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광운은 한지훈의 신분을 확인했다.5년 전에 한씨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였던 그는 지금 강씨 가문의 사위일 뿐이고 그 어떤 능력도 논할 수 없는 하찮은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이보다 더 평범할 수 없는 존재가 어떻게 저 위에 분들을 놀라게 할 수 있단 말인가?그가 잘못 생각한 게 틀림없다.황광운이 생각에 잠기고 있는 그때 어두운 표정의 송호문이 차에서 내렸고 그의 예리한 눈이 장내를 훑었다.그러다 그의 시선이 오성호에 머물렀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저를 부르신 이유가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송호문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를 흘기고는 옆에 서있는 황광운에게 물었다.“오늘 밤에 한지훈이란 사람을 체포했나?”화들짝!경찰청장의 말에 황광운의 심장이 내려앉았다.진짜 한지훈 때문에 왔단 말인가?그는 급히 해석했다.“네! 오늘 밤 우리 지구대에서 한지훈이라는 사람을 체포했습니다. 고의로 사람을 다치게 하고 난투극을 벌이고 순경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지금 반장님께서 심문하고 계십니다.”“확실해?”송호문은 낮은 목소리로 다시 한번 물었다.단순한 한마디지만 황광운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송호문의 포스는 너무 위압적이어서 황광운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그뿐만 아니라 오성호도 그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한지훈, 도대체 누구인가?그 사람 때문에 송호문이 직접 움직이고 있다.잠깐, 이름이 좀 익숙하다.황광운이 말한 아들을 때린 범인이 아닌가?오성호의 얼굴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하지만 도통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그때 송지민이 급히 다가왔다.오명철은 송지민을 보고는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아버지, 저년도 한패에요. 즉시 저년도 함께 체포하라고 명령해요.”오성호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그는 오명철을 매섭게 노려보고는 뺨을 후려쳤다.“닥쳐!”아버지의 갑작스런 행동에 오명철은 혼란스러워했다.“아버지, 왜 저를 때려요?”그때, 송지민이 송호문 곁으로 다가갔다.“삼촌.”송호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삼촌?오명철도
“예!”당황한 황광운은 정신없이 취조실로 달려갔다.도중에 그는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패닉 상태였다.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취조실에 도착했고, 황광운은 허둥지둥 취조실 문을 열기 위해 열쇠를 꺼냈다.문을 열자 피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모두의 시선이 바닥에 쓰러져 숨을 겨우 헐떡이고 있는 진해의 두 부하에게 꽂혔다.진해도 무릎을 꿇고 있었고 입과 코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그의 사지는 이미 완전히 부러진 상태였다.너무 참혹한 광경에 모두 공포에 떨었다.황광운은 참지 못하고 그만 구토했다.한지훈은 오히려 태연하게 원래 자세로 앉아 있었다. 고개를 돌린 그의 눈은 날카로운 한기를 내뿜고 있었다. 지켜보고 있는 이들은 겁에 질렸다.오성호는 자신의 아끼는 부하의 처참한 모습에 소리쳤다.“황 대장, 당장 저놈을 잡아! 너무 악랄한 죄수야! 어떻게 감히 여기에서 이런 무자비한 짓을 하는 거야!”오성호는 분노했다. 진해는 그가 아끼는 사람이었다.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젊은이가 진해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이것은 오성호를 건드린 것이다.오성호의 포효에 겁먹은 황광운은 감히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는 지금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오성호의 뒤에 있던 오명철이 취조실의 상황을 보고 깜짝 놀라다가 이내 한지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아버지! 바로 저놈이에요! 저놈이 나를 때렸어요. 그것도 모자라 진해 형도 건드렸으니 즉시 이 미친놈을 체포해서 쏴 죽여요!”하지만 그때,송호문이 앞으로 나아가더니 한지훈에게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 제가 한발 늦어서 이런 일을 당하게 했네요.”“!!!”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이게 무슨 상황?지독하게 악랄한 놈이다.그런데 경찰청장이 그에게 사과하고 있고 게다가 태도가 너무 정중하다.오성호의 눈썹이 희한한 곡선을 그렸다.오랫동안 차장으로 있은 경력이 그를 눈치 있게 만들었다. 그 순간 그는 뭔가를 깨달았고 송호문과 한지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강한 육감이
“우르르 쾅쾅!”맑은 하늘에 번개가 치는 것 같았다.전직, 북양구... 총사령관!세상에!그가 어떻게 북양구 총사령관이란 말인가?오성호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거물이다!오명철 역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바닥에 널브러진 진해와 부하들도 어안이 벙벙했다.잔뜩 겁먹은 황광운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풀지 않고 뭐 하고 있는 거야!”송호문은 불을 뿜으며 호통쳤다.황광운은 온몸에 퍼지는 공포를 억지로 참으며 한 걸음 한 걸음 한지훈의 앞으로 걸어가 떨리는 손으로 열쇠를 꺼냈다. 그는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풀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한지훈은 무덤덤하게 손을 들어 올리며 입가에 희미하게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황광운은 얼어붙은 채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위압적인 분위기를 견디고 있었다.“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그가 다시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한지훈은 다시 한번 손을 들어 올렸다.“황 대장, 내가 아까 한 말은 아직 기억하고 있나?”황광운의 이마에서 콩알만 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죄송합니다. 제가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발 이 수갑을 열어드릴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황광운은 즉시 용서를 빌었다.한지훈은 소리내어 웃으며 다리를 꼬았다. 그리고 두 손을 머리 뒤로 가져가며 입을 열었다.“성의가 없군.”황광운은 식은땀을 닦았다.복잡해 보이는 그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더 해졌다.그는 무릎을 꿇었다.“사령관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제발 수갑을 풀 수 있게 해주십시오.”그제야 한지훈은 손을 내밀었고 황광운은 급히 수갑을 풀었다.수갑은 마치 경고하듯 바닥에 떨어졌다.자리에서 일어선 한지훈이 오명철을 향해 손짓했다.“거기 너, 이리 와봐.”깜짝 놀란 오명철은 너무 무서워서 다리에 힘이 풀렸다.말로 만 듣던 전직 북양구 총사령관이다!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용서를 빌었다.“제가 잘못했습니다. 효정과 그녀의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았어야 했는데...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너무 나약하게 무릎
오성호의 안색이 눈에 띄게 변했다.“관용을 베풀 수 있을 때 베풀어야지 너무 매정하게 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저도 오군의 차장이고 어느 정도의 지위와 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청장님은 이미 자리에서 물러나셨고 지금은 아무런 힘이 없으시잖아요? 그러니 제가 보기엔...”오성호는 말을 끝맺지 않았다. 그는 요점만 간단히 집었다.이 말을 통해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전직 북양구 총사령관이긴 하나 지금은 아무런 권력이 없고 그저 보통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러나 오성호는 오군의 차장으로서 지위와 권력 면에서 모두 한지훈보다 높음을 암시했다.오성호의 말에 송호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오성호! 지금 뭐라고 했어! 감히 북양구 총사령관 앞에서 이런 말을 지껄여? 네 눈엔 내가 안 보여?”송호문은 격분했다.오성호는 법도 하늘도 업신여기고 있었다.높은 지위에 있으면서 감히 법을 무시하고 북양구 총사령관에게도 너무 무례했다.하지만 오성호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청장님. 제가 지금 총사령관님과 얘기 나누고 있지 않습니까? 사소한 일이고 서로 양보만 한다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잖습니까? 아니면 오늘 밤 제가 거하게 대접할 테니 노여움을 푸시는 게 어떻습니까?”송호문은 고개를 돌려 한지훈에게 물었다.“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한지훈은 차가운 시선을 그를 보았다.“만약 내가 그를 구금하고 해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모든 이들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특히 오성호의 안색이 심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고개를 흔들며 같잖게 여기기 시작했다.“지금 저를 협박하시는 겁니까?”말도 안 되는 소리!전직 북양구의 우두머리일 뿐인데 너무 주제넘다고 생각했다.송호문은 낮은 소리로 귀띔했다.“오성호는 차장으로 그의 보직 변경은 우리가 손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윗분들이 결정해야 합니다. 게다가 그를 체포하려면 법을 위반한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구속할 수 있습니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오성호를 바
오성호는 소리내어 웃으며 말했다.“저를 겁주지 마세요. 청장님은 저를 건드릴 수 없어요.”“너!”송호문의 가슴에 불길이 일었다.그는 진즉에 오성호를 처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서로 너무 얽혀있어 손을 쓰지 못했다.게다가 이런 고위급 인물을 체포하려면 가벼운 말 몇 마디로 되는 것이 아니라 치밀한 계획이 필요했다.하지만 한지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는 너를 건드리지 못해도 난 널 건드릴 수 있어.”그때 갑자기 순찰병 한 명이 달려오며 외쳤다.“본부에서 500명이 넘는 군인들이 밖을 포위했습니다. 완전 무장한 상태입니다.”모두 자리에 벙지고 말았다.“탁탁탁!”발자국 소리가 지구대를 뒤흔들었다.500명의 군인들에 완전히 포위된 상태다.갑자기 7~8대의 군용 차량이 지구대로 진입했다.그리고 차에서 짙은 녹색 군복을 입고 군화를 신은 장교가 권총을 들고 겁에 질린 순찰병들 지나쳐 취조실로 향했다.오성호와 옆에 있던 사람들도 대장이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대장은 그들을 무시한 채 한지훈에게 곧바로 다가갔다.그리고 정중하게 경례했다.“총지휘관님, 500명의 병사를 집결했습니다. 명령을 받들겠습니다.”건물 전체가 조용해졌다.총지휘관?오성호는 혼란스러웠고 오명철은 믿을 수 없었다.한지훈이 총지휘관이라고?오군 총사령관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오성호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 사람이 한지훈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전직 북양구 총사령관이라고 하지 않았던가?이미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하지 않았는가?어떻게 오군의 새로운 총사령관이 된 거지?오성호는 식은땀을 흘리며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한지훈은 이미 그의 곁으로 갔다.“오 차장, 지금 내가 당신을 건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철렁!오성호의 심장이 바닥으로 곤드박질쳤다.당황한 오선호는 서둘러 핑계를 찾았다.“총지휘관님, 죄송합니다. 모두 오해입니다. 넓은 아량으로 부디 용서해 주십시요.”하지만 한지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체포해.”두 병사가 오성호를 제압했다.
한지훈의 물음에 송호문이 즉시 대답했다.“오성호는 원씨 가문의 문객으로 오랜 기간 동안 원씨 가문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그가 지금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원씨 가문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고 아무도 그를 건드리지 못했습니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성호에 관계된 증거 자료는 곧 보낼 거야. 그의 배후 관계망을 확실히 처리해. 다른 일은 내가 처리할게.”흥분한 송호문는 경외심으로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몇 마디 당부를 덧붙이고 한지훈은 지구대를 떠났다.그리고 얼마 후, 오군을 충격에 빠뜨린 소식이 돌았다.오군의 차장, 오성호가 파면되었다. 그에 대한 위법 행위에 관한 증거를 수집하며 게시판을 통해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으며 포상금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처음에는 제보자가 없었다.오성호의 세력이 크다는 인식이 오랫동안 뿌리박혀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가짜뉴스라고 여겼고 함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오성호가 체포되는 영상이 뉴스에 송출된 후 오군의 시민들은 흥분했다.익명의 제보 전화도 끊임없이 이어졌다.지구대를 떠난 한지훈이 집으로 돌아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운해 박씨 가문에서 그를 찾아왔다.정장을 입은 30대 남자는 회색 정장 차림이었고 매우 예의가 바른 사람이었다.“안녕하세요. 저는 박씨 가문의 박하진입니다. 박한준과 박걸의 일로 이야기하고 싶어서 운해 박씨 가문에 초대하고 싶습니다.”박하진은 중중하게 말했다.한지훈은 소파에 앉아 차를 홀짝이며 말했다.“나를 초대한다고?”박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한지훈: “내 기억이 맞다면 이미 두 번이나 경고한 것 같은데 여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군. 박한준이 구속되었는데 나를 불러 이야기할 생각을 하고 있다니. 너무 오만한 게 아니야?”박하진의 입가가 살짝 떨렸다. 하지만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박씨 가문을 대표해 전에 있은 오해에 대해 사과드리갰습니다. 부디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길 바랍니다. 차근
박하진은 혼란스러웠다.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두 사람이 자신을 내쫓으려는 것을 보고 불안에 떨며 소리쳤다.“우리 박씨가문이 이렇게까지 고개를 숙이고 화해의 손을 내밀고 있는데 너무 한 것 아닙니까? 당신은 장군도 두렵지 않습니까?”“쳐!”한지훈은 낮게 명령했다.두 명의 드래곤 궁 사람이 한순간에 그를 제압했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박하진과 그의 기사는 건물밖에 버려졌다.얼굴에 구타당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젠장! 빌어먹을 한지훈! 감히 우리 가문을 무시해? 좋아! 어디 한번 두고 봐!”박하진은 화를 내며 바닥에서 일어섰다. 그는 얼굴을 감싸쥐고 급히 차에 올랐다.차에 오르자마자 그는 박창식에게 전화를 걸었다.“호락호락한 자식이 아닙니다. 가주님께서 도련님과 함께 직접 찾아뵙고 사과하라 하십니다. 아니면 3일 후에 넷째 도련님을 총살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같은 시각, 운해 박씨 가문.전화를 받은 박창식은 대노했다.“어딜 감히! 우리 박씨 가문에도 사람이 있어! 넌 오군에 남아. 내가 흥길에게 말해 봐야겠어.”화를 내며 전화를 끊은 박창식은 박씨 가문의 가족들을 바라보며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하진은 실패했어. 상대는 우리 요구에 동의하지 않았고 박걸을 데리고 직접 사과하라고 협박까지 했다.”“네? 너무 거만하네요! 우리는 절대 굴복할 수 없어요.”“맞아요. 흥길에게 전화를 넣어 부탁해 보세요.”사람들의 말을 들은 박창식도 고개를 끄덕이며 박흥길에게 전화를 걸었다.곧 전화가 연결되고 엄숙한 남자의 음성이 들려왔다.“남령구 4사단 7야전 사령부입니다.”“안녕하세요. 저는 박씨 가문의 박창식입니다. 박흥길 사령관님과 통화하고 싶습니다.”“바로 연결할 테니 잠깐 기다려주세요.”전투 지휘실로 전화가 연결되었다.같은 시각, 남령구 변경의 어느 한 밀림 속.거대한 녹색 텐트 안에 있는 군사 요새.야전 전투복을 입고 허리에 손을 올리고 어깨에 금색 별을 단 중년 남성이 심각한 표정으로 정면의 전광판을 바라
박창식은 재빨리 대답했다.“오군 주군 본부 사람들이 잡아갔어. 우두머리는 한지훈이란 놈이야. 네가 방법을 대서 오군에 압력을 넣어야 할 것 같아.”박창식의 말에 박흥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오군 주군 본무의 사람이라고? 도대체 왜? 형, 사실대로 말해 줘.”곰곰히 생각하던 박창식이 대답했다.“한준이가 오군에 일 보러 갔다가 우연히 다른 사람과 충돌이 일어났어. 결과 그 사람이 오군 주군 본부의 힘을 앞세워 한준에게 군사 지역을 침입하고 장교를 다치게 했다며 모함해 말도 안 되는 죄명을 씌웠어. 그러니 네가 무슨 수를 써러라도 해결해야 해. 아니면 한준이가 죽어.”박창식의 말을 들은 박흥길은 너무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대답했다.“알겠어. 즉시 해결할게.”전화를 끊은 박흥길은 작전 본부에 명령을 내렸다.“7야전 사단, 제5연대는 즉시 장비를 갖추고 오군으로 출발한다.”총 2,000명의 병사로 구성된 5연대가 수십 대의 군용 트럭에 빠르게 탑승하여 곧장 오군으로 향했다.거의 저녁 10시가 넘은 시점.7야전 사단, 제5연대는 오군의 2,000여 명 병사들이 오군 교외에 나타났다.박흥길은 차에서 뛰어내리며 모자를 고쳐 쓰며 바위 언덕으로 올라가 오군의 도시를 내려다보았다.“25명은 나를 따르고 나머지는 그대로 대기한다.”“네!”병사들은 일제히 몸을 내렸다.박흥길은 소량의 병사들과 함께 몇 대의 군용 차량에 앉아 오군 주군 본부로 향했다.오군 주군 본부는 갑자기 나타난 군용 차량에 바짝 긴장하며 앞으로 가서 확인했다.박흥길은 명찰을 꺼내며 차갑게 말했다.“난 남령구 7야전 사단의 총지휘관, 박흥길이다. 너희 총사령관을 만나야겠다.”병사는 박흥길의 신분을 확인한 후 경례했다.“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당직 병사는 재빨리 한지훈 측에 알렸다.같은 시각, 한지훈은 한고운과 함께 있었고 갑자기 군주 본부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눈살을 찌푸렸다.“박흥길? 남령구 제7 야전 사단 총지휘관? 알았어. 곧 갈게.”전화를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