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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8화

작가: 봄가을
용지 안에는 늙은 노인처럼 구부정한 모습의 적염왕이 있었고, 커튼 너머로 몇 번 기침을 하더니 말을 꺼냈다.

"알겠다, 이만 물러나도록."

"예!"

검은 옷의 남자는 재빨리 지하실을 떠났다.

그리고 이때, 용지 가장자리에 서 있던 그림자가 몸을 돌려 옷을 벗고 있는 적염왕에게 물었다.

"적염왕 님, 이제 저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용각이 적염왕 님이 죽지 않은 사실을 알았으니, 아마 국왕과 한지훈도 알게 되었을 겁니다."

적염왕은 큼직한 흰 가운을 걸치고, 시원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어린 소녀의 부축을 받으며 소파에 앉았다.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 한 병을 집어 들고 잔에 따른 뒤 한 모금 마시고는 대답했다.

"어차피 다 알게 될 일이었다, 다만 내가 예상한 것보다 더 이를 뿐이지만."

"한성, 이제 네가 나서야 할 때다. 용염 사사를 파견해 반드시 한지훈의 아내와 딸을 잡아와야 할 거야.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한지훈과 대항할 수 있는 카드다! 그리고, 4대 가문과 연락해서 나 적염왕이 그들과 협력하고 싶어한다고 전하도록."

"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

한성은 고개를 숙인 뒤 몸을 돌려 떠났다.

적염왕은 소파에 앉아 흐릿한 눈망울로 다시 말을 꺼냈다.

"국왕, 한지훈, 이번 판에는 내가 직접 나서주지."

...

같은 시각, 한지훈은 용각으로부터 긴급 밀보를 전해 받았다.

"사령관님, 용각에서 전하는 소식에 따르면 적염왕의 무덤에는 빈 관만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적염왕이 죽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용일의 안색이 굳어졌다.

한지훈은 뒷짐을 진 채 병원 입구에 서서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바라보더니, 살의가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

"적염왕, 그 자가 죽지 않았으니 내가 다시 한번 더 죽여줄 테다!"

"용일, 지금 당장 인력을 동원해 병원 주변 지역을 보호하도록 해! 적염왕 그 늙은 여우는 지금 우리가 그가 죽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을 거다. 그는 반드시 내 주변 사람들을 건드릴 거야."

한지훈은 재빨리 조치를 취했다.

"예! 지금 바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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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뜻은 매우 분명했다. 설령 다섯 가문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지훈은 나중에 얼마든지 베르사유 궁전으로 찾아가 빼앗을 수 있었다. “한 선생님, 저희가 좀 의논을 해봐도 될까요?”엘칸트는 식은땀을 흘리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에게 있어서 100그루는 가장 기본적인 최저 요구였다. 한 그루라도 모자라면, 한지훈은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 상황은 마치, 10여 년 전 유럽이 경제 수단을 이용하여 용국을 제재한 것과 비슷했다. 다만 이번에는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고, 유럽이 큰 타격을 입게 될 위기였다. “로크 선생, 한 선생이 최소 100그루는 요구하는 것 같은데 차라리 저희 모두 힘을 합칠까요?”엘칸트는 난감한 표정을 보였다. 뭐라고? 힘을 모으자고? 그 말에 로크 티스는 이를 꽉 깨물었다. 그는 칸트 가문이 그야말로 구두쇠라고 생각했다. 백 그루의 자소화를 한지훈에게 넘긴다는 게 말을 쉬워 보이지만, 현재 가장 부유한 로크 가문은 30그루도 안되게 소유하고 있었다. 남은 세 가문이 함께 모아도 70그루를 모으기는 힘들었다. 그만큼 자소화는 흔하디 흔한 배추처럼 쉽게 한 움큼씩 쥘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기가 찬 로크 티스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엘칸트를 무시하고 곧바로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 선생님 이런 식으로 저를 거절하려는 건가요?”“안녕히 가세요. 배웅은 못 해 드립니다!”한지훈은 할 말을 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필칸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쓴웃음만 보였다. 한지훈은 줄곧 이렇게 독한 모습만 보여왔다. 그런 그를 설득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다. 게다가 현재 전 세계 무도에서의 신분도 꽤나 높았던 한지훈은, 설령 500그루의 자소화를 요구한다 하더라도 유럽은 참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잠깐만요!”바로 그때, 로크 티스는 급히 일어나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제가 전화 한 통만 걸게 허락해 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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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해진 분위기에 사람들은 서로 눈빛만 주고받을 뿐이었다. 이내 다들 하나같이 엘칸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그는 용기를 내어 다시 입을 열었다. “한 선생님, 저희 유럽 사람들은 동양의 예절에 대해 잘 모르긴 하지만...”“한 선생님의 도움이 절대 헛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이치는 잘 알고 있습니다!”동시에 엘칸트는 로크 티스를 향해 눈짓을 했다. 이번 일은 칸트 가문과도 연관이 크지 않았기에, 사실 칸트 가문은 전혀 한 푼의 이익도 얻어낼 수는 없었다. 바로 그때, 로크 티스는 급히 품에서 작은 나무 상자를 꺼내 조심스레 뚜껑을 열고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한 선생님, 이건 저희 마음입니다. 부디 받아주시죠!”한지훈은 나무 상자 속에 담긴 다섯 그루의 자소화를 힐끗 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마음이라고? 필요 없으니 돌아가세요!”그 말에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 다섯 그루의 자소화를 건네준 것은, 그들에게도 꽤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게다가 유럽에서는 자소화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리하여 이 다섯 그루의 자소화도, 몇몇 대가문이 겨우겨우 함께 모은 것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다니. “한 선생님, 이건 저희의 진심 어린 성의입니다. 어떤 부탁이든 최선을 다해 들어드리겠습니다!”엘칸트의 이번 임무는 무사히 중재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설사 한지훈이 계속하여 거절한다 하더라도 그는 반드시 어떻게든 원만하게 해결해야 했다. 한지훈은 고개 돌려 칸트 가문의 두 사람을 흘깃 보고는 말했다. “자소화 다섯 그루, 우리 용국에서는 보잘것없는 거야!”“생각해 봐, 너도 알다시피 바로 오늘 오전 부상은 이미 함락되었고 이 전투를 통해 우린 이미 거의 200그루가 되는 자소화를 가져오게 됐어!”그 말에 모두들 침을 꼴깍 삼켰다. 200그루? 그들 몇몇 대가문의 모든 가산을 한데 모아도 그렇게까지 많은 자소화를 모을 수는 없었다. 사실 한지훈의 말에는 조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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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방금 저희 가문 사람들과 상의를 마쳤고, 다들 카메론 선생의 의견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부디 카메론 선생이 하루라도 빨리 한지훈을 유럽으로 소환했으면 합니다.” 이내 로크 티스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전달된 문자 메시지 한 통을 찾아내 카메론에게 보여주었다. “사실 이번 일은 칸트 선생도 같이 도와서 나서야 할 것 같네요. 필경 전 당시 안드레 선생의 수행원이었을 뿐 한지훈과는 직접적으로 대화할 자격도 없었어요!”카메론의 눈빛은 바로 엘칸트에게로 향했다. “죄송합니다만 하나 분명히 해야 할 건, 저랑 한 선생 사이의 관계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가깝지는 않습니다!”“몇 년 전, 저희 가문은 한 선생을 도와 사소한 일을 처리한 적 있긴 하지만 그 후로 근 5년 동안 저희는 한 선생과 연락을 한 적이 없습니다!”“저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필칸트가 나서서 요청을 한다 하더라도 한 선생을 모셔오기는 힘들 겁니다!”엘칸트는 사실대로 말했다. 한지훈에게 도움을 부탁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사실 5년 전에도, 한지훈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사실 저희 가문도 그 점을 깊게 고려하고 있긴 합니다. 그리하여 저희의 성의를 보여주기 위해 흔쾌히 자소화 한 그루를 넘길 생각입니다!“로크 티스는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자소화 한 그루라니? 지금 자소화가 매우 귀한 상황에, 오직 한지훈을 위해 이렇게까지 낮게 평가하다니. “로크 티스 선생님, 한 가지 오해하는 사실이 있는 것 같은데 한지훈은 엄연히 용국의 북양 왕입니다. 바로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용국 무종을 이끌고 부상의 무도 엘리트들을 참살하였습니다!”“부상인들한테 자소화가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무종 사람들이 감히 그 자소화들을 숨길 수가 있을까요?”엘칸트는 차가운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자소화 한 그루를 넘기고 한지훈을 데려올 거라고? 그럴 바에는 차라리 자신의 목숨을 바쳐 이 고비를 넘기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칸트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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