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서림의 차가 갑자기 속도를 올리자 예천우는 그녀가 자신을 이미 발견했다고 생각했다.‘이 계집애가 꽤 경계심이 있네.’처음에 예천우는 가속 페달을 밟고 추적을 계속하려고 했지만 곧 포기했다.선우서림의 차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예천우는 바로 그녀를 쫓아갈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두 사람 사이에는 어떤 연관도 없었고 쫓아간다고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예천우는 추적을 포기했다.그냥 나쁜 사람처럼 보여서 추적했다고 할 수는 없었다.어찌 됐든 예처우는 이미 사람을 시켜 조사하고 있었기에 직접 찾아가서 확인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결국 예천우는 추적을 포기하고 선우서림이 있는 호텔로 찾아가기로 했다.놀랍게도 그녀는 진짜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예천우는 그녀가 가짜 이름을 쓸 거라고 생각했기에 선우 가문에 대한 정보를 끌어내려고 했지만 그녀가 진짜 이름을 쓸 줄은 몰랐다. 관련 정보를 받은 예천우는 차를 몰고 호텔로 향하면서 선우서림과 함께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계속 조사해달라고 지시했다.그녀는 분명 혼자서는 호텔에 머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호텔의 위치가 꽤 절묘했다. 바로 예천우와 임완유가 머무는 호텔 맞은편이었다.선우서림은 호텔에 돌아오자마자 곧장 남궁은서에게 달려가 오늘의 상황을 보고했다.그 말을 들은 남궁은서는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었다.“사모님, 죄송해요. 도련님께서 저를 의심할 줄은 몰랐어요. 하지만 다행히 제 운전 실력이 뛰어나서 따돌릴 수 있었어요.”선우서림은 급히 해명했지만 시선은 아래로 향해 있었고 분명히 긴장한 상태였다.“따돌렸다고? 네가 정말로 예천우를 따돌릴 수 있다고 생각해?”“원래 우리는 항상 은밀하게 움직였고 예천우도 우리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 우리를 의심할 리가 없었어. 하지만 지금 네가 선우서림이라는 이름 하나로 모든 게 드러나 버렸어.”남궁은서는 냉정하게 말했다.“내 판단이 맞다면 예천우는 언제든지 여기 나타날 수 있어.”선우서림은 이 말을 듣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단지
선우서림은 즉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알겠어요. 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입조심할게요.”“상황을 봐가면서 행동해. 생사가 걸린 것도 아니니 네가 스스로 알아서 처리해. 단 요구가 있어. 천우에게 절대 내가 천해시에 있다는 걸 알려주지 말아줘.”남궁은서는 이렇게 말한 뒤 간단하게 짐을 챙기고 빠르게 호텔을 떠났다.그녀는 매우 빠르게 움직였고 심지어 엘리베이터도 이용하지 않고 계단을 내려가며 모든 사람의 시선을 피했다.남궁은서가 차량에 타고 떠나자마자 예천우의 차가 도착했다. 그는 이미 조사를 마친 상태였고 선우서림이 어느 방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곧장 그 방으로 향했다.선우서림이 있는 호텔 방 문 앞에 도착한 예천우는 가볍게 노크했다.그러자 선우서림이 문을 열었고 예천우는 잠시 멍해졌다.선우서림은 방금 씻고 나온 듯 목욕 가운을 두르고 있었고 긴 다리는 물에서 갓 올라온 연꽃처럼 아름다웠다.보일 듯 말 듯한 눈부시게 하얀 피부 때문에 예천우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예천우 씨?”선우서림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저예요. 서림 씨, 이제 잘 건가요?”“네. 예천우 씨가 여길 어떻게 찾아온 거죠?”“당연히 서림 씨의 흔적을 따라온 거죠. 제가 이렇게 고생해서 찾아왔는데... 서림 씨는 저를 안으로 초대할 생각이 없나 봐요?”“가운을 입고 좀 있으면 자려던 참이었어요. 예천우 씨를 안으로 모시는 건 좀 불편하지 않을까요? 설마 예천우 씨가 저에게 무슨 나쁜 마음을 품고 있는 건 아니겠죠?”“그렇게 생각하셔도 좋아요.”예천우는 선우서림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조금 전 그는 선우서림과 함께 있는 사람들이 이미 호텔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CCTV조차 그들의 흔적을 찾아내지 못했다.그러니 선우서림에게 반드시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예천우는 선우서림이 뒤에서 어떤 일을 꾸미고 있었던 것을 알고 있었다. 임씨 가문과 관련된 사건에서 선우서림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그러자 선우서림의 안
“서림 씨 마음대로 하세요!”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하자 선우서림은 약간 화가 났다.“예천우 씨, 도대체 뭘 원하는 거예요?”“저한테 말해봐요. 서림 씨와 함께 있는 여자가 누구인지, 왜 저와 완유가 함께하는 걸 막고 양체은과 결혼하게 하려는 건지.”“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요!”“그러면 제가 무례하다고 탓하지 마세요.”예천우는 잔뜩 화가 나서 일어나서 선우서림에게 다가가 갑자기 그녀를 확 끌어당겼다.그러자 선우서림은 깜짝 놀라서 안색이 변했다.“천우 씨, 뭐 하는 거예요?”“뭘 하겠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를 앞에 두고 남자로서 뭘 하고 싶겠어요?”예천우는 일부러 악당처럼 말했다.하지만 그의 시선은 선우서림의 목욕 가운 사이로 드러난 하얀 피부와 완벽한 몸매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서림의 맑고 큰 눈에서는 복잡한 감정이 가득했다. 수줍음, 긴장감, 심지어 뜨거운 욕망까지 보였다.그 순간 예천우는 당황했다.자신이 이렇게 위협하는데도 불구하고 한 여자가 이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게 대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선우서림은 분명히 매우 긴장하고 있었지만 마음속에는 특별한 감정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예천우는 그녀를 잘 알지도 못했고 사실 몇 번 보지도 못했다.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남궁은서의 지시에 따라 선우서림은 예천우를 주의 깊게 지켜봤다. 특히 최근 두 달 동안 더욱 관심이 커졌다.무의식중에 선우서림은 이미 예천우에게 마음을 뺏기고 말았다.그래서 예천우 앞에서는 더욱 대담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되었다. 만약 이렇게 강제로 예천우와 관계를 맺게 된다면 나쁜 일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일이 되겠다고 생각했다.상대방이 별로 저항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자 예천우는 손을 풀고 한 걸음 물러서 앉았다.선우서림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분명히 약간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서림 씨, 잘 생각해 보는 게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제 부하들이 당신을 보면 좋아서 미친 짓을 할 수도 있다고요.”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감히!”선우
선우서림은 깜짝 놀랐고 예천우의 대단한 상상력 때문에 몹시 당황했다.“그분은 그냥 제 사업 파트너예요. 설마 그녀가 천우 씨 어머니라고 생각하지 않겠죠? 천우 씨는 쓸데없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시는 것 같네요. 만약 그 사람이 천우 씨 어머니였다면 이미 나와 천우 씨를 만나러 오셨겠죠.”“그렇겠네요.”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또 곧바로 말했다.“하지만 서림 씨 말처럼 제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왜 저를 찾아오지 않는 걸까요? 어쩌면 특별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죠.”“...”선우서림은 마음속으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예천우가 정말 똑똑한 남자라고 생각한 선우서림은 계속 부인했다.“천우 씨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좋아요. 그럼 서림 씨가 말해봐요. 제 어머니는 지금 어떻게 지내요?”“걱정하지 마세요. 사모님은 잘 지내고 있어요. 지금 일 때문에 엄청 바쁘니까 끝나면 천해시에 와서 천우 씨를 찾을 거예요.”“정말이에요?”예천우는 몹시 흥분했다. 수년간 어머니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었기에 어머니가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자 엄청 기뻤다.“물론이죠.”“그럼 저에게 완유와 이혼하고 체은과 결혼하라고 한 것도 서림 씨가 주도한 거예요?” “네!”선우서림은 단호하게 대답했다.“왜 그런 거죠?”“천우 씨는 당당한 용왕이고 저는 천우 씨의 약혼녀예요. 임씨 가문 사람들이 천우 씨를 그렇게 대하는 게 정말 못마땅했어요. 그래서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었죠. 그리고 임완유라는 여자는 천우 씨가 그렇게 헌신적으로 도와줬는데 한 번도 천우 씨를 믿지 않고 결국 천우 씨를 내쫓았잖아요. 정말로 이토록 미련한 여자가 무슨 자격으로 천우 씨의 곁에 있는 거죠?”선우서림은 분노에 차서 반문했다.“그래서 서림 씨가 임완유를 내쫓고 저와 양체은이 결혼하게 만든 거예요?”“네. 임씨 가문이 후회하게 만들고 임완유도 후회하게 하고 싶었어요. 제 목표는 분명히 달성했죠. 임씨 가문 사람들은 지금 천우 씨를 되찾으려고 안달 났어요.”“완유와 헤어지게 만드는 건
“사실 전...”선우서림은 진실을 거의 말할 뻔했지만 남궁은서의 당부가 생각났고 지금 예천우에게 그녀가 천해시에 있다는 사실을 절대 알려줘서는 안 되었다.그래서 선우서림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말했다.“천우 씨가 믿지 않아도 어쩔 수 없어요. 천우 씨가 뭘 하든 전 상관하지 않아요.”“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비록 저는 서림 씨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서림 씨 미모라면 제 부하들은...”“네가 감히!”선우서림은 모욕감을 느꼈고 억울해서 화를 내며 말했다.“정말 그렇게 되면 전 죽어도 천우 씨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선우서림은 말하면서 눈물을 터뜨렸다.이 장면을 보자 예천우는 오히려 어리둥절해졌다. 특히 상대방이 그렇게 억울하고 분노에 차 있는 모습을 보니 자신이 정말 나쁜 사람처럼 느껴졌다.그녀의 애처롭고 불쌍한 모습 때문에 예천우는 마음을 다잡기 어려워졌다.“알았어요. 말하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죠. 하지만 이번 일은 서림 씨가 주도한 것이니까 이제는 그만할 수 있겠죠?”어차피 자신에게 큰 해가 되지 않았고 순리롭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예천우도 더 이상 캐묻고 싶지 않았다.선우서림은 예천우의 변화된 모습에 속으로 생각했다.‘이 방법이 정말 효과가 있네.’그래서 선우서림은 계속해서 애처로운 표정을 짓고 화를 내며 말했다.“안 돼요! 천우 씨는 반드시 양체은과 결혼해야 해요.”남궁은서가 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았기에 그녀도 마음을 바꿀 수 없었다.그러자 예천우는 말문이 막혔다.“도대체 뭘 원하는 거죠? 지금 목적은 달성했잖아요.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죠? 다른 목적이 있는 거예요?”“몰라요. 천우 씨가 어떻게 하든 마음대로 하세요.”남궁은서가 말하지 않으니 선우서림은 대답할 수 없었다.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바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서림 씨는 이 일에 대한 결정권이 없다는 거네요. 자, 아까 그 여자가 도대체 누구인지 사실대로 말해봐요.”그러자 선우서림은 안색이 변했다.
“하지만 사모님은 곧 오실 거예요.”“좋아요. 그러면 기다릴게요.”어머니가 괜찮다는 소식을 듣고 예천우는 안심했지만 어머니가 지금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일지 걱정했다.“다시 확인할게요. 제가 더 이상 양체은과 결혼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예천우가 다시 물었다.“네!”“좋아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예천우는 아무 말 없이 곧바로 떠났다. 상대가 이렇게 매력적인 여자였고 선우서림은 심지어 그의 어떤 행동에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선우서림은 잠시 멍하게 서 있었다. 그녀도 예천우가 이렇게 가버릴 줄은 몰랐다.‘내가 이렇게 매력이 없었던 걸까?’선우서림은 처음으로 자신의 매력을 의심했다.그동안 선우서림은 자기가 주도적으로 다가가면 어떤 남자도 자신의 매력을 거부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남궁은서였다.“여보세요. 사모님, 죄송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선우서림은 전화를 받고 급하게 말했다.“괜찮아!”“방금 들었는데 천우가 양체은의 속에 있는 현음 진기를 얻었다고 했어. 그래서 양체은과 함께 있든 말든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현음 진기? 그게 뭐예요?”선우서림은 그것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그건 네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이 있어.”“알겠어요!”선우서림은 마음이 답답했다.‘이렇게 되면 예천우와 임완유가 다시 가까워질 텐데... 그러나 임완유는 전혀 예천우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야. 내가 오히려 더 잘 어울릴 거야.’전화를 끊은 남궁은서의 눈빛은 차갑고 날카로워졌다. 그녀는 이번 일을 통해 임씨 가문 사람들이 정말 깨닫기를 바랐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도 잔인해질 수밖에 없었다.남궁은서는 과연 예천우가 지금 어떤 경지인지 궁금했다. 양체은의 현음의 기운을 흡수했으니 아마 종사 절정의 경지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직 부족해.’그렇지 않았다면 남궁은서도 줄곧 숨어 있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예천우는 떠난 후 다시 부하들에게 부탁하여 선
임완유는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이제 와서도 유은수는 여전히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았다. 만약 계속 이렇게 간다면 예천우가 돌아온다 해도 결국 큰 문제가 생길 거라고 생각했다.유은수는 임완유의 표정을 보고 더욱 초조해하며 화를 냈다.“그건 무슨 눈빛이야? 정말 네 동생이 죽는 걸 보고만 있을 거야?”임국종도 급하게 말했다.“완유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네 동생은 항상 널 지지해 왔어. 누나로서 응당 동생을 도와줘야지.”“맞아. 완유야, 반드시 선호를 도와줘야 해.”임강도 바쁘게 말을 덧붙였다.임선호는 살짝 입을 열었지만 사실 누나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결국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로 임완유와 예천우의 관계는 완전히 틀어졌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그는 정말로 허가연을 잃고 싶지 않았다.가족들의 시선에 임완유는 마음속으로 매우 괴로워하며 말했다.“당신들은 제가 정말 그렇게 동생을 돕지 않을 사람으로 보이나요?”그러자 임국종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임선호는 바로 말을 이었다.“누나, 난 누나를 믿어. 하지만 만약 누나가 불편하면 내가 직접 가겠어.”“너도 날 믿지 않네.”임완유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바로 방으로 향했다.남은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초조해진 유은수는 화를 내며 말했다.“임완유, 도대체 뭘 하는 거야? 진짜 동생이 죽는 꼴 보고 싶어? 역시 친...”“그만해!”임국종이 먼저 큰 소리로 말리며 유은수의 말을 끊었다.유은수는 자기가 말을 잘못했다는 걸 깨닫고 급히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임완유가 아무 반응도 없는 걸 보니 아마 아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았다.“뭐라 하는 거야. 우리는 완유를 믿어야 해. 완유는 그동안 항상 가족을 위해 마음을 다해왔고 유일한 동생인 선호를 몹시 아꼈잖아. 선호를 그냥 놔둘 리가 없어.”임국종은 일부러 임완유가 듣게끔 높고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그녀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다.하지만 임완유 출생의 비밀은 사실 임국종, 임강과 유은수 세 사람
임완유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어젯밤 일이 떠오르자 마음 한편에 묘한 욕망이 생겼다.“헤헤. 너도 많이 날 원한다고 했잖아. 아니야?”예천우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큰 문제가 해결되었기에 그도 한숨 돌릴 수 있었다.아니었으면 양체은에게 너무 미안했을 테고 나중에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무슨 소리야. 지금 나한테 그런 생각할 여유가 어디 있어.”이때 임완유는 아까 있었던 일이 떠올랐고 이제는 정말 마음이 지쳐버렸다.“무슨 일이야? 혹시 허씨 가문 쪽에서 찾아왔어?”예천우가 물었다. 지금 상황에서 임씨 가문의 문제는 임선호의 일뿐이다.“그건 아니야. 그런데 허씨 가문과 손씨 가문 쪽에서 내일 양가 부모님끼리 만나 약혼식을 정하기로 했대. 그리고 좋은 날을 골라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릴 거야. 그래서 선호가 흥분해서 내일 허씨 가문에 무조건 가야겠다고 해. 죽는 한이 있더라도 허씨 가문과 손씨 가문의 약혼은 절대 못 본 척하지 않겠다는 거야.”임완유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사실 그녀는 아직 양가가 약혼하는 것뿐이기에 조금만 더 기다려서 예천우가 일을 마친 뒤 도움을 요청할까 했었다.지금 도와달라고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의심을 살 수도 있고 예천우의 일에 방해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제 예천우가 그 문제를 해결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었다.“그렇구나, 이 자식이 꽤 의리가 있네. 걱정하지 마. 내일 내가 직접 같이 가서 이 일을 해결해 줄게.”예천우가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 잘됐어. 네가 있다면 틀림없이 아무 문제 없을 거야. 고마워.”임완유는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입으로만 고맙다고 하면 섭섭한데.”“그럼 어쩌라는 거야. 이 늦은 밤에 나보고 네가 원하는 걸 해주러 나가라는 거야?” 임완유는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내가 원하는 게 뭔데? 무슨 뜻이야?”“나쁜 자식. 나도 몰라.”임완유는 갑자기 전화를 끊으며 얼굴이 빨개졌다. 이렇게 애교 섞인 말을 자신이 했다는 게
원래는 분명히 말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예천우는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동의 행동은 분명 호감 가는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고 일부는 분노를 자아낼 정도였다.하지만 예천우는 이제동도 아주 나쁘거나 악의적인 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단지 그도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무엇보다도 이신향은 아버지를 꽤 존경하고 있다는 걸 예천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재동도 딸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헤어지자고 말해버리면 이신향이 분명 상처받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았다.‘그래. 그냥 나중에 신향 씨가 직접 아버지에게 말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훨씬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어차피 예천우는 또다시 가짜 남자 친구 역할을 하며 불려 다닐 여유 따윈 없었다.조신우 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뒤 모두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보기만 해도 고급스럽고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그리고 그건 당연했다.오늘 올라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재료로 만든 귀한 음식들이었고 식당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최고급 요리였다.이재동 가족에게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고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입에 넣는 순간부터 반응이 달랐다. 그야말로 행복한 표정들이었다.그중에서도 이신향은 가장 들떠 있었고 기분도 최고였다.특히나 부모님이 오랜만에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그녀는 아버지와 그리고 예천우와 연거푸 술잔을 주고받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이재동의 주량은 꽤 대단했다.마오타이를 한 병 비운 뒤엔 더는 예천우의 귀한 술을 손대지 않았다.그 대신 이런 좋은 술은 아껴야 한다며 종업원에게 일반 백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런 걸 올리게 둘 리가 없었다.결국 종업원은 또 다른 비싼 술인 페이톈 마오타이를 내왔다.그렇게 술잔
“아!”도민현은 예천우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에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용왕님, 그게...”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사람을 시켜 움직이겠습니다!”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무리 상상해도 그는 믿기 어려웠다.‘용문을 이끄는 용왕님에게 또 다른... 그것도 이렇게 무서운 신분이 있었다니…’예천우가 용문 용왕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바로 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니... 이건 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용도 예씨 가문이라면... 수십 년 역사에 빛나는 용도에서 손꼽히는 네 개의 최고 명문 중 하나...’그 존재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도민현이 자리를 뜨자 남아 있던 이재동과 그의 가족들 또한 속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또 뭐야... 그건 또 얼마나 무서운 신분이야?’예씨 가문이 정확히 어떤 가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만 봐도 대단한 집안이라는 건 확실했다.특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응대하던 걸 보면 그 위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재동은 감히 따져 묻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저... 천우야.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내가 눈이 어두워서 네 진짜 실력을 알아보지 못했어. 괜한 말을 했고 또 멍청한 짓까지 해서 널 곤란하게 했구나... 그... 사과의 뜻으로 내가 술 석 잔 자진해서 마시겠으니 부디 용서해다오.”이재동은 급히 잔을 들고 술을 따르며 말했다.특히 아까 딸을 절대 예천우에게 줄 수는 없다면서 오직 조신우만이 이신향의 가장 적합한 혼처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만약 예천우가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했다면 이신향의...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재동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가 잘못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 인생의 갈림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절실했다.‘이건 우리 가족 운명을 바꿀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
“뭐... 뭐라고요?”조신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집안이... 멸문을 당할 위기라고? 도대체 누구한테?’그리고 그 순간 한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다.‘용왕님?’조금 전 도민현이 예천우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았다.‘설마... 설마 진짜 저 사람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조신우는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그... 용왕님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정체가 뭐예요?”수화기 너머에서 조태영은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차분히 말했다.“용왕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떠도는 존재야. 나도 용왕님을 직접 본 적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용왕님은 용문이라는 조직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거야. 지금 도민현조차 용왕님의 명령을 받들고 있잖아.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용왕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고 나이도 굉장히 어리다고 하더군...”조태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신우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얘졌다.‘젊고 강하고... 도민현도 복종하는 인물이라고...’그리고 조신우는 방금 도민현이 예천우를 향해 말했던 호칭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용왕님... 그러면... 그렇다면... 설마?’조신우는 몸을 덜덜 떨며 예천우를 바라봤고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버지, 설마... 제가 건드린 사람이 그... 그 용왕이라는 분...은 아니겠죠?”수화기 너머로 조태영은 날이 서도록 몰아쳤다.“지금 네 말투가 심상치 않네. 신우야, 제발 네가... 용왕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겠지?”조신우는 그 말에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그게... 제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조신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조태영은 화가 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조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려움에 떨며 예천우를 올려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