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어.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임완유는 할아버지의 말이 생각나자 먼저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소정은 그녀가 걱정돼서 함께 돌아가서 오늘 밤 그녀와 함께 있겠다고 말했다.임완유는 당연히 좋다고 했다. 지금에 와서 보니 오로지 소정 혼자만 진정으로 그녀와 동고동락하며 모든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었다.역시 좋은 친구 한 명은 있어야 했다.그 외에 다른 사람들, 특히 남자는 완전히 믿을 수 없었다.임완유는 자기가 그렇게 노력하는데 예천우는 맨날 여자들 주위를 맴돌며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니 그걸 생각하면 화가 났다.임국종은 임완유의 전화를 끊고 즉시 공손진에게 전화해서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계속 임완유의 콜백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소식이 없자 그는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걸어 물었다.임완유가 지금 이미 차를 몰고 집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임국종은 드디어 결혼이 성사되었다고 생각해 매우 기뻐했다.임강과 유은수도 그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뻐했다.임선호는 돌아와서 이 소식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그들에게 이건 분명히 멍청한 짓이라고 말했고 예천우는 사실 실력이 엄청나게 강하다고 말했다.하지만 그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조급한 나머지 임선호는 그날 식당에서 소문하와 양대복의 아들을 만난 사실을 말해줬다.하지만 임국종은 전혀 그런 말을 듣지도 않았고 임선호를 욕했다.“아직도 헛소리나 하고 있네. 예천우에게 세뇌당한 거야?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됐어. 그만해. 쓸데없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으니까 빨리 네 방으로 꺼져. 똑바로 말하는 데 너 때문에 네 누나가 공손 가문에 시집가는 일이 이변이 생기면 할아버지는 앞으로 널 보지 않을 거야.”임국종은 전혀 임선호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는 단지 임선호가 예천우에게 약점을 잡혔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예천우 때문에 이런 헛소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임국종은 예천우가 그렇게
임국종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만약 마음먹고 이 결혼을 포기하라 한다면 사실 그는 분명히 해낼 수 있었다.하지만 그는 여태까지 했던 노력이 아까웠다.이건 분명히 임씨 가문의 크게 발전할 좋은 기회였다. 지난번에 용도에서 그는 명문 가족들에게서 너무 많은 괄시를 받았다.특히 옛 친구의 집에 갔을 때 친구 빼고 다른 가족들은 전혀 그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원래 그는 손녀를 친구의 손자인 려정수에게 시집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려정수는 전혀 임국종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고 손녀의 사진조차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안돼. 절대 이렇게 포기할 수 없어. 완유는 단지 지금 잠시 마음이 편치 않을 뿐이야. 공손 도련님과 살다 보면 그가 좋은 사람임을 알게 될 것이고 누가 가장 적합한 사람인지 알게 될 거야.’‘하지만 완유가 정말 어리석어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면 어쩌지?’보아하니 이 일은 너무 서두르면 안 되고 서로에게 시간을 주고 상의해야 할 것 같았다.임완유와 함께 그녀의 방으로 들어온 소정이 즉시 물었다.“완유야, 방금 그렇게 말한 건 무슨 뜻이야? 정말 공손 가문과 맞서 싸우려는 거야?”“물론 아니지!”임완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건 구두 약속일 뿐이야. 정말 그렇게 엄중하지 않을 수도 있어. 어쩌면 할아버지가 일부러 그런 말씀을 하셨을 수도 있잖아?”“하지만 네 말로는 공손 도련님도 이 일이 엄중하다고 하지 않았어?”소정이 물었다.“그건 맞아. 하지만 할아버지가 먼저 공손진과 짰을 수도 있어. 그래서 공손진이 일부러 그렇게 말했을 가능성도 있지. 아니면 모든 게 그렇게 공교롭게 짧은 시간 동안에 세상에 알려질 수는 없다고 생각해.”“그래서 네가 이런 식으로 할아버지를 떠보는 거였구나.”“그래 맞아.”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임국종은 임완유의 방문 앞에 와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완유야, 할 말 있어.”임완유가 문을 열고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할아버지, 더 이상 절 설득하지 마세요. 죽는 한이 있더라고 공손진
임강과 유은수는 더욱 기뻐했다. 딸이 마침내 실력이 강한 명문에 시집가니 자신들도 진정한 부잣집 큰 인물이 되겠다고 생각했다.비록 임씨 가문은 그래도 잘 사는 편이지만 공손 가문과 비기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오전 9시가 되자 공손진이 나타났다.보통 이런 중요한 일은 공손 가문의 어르신들이 나서야 했는데 이번에는 공손진만이 앞장서고 나머지는 전부 그의 부하들이었다.상황이 특수했던 지라 임국종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할아버지!”아직 허락도 하지 않았는데 공손진은 이미 한집 식구가 되어버린 것처럼 임국종과 임완유의 부모님을 친절하게 불렀다.게다가 공손진은 예의 바르고 매너도 좋아서 단번에 임씨 가문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공손진은 둘러보았지만 임완유를 발견하지 못했다.임국종이 그의 눈빛을 알아차리고 다급하게 말했다.“공손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완유는 이미 동의했으니 더 이상 다른 상황이 생기지 않을 거예요.”“정말 잘됐네요. 할아버지도 이제는 예의를 차리시지 마시고 절 진이라고 불러주세요.”공손진은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그래. 알았어. 우리 이제는 한집 식구인데 도련님이라 부르면 좀 멀게 느껴지기는 하지. 그러면 이제부터 진이라고 부를게.”“네. 알겠어요.”“그래. 어서 들어와. 일단 앉아서 얘기하자꾸나.”임국종은 공손진더러 앉으라고 했고 사람을 시켜 임완유를 불러내라고 했다.할아버지가 부르자 임완유는 마음이 너무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갔다.비록 그녀는 공손진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어찌 됐든 공손진은 어린 시절의 리틀 거지였다.임완유도 이런 생각을 하며 끝없이 자신을 위로하고 모든 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할아버지, 급히 오느라고 많은 걸 준비 못했어요. 이 카드에는 현금 200억 원이 있어요. 약혼 선물로 받아 두십시오. 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완유를 더 아끼고 사랑하겠어요.”공손진은 앉자마자 200억 원이 있는 은행 카드를 꺼내서 주었다.임국종은 살짝 놀랐고 임강과 유은수의 눈에는 빛이
“완유 씨, 당신은 모르겠지만 완유 씨를 처음 본 순간부터 전 이미 반해버렸어요. 전 심지어 저 자신을 원망했어요. 저는 사실 줄곧 어린 시절 때 예쁜이를 찾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완유 씨한테 반해버렸으니까요.”공손진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공손진이 그렇게 말하니 임국종과 다른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해졌다. 비록 그들은 공손진이 임완유에게 반했다고 하자 감동했지만, 예쁜이가 누구인지는 몰랐다.공손진의 말을 들으니 임완유는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어떻게 보아도 리틀 거지는 공손진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성격도 그렇고 외모도 그렇게 말할 수 없는 어색함이 있었다.그런데 오히려 예천우에게서 가끔 리틀 거지 느낌이 있었다.“할아버지와 여러분은 아마도 예쁜이가 누군지 모르실 겁니다. 사실 바로 완유 였어요. 우리는 어렸을 때 만났던 적이 있어요. 그때에도 어른이 되면 함께 있기로 약속했던 사이였죠. 제가 어른이 되자 온갖 노력을 다해서 예쁜이를 찾았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완유를 만나고 전 완유에게 첫눈에 반했죠. 후에 알고 보니 완유가 바로 제가 줄곧 찾았던 예쁜이였어요.”공손진은 감정이 북받쳐 말하다 보니 마치 자신이 임완유와 약속한 어린 소년인 줄 알았다.하지만 임국종과 다른 사람들은 그런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어릴 적부터 그런 사이였는데 완유가 왜 싫어하는 걸까?’유은수는 흥분하여 말했다.“그랬었구나. 그러면 진이와 완유는 정말 천생연분이었네. 함께 있을 운명이었어.”“그러게 말이야. 이런 인연은 정말 소중한 거야.”임강도 맞장구를 쳤다.임국종도 웃으며 말했다.“완유야, 이런 일이 있었다니.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너희 둘은 정말 찰떡궁합이야.”“진이야, 완유는 하나뿐인 귀한 손녀야. 앞으로 잘 대해 줘야 해.”“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잘 대해 줄게요. 완유는 제가 몇 년 동안이나 찾아 헤매던 사람이니까요.”공손진은 득의만면한 표정으로 다짐했다.공손진을 지켜보던 임국종
“예천우, 네가 이곳으로 왜 왔어! 오늘은 우리 임씨 가문의 좋은 날이니 당장 꺼져. 우리 임씨 가문의 좋은 일을 망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유은수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젠장. 예천우를 막으라고 사람까지 배치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놈이 여기에 온전하게 나타날 줄이야.’유은수는 원래 예천우의 집에 사람을 배치하여 예천우를 막게 했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한 이유로 많은 사람을 찾지 못했고 심지어 어젯밤에 예천우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좋은 날이라고요? 제 기억이 맞다면 완유는 아직 법적으로 제 아내죠. 그런데 지금 제 아내를 다른 남자한테 시집보내겠다는데 제가 오면 안 돼요?”예천우가 되물었다.“그게 무슨 헛소리야! 너와 완유는 이미 끝났어. 네가 갈 곳이 없는 걸 생각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이혼했을 거야.”유은수는 즉시 화가 난 말투로 소리쳤다.“못 믿겠으면 지금 완유에게 물어봐. 너랑 진작에 이혼하고 싶었던지.”예천우는 유은수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임완유를 바라보았다. 사실 예천우도 이런 상황에서 완유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었다.하지만 예천우는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사실 예천우가 그렇게 생각했던 건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첫째는 임완유는 지금 이미 소정과 가족들의 함정에 빠져버렸기에 가족을 위해서라도 공손진을 억지로 받아들일 것이다.둘째는 그녀는 예천우가 밖에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아마 지금도 화가 풀리지 않았을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하지만 예천우의 예상을 빗나갔던 건 임완유가 벌떡 일어서며 진지하게 말했다.“그런 적이 없어요. 처음부터 천우와 이혼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그 말을 들은 공손진은 안색이 나빠졌다.‘빌어먹을 자식!’공손진은 화가 난 나머지 테이블을 엎을 뻔했다.임국종도 화가 나서 안색이 창백해졌다. 특히 공손진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보자 그는 바로 일어서서 임완유를 향해 뺨을 호되게 때렸다.팍!임국종이 뺨을 때린 건 예천우도 미
사실 소정도 안색이 조금 변했다.‘예천우가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한 걸까?’임국종 등 사람들은 별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임완유는 살짝 놀랐다.‘그 당시의 리틀 거지라고? 무슨 말이지? 천우가 어떻게 당시의 리틀 거지를 알아? 우연의 일치일까? 천우가 말하는 리틀 거지는 내가 생각하는 리틀 거지랑 다른 걸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천우가 공손진에게 한 말 뜻은 공손진이 그 당시 리틀 거지가 아니라는 거잖아.’공손진은 깜짝 놀랐지만 가까스로 진정을 유지하며 말했다.“예천우 씨, 지금 여기서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똑바로 말씀드리는 건데 오늘 일은 천우 씨랑 상관이 없어요. 빨리 이곳을 떠나세요.”“진이 말이 맞아. 예천우, 빨리 꺼져. 우리 임씨 가문은 널 환영하지 않아.”유은수도 즉시 말했다.“잠시만요!”임완유가 막아 나섰다.“천우야, 아까 그 말은 무슨 뜻이야?”“무슨 뜻일 수 있겠어? 무조건 네 마음을 돌리기 위한 수단이겠지. 완유야, 이런 쓰레기 같은 남자는 상대하지도 마.”소정은 참지 못하고 즉시 대꾸했다.“모두 저를 쫓아내려는 걸 봐서는 당신들이 한 짓거리가 알려질까 봐 두려운 거예요? 특히 소정 씨는 지금 너무 무섭겠죠.”예천우가 냉소했다.소정은 그 말을 듣고 즉시 화를 내며 말했다.“예천우 씨,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전 결백합니다.”“결백하다고요? 허허. 그러면 이걸 한 번 들어보시겠어요?”예천우는 더 이상 그들과 쓸데없는 말을 하기 싫었기에 바로 호텔 밖에서 녹음했던 녹음 파일을 열었다.“공손 도련님! 좋은 소식이 있어요!”“...”“임완유가 동의했어요. 공손진 씨와 결혼하겠다고 말했어요.”“...”첫마디가 나오자마자 소정의 안색은 보기 흉할 정도로 나빠졌다. 그녀의 기억 속에는 그 당시 옆에 아무도 없었는데 어떻게 녹음되었는지 이해가 안 됐다.가장 중요한 건 녹음 파일이 예천우의 손에 있었다.“완유야, 듣지 마. 이건 분명히 예천우가 위조한 거야. 이건 내 목소리가 아니야.”조급해 난 소정
“아니야. 이건 가짜야. 완유야, 이건 모두 가짜야. 예천우가 널 떠나기 싫어서 스스로 만든 녹음이야. 이런 걸 믿어선 절대 안 돼.”소정은 급해 죽을 것만 같았다.“그래?”임완유는 코웃음을 쳤고 고개를 돌려 공손진에게 차갑게 물었다.“공손 도련님, 말해 봐요. 이게 사실이에요?”“그게...”공손진은 사실 녹음 파일은 쉽게 사실 여부를 검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어쩔 수 없이 말했다.“진... 진짜에요.”“뭐라고요. 공손 도련님. 어떻게...”소정의 안색은 급변했다.“이제 와서 숨길 필요도 없죠. 그래요. 소정 씨가 절 도와줬고 심지어 저에게 대책을 세워주었어요. 저도 소정 씨의 말대로 했고요. 하지만 소정 씨가 그런 것도 전부 완유 씨를 생각해 주고 관심해 줬기 때문이죠. 소정 씨는 단지 완유 씨의 인생이 쓰레기 같은 남자에게 망치는 걸 원하지 않았던 거죠.”소정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좀 편해졌고 속으로 공손 도련님이 대단하다고 감탄했다.‘공손 도련님은 날 버리려는 게 아니었어!’방금 화가 난 소정은 심지어 공손진이 가짜 리틀 거지 행세를 했다고 말할 뻔했다.“소정 씨가 그런 생각이었다면 전 더더욱 그런 생각이었죠. 전 완유 씨를 몇 년 동안 찾았고 몇 년 동안 사랑했는데. 절대로 완유 씨가 쓰레기 자식의 손에 망가지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어요. 완유 씨와 결혼할 수 있다면 전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이번 일에는 확실히 제가 잘못했어요. 완유 씨를 힘들게 했다면 제가 이곳에서 사과드릴게요. 하지만 저도 전부 완유 씨가 신경 쓰여서 이런 일을 하게 된 거예요.”“제가 신경 쓰이면 이렇게 함정을 파서 제가 뛰어들기를 기다린 거예요? 공손 도련님의 이런 사랑은 정말 너무 무섭네요.”임완유가 화를 내며 말했다.“완유 씨가 화가 났다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해도 예천우는 그렇게 좋은 사람이에요?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수 없듯이 예천우가 정말 아무 문제가 없었으면 예천우가 다른 여자랑 놀고 있을 때
예천우가 동영상을 재생하자 소정과 공손진이 대화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다만 이번에는 녹음이 아닌 동영상이었다.“소정 씨, 임완유 그쪽은 어때요?”“...”“그러면 이만 끊을게요. 어떻게 임완유를 계속하여 속일지 잠깐 생각해 봐야겠어요.”그러자 소정이 스스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아직도 공손진이 리틀 거지라고 생각하는 거야? 웃겨 죽겠네.”“...”임완유는 들으면 들을수록 안색이 점점 나빠졌고 심지어 예천우에게서 휴대 전화를 직접 받아와서 다시 확인했다. 동영상이었기에 똑똑히 보였다.그 순간 소정은 그대로 몸에 힘이 풀려서 바닥에 주저앉았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그녀는 더 이상 변명할 기회조차 없었다.‘너무 했어. 정말 염치없네.’임완유는 화가 나서 몸을 떨었다.그녀는 소정이 자신의 비밀을 이용해서 이렇게 많은 꿍꿍이를 꾸밀 줄은 몰랐다. 그건 자신이 소정 외에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 비밀이었다.심지어 가족들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어.’게다가 동영상이 찍힌 시간으로 봐서는 그때 소정은 임완유를 돕기 위해 방법을 생각하러 간다고 했다. 게다가 소정이 목숨 걸고 공손 가문과 맞서 싸우겠다는 말에 임완유는 확실히 감동했다.그 순간에야 임완유는 당시 재빨리 공손진에게 전화하겠다고 하자 소정은 일부러 공손진에게 이 일을 알리기 위해 임완유을 막아 나섰다는 걸 알게 되었다.그리고 오늘 할아버지도 분명히 자신에게 겁을 먹었지만 곧 태도를 바꾼 것도 소정이 한 짓이라는 걸 알아차렸다.‘소정. 또 소정이었어. 그 당시 할아버지는 내 뒤에 있는 소정을 줄곧 보고 있었던 거야. 이런 빌어먹을!’그 순간 임완유는 정말 화가 치밀어 올랐고 처음으로 소정이 정말 싫었다.공손진도 안색이 급변했고 화가 났다.‘빌어먹을 소정. 앞에 대화가 찍혔으면 그만이지. 거기서 뭘 까불고 있는 거야. 게다가 내가 당시 리틀 거지가 아니라는 말은 또 왜 중얼거린 거야.’소정의 한마디 말 때문에 공손진은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졌다.방금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
도민현은 처음에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눈이 피곤해서 착각한 게 아닐지 잠시 의심했지만 그의 기억력도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다. 단 한 번 마주한 적이 있을 뿐인데도 용왕님의 인상은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에 다시 본다고 해도 절대 헷갈릴 리 없었다.더구나 지금 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직원 덕분에 시야가 확 트였고 그는 곧 확신에 찼다.‘틀림없어. 저분은... 용왕님이야!’순간 그의 얼굴에는 흥분이 스치듯 지나갔다. 용문 사람들에게 있어 용왕이란 존재는 신비롭고도 절대적인 인물이었고 압도적인 힘을 가진 전설과 같은 존재였다.예천우도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의 시선을 알아채고 조용히 말했다.“음식은 두고 가세요. 경찰은 부르지 말고요. 꼭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다면 식당 대표한테 말하시면 돼요.”“네. 알겠습니다...”직원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룸을 예약한 손님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니 각별히 신경 쓰라는 지시를 이미 여러 번 들은 터였다. 지금 상황이 아무리 이상해도 그녀는 절대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이 식당 자체가 천상 그룹 소속이었고 예천우는 그 천상 그룹의 실질적인 후계자였다.그때 도민현은 아무 말 없이 문 앞에서 서 있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쏟아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있는 용왕님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직원이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간 뒤에야 도민현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용왕님!”‘용왕?’이재동과 주변 사람들은 순간 어리둥절했고 분명히 처음 듣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예천우의 태도와 지금 들어온 도민현의 모습을 보면 그 호칭이 단순한 게 아닌 것 같았다.조신우 역시 당황한 듯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용왕이란 말을 들은 기억은 없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는... 어딘가 낯이 익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얼굴인데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예천우는 도민현을 보고 가볍게 물었다.“여긴 어떻게 왔어
조신우는 이제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고 예천우가 한 번만 더 손을 쓰면 그가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그런 상황에서도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며 이를 갈듯 외쳤다.“죽어도... 너한테는 절대 안 빌어!”그러자 예천우는 차분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그럼 이번엔 네 팔 하나쯤 부숴줘야겠네.”말이 끝나자마자 예천우는 주저 없이 발을 옮겨 조신우의 팔 쪽으로 중심을 이동했다.그러고는 단 한 순간 아무 망설임 없이 발을 내리찍었다.“으악!”이번엔 조신우의 비명이 더욱 뼈를 깎는 듯했고 방 안에 울려 퍼지는 그 소리에 모두가 혼비백산했다.“안 돼. 그만둬!”이재동이 다급히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옆에 있던 이신향을 향해 소리쳤다.“신향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얼른 가서 말려. 지금 당장 멈추라고 해!”하지만 이신향은 아무런 반응 없이 차갑게 말했다.“왜요? 자기가 그렇게 잘난 척하다가 스스로 자초한 거잖아요. 내가 왜 말려요? 천우 씨는 지금 정당하게 싸우고 있는 거예요.”“너... 너 정말 미친 거 아니냐. 내 딸이 이렇게 멍청했던 거야?”이재동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이번엔 정말 끝이야... 이번엔 진짜 우리 가족 다 죽게 생겼어!”한지연 역시 표정이 창백했지만 그 와중에 오히려 이선우가 벌떡 일어나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죽으면 죽죠! 난 더는 저딴 조신우한테 굽히고 살기 싫어요. 누나, 미안해요. 다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거예요.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진짜 일이 터지면 저 혼자 감당할게요.”“감당은 무슨 감당이야.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조씨 가문이 얼마나 무서운지 똑똑히 봤잖아. 넌 그런 걸 감당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이재동은 거의 울부짖다시피 외쳤고 그 시선은 다시 이신향에게 향했다.“신향아, 이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네가 이 사태를 만든 거라고.”그러고는 예천우를 향해 이를 악물고 외쳤다.“그리고 너, 예천우!
“웃기고 있네.”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예천우를 비웃었다.“너 같은 쓰레기가 뭘 할 수 있겠어? 믿을 수 없으면 한번 해보든가.”예천우는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이 멍청이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줄을 모르네. 이젠 말로 안 통하겠군.’ 그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좋아. 네가 원한 거니까 제대로 맛 좀 보여줄게.”조신우는 속으로 살짝 기뻤다. ‘드디어 이 찌질이가 덤벼오네. 이놈 입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망신당했는데... 지금부터 그 수모를 전부 갚아줄 거야.’조신우는 예전에 자기 돈으로 무술 사부님을 몇 명을 고용해 몇 가지 동작을 배운 적이 있었다. 물론 제대로 된 수련은 아니었고 훈련도 게을리해 실전 경험이라곤 없었지만 일반인 두셋쯤은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수준이었다.“일대일이야. 그러니 누구도 우리를 말려서는 안 돼. 무릎 꿇고 빌기 전까진 끝이 아니야.”조신우는 허세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예천우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이재동과 주변 사람들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어차피 저 녀석이 알아서 죽겠다는 건데 우리가 말려봤자 괜히 조 도련님만 더 화나게 하겠지...’조신우는 예천우가 정말로 나서는 걸 보고 미소를 지었다.‘그래. 이걸로 다시 내 체면을 회복하면 되겠지.’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짝!”예천우가 한 발 앞으로 다가서자마자 그대로 그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너 이 자식... 비겁하게 기습하는 거야.”조신우는 얼굴을 싸쥐며 소리쳤지만 다음 순간 또 한 번의 따귀가 날아들었다.“짝!”이번엔 정면이었다.예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이번엔 기습 아니니까 할 말 없겠지?”조신우는 충격으로 말을 잃었다. 조금 전 따귀는 정말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분명히 내가 더 빠르고 강한데... 저 자식은 그저 공부나 하던 놈 아니었어?’그러나 예천우는 멈추지 않았고 이번엔 조신우의 다리를 향해 그대로 발을 뻗었
방 안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조혁진 또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지만 그는 도민현이 강흥시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지금 도민현이 진심으로 칼을 빼들면... 우리 조씨 가문은 정말 끝장이겠지.’하지만 그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해할 수 없었다.‘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지? 우리가 용왕이라는 사람을 건드릴 일이 있었나? 조씨 가문이 아무리 무례하다 해도 눈치 없이 그런 인물한테 손댈 리 없잖아...’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전태민 시장의 휴대폰이 울렸다.화면을 확인한 그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왕 총독님, 저한테 직접 전화를 주신다니... 정말 영광입니다.”왕 총독은 이미 도민현의 힘과 그 뒤에 있는 용문이라는 조직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었다.그는 도민현이 강흥시에 대규모 투자를 하려 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이 기회를 꼭 살리고자 했다.강흥시가 발전하면 자신의 정치 커리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지금 협상은 잘 되고 있나?”왕 총독이 물었다.전태민은 순간 식은땀을 흘리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그게... 조금 문제가 생겼습니다.”그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요약해서 설명했다.그리고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도민현이란 그 자식은 뒤에 용왕이 있단 걸 핑계로 아예 우리를 무시했습니다. 너무 오만하고 제멋대로라 제가 직접 그 자리에서 따끔하게 경고했습니다. 용왕이 뭐 대단하다고 우리 정부 사람을 흔들려고 하는 거죠? 저희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필요하다면 그 용왕이라는 자식도 좀 혼내려고요.”전태민은 평소 왕 총독이 단호하고 강경한 스타일이라는 걸 알기에 일부러 자신을 강하게 포장하려고 했다.‘이런 모습 보여주면 총독님도 날 인정해 주시겠지.’하지만 다음 순간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왕 총독은 큰소리로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뭐라고? 용왕님을 혼내겠다고? 전태민, 너 지금 제정신이야?”왕 총독의 고함이 너무 커서 주변에 있던 사람들까지
그 모습을 본 전태민 시장과 간부들은 도민현의 반응이 납득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불쾌했던 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던 건 도민현의 얼굴에 드러난 그 진중하고 긴장된 태도 때문이었다.‘도대체 어떤 존재길래 강흥시에서 잘나가는 이 도민현조차 저리도 조심스러워하는 걸까?’그러던 중 도민현의 입에서 낮고 묵직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용왕님, 말씀하십시오.”‘용왕?’방 안에 있던 이들의 눈빛이 동시에 흔들렸다. ‘용왕이라니... 설마 그 용문? 전설적인 비밀 조직이라는 그 집단의 실질적인 우두머리?’그간 소문처럼 떠돌던 이름은 들어본 적 있었지만 실체는 아무도 본 적 없었다. 그런데 지금 도민현의 입에서 직접 그 이름이 나온 것이다.전화기 너머에서 예천우의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도 대표, 하나 묻자. 장산군 사정 좀 알고 있어? 거기서 제법 영향력 있는 가문이 하나 있다더라. 조씨 가문이라고... 들어봤어?”그 말에 조신우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봐봐. 끝까지 쇼하네. 이 전화는... 그냥 자기 친구랑 짜고 치는 거겠지. 곧 들통날 거야.’도민현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조심스럽게 답했다. “예. 그 가문의 가주는 조태영이라 하고 지역에선 꽤 이름이 있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전화기를 들고 있던 전태민 시장은 조용히 그 이름을 되새겼다.‘조태영이라하면... 조신우의 아버지 아닌가?’옆에 서 있던 조혁진은 순간 얼굴이 굳었다.‘설마... 아냐... 이건 아닐 거야. 아닐 거야...’그 순간, 예천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그래. 조씨 가문, 그 집안을 내가 완전히 무너뜨리고 싶다면... 할 수 있겠어?”그 말에 도민현은 더는 망설이지 않고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그깟 조씨 가문 정도야 하루 안에 끝장낼 수 있습니다.”“좋아. 그럼 바로 실행해.”예천우는 감정 하나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차분히 말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도민현은 조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