.”박민정은 이런 말이 전혀 달갑지 않았는지 냉랭한 표정으로 대꾸했다.“예천우 씨, 제가 여기 온 건 예천우 씨의 그런 빈말을 듣기 위해서가 아닙니다.”“제 이름을

  • 용왕 귀환   제1422화

    선우서림이 먼저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주변 사람들의 눈길이 일제히 그녀에게 쏠렸다. 특히 명품으로 온몸을 치장한 두 남자와 한 여자가 모여 있는 젊은 일행 쪽에서는 남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잠시 후 박민정과 그녀를 따르는 소정까지 비행기에 올랐다. 소정도 평범한 미인은 아니었지만 박민정에 비하면 한참 밀리는 수준이었다. 하얀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걸어오는 박민정의 등장으로 기내 사람들의 시선은 또 한 번 집중되었다.특히 그 젊은 일행 중 두 남자의 눈길이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이들 중 앞장서서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의 이름은 예명한이었고 옆에 있는 남자는 하위림, 여자는 그의 여동생 하은별이었다.하위림은 예명의 뒤를 따르는 동생이나 다름없었고 하은별은 오빠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예명한을 좋아하게 됐다. 하지만 예명한은 눈이 높아 그녀에게 별 관심이 없었고 하은별은 여전히 예명한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그녀가 예명한과 결혼한다면 용도의 명문 예씨 가문에 들어가는 것이었다.물론 지금의 예씨 가문은 과거의 지위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아직도 용도 4대 가문 중 하나였다. 혹시 나중에 4대 가문에서 밀려난다 해도 슈퍼급 명문 가문인 것은 변함이 없었다.예천우는 예리한 감각으로 이미 그들의 시선을 눈치채고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속으로는 또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아, 이럴 줄 알았으면 선우서림을 따라오게 두지 말 걸 그랬네. 또 번거로운 일을 만들겠어.’이번 여정은 특별히 중요한 일이 많아 쓸데없이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만약 그들이 자신에게 까불어댄다면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생각이었다.선우서림은 옆에서 예천우의 표정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도련님, 왜 그래? 누가 화나게 했어?”“아무것도 아냐.”예천우는 고개를 저었다. 선우서림은 겉보기엔 조용해 보여도 실제로는 성격이 칼같아서 만약 이 상황을 안다면 먼저 나서서 난리를 칠 게 분명했다.“알겠어.

  • 용왕 귀환   제1421화

    예천우의 단호한 태도에 선우서림은 더 이상 농담을 던지지 않았다. 자칫 과하게 나갔다가는 역효과가 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별다른 말 없이 조용히 예천우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선우서림은 함께 올라가지 않았고 비록 겉으로는 이 집에 자신의 방이 있다고 떠들고 다녔지만 사실 단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그녀는 예천우가 부인 임완유와 둘만의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조금 우스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늘 예천우를 도련님이라 부르면서 임완유는 형수님이라 부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선우서림이 보기에 임완유는 어디까지나 형수님에 가까웠다. 예천우의 부인은 오직 임완유 한 사람뿐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집으로 돌아온 예천우는 임완유와 오랜만에 깊고 다정한 시간을 보냈고 다음 날 이른 아침이 되자 그는 이미 공항 앞에 도착해 있었다.임완유 역시 바쁜 와중에 함께 나왔다. 이번 용도로 향하는 여정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그녀도 직감했기 때문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예천우를 배웅하러 온 것이었다.뒤이어 나타난 선우서림은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는 조용히 몸을 숨겼다. 그녀는 간단히 변장을 마치고 먼저 티켓을 확인한 뒤 홀로 탑승구로 들어섰다. 예천우가 어떤 상황을 싫어하는지 잘 알고 있기에 그녀는 그가 곤란해할 만한 상황은 철저히 피했다.곧 오전 아홉 시가 가까워지자 비행기의 출발 시각도 다가왔고 승객들의 탑승 절차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때 선우서림이 잠깐 멈칫하며 말했다.“도련님, 저기 좀 봐. 저번에 진나비 콘서트에서 봤던 그 여자 아니야?”예천우가 돌아보니 오늘 그녀는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마치 신선처럼 우아한 자태로 서 있었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이었지만 차갑고 무심한 표정 때문에 누구도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그녀 곁에는 지난번 봤던 소정이라는 어린 소녀도 있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미 봤어. 근데 우리랑 같은 비행기를 타다니... 우연이라

  • 용왕 귀환   제1420화

    예천우는 단호하게 말했다.“신향 씨는... 정말로 제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길 바라는 거예요?”“아...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그럼 됐어요. 정말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기회가 올 거예요.”예천우는 그렇게 말하며 이미 팔을 놓고 있는 이신향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말을 들은 이신향은 더 이상 매달릴 수 없었고 작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전부 천우 씨 뜻대로 할게요.”예천우는 더 미련 두지 않고 호텔 로비를 빠져나갔다.그런데 막 호텔을 나서자마자 눈에 띄는 광경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출입구 옆에 세워진 빨간 페라리 한대가 있었다.그 안에는 마치 현실감 없는 미모를 지닌 여자가 앉아 있었고 지나는 사람마다 시선을 빼앗겨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그녀의 매혹적인 자태는 모든 시선을 빨아들이는 자석 같았다.남자들은 저런 여자를 가질 수 있다면 뭐든 내놓을 수 있다는 표정들이었다.그런데 그 여자가 예천우를 보자마자 반가운 목소리로 외쳤다.“도련님!”예천우는 살짝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선우서림?’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바로 차량으로 다가가 탑승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 눈엔 그저 부러움 그 자체였다.차에 오르자마자 선우서림이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예상보다 더 빨리 끝났네?”“무슨 말이야.”예천우는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선우서림 정도의 정보력이라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 다 파악했을 터였다.“글쎄. 도련님이 뭘 했는지... 자신은 모를 리가 없겠지. 근데... 혹시 아까 그 여자랑... 안 잤어?”선우서림은 다소 실망스러운 듯 말했지만 그녀는 속으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예천우가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어야만 자신도 예천우의 애인이 될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예천우와 임완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건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근데 나를 왜 찾아왔어? 무슨

  • 용왕 귀환   제1419화

    이신향은 예천우의 말을 듣자 괜히 마음이 울컥했다.‘천우 씨는 진짜 너무 좋은 사람이야...’“고마워요. 천우 씨, 사과도 해야 하지만... 오늘 정말... 너무 고마웠어요.” 그녀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천우 씨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은 물론이고... 전 제 인생 자체가 끝장났을 거예요.”그때 그 상황을 떠올리기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만약 그때 예천우가 없었다면 자신은 분명 조신우에게 끌려갔을 테고 그런 사람에게 붙잡혀 살게 된다면 인생은 고통뿐이었을 것이다.예천우는 담담하게 웃었다. “우린 친구잖아요. 서로 도우며 사는 거죠. 그리고 지금은 신향 씨도 저를 돕고 있잖아요.”“제가... 도와주고 있다고요?”이신향은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백성 그룹을 저 대신 이끌고 있잖아요.”“그건 제가 도와주는 게 아니라 천우 씨가 기회를 주신 거죠. 그렇게 얘기하니까 더 고맙잖아요.”이신향은 눈이 반짝이며 진심을 담아 말했고 예천우는 손을 들어서 막으며 고개를 저었다.“알겠어요. 고맙다는 말은 여기까지 해요. 더는 안 돼요.”예천우는 속으로 제발 대화가 빨리 끝났으면 하고 있었다.솔직히 지금 이 상황은... 너무 위험했다.마음은 잘 다잡고 있어도 몸은 솔직했기 때문이다.“알겠어요. 안 할게요. 대신 제가 몸으로 감사해도 된다면... 그럼 다시는 말 안 할게요.”이신향은 얼굴에 붉은 기운이 가득한 채로 그의 목을 감아 안으며 입을 맞췄다.그녀는 몸을 예천우에게 바짝 기대며 천천히 스치기 시작했다.예천우는 순간 멍해졌고 평소 같았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했을 텐데 이번엔... 늦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는 이런 감각을 즐기고 있었는지도 몰랐다.하지만 머릿속에는 신념이 확고했다.책임감이라는 단어가 그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서로의 체온이 뜨겁게 오르던 그 순간 예천우는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고 입을 열었다.“신향 씨, 잠깐만요... 제 말 좀 들어봐요.”이신향은 그의 눈빛이 진지하다는 걸 알아채고 조용히 멈췄

  • 용왕 귀환   제1418화

    원래는 분명히 말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예천우는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동의 행동은 분명 호감 가는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고 일부는 분노를 자아낼 정도였다.하지만 예천우는 이제동도 아주 나쁘거나 악의적인 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단지 그도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무엇보다도 이신향은 아버지를 꽤 존경하고 있다는 걸 예천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재동도 딸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헤어지자고 말해버리면 이신향이 분명 상처받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았다.‘그래. 그냥 나중에 신향 씨가 직접 아버지에게 말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훨씬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어차피 예천우는 또다시 가짜 남자 친구 역할을 하며 불려 다닐 여유 따윈 없었다.조신우 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뒤 모두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보기만 해도 고급스럽고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그리고 그건 당연했다.오늘 올라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재료로 만든 귀한 음식들이었고 식당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최고급 요리였다.이재동 가족에게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고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입에 넣는 순간부터 반응이 달랐다. 그야말로 행복한 표정들이었다.그중에서도 이신향은 가장 들떠 있었고 기분도 최고였다.특히나 부모님이 오랜만에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그녀는 아버지와 그리고 예천우와 연거푸 술잔을 주고받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이재동의 주량은 꽤 대단했다.마오타이를 한 병 비운 뒤엔 더는 예천우의 귀한 술을 손대지 않았다.그 대신 이런 좋은 술은 아껴야 한다며 종업원에게 일반 백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런 걸 올리게 둘 리가 없었다.결국 종업원은 또 다른 비싼 술인 페이톈 마오타이를 내왔다.그렇게 술잔

  • 용왕 귀환   제1417화

    “아!”도민현은 예천우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에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용왕님, 그게...”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사람을 시켜 움직이겠습니다!”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무리 상상해도 그는 믿기 어려웠다.‘용문을 이끄는 용왕님에게 또 다른... 그것도 이렇게 무서운 신분이 있었다니…’예천우가 용문 용왕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바로 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니... 이건 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용도 예씨 가문이라면... 수십 년 역사에 빛나는 용도에서 손꼽히는 네 개의 최고 명문 중 하나...’그 존재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도민현이 자리를 뜨자 남아 있던 이재동과 그의 가족들 또한 속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또 뭐야... 그건 또 얼마나 무서운 신분이야?’예씨 가문이 정확히 어떤 가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만 봐도 대단한 집안이라는 건 확실했다.특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응대하던 걸 보면 그 위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재동은 감히 따져 묻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저... 천우야.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내가 눈이 어두워서 네 진짜 실력을 알아보지 못했어. 괜한 말을 했고 또 멍청한 짓까지 해서 널 곤란하게 했구나... 그... 사과의 뜻으로 내가 술 석 잔 자진해서 마시겠으니 부디 용서해다오.”이재동은 급히 잔을 들고 술을 따르며 말했다.특히 아까 딸을 절대 예천우에게 줄 수는 없다면서 오직 조신우만이 이신향의 가장 적합한 혼처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만약 예천우가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했다면 이신향의...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재동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가 잘못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 인생의 갈림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절실했다.‘이건 우리 가족 운명을 바꿀

  • 용왕 귀환   제1416화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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