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화산 11로 라니? “진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한지훈이 급히 물었다. “화산 11로 중 여섯 명은 역외에서 온 강자들이고, 하나같이 모두 2성 현급 천신의 경지에 다다랐고, 심지어 나머지 다섯 명은 1성 준 천신의 경지야!” “이렇게 기세가 맹렬할 거라고는 국왕 또한 예상하지 못했어. 게다가 놈들은 반드시 너랑 너의 가족을 사지로 몰아넣겠다고 큰소리까지 쳤어!”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떨렸다. 이내 그는 급히 진우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역외 강자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잖아?”“너... 너 몇 시간 전에 서천술의 아들을 때리지 않았어? 사실 이 모든 건 서천술이 직접 계획한 일이야. 그들이 역외로부터 돌아오게 된 건, 아마도 4대 전장의 입구로부터 세속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해!”진우의 말투는 더없이 무거웠다. 사당에는 천신 강자라는 경계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몇 대 명산은 그동안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면서 이리저리 회피하여 도움의 손길을 내밀려 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장 씨 집안은 더욱 말할 필요가 없었다. 줄곧 한지훈을 가장 미워해온 사람들 역시 장 씨 집안이었다. “만약 예 씨 어르신이 정정하게 계셨다면, 아마 이렇게까지 파국을 맞이하지는 않았을 텐데 지금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정말 아무것도 없어!”진우는 연신 탄식했다. 용국이 한지훈을 돕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고, 국왕이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도 아니라 단지 그들의 능력이 제한된 이유였다. 설사 대군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어떻게 11명의 천신계 강자를 상대할 수 있겠는가? 이 11명의 강자는 전 세계마저 휩쓸어버릴 기세였다. “나 바로 용국으로 돌아갈게!”한지훈은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전화를 끊었다. 더없이 어두워진 안색을 한 한지훈의 모습에, 알파는 눈살을 찌푸렸다. “한 선생님, 설마 뭔 골치 아픈 일이라도 생기셨나요? 만약 저희 알파 가문이 도움을 드릴
대장로도 잇달아 나서서 간곡히 타일렀다. 이번 시합에 참가하지 않아도 된다면, 당연히 참가 안 하는 것이 가장 좋았다. 반면 한지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본인이 천자각에 숨는 건 물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 역외 강자들이 수없이 들이닥치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때가 되어 만약 사람들의 입에 국왕의 이름이 오르내리게 되면 오히려 용국에게 있어 불리하게 된다. “서 사령관, 그리고 대장로님, 두 사람의 호의는 내가 마음만 받을게. 하지만 절대 피할 수 없는 일이 있어. 게다가 요즘 내가 지내게 될 곳은 아마 매우 위험할 거야.”“너희들이 강중에 남는다면 난 결코 반대하지는 않아. 그리고 이 일이 끝난 후, 난 용국으로 향하여 바로 국왕을 만날 거야! 국면은 항상 급변할 수 있으니, 우리 용국 또한 반드시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해!”말을 마친 한지훈은 무거운 눈빛으로, 서효양과 대장로를 바라보며 군례를 올렸다. “북양 왕...”서효양은 줄곧, 한지훈이 과거 라이언 킹 찰리를 참살하고 자신을 도와 원한을 풀어준 것에 대해 감격을 금치 못했다. 그렇기에 방금 화산이 협력하여 한지훈 가문을 멸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제일 먼저 달려온 것이다. 비록 한지훈은 이전까지만 해도 백전백승하긴 했지만, 지금은 절대 쉽사리 영웅 행세를 할 수는 없었다. 서효양은 다시 한번 말려보려 했지만, 한지훈은 손을 흔들었다. “서 사령관, 알다시피 상대 중에는 역외에서 돌아온 천신계 강자가 있어. 이 상황에 만약 내가 천자각에 숨어든다면 필연적으로 국왕만 힘들어지게 될 거야. 일단 역외 강자가 돌아오게 되면, 그들은 반드시 국왕을 괴롭히려 할 거야!”“뭐가 됐든 국왕의 직위는 절대 바꿀 수 없어. 흔들렸다가는 용국의 바탕도 혼란에 빠지게 될 거야. 고작 나 한 사람의 생사로 인해 용국 전체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돼!”한지훈의 말에 서효양은 내심 자기도 모르게 탄복했다. “그러니 두 사람, 나 따라 돌아갈 생각은 하지 마. 이건 생명에 위협
그러자 한지훈은 강우연을 보고는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우연아, 이번에는 다소 급하게 돌아오게 돼서 너랑 고운이 선물은 준비하지 못했어.”이내 한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강우연의 품에 안긴 고운이를 끌어안고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아빠 집에 없는 동안 고운이 말 잘 들었겠지?”“당연하지! 고운이 이젠 엄마 말 잘 들어!”고운이는 한지훈의 목을 껴안고는 그의 얼굴에 뽀뽀까지 했다. “당연한 부부사이에 뭔 매번 선물을 챙기려고 해요. 그나저나 이번 유럽 일정은 잘 해결됐어요?”강우연은 손을 뻗어 한지훈의 품에 안긴 고운이를 다시 들어 안아, 옆에 있는 하인에게 눈짓을 했다. “일이 잘 풀렸어. 다만 용국에 작은 사고가 나서 가능한 한 빨리 돌아와야 한다고 하더라고. 맞다, 우리 회사 용경에도 지사가 있지 않아? 요 며칠, 넌 일단 고운이를 데리고 지사에 가서 잠깐만 지내고 있어!”한지훈은 고운이의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강우연에게 말했다. “지사로 가라고요?”강우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얼핏 봐도 한지훈에게 숨기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한지훈이 갑자기 그녀를 용경으로 보내려는 것 또한, 반드시 큰일이 발생한 거라 예상했다. “응, 앞으로 며칠간은 강중이 좀 혼란스러울 것 같아. 게다가 서효양은 병사들까지 데리고 이곳으로 왔어. 그러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고운이랑 아들을 데리고 먼저 용경에 가서 묵고 있어!” 한지훈은 일단 아무렇게나 핑계를 댔다. “서 사령관이 군대까지 이끌고 강중에 왔다고요? 대체 무슨 일인데요?”강우연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지훈을 보며 물었다. 서효양은 용국의 최고 사령관 중 한 명이었기에, 강우연은 사실 강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다만 한지훈의 안위가 걱정될 뿐이었다. “별 일 아니야, 그냥 언급하기도 귀찮은 좀도둑 몇 명이 들어온 것뿐이야. 그러나 어찌 됐든 다소 흔들리긴 할 거야. 그래서 난 단지 고운이가 그 어린 나이에,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여주고 싶지
입술을 잘근잘근 씹던 곡형은 고개를 젓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단 한 사람의 기세로, 온 유럽을 깔아뭉개고 유럽의 모든 왕족과 귀족들을 순순히 복종하게끔 만든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기백이었다. 만약 곡형의 바탕이 화산이 아니었다면, 그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 막으려 했을 것이다. “흥! 우리의 말을 따르지 않는 강자들은, 우리의 미래에 있어 장애물 같은 존재들이야. 게다가 이런 사람들이 강해질수록 오히려 우리한테만 더욱 불리할 뿐이야!”“한지훈을 죽이지 않으면 앞으로 어떻게 국왕의 자리를 빼앗을 수 있겠어!”주 씨 어르신은 차가운 목소리로 노호하였다. 이튿날 아침, 한지훈은 나계홍이 운전한 차에 올라타 모자 세 사람을 공항으로 바래다주었다. 그리고 한 씨 공관 부근에 진법까지 갖추고 화산 강자들이 오기만을 조용히 기다렸다. 곧이어 정오가 되자, 맑았던 하늘에는 갑자기 먹구름이 덮이더니 광풍이 기승을 부렸다. 필적할 수 없는 위압이 순식간에 한 씨 공관 전체를 비추었다. “빨리도 왔네!”한지훈은 한 손을 짊어진 채 별장에서 나와 정원으로 향했다. 바로 그때, 세 명의 백발노인이 몸을 날려 정원으로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그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한 사람은, 한지훈을 차갑게 살펴보았다. “네가 한지훈이야?” “그래!”한지훈은 담담하게 상대를 바라보았다. “한지훈, 서 도련님을 다치게 한 이상 오늘은 너의 제삿날이 될 거야!”곧바로 세 명의 백발노인은 삼각형의 동선으로 자리를 잡고는, 한지훈과 도청 전인 두 사람을 에워쌌다. 세 사람의 온몸의 기세는 동시에 폭발하였고, 순간 대지는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최소 천신계 강자의 실력이어야만 이렇게나 무서운 위압을 보일 수 있었다. 이내 세 노인은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한지훈, 감히 그동안 우리 화산을 업신여겨 오다니. 오늘 넌 죽음을 피하지 못할 거야!”노인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그의 뒤쪽에서는 또 여덟 갈래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곧이어 장검을 손에 쥔, 검은 두루마기의
한지훈은 이미 천신계를 돌파하긴 했지만,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오래전 이미 천신계 다다른 강자들이었고 심지어 그중에는 2성 현급 천신계 강자도 있었다. 그러므로 한지훈의 이전 전적이 아무리 휘황찬란하다 하더라도, 노인들이 보기에는 그저 천왕급에 지나치지 않았다. 설사 유럽 4대 천신계 강자들을 참살한 한지훈이라 하더라도, 절대 11명의 포위를 뚫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자결? 감히 그런 망언을 하다니!” 그러나 한지훈은 가볍게 웃을 뿐, 그의 표정에는 조금의 긴장도 보이지 않았다. 열한 명이 포위한다 하더라도 뭐 어때? 한지훈은 이미 주위에 진법을 배치했고, 게다가 그의 손에는 또 다른 하나의 비장의 카드가 있기도 했다. 그것은 바로 혈령단이었다. 같은 천신계 강자들이라 하더라도 각 계급 사이의 실력 차이는 매우 컸다. 심지어 하늘과 땅 같은 차이였다. 삼성 지급 천신계의 기운은, 일성 이성과는 전혀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지훈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감이 넘쳤다. “한지훈, 만약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네가 유럽 네 명의 천신계 강자들을 참살할 수 있었던 것은 틀림없이 혈영단 덕이었을 거야! 하지만 지금 네 손에는 기껏해야 혈영단 하나만 남아있지. 과연 단 두 시간 안에 우릴 다 죽일 수 있을까?”“만약 네가 해내지 못한다면, 죽게 되는 건 너뿐만 아니라 너의 가문 그리고 너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도 다 죽어! 진우도 마찬가지야!”회색 두루마기 노인의 눈동자에는, 두 줄기 한기가 흘러나왔다. “단지 혈령단의 힘을 빌려 잠시나마 전력을 삼성 지급 천신계까지 끌어올렸다고 해서 네가 잘났다고 생각하지는 마! 설령 네가 지금 삼성 지급 천신계 고수라 할지라도 우리들의 포위 공격은 절대 뚫을 수 없을 거야!”백발의 노인은 한지훈을 차갑게 바라보는 한편, 표정에는 비웃음이 묻어 있었다. 혈령단의 기운은 강하긴 하지만, 문제는 그 지속 시간이 단 두 시간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 시간이 흐른 후부터는, 약
검 한 자루로 공기를 베어내다니! 이것은 2성 현급 천신계 강자만이 해낼 수 있는 신위였다. 그 검은 마치 삼라만상을 품은 듯한 강한 기운을 띠고 있었다. 화산 검종 강자 중 세속에 남아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던 허 씨 어르신은, 자신의 검이 얼마든지 한지훈을 깔아뭉갤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게다가 화산 검종의 역사는 유구하였기에, 검법과 진법을 완벽히 융합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일단 검을 휘두르면, 수십 가지 진법을 동시에 펼치면서 주위의 자기장, 역장, 에너지 심지어 공기까지 동원하게 된다. 그 위압은 마치 온 대지의 기운을 장검 하나에 모으는 듯했다. 하지만 한지훈은 고작 준 천신계 강자였기에, 대지의 위압을 견디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바람의 검이여!”바로 그때, 한지훈은 갑자기 폭주하였다. 이내 한지훈이 손을 흔들자, 오릉군 가시는 마치 한줄기 유광처럼 빛을 뿜어냈다. 동시에 각기 다른 8개의 방향으로 무형의 큰 검까지 날려버렸다. 사실 이것은 천생서문에 기록된 일종의 고급 진법이었다. 천신계에 돌파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지훈은 이 진법을 전혀 구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한지훈은 천신계까지 돌파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세 개의 용심까지 가지고 있다. 게다가 금룡심은 한지훈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 어떠한 진법도 한 번만 보면 잊지 않고 단번에 그 진법의 요점을 알아낼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 바람의 검 현진은, 봉신 대전에서 유래된 이래로 지금까지 수천 년 동안 전해져 내려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설사 화산에서 온 11명의 천신경 강자들이라 하더라도, 그들은 종래로 이렇게 괴이한 진법을 본 적이 없었다. 현진의 근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그 진법의 정확한 명칭은 풍호진이었다. 당시 주왕은 바로 풍호진을 이용하여 진을 치고 서주를 연패한 것이었다. 한지훈 역시 방금 같은 방법으로 풍호진을 펼친 것이었다. 비록 위력은 당시 주왕의 펼친 것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역시나 만만치는 않았다. 공중에서는
수많은 천신계 강자들은 더 이상 한지훈을 가볍게 보지 못했다.그들의 눈에 한때는 도살당할 어린 양에 불과했던 한지훈이 단 한 수만에 그들 중 한 명을 베어버린 것이다!순수한 전투력만 놓고 본다면, 비록 한지훈이 천신계에 돌파한 지 채 두 달이 되지 않았지만 일성 준천신계의 최강자와 맞먹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가장 공포스러운 점은, 한지훈이 자신과 동급이거나 심지어 한층 더 높은 경지의 강자 열여섯 명을 동시에 상대하면서도 여유롭게 그중 한 명을 처치했다는 사실이었다!“절대 방심하지 마라! 저자의 진법은 몹시 기이하니 조심해야 한다!”한지훈이 펼치는 진법은 허 씨 노인 등과 본질적으로 달랐다.우선 자기장 운용 방식부터 차이가 있었고, 한지훈은 자신의 자기장을 이용해 외부의 자기장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었다.마치 나비효과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 드러나는 힘은 산을 무너뜨리고 바다를 뒤흔들 정도였다!“오늘 반드시 저놈을 죽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훗날 우리 모두 그에게 숙청당할 것이다!”조 씨 노인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그와 허 씨 노인은 모두 역외에서 돌아온 강자로, 경지든 전투 경험이든 한지훈보다 월등히 앞선다고 자부하고 있었다.더구나 한지훈은 겨우 일성 준천신계에 불과한 미물이니, 애초에 위협이 될 수조차 없었다!그러나 방금 허 씨 노인과 한지훈이 교전했을 때, 허 씨 노인은 철저히 패배하고 말았다!허 씨 노인이 자신의 검을 버릴 정도였으니, 만약 단독으로 한지훈과 맞붙었다면 오히려 그가 죽임을 당할 가능성이 높았다는 뜻이었다!천신계이라는 이 거대한 경지에서 상위 경지를 거슬러 싸우는 일은 극히 드물었지만, 한지훈은 그것을 해낸 것이다.이는 곧 한지훈이 심각한 위협이 될 인물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었다!“한지훈, 넌 내가 지금껏 본 자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재능을 지녔다! 나 조화풍도 너를 새롭게 보지 않을 수 없군.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너와 나의 입장은 다르다!”조화풍이 그렇게
“이미 우리 화산파의 진법을 알고 있다면, 무의미한 저항은 그만두는 게 좋을 것이다!”노인의 목소리는 차갑고 냉정했다.휘몰아치는 천뢰는 순식간에 금빛 장막에 흡수되었고, 다시 반사되어 그대로 한지훈에게 쏟아졌다.자신의 공격이 자신을 향해 반격당하는 것을 본 한지훈은 속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원래 화산의 비진이 이런 방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었단 말인가?!그러나 지금은 놀라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노인의 치명적인 일격을 가까스로 피한 한지훈은 반격을 위해 급히 손을 휘둘렀다.“쾅! 쾅! 쾅!”수많은 전류가 튕겨 나가며 먼 숲속에 불길이 치솟았다.바로 그때, 공간을 가르는 듯한 장검 한 자루가 한지훈의 뒤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찔러왔다.지금 한지훈이 상대하는 것은 무려 십여 명의 천신 강자들이 힘을 합쳐 포위하는 공격이었고, 한순간이라도 집중력을 잃는다면 목숨을 잃는 것은 순간이었다.이때, 한지훈이 생각에 잠긴 후 갑자기 붉은색 장창을 꺼내 들었고, 이는 천신계에 도달한 이후 처음으로 꺼내든 적색 드래곤 장총이었다! 장총 전체가 불길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었고, 창끝에서는 눈부신 황금빛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이 장총은 단순히 눈부시게 빛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손에 쥔 순간 마치 생명과 죽음이 공존하는 듯한 느낌이 퍼져 나갔다.“파괴하라!”한지훈이 장총을 내리치자, 생기와 사기가 완전히 분리되었다.무한한 생기가 한지훈의 몸으로 몰려들었고, 사기는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이 장총은 마치 죽음의 문을 열어젖힌 듯한 위압감을 자아냈으며, 주변에 있던 강자들은 누구도 예외 없이 죽음의 기운을 느끼고 몸을 떨었다.“쾅!!!”엄청난 폭발과 함께 충격파가 휘몰아쳤고, 모든 공격이 반대로 튕겨 나갔다!한지훈의 주위를 감싸고 있던 금빛 장막이 거대한 황금용으로 변하며 한지훈을 보호했다.그리고 순식간에, 무려 여섯 일곱 명의 천신계 강자들이 중상을 입고 피를 쏟아냈다!“이... 이게 뭐지? 설마 생사만상 진법인가?!”그 광경을 보고 있던 노
이 둘과 비교하면, 기자인 그녀는 마치 한 줌 모래처럼 미미한 존재였다.임설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오르자, 유 씨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아, 사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지금의 용국은 이미 몇 년 전의 용국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내 뒤에는 오대 명산이 있단 말이지.”“우리 오대 명산이 널 지지하는데, 뭐가 두려운 것이냐? 설령 용국 조정이라도 감히 우리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그날의 대화는 줄곧 내가 한 말이었으니 잡으려면 나를 잡는 거지, 널 잡을 일은 없다.”임설은 그 말을 듣고 다소 안심한 듯 보였으나,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만…… 유 씨 어르신, 그건 전부 어르신의 추측일 뿐이에요. 우리 손엔 아무 증거도 없잖아요!”“증거? 증거가 그렇게 중요해?”유 씨 노인은 냉소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무종 전체가 내 말에 동의한다면, 그게 바로 증거지!”비록 천릉자가 대량산에서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지만, 한지훈의 명예를 실추시키기만 한다면 국왕은 가장 중요한 의지를 잃게 된다.바로 이때, 국왕의 자리를 노린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이때, 산성시.산중에 위치한 호화로운 별장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젊은 여인에게 말했다.“선아, 며칠 전 장 도령께서 놀란 일이 있었단다.”“우리 천산 장씨 가문과는 대대로 교류가 깊었지. 어떤 의미에서든, 넌 가서 한 번은 그를 봐야 하지 않겠니?”“그리고 네 신분도 좀 자각해야 해. 진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어찌 그리 속된 백성들처럼 옥기점 같은 데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냐!”이 중년 남자의 이름은 진천국, 산성 진씨 가문의 가주였다!진천국이라는 이름은 산성 전체에서 거의 군왕이나 다름없는 존재다.특히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진천국의 사문은 현재 산성 최대의 종문인 천앙종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은 지금 천산 장씨 가문과 우호 관계를 다져가며, 혼인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만일 혼인이 성사된다면, 진씨 가문은
사실, 한지훈이 산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미 유 씨 노인의 말을 다 듣고 있었다.오대명산과 무종 사람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어찌 한지훈이 모를 수 있을까!최근 이 시기 동안 천릉자의 기세가 드높다는 건, 곧 오대명산이 천릉자를 내세워 한지훈이 용국에 세운 공적을 지우려는 의도임을 뜻한다.게다가 이 기회에 국왕의 지위마저 위협하려는 것이었다.개인의 영예나 치욕 따위는 한지훈에게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지만, 누구든 국왕의 권위를 흔드는 일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오대명산의 계략을 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천릉자의 기세가 가장 드높을 때 정면으로 한방 먹이는 것이었다!그리고, 천릉자가 살해당한 사건은 과연 큰 파장을 일으켰다!그 전에 오대명산은 이 일을 공개적으로 보도하게 하려고 수많은 언론 기자들을 초청했다.하지만 정작 결과는,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장에 와 있던 언론사 수가 너무 많았고, 모두가 생중계로 현장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수많은 인플루언서들까지 합류하며 정보를 봉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이 사건은 마치 다리가 달린 듯, 하룻밤 사이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흥! 정말 웃기는군. 그 따위가 어찌 한지훈과 견줄 수 있단 말인가? 한지훈보다 깨달음이 뛰어나다고? 타고난 자질이 낫다고? 결국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 죽어버렸잖아!”“흥, 내 보기엔 그냥 날뛰는 광대였을 뿐이지!”“날뛰는 광대? 그래도 광대는 멀쩡한 머리를 잃진 않겠지! 하하하…”온라인에서는 조롱이 난무했고, 항산의 사람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한순간에 오대명산의 기세는 급격히 꺾이고 말았다.그 뒤 한 달 동안, 모든 이들의 화제는 이 사건에 쏠렸다.오직 한지훈만이 조용히 천생서문에 기록된 내용을 따라 진지하게 약제를 조합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그에게는 강우연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이런 화제들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게다가 천하 정세는 이미 크게 변하고 있었고,
그들은 누군가가 도중에 강탈할 거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령풍이 자소화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는 약속대로 천릉자에게 져주지 않을 가봐 걱정됐다. “여러분, 드디어 가장 관건적인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됐을지 함께 알아봅시다!”한 인터넷 BJ는 생방송을 켜고는 팬들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시간은 1분 1초가 흘렀고, 모두들 손꼽아 승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산 길에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걸어 나왔다. 다만,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의 종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죠? 장 사부님이랑 천릉자 사부님은 왜 여태까지도 나오지 않는 거죠?”임설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두 사람이 너무 격렬하게 싸운 나머지 모두 중상을 입어 전혀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는 않을 거야. 필경 모두 동문 사람이기에 두 사람이 한판 붙게 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둘 거야!”유 씨 어르신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알다시피 이번 대결은 5대 명산이 함께 손을 잡고 벌인 판이다. 게다가 천산 장 씨 집안도 이 계획에 얽혀있었기에, 절대 어떠한 실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위에는 또 수많은 고수들이 지켜보고 있을 텐데, 의외의 사고란 발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유 씨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산길에서는 어두운 안색의 항산 제자 4명이 단대 하나를 들고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이내 카메라들은 일제히 그 단대에 초점을 뒀고, 모든 기자들은 순간 숨을 죽였다. 단대 위에는 머리 없는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고 옆에는 웬 동그란 물건이 놓여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천릉자의 머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한편, 몇 명의 장 씨 집안 자제들 역시 단대 하나를 들고는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장령풍
그러나 한지훈은 장령풍을 투명 인간 취급한 체 눈 깜짝할 사이에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여전히 깊은 공포 속에 빠져 있었다. 사실 천릉자는 실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방금 그와의 정면승부에서, 그는 천릉자의 털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두 사람의 실력은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천릉자의 촘촘한 검망을 깨뜨려 그의 머리를 아작 낸다는 건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최선을 다해봤자 기껏해야 천릉자에게 상처만 입힐 거라 확신했다. 천릉자를 죽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더욱 어려웠다. 모두들 알다시피 검망 아래에서는, 수천 갈래의 검의 습격을 마주해야 했다. 그 검망을 피해 사람을 죽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검방을 피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설사 2성 천신계 강자라 하더라도 밀집된 검망을 마주하게 되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게 되고 더욱이는 천릉자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오직 나뭇잎 하나만으로, 마치 어린애 장난처럼 닥치는 대로 나뭇잎을 던져 천릉자의 머리를 아작 냈다. 지금 이 순간, 산 전체는 비할 데 없이 조용했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줄곧 조용히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감히 고개 한번 들어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장령풍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 한지훈의 자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는 비로소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장령풍, 오늘 벌어진 일을 소문내면 장 씨 집안은 멸망하게 되는 줄 알아!”“네... 저는... 아무것도 못 본겁니다!”크게 놀란 장령풍은 벌벌 떨었다. 한지훈의 경고는 그에게 있어서 성지였다. 한지훈은 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용경과는 80리 정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오직 용국을 위해 복수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