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멍하니 있던 동방 설령은 이내 몸을 돌려 에밀리를 살펴보았다. “에밀리, 로드 가문이 평범하지 않다는 건 나도 잘 알아. 하지만 설령 네가 로드 가문을 등에 업고 있다 하더라도 모든 사람과 적이 되려 해서는 안 되지!” 그 말에 에밀리는 어리둥절해졌다. 그녀를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 속에는, 놀라움 외에 차가운 한기도 가득했다. 평소 에밀리는 일반인들로부터도 우러러볼 정도로 지위가 높았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 중 어디 평범한 사람이 있겠는가. 로드 가문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무도 학원 전체를 대적할 수는 없었다. 에밀리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입을 떼려는 순간,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밀리, 로드 가문이 그렇게 대단해?”찰스 왕자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며 물었다. 동시에 그의 탁자 위 술잔은 순식간에 깨져버렸다. 바로 삼성 지급 천신의 기세가 강당 전체에서 폭발한 것이다. “찰스 왕자님, 일단 진정하세요! 그렇지 않았다가 펼쳐질 결과는, 감당하시기 힘드실 수 있습니다!”에밀리는 분명히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지만, 한지훈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심지어 칸트 가문의 생일파티에 온 안드레마저 고분고분하게 만드는 존재이다. “흥! 감당이 안 될 거라고?”찰스 왕자의 얼굴에는 음산한 웃음이 떠올랐다. 유럽에서 감히 찰스 왕자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거라고? 심지어 그의 할머니는, 유럽의 모든 국왕과 국주의 지위를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 말은 즉, 누가 감히 찰스에게 불경하게 대했다가는 바로 유럽의 모든 국왕과 국주의 적이 되는 셈인 것이다. “한군림, 너 남자가 맞긴 해? 계속해서 그렇게 여자 등 뒤에 서 있을 거야?” 찰스는 삼성 지급 천왕계의 기세와 위압으로 한지훈을 제압시키려 했다. 지금 이 순간, 모든 사람들의 눈빛은 한지훈에게로 떨어졌다.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이상 더 이상 반전의 여지가 없었고, 심지어 교사들조차도 벌써 모두 멀리 피했다. 이때 교사 중 한 명이 심상치
“흥, 계속해서 억지로 침착한 척만 하네. 그 자리에 앉아있기만 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넌 오늘 이 강당을 나갈 수 없어!”동방 설령은 한지훈을 가리키며 비꼬았다. 찰스도 덩달아 웃으며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설마 모든 용인들이 다 너처럼 이렇게 찌질해? 아무 말도 못 하고 벙어리처럼!”“이렇게 된 이상, 네가 굳이 기어코 그 혈령단을 받을 이유가 있을까? 이렇게 스스로 모욕을 자초하는데!”찰스의 말이 떨어지자, 에밀리는 한숨만 길게 내쉬었다. 곧바로 그녀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일이 이 지경까지 된 이상, 한지훈이 절대 그들을 떠나게 놔둘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이상, 자신이 더 이상 굳이 쓸데없이 나설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바로 이때, 동방 설령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문자를 확인한 동방 설령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더욱 짙어졌다. “한군림, 너한테 아주 안 좋은 소식을 들려줄게. 내 남편이 곧 온다고 하네. 우리 남편이 오기만 하면 넌 그냥 죽음이야!”동방 설령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검은색 양복을 걸친 키 큰 잘생긴 한 남자가 강당 입구에 나타났다. 그가 나타난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그에게로 쏠렸다. “필칸트다!” “용인이 이젠 죽게 됐네!”적지 않은 사람들은 단번에 그 젊은 남자를 알아보았다. 바로 필칸트였다. 필칸트를 보자마자 동방 설령은 더욱 의기양양해났다. “필칸트, 마침 잘 왔어. 여기 상스러운 놈이 네 약혼녀한테 불경하게 굴고 있어!”찰스의 입가에는 비웃음이 스쳤다. 그 말을 들은 필칸트는 저도 모르게 멍해졌고, 이내 동방 설령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잠시 몇 초동안 시선이 머물 뿐, 곧바로 그녀의 곁에 앉아 있는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필칸트가 앞으로 나가 한지훈에게 인사하기도 전에, 동방 설령이 먼저 다가가 입을 열었다. “필, 방금 이놈이 나더러 꺼지라고 욕했어!”“
한껏 어두워진 필칸트의 안색에, 동방 설령은 내심 기뻐났다. 그는 필칸트의 분노가 이미 극에 달했을 거라 믿었다. 이제 약혼녀인 자신을 위해 복수를 해줄 거라 생각했다. 한 씨 집안사람들이 아무리 미쳐봤자 지금 뭘 할 수 있겠어? 약혼자인 필칸트 앞에서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한군림, 오늘 난 너한테 다른 사람에게 따귀를 맞는 게 어떤 느낌인지 제대로 알게 해 줄게! 조금 있다가 나는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호되게 너의 따귀를 때릴 거야! 너의 그 천한 입을 때려 부수겠어!”말이 끝나자마자 동방 설령은 필칸트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러나 그녀가 이 말을 뱉은 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필칸트의 표정은 더욱 보기 흉해졌다. “필, 굳이 용인 때문에 화를 낼 필요는 없어. 네가 직접 손을 대지 않아도 돼.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이내 찰스는 한지훈 쪽으로 걸어왔다. “어? 너희들이 나서겠다고?”필칸트는 찰스와 바샤크를 흘깃 쳐다보았다! 찰스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매우 신사적인 미소를 보였다. “사실 단지 너를 위해서만은 아니야. 이 천한 용인이 감히 혈령단을 독차지하려 하니 화가 나서 그러지. 누구처럼 고귀한 혈통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이놈처럼 천한 혈통은 우리 같은 진정한 귀족들에게 신발 밑창을 핥아 줄 수밖에 없는 존재야!”“내가 이놈을 처단하려는 이유는, 마찬가지로 똑같이 천한 사람들이 무도 학원에서의 자신들의 지위를 똑똑히 알게 하기 위해서야!”찰스의 차가운 눈빛은 나머지 몇 명의 용국 젊은이들에게 떨어졌다. 찰스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여청양은 무리를 비집고 나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한군림, 어때? 내가 너를 학교에서 자른다는 건 사실상 네 목숨은 지켜주는 거야!”“만약 애초에 네가 그렇게까지 고집이 세지 않았다면, 오늘 이 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겠지!”한편 필칸트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보며 이를 꽉 악물었다. “좋아! 네가 이놈의 따귀를 때리겠다고 한 이상, 내가 저 입이 찢어질 때까
“팍!”전보다 힘이 더욱 많이 들어간 따귀에, 동방 설령은 순간 공중으로 날아오르다가 다시 땅에 떨어졌다. “한 선생이 너더러 그냥 꺼지라고 한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해. 당장 썩 물러가!”필칸트는 한껏 쉰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필칸트의 발밑에서부터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살기는, 강당 위의 샹들리에마저 아예 깨뜨려버렸다. 한... 선생? 이 세 글자에 모두들 놀라서 멍해졌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들은 필칸트의 등장이, 한지훈의 상황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만들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필칸트는 한지훈의 편을 들기 위해, 자신의 약혼녀에게 손을 대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필, 너 미친 거야!”찰스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필칸트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 순간, 필칸트는 몸을 돌려 번개처럼 찰스를 향해 돌진했다. 찰스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한줄기의 흰 빛이 그에게로 정면으로 다가왔다. “빵!”순식간에 가까워진 거리에, 찰스는 그 한 방을 막아낼 수가 없었다. 하물며 필칸트는 그보다 한 경지 더 높았기에, 설령 필칸트의 주먹이 날아오는 것을 안다 하더라도 쉽게 피할 수는 없었다. 이 강한 주먹 한 방은, 찰스를 순식간에 20여 미터 밖으로 날려버려 사람 크기만 한 한 기둥에 부딪혀버리게 됐다. 털썩. 찰스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땅에 쓰러졌고,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필 칸트를 바라보았다. 필칸트가 한군림을 위해, 자신한테 손찌검을 하다니? “필... 너... 죽고 싶은 거야!”2성 천왕계의 젊은 남자 몇 명이 잇달아 자리에서 일어나, 경계하는 눈빛으로 필칸트를 바라보았다. 지켜보고 있던 교사들조차도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지만, 아무도 감히 직접 앞으로 나가 막지는 못했다. 한편 한지훈은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아웃사이더처럼 조용히 와인과 견과류를 음미하면서 담담한 눈빛으로 이 장면을 지켜보았다. 그제야 에밀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생각해 보아도, 그녀와 그녀의 가문
에밀리의 말에, 모두들 멍해졌다. 특히나 여청양은 더욱 마음이 흔들렸다. 에밀리는 직접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그 말고는 큰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한 선생은 처음부터 너희들을 상대하기도 귀찮아하신 거야. 그런데 너희들은 설마 한 선생이 너희들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한 거야? 너희들이 뭐가 대단하길래 한 선생이 두려워하시겠어? 정말 천박하기 그지없네!”에밀리는 대놓고 저격을 했지만 사실이긴 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지훈은 종래로 이들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찰스 왕자든, 동방 설령이든. 그중에서도, 한지훈은 여청양이 가장 상대하기 귀찮았다. 게다가 한지훈은 이젠 유럽 무도 학원의 비밀에 대해 어느 정도 조사를 마친 상황이었다. 그리하여 무도 학원과 역외에 대하여, 한지훈은 이미 속셈이 있었다. 만약 여청양과 찰스 일행이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면, 한지훈은 진작에 귀국할 계획이었다. 필경 역외 강자가 곧 돌아오게 될 상황에, 용국 묘당은 아직 전혀 영문을 모르고 있었기에, 한지훈은 반드시 그전에 달려가 국왕에게 보고를 올린 후 일찍이 준비하려 했다. 역외 강자가 강림하게 되면 다른 나라들은 몰라도, 용국은 절대 혼란에 빠져서는 안 됐기 때문이다. 그제야 사람들은 그동안 한지훈이 보인 무뚝뚝한 표현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하찮아하는 그의 태도였다. “흥! 필칸트, 설마 너 고작 이 용인 때문에 우리 영륜 왕족과 적이 되려는 거야! 우리 할머님, 진작에 유럽을 다스리는 왕족의 공주였어. 그런데 너 정말 저놈을 위해 유럽의 미움을 사려는 거야!”찰스는 발버둥 치며 땅에서 일어나고는, 원망하는 눈빛으로 필칸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필칸트가 그에게 뺨을 때렸다고 해도 절대 일이 이렇게 끝날 리는 없었다. 비록 찰스의 실력은 필칸트보다 한 단계 낮긴 하지만, 유럽에는 칸트 가문 일가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찰스의 배후에는 10대 가문이 있는데, 그중에서 5성 용급 천왕계 고수가 아무나 나서더라도 필칸트의 목숨
한지훈의 한마디에, 필칸트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여 눈 깜짝할 사이에 찰스의 눈앞에 다가갔다. 비록 실력은 단 한 경지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필칸트 앞에서 찰스는 감히 당해낼 수가 없었다. 이내 살기 어린 눈빛의 필칸트가 두 주먹을 들어 찰스를 향해 내려치는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그만해!”곧이어 안드레는 빠른 걸음으로 강당까지 들어와 숨을 헐떡이며 한지훈에게 다가갔다. “한 선생님, 이번 일은 이 정도만 하는 건 어떨까요? 제 체면을 봐서라도 조금만 너그럽게 봐주시죠!”안드레는 소란 피우는 동방 설령을 막으러 온 것이다. 그는 이번 일이 이렇게 크게 번질 줄은 몰랐고, 기껏해야 찰스를 잡아갈 거라고만 예상했다. 그런데 한지훈이 찰스에게 살기를 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체면? 나한테 보여준 체면이 있기나 해?”한지훈은 안드레를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그의 말에, 무도 학원 강당 전체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여청양은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 안드레를 상대로, 한지훈이 감히 이런 건방진 말투로 말을 하다니? 크게 놀란 장령풍은 아예 바지에 오줌까지 싸버렸고, 내심 더없이 후회가 됐다. 한편으론 한지훈의 미움을 받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한지훈이 찰스를 처단하고 나서 자신을 찾기라도 한다면 도망갈 곳도 없을 테니까. 동방 설령 역시 단단히 큰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줄곧 업신여기고 비웃어왔던 사람이 뜻밖에도 거물이었다니? 이럴 수가? 안드레는 한지훈의 반문에 말문이 막혔다. 확실히 그는 한지훈 앞에서 제대로 보여준 체면은 없었다. 설령 한지훈이 당장 그의 따귀를 때려도 그는 감히 한 마디도 할 용기가 없었다. “오늘 이 일, 제대로 깔끔하게 해결해서 나한테 만족스러운 대답을 주기를 바래.”한지훈의 차가운 눈빛이 안드레의 몸에 떨어졌다. 그 말에 필칸트는 급히 몇 걸음 물러나 한지훈의 뒤쪽에 섰다. 한참을 침묵하던 안드레는 천천히 몸을 돌려 찰스를 살벌하게 쳐다보았다. “찰스, 네가
“철컥!”우렁찬 소리와 함께 말로 형용하기 힘든 가슴을 파고드는 심한 통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찰스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고 그의 팔은 어느새 완전히 부러지게 됐다. 무려 8개의 갈비뼈가 부러지게 됐다. “푸!”이내 찰스는 엄청난 피를 뿜어냈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쳐다보았다. 그는 안드레 앞에서 한지훈이 감히 자신에게 손을 댈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내... 내 뼈가 부러졌어!”찰스는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안드레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간절하게 쳐다봐도 소용없어. 안 믿기면 직접 물어봐 봐, 도와줄 의향이 있는지!”한지훈은 머리도 돌리지 않고, 안드레를 애써 무시하였다. 곧바로 또 발을 굴려 마치 공을 차듯이 직접 찰스를 날려버렸다. 그 모습에 필칸트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당시 그 또한 한지훈으로부터 이러한 공격을 받았었다. 다만 지금 보이는 이 파워에 비하면 매우 약했다. 한지훈의 발차기의 여파는, 찰스의 온몸 여러 곳의 뼈마디를 깨뜨렸고 끊임없이 탁탁거리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유럽 공주? 그게 그렇게 대단해?”“나더러 혈령단을 내놓으라고? 난 그걸 가질 자격도 없다고? 용인은 혈통 자체가 비천하다고? 대체 넌 누굴 믿고 감히 내 앞에서 용인을 욕하는 거야!”“뭘 믿고 네 혈통은 고귀하다고 생각하는 건데? 과연 얼마나 고귀한 건지 한번 제대로 알아보자고!”이내 한지훈은 찰스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찰스는 이미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뼈 부러지고 살까지 벗겨져 그 모습이 참담했다. “한... 한군림, 너... 잘 생각해. 너... 네가 나를 죽였다가는 10대 가문이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게다가 너는 살아남아서 유럽을 떠날 수 없어!”“그러니 살려줘, 제발 살려줘! 그럼 앞으로 너의 과실은 따지지도 않을게!”찰스는 여전히 명령하는 어투로 한지훈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그는 몸이 아프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목숨을 잃는 것과 비교했을 때 이 정도의 통증을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한지훈이 이번에 유럽에 온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안드레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그는 감히 묻지도 못했다. 최대한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평안하게 있다가 평안하게 돌아가도록 협조해 줘야 유럽이 평화를 유지할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한지훈은 영륜 왕족을 멸할 거라고 직접 포부까지 밝혔다. 이는 유럽에게 있어서 매우 큰 영향을 끼칠 일이었다. 일단 전쟁이 시작되기만 하면,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10대 가문은 반드시 그 전쟁 속에 말려들 테고, 그중에서도 4명의 일성 천신계 강자들이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대결은 유럽의 모든 것을 건 피 터지는 싸움이 될 것이다. 만약 패한다면, 앞으로 유럽은 더 이상 고개를 들 수조차 없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찰스라는 멍청한 놈으로부터 비롯된 일이다. 한지훈이 보는 앞이라 안드레가 겨우겨우 화를 억누르고 있는 게 아니었다면, 찰스는 진작에 안드레의 손에 죽게 됐을 것이다. “안드레, 너 지금 유럽을 배신하는 거야?”단단히 절망에 빠진 찰스는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내가 유럽을 배신했다고? 네가 건드린 사람이 누군지 알기나 해? 상대는 단 한 손으로도 유럽의 절반을 몰살시킬 수 있는 사람이야!”“그런데도 내가 유럽을 배신했다고 생각하는 거야?”“대놓고 말해서 설령 10대 가문의 숨어진 고수들이 다 나오더라도, 유럽은 전혀 승산이 없는데, 넌 하필 그런 거물을 건드리려 해?”안드레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숨까지 거칠게 몰아쉬었다. “뭐? 승산이 없다고?”그 말에 찰스는 완전히 멍해졌다. 바로 그때, 안드레는 갑자기 주먹을 꽉 쥔 채 찰스에게로 달려들었다. “쾅!”역시나 천신계 강자의 주먹은 일반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심지어 주위의 기장과 자기장마저 동시에 이끌리게 되어, 무도학원 전체가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의 주먹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강력한 자기장이 힘을 이끌어내더니 곧바로 찰스를 시체로 만들어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