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가 직접 나와서 그를 맞아주었다. 군사는 공손한 미소를 지으며 한지훈에게 고개를 숙였다.“북양 총사령관님, 우리 서망 전쟁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희 총사령관님께서는 각 구역의 훈련상황을 지휘하고 계셔서 제가 대신 마중을 나왔습니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군사와 악수하며 말했다.“괜찮습니다.”군사는 한지훈을 미리 준비한 접대실로 안내했다.“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시죠. 저희 총사령관께서 곧 도착하실 겁니다.”말을 마친 군사는 곧바로 접대실을 나가버렸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인 뒤에 주변을 둘러보다가 용린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30분을 기다려도 사람이 오지 않자 성급한 용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주군, 장형 이 사람 일부러 텃세를 부리는 것 같습니다.”한지훈은 다 식은 찻잔을 입가로 가져가며 담담히 말했다.“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여긴 북양이 아닌 서망이야. 남의 아지트에 왔으니 기다리라고 하면 기다려야지.”그 말을 들은 용린은 씩씩거리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그렇게 또 한 시간이 지나갔다.용린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주군, 벌써 한 시간 반을 기다렸습니다! 장형 이 인간 너무 건방진 거 아니에요? 지금 일부러 우리의 기를 죽이려고 이러는 거잖아요!”한지훈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처음에는 장형이 바빠서 그런 거라고 좋게 생각하려고 했는데 지금 보면 일부러 만나주지 않으려고 이러는 것 같았다.‘재밌네.’“거기 누구 없어?”용린의 분노한 외침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 한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용린이 차갑게 물었다.“너희 총사령관은?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지? 우리 여기서 한 시간 반을 기다렸어! 지금 일부러 우리를 무시하는 거야?”그 병사도 싸늘한 얼굴로 답했다.“죄송합니다만 총사령관 각하의 일정은 저희도 알지 못합니다. 조용히 기다리시지요.”말을 마친 그 병사는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접대실을 나가버렸다.“각하, 이것 보세요. 이제 보초병들까지 우리를 무시한다니까요?”
그제야 용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예, 각하.”그렇게 날이 다 어두워졌지만 한지훈은 장형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심지어 처음 마중을 나왔던 군사도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마치 두 사람의 존재를 까맣게 잊은 듯했다.창밖을 바라보던 용린이 고개를 돌려 한지훈에게 말했다.“각하, 밖에 20명 정도 되는 순찰병이 순찰을 돌고 있습니다. 전방 100미터 떨어진 고탑에 저격수가 두 명 있고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이제 움직이자!”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두 사람은 접대실을 나가서 순찰을 돌고 있는 병사들에게로 달려들었다.한지훈은 마치 맹수처럼 몸을 웅크리고 마지막 행렬의 병사에게로 달려들어 그의 입을 틀어막고 기절시켰다.그러고는 쓰러진 병사와 옷을 바꿔 입은 뒤에 아주 자연스럽게 순찰 행렬에 끼어들었다.이 모든 것이 끝나기까지 불과 2분 정도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고 순찰병들은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다.용린도 그들 중 한 명과 옷을 갈아입고 순찰 대오에 잠입했다.그렇게 한지훈과 용린은 갈라져서 순찰병들을 한 명씩 제압했다.100미터 고탑 위에서 대기하던 저격수들은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조준경으로 접대실 상황을 살폈다.그들이 바닥에 쓰러진 병사들을 발견하고 상부에 알리려는 순간,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용린이 손으로 그들을 기절시켰다.고탑에 올라간 용린은 밑에 있는 한지훈을 향해 OK사인을 보내고는 기절한 저격수에게서 저격총을 빼앗아 신속히 주변 지형과 병사들을 확인하고 한지훈에게 알렸다.모든 준비를 마친 뒤, 그는 저격총을 챙기고 고탑에서 뛰어내려 한 자루를 한지훈에게 건네며 말했다.“각하, 이제 뭘 하면 될까요?”한지훈은 저격총을 받아서 탄약을 장전한 뒤에 어깨에 메고는 권총과 수류탄을 챙기며 차갑게 말했다.“총지휘실로 간다. 장형이 우리와의 만남을 피하고 있다면 우리가 찾아갈 수밖에!”용린은 잔뜩 흥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진작에 그러고 싶었습니다.”의논을 마친 뒤, 둘은 장비를 체크하
지휘실 내에 있던 장형이 굳은 얼굴로 소리쳤다.“밖에 무슨 일이야!”군사가 안으로 달려들어오더니 말했다.“사령관님, 밖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이 수비군과 격전을 벌이고 있습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자? 여긴 서망 전쟁부 지휘본부야! 대체 수비를 어떻게 한 거야!”분노한 장형이 버럭버럭 고함을 질렀다.군사는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수비군도 바로 반격에 들어갔습니다. 아마 곧 놈들을 해치울….”쾅!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휘실 문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열렸다.곧이어 두 명의 사내가 문 앞에 나타났다.지휘실 내부에 있던 병사들이 그들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군사도 총을 꺼내 그들을 겨냥하며 분노한 목소리로 경고했다.“누군데 감히 서망 본부 지휘실까지 쳐들어온 거야!”안개가 걷히고 한지훈과 용린이 모습을 드러냈다.“안 본지 얼마나 됐다고 내 얼굴도 못 알아보는 건가?”한지훈은 싸늘한 목소리로 비웃듯 말하며 마스크를 집어던졌다.한지훈을 알아본 군사는 굳은 얼굴로 장형의 등 뒤에 숨었다.장형은 여전히 뒷짐을 지고 싸늘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북양 총사령관, 이렇게 미리 얘기도 없이 서망 본부에 쳐들어온 건 너무 무례한 처사 아닙니까!”그 말 한마디에 지휘실에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한지훈은 피식 웃고는 몸에 걸쳤던 군복을 벗어 던지고 싸늘한 눈빛으로 장형을 바라보며 말했다.“장형, 오랜만이네요. 형님이 나를 만나러 와주지 않으니 내가 직접 올 수밖에요. 안 그래요?”장형은 미간을 확 찌푸리며 군사를 향해 눈짓했다.“애들 다 물려!”“예!”군사가 나가서 병사를 물렸다.그 시각 전쟁부 총지휘실 근처에 수많은 병사들이 집결했다.장갑차, 탱크를 비롯한 차량들이 끊임없이 이쪽으로 모이고 있었다.서망 전쟁부 지휘실을 중심으로 반경 3km까지 병사들이 빽빽이 모여들었다.지휘실 안에서 장형은 한지훈과 마주섰다.장형이 먼저 입을 열었다.“북양왕, 이제 여기 온 목적을 말해
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내가 뭘 봤다고 생각하십니까?”장형은 잠깐 침묵하다가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한 사령관은 농담도 잘하시는군요.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죠.”잠시 후, 한지훈과 장형은 회의실에서 마주앉았다.장형은 찻잔을 들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한 사령관, 폐하께서 정말 우리 서망 전쟁부가 반란을 일으킬 거라고 생각하십니까?”한지훈은 눈썹을 꿈틀하고는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밀보에 의하면 그렇다고 합니다. 어쩌면 적국의 스파이들이 퍼뜨린 헛소문일 수도 있겠지요. 폐하와 서망 본부를 이간질하려고요.”그 말을 들은 장형은 씩씩거리며 책상을 쾅쾅 쳤다.“적국 세력이 분명합니다! 나쁜 자식들! 감히 우리 서망구를 모함하다니! 내가 이끄는 서망 전쟁부는 용국을 위해 평생 피와 땀을 흘리기로 맹세했습니다. 우린 한 번도 나라를 배신할 생각이 없었어요. 한 사령관, 돌아가서 폐하께 꼭 전해주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서망부는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킬 거라고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물론이죠. 서망구 전사들이 나라를 위해 흘린 피와 땀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장 사령관의 공로가 크다는 걸 폐하께서도 알고 계시고요. 다른 일 없으면 이만 가보겠습니다.”“며칠 더 있다 가사지 그러세요? 나랑 같이 서망구를 둘러보는 건 어떻습니까?”장형이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저는 장 사령관을 믿겠습니다.”말을 마친 한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장형과 작별 인사를 하고 헬기를 타고 서망구를 벗어났다.장형은 멀리 날아가는 헬기를 바라보며 싸늘한 얼굴로 군사에게 말했다.“당장 3국의 장군에게 연락해서 꼭 상의할 일이 있다고 전해!”“예, 사령관님!”그 시각, 헬기에 탄 한지훈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각하,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용린이 물었다.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에게 되물었다.“장형이라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해? 정말 나라를 배신할 사람 같아?”용린은
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아주 잘했어.”칭찬을 받은 강우연의 입가에 미소가 진해졌다.그녀는 간단히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에 한지훈에게 말했다.“여보, 오늘 비즈니스 파티가 있는데 꼭 참석해야 할 것 같아요. 나랑 같이 가요.”“그래? 그렇게 중요한 파티야?”“네. 우리가 강중에 온지 얼마 안 됐잖아요. 이번 기회에 인맥을 넓혀두면 좋을 것 같아요.”강우연은 어느새 검은 드레스로 갈아입고 연한 화장을 한 뒤에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귀에 착용했다.한지훈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내를 바라보았다.운동을 시작한 뒤로 그녀는 분위기마저 확 달라져 있었다.머리를 틀어올려 매끄러운 목선과 등라인을 강조하고 한 손에 잡힐 것 같은 매끈한 허리는 남자의 욕구를 자극했다.한지훈은 다가가서 아름다운 그녀를 품에 안고 입을 맞추며 말했다.“당신 오늘 너무 예쁜걸?”강우연은 새침하게 그를 흘겨보고는 등을 떠밀었다.“장난치지 말고 어서 옷이나 갈아입어요.”한지훈은 아쉬운 표정으로 의상실로 가서 정장을 갈아입었다.준비가 끝난 뒤, 강우연은 한지훈의 팔짱을 끼고 별장을 나와 밴에 올라탔다.그들을 태운 차는 강중의 로얄 패밀리 호텔 앞에서 멈추었다.오늘 파티에 입장할 자격을 가진 사람들은 유명 기업가와 실력을 인정 받은 엘리트들이었다. 강우연은 한지훈과 함께 홀에 입장한 후에 구석진 곳을 찾아 자리에 앉았다.강우연의 외모가 너무 튀어서인지 적지 않은 젊은 청년들과 기업가들이 다가와서 먼저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그리고 잠시 후, 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입구를 향해 달려갔다.“여보, 우리도 가보죠.”강우연이 말했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와 함께 입구 쪽으로 향했다.잠시 후, 호화 외제차가 앞에서 멈추더니 준수한 외모의 젊은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그의 뒤로는 험악한 인상의 경호원들이 따르고 있었다.오늘의 주최자 강중 이강 그룹의 왕 회장은 다급히 달려가서 아부 섞인 웃음을 지으며 남자에게 인사를 건넸다.“소종주님, 드디어 오
강우연 주변에 서 있던 사람들은 긴장한 얼굴로 양옆으로 길을 비켰다.아무도 감히 나서서 간섭하지 못했다.그도 그럴 것이 상대는 청문종 소종주였다.강중에서는 1, 2위를 다투는 문파였다.게다가 의약 종문이기도 했다.중문 내에는 수많은 제약 회사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처방과 신기한 약재들을 보유하고 있었다.수많은 제약 회사가 청운종에 러브콜을 보냈지만 그들은 속세의 제약 기업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시중에 유통되는 치료약들 일부분은 청운종에서 자체로 제작한 것들이었다.청운종 휘하에도 적지 않은 제약 회사들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다른 회사와 거래할 이유가 없었다.그룹 단위의 대형 기업이면 몰라도 일반 기업들을 그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그리고 이 강중에는 청운종이 인정할만한 제약 회사가 존재하지 않았다.그래서 유은우가 건방지고 사고를 많이 쳐도 그와 척을 지지 않으려면 떠받들 수밖에 없었다.용국의 무종은 속세의 원칙과 규정을 준수한다는 규정이 있었지만 대부분 무종 문파의 사람들은 일반인들을 무시하고 권력을 휘두르기 좋아했다.용국의 근간이 무력이기 때문이었다.그리하여 무종 문파는 용국 경내에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천자각의 용 선생 역시 용국 최대 무종인 무신종 출신이니 더욱 그랬다.용국의 2대 국왕은 무신종의 소종주 출신이었다.그리하여 무신종은 용국에서 천자각과 동일시되는 무한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무신종이 정부의 운명을 좌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유은우 신변의 두 경호원은 서늘한 살기를 뿜으며 강우연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갔다.군왕급 실력의 강자였기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그들은 강 건너 불 구경하듯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청문종에서 문지기를 하는 사람이라도 속세로 나오면 기업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존재였다.두 경호원은 싸늘한 시선으로 강우연을 바라보며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강우연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그와 동시에 우드득 하고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강우연의
한지훈이 누구인가?그는 용국의 북양왕이었다.우드득!사람들의 경악한 시선 속에 한지훈은 담담히 손을 뻗어 상대의 주먹을 잡았다. 그리고 놀란 상대의 얼굴을 뒤로하고 손목을 살짝 비틀었다.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아찔하게 들려왔다.“악! 내 손!”그 경호원은 처참한 비명을 질러댔고 주먹에서는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꺼져!”한지훈은 분노한 목소리로 욕설을 뱉으며 상대의 귀뺨을 날렸다. 그 경호원은 힘없이 밀려나가며 기둥에 머리를 찧었다.순식간에 기둥이 쩍하고 갈라졌다.천장의 샹들리에가 짤랑짤랑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모두가 경악한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봤다.유은우의 경호원을 한방에 쓰러뜨리다니!대체 이 사람은 누굴까?누구기에 이렇게 겁 없이 행동하는 것일까?“저 인간 누구야? 대체 무슨 용기로 소종주의 사람에게 주먹질을 한 거야?”“큰일이야. 소종주 뒤끝 장난 아닌데. 자기 사람이 맞아서 자존심이 엄청 상했을 거야.”“청운종을 적으로 돌리다니….”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작은 소리로 수군거렸다.한편, 유은우는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닥에 쓰러진 경호원과 한지훈을 번갈아보다가 말했다.“젠장! 지금 내 사람을 쳤어? 너 죽고 싶어? 너 내가 누군지 몰라?”한지훈은 강우연의 앞을 가로막고 서서 서늘한 눈으로 유은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누군지는 관심 없고 내 마누라한테 무례하게 군 거 사과해!”그 말을 들은 유은우는 순간 당황했다가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렸다.“지금 뭐라고 했어? 나한테 네 마누라를 상대로 사과를 하라고?”유은우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너 머리에 물 들어갔어? 모르면 옆에 있는 사람들한테 물어봐. 대체 누가 감히 나 유은우의 사과를 받을 수 있는지?”주변인들은 머리를 푹 숙이고 작은 소리로 한지훈에게 말했다.“젊은 친구, 당장 소종주께 사과해. 이러다가 자네 정말 죽을 수도 있어.”“강중에서 청운종은 건드리면 안 되는 거야.”“이러면 자
현장에는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사람들은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청운종 소종주가 일반인에게 맞아서 코피가 터져?유은우에게 무릎킥을 날린 이 사내는 대체 누구지?청운종을 그냥 무시한다는 건가?청운종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몰라서 저러는 걸까?유은우는 코를 부여잡고 부들부들 떨며 뒤로 물러섰다. 걸죽한 피가 그의 손가락을 뻘겋게 물들였다.유은우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그는 왼손으로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는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너… 감히 나 쳤어? 내 코, 내 이빨… 죽여버릴 거야! 너희는 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저놈을 죽여버려!”유은우의 고함과 함께 남은 두 명의 경호원이 순식간에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하지만!쾅쾅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둘은 그대로 공중을 날아 화단에 추락했고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다.유은우는 멍한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주변에 널브러진 자신의 경호원들과 자신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오는 한지훈을 번갈아보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않았다.“너, 오지 마!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경고하는데 나 청문종 소종주야! 청문종은 용국에서 랭킹 50위 안에 드는 문파라고! 강중에서는 1, 2위를 다투는 존재야. 우리 아버지는 무도의 대가라고! 나 건드리면 우리 아버지가 직접 너를 찾아갈 거야!”이 순간 자존심이 꺾인 유은우의 모습은 초라하고 추했다.한지훈은 그의 앞으로 다가가서 그를 내려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그래? 네 아버지가 무도의 대가라고?”“맞아! 우리 아버지 엄청 강해! 전쟁부의 전신강자와 실력을 나란히 할 정도라고! 너 같은 일반인 하나 제거하는데는 1분도 안 걸릴 거야! 당장 나한테 사과하고 네 마누라를 우리 집으로 보내. 한달 놀다가 싫증나면 돌려보낼게. 그러지 않으면 내 전화 한 통에 너희 가족 목숨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유은우는 두려움을 감추려고 미친 사람처럼 고함을 질렀다.한지훈은 담담히 고개를 흔들고는 뒤에 있는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
이소비의 말에, 호텔 지배인은 순간 멍해졌다. 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설령 지배인이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여 그들을 법정에 세운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며칠 동안 구류될 뿐이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놈들은 뱉은 대로 얼마든지 실행한 사람들이었다. 일시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온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순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니. 때가 되어 수많은 종문들을 찾아가 용서를 빌더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비록 묘당이 현재 무종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지만, 그것도 단지 큰 범위에서뿐이었다. 지배인 같은 일반인은 묘당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그렇게 지배인이 망설이는 사이에 한지훈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지배인에게 말했다. “저희가 예약한 방, 지금 입주할 수 있나요?”한지훈의 말에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육천릉이였다. 잇달아 이소비 일행도 한지훈을 향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방금 이소비가 말했듯이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호텔은 이미 그들의 손에 장악되었는데 한지훈은 뜻밖에도 이 상황에 입주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소비는 바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지훈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경비원이 서 씨로부터 일격을 당하여 살해될 당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한지훈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심지어 방금 그가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를 뱉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라 허겁지겁 도망쳤지만 한지훈은 줄곧 침착하고 태연자약했다. 이는 한지훈이 필연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소비는 굳어진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천산 장 씨 집안사람인가?”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한지훈은 천산 장 씨 집안의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 경비원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서 씨가 손을 들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비원은 순식간에 7~8미터 밖으로 날아가 피를 토하며 죽었다.단 한 방에 동료가 죽게 된 것을 목격한 다른 한 경비원은 깜짝 놀라 거듭 뒤로 물러섰다. 감히 다시 앞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당... 당신들 어떻게 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 이 세상은 아직 무종의 천하는 아니야, 용국의 국법을 따라야 한다고!”호텔 지배인은 눈앞에서 경비원이 살해되자, 벌컥 화를 냈다. 무종의 세력은 비록 강하긴 하지만, 현재로서 용국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묘당이었다.그렇기에 무종이 막무가내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됐다. 방금 그들이 행패를 부린 것 또한, 이미 국법을 위반한 행위였다.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호텔은 우리가 전세 낼 테니까 즉시 사람들 치워버려!”이소비는 지배인을 차갑게 쳐다보며, 그가 방금 한 위협은 조금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당신...”“왜, 당신네 사장님의 배후가 그렇게 든든해? 우리 천산 운검각보다도 더 강하냐고?” 이소비는 다리를 꼬고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지배인은 갑자기 멍해졌다. 한편 서 씨는 차가운 눈빛으로 다른 경비원을 쳐다보았고, 그러자 경비원은 놀라서 급히 뛰어나갔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이 다섯 글자는, 그야말로 신과도 같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주숙객들은 곧이어 짐을 챙기고는 급히 프런트로 달려가 체크 아웃했다. 로비에서 입주를 기다리던 다른 손님들도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얼마 안 되어 호텔 로비 전체는 텅 비어버렸다. 영기가 소생한 이후로 무종은 세상을 휩쓸고 있었다.뿐만 아니라 5대 명산의 각종 원과 종문을 역시 세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천산이 새로 설립한 천산 운검각은 가장 극악무도한 조직의 대명사였다. 운검각에는 사실 부유한 상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천산과 그들의 관계도
그 말에 육천릉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호텔에도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금 양산시는 호텔은커녕,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비는데 대체 어디 가서 묵으라는 거지? 육천릉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 씨 집안은 천산과는 깊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몇 년 전과는 달리, 무종 세력은 이미 세속 곳곳에 스며들었다. 육천릉은 사업가로서 이루어낸 성과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여러 큰 명산들 앞에서 그의 재부는 조금도 볼품없는 먼지와도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산은 얼마든지 세속의 자신들의 세력을 동원하여 그를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었다. 육천릉이 멍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선 채 전혀 체크아웃할 의사가 없어 보이자 이소비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육 대표, 당신 내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 없다는 거야?”“아니면, 육씨 집안은 이젠 우리 천산을 안중에 두지도 않는다는 건가?”그 말에 육천릉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이소비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면, 그 후과를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감히 천산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지 소상인일 뿐인 그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천성 갑부가 이소비의 앞에 서있더라도 감히 큰소리를 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새 이소비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의 몇몇 사람들까지도 모두 좋지 않은 눈빛으로 차갑게 그를 보고 있었다. 이소비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 하나 기세가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방금 가장 먼저 입을 연 그 여자는, 전혀 상상도 못 할 거물의 여자 친구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라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육천릉 같은 사람 하나는 쉽게 끌어내릴 수 있었다. “도련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육천릉이 말을 떼기도 전에 양복을 걸친 한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누가 날 찾는 거야?”중년 남자는 무리 앞에 다가와 이소비 일행을 힐끗 보았다. “당신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