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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6화

Author: 봄가을
강우연이 떠난 뒤, 용일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한지훈에게 다가갔다. 그는 가면을 벗는 한지훈에게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사령관님, 왜 꼭 가면을 써야 했나요? 사모님에게 신분을 들키는 게 두렵나요?”

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용일을 쏘아보며 말했다.

“멍청하긴! 난 지금 이 시간에 상사인 도설현 씨랑 같이 업무를 보고 있어야 해. 이런 곳에 나타났다고 하면 우연이가 어떻게 생각하겠어? 우연이가 의심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거라고! 4대 가문 중에서 원씨 가문은 이미 수면으로 드러났는데 당연히 조심해야지! 놈들이 나를 흔들려고 우연이랑 고운이에게 접근해서 해를 가할 수도 있다고.”

용일은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

“이제 알겠어요, 사령관님.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

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고 가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가짜 신분이 꽤 유용하게 쓰일 때가 많을 거야. 적어도 앞으로 우연이를 대놓고 도와줄 수 있으니까.”

“넌 이따가 백 선생의 신분으로 5년 전 한정그룹이 파산하기 전에 양도한 회사를 인수해. 난 다시 한정그룹을 되찾고 부모님이 계실 때처럼 최강 기업으로 만들 거야!”

말을 마친 한지훈은 비장한 눈빛을 빛냈다.

‘아버지, 필생의 소원을 제가 이루어 드릴게요.’

“네, 사령관님!”

용일은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에게 물었다.

“도호헌은 어떻게 할까요? 바로 죽일까요?”

한지훈이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일단 경찰서에 보내서 콩밥 좀 먹게 해.”

말을 마친 그는 호텔을 떠나 고운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갔다.

잠시 후, 강우연은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집에 도착했다.

한지훈은 미리 준비해 둔 따뜻한 우유를 그녀에게 건넸다.

“많이 피곤하지? 우유가 수면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데웠어. 이거 마시고 푹 쉬어.”

강우연은 우유컵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히다가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

“지훈 씨, 미안해요. 미안해요….”

한지훈은 움찔하더니 부드럽게 그녀의 등을 다독여 주었다.

“왜 그래? 누가 괴롭혔어? 나한테 말해. 내가 다 혼내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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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왕사위   제497화

    강우연은 난감해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그가 질투한다고 생각하고 다가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이상한 상상하는 거 아니죠? 진짜 단순히 내가 밥 한 끼 사고 싶어서 그래요. 장담할 수 있어요. 난 평생 당신을 떠나지 않아요. 당신이 고운이 아빠니까요. 이제 됐죠?”한지훈은 자신을 바라보는 순수하고 맑은 눈동자를 보고 가슴이 두근거렸다.“알았어. 믿을게. 그 백 선생이랑은 며칠 지나서 연락하는 게 좋겠어.”그는 강우연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런데 백 선생 연락처는 알아?”강우연은 그제야 연락처조차 못 받았다는 것을 기억해 내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네요. 워낙 신비주의라 연락처를 뿌리고 다니는 사람도 아니고… 나도 경황이 없어서 연락처 달라는 말을 못 했네요.”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그럼 일단 그 일은 보류하자.”강우연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어쩔 수 없네요.”말을 마친 그녀는 씻어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녀가 욕실로 들어간 뒤, 한지훈은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 용일에게 전화를 걸었다.“우연이에게 자연스럽게 백 선생의 연락처를 흘릴 방법을 생각해 봐. 내가 시켰다는 말은 하지 말고.”전화를 끊은 그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쩌면 한 끼 식사가 끝나면 강우연은 더 이상 백 선생이라는 인물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어떻게 몰래 백 선생의 신분으로 그녀를 도와줄까?그 시각, 진우철은 밤새 KTX를 타고 H시에 있는 본가로 향했다.곧장 거실로 간 그는 울음을 터뜨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고 한 중년 남자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렸다.“아버지! 저 S시에서 못 살겠어요. 한지훈 그 녀석 너무 무식하고 건방져요. 감히 저를 공격하고… 게다가….”“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답답하게 굴 거야?”뒤돌아선 진정성이 싸늘하게 아들을 노려보며 다그쳤다. 그는 이 호화 저택의 주인이자 진양그룹의 회장이었다.진양그룹은 H시에서 일류 기업에 속하는 대기업이었다.진정성은 정치권에도

  • 용왕사위   제498화

    삼호는 호텔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한지훈은 그에게 악몽 그 자체였다.지금도 그 섬뜩한 눈빛을 떠올리면 소름이 돋았다.“가주님, 그 한지훈이라는 자 만만치 않아요. 실력을 보면 4성 천급 병왕 그 이상이에요. 큰형님은 제대로 공격도 못 해보고 돌아가셨고 둘째 형님도 마찬가지에요. 둘째 형님이 돌아가실 때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삼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뭐라고 했는데?”진정성이 차갑게 물었다.“전신이라고 했어요.”삼호가 대답했다.전신?진정성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길게 심호흡하고 다시 물었다.“너도 그렇게 생각해?”어떻게 이럴 수 있지?전신급 실력이라니!정말 어마어마했다.일존 전신급 실력을 갖춘 인물이라면 부대에서 최소 군단장급이었다.그런 인물이 S시 같은 시골구석에서 남의 데릴사위나 하고 있다니!삼호가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가주님, 둘째 형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확실히 그런 말을 했어요. 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전신이 아니라도 최소 군왕급 실력이라고 판단됩니다.”진정성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전신이 아니라도 한방에 대호와 이호를 죽여버렸으면 최소 군왕급 이상의 실력이겠지. 쉽게 건드려서는 안 될 상대야.”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돌려 싸늘한 눈빛으로 진우철을 바라보다가 다가가서 그의 귀뺨을 치며 말했다.“멍청한 녀석! 어쩌다가 그런 인물을 건드린 거냐!”진우철은 얼굴을 감싸며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버지, 저도 한지훈이 그렇게 대단한 줄은 몰랐어요. 분명 멸망한 가문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백수 녁석이었는데… 마누라 등쳐먹으면서 사는 놈이라고요….”“그래서 억울해?”진정성은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아들을 노려보며 다시 손을 들었다.진우철은 다급히 몸을 피했다.삼호가 말했다.“가주님, 유 선생을 보내 한지훈의 실력을 가늠해 보는 건 어떨까요? 만약 군왕급 이상이 아니라면 놈을 제거해서 큰형님과 둘째 형님의 복수를 해야죠. 만약 군왕급 이상이라면 거금을 들여 놈을 고

  • 용왕사위   제499화

    그 시각, 강운그룹 회의실에서는 도영그룹 관련해서 치열한 설전이 벌어지고 있었다.아침부터 그들은 협력을 중지하겠다는 도영그룹의 통보를 받았다.이유는 도호헌이 어제 잡혀가서 지금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강운그룹 임원들은 모든 화를 강우연에게 돌렸다.“우연아, 이게 대체 다 무슨 일이야? 어제 도 대표랑 같이 저녁 먹으며 사업 관련해서 얘기한다고 하지 않았어? 도 대표가 왜 갑자기 잡혀간 거야? 넌 그때 뭐 했어? 너랑 상관있는 거 아니야?”상석에 앉은 강문복이 음산한 표정으로 강우연을 추궁했다.강희연 역시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강우연을 비난했다.“강우연, 입 닫고 있는다고 일이 해결되지 않아! 어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우린 이번 사업을 위해 벌써 200억이 들어갔다고. 사업이 중단되면 이 손해는 어떡할 거야!”다른 임원들도 하나둘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강 부장, 솔직히 사실을 말해봐요.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도 대표가 갑자기 잡혀간 이유가 뭐에요?”“도 대표한테 무슨 무례한 발언을 해서 회사까지 덤터기를 쓰게 된 게 아닙니까!”“그러니까 왜 하필 강 부장을 보내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강우연은 사람들의 비난과 질책에도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이들에게 도호헌이 자신을 추행하려 하다가 백 선생이 나타나서 구해줬다고 하면 어떻게 생각할까?그녀가 말이 없자 회장석에 앉아 있던 강준상이 굳은 표정으로 책상을 탕탕 두드렸다.“강우연! 입만 다물고 있지 말고 당장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안 그러면 회사에서 쫓겨날 줄 알아!”모두가 악의를 가득 품은 눈빛으로 강우연을 바라보았다.강우연은 압박감에 못 이겨 결국 얘기를 꺼냈다.“백 선생이….”“백 선생이라니? 누굴 말하는 거니?”강준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강문복이 벌떡 일어서더니 따지듯 물었다.“백마 산장 상회에 나타났던 그 백 선생 이야기하는 거야?”그 말

  • 용왕사위   제500화

    강우연은 눈물을 닦으며 그들에게 말했다.“저는… 백 선생 연락처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그러자 사람들은 기가 차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웃겨! 자기 구해준 사람 연락처도 모르다니!”“이렇게 웃길 수가! 강우연 씨, 거짓말이 너무 티 나는 거 아니에요?”“황당하네! 백 선생같이 높으신 분이 지나가다가 구해줬다고요? 그 말을 누가 믿겠어요?”사람들은 너 한마디, 나 한마디 강우연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강우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강준상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호통쳤다.“강우연, 마지막 기회를 주지. 어떻게 된 건지 제대로 설명해.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할아버지도 널 지켜줄 수 없어. 200억이 걸린 사업이 파토났어. 이게 뭘 의미하는지 너도 잘 알겠지? 내가 지금 너를 회사에서 내쳐도 넌 할 말 없어!”“할아버지, 제 말은 모두 사실이에요. 저 정말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요.”강우연이 울며 말했다.강준상은 싸늘하게 코웃음 치며 지팡이를 치켜들었다.그런데 이때, 얼굴이 하얗게 질린 비서가 안으로 들어왔다.“회장님, 백… 백 선생께서 방문하셨어요.”순간 회의실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강준상은 의심의 눈초리로 비서를 바라보며 물었다.“누굴 말하는 거야?”“백마 산장 백 선생이요. 최근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그분 말입니다.”비서가 다급히 말했다.임원들은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백 선생이 갑자기 강운에 방문했다고?강준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강우연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당장 마중을 나가야겠어!”강문복과 강희연, 그리고 나머지 임원들의 얼굴이 흥분으로 차올랐다.백 선생의 방문은 예상밖이었지만 회사에 어떤 이득을 가져다줄지 기대가 됐다.그들은 강우연을 내버려 두고 분분히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강우연은 홀로 자리에서 눈물을 닦고 조용히 일어섰다.회사 입구에 번쩍인 롤스로이스 한 대가 도착했다. 그 뒤에는 다섯 대의 마이바흐가 따르고 있었다.사기 충만해서 밖으로 나온 강운그룹 사람들은 저도

  • 용왕사위   제501화

    가면을 쓴 한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강준상을 비롯한 강씨 가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그는 잠시 뜸을 들인 후, 강준상과 악수하며 당당히 말했다.“강 회장님, 협력 제안을 하러 찾아왔습니다만.”뭐라고?백 선생이 강운그룹에 사업 제안을 하러 친히 왔다고?그 말을 들은 강준상은 흥분하여 얼굴이 빨갛게 되었다.신비주의로 무장한 백 선생이 고작 사업 제안을 하러 회사까지 직접 찾아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하늘이 강운을 돕는 것일까?강준상은 공손한 태도로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백 선생, 들어가서 얘기 나누시죠.”강문복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강준상의 뒤를 따랐다.강희연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한지훈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어떻게 저렇게 분위기가 멋있는 남자가 다 있지?’비록 가면을 썼지만 온몸에서 풍기는 우아한 분위기는 전혀 가려지지 않았다.어쩌면 이안그룹 회장 이한승보다 더 대단한 인물일지도 모른다.사람들이 백 선생을 이한승의 배후 투자자라고 얘기하고 다니는 것도 일리가 있었다.그렇다면 백 선생이야말로 숨겨진 최고 재력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강운의 임원들은 아부 섞인 웃음을 지으며 강준상 일가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사람들 틈을 비집고 나온 서경희는 멍하니 서 있는 강우연의 팔목을 잡으며 재촉했다.“봤지? 얼마나 위풍당당해? 이게 진짜 남자가 가져야 할 품위야! 넌 왜 그렇게 고집불통이니?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고!”조금 전 회의실에서는 그녀를 위해 말 한마디 하지 않았던 서경희였다.하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흥분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강우연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지난번에 없던 일로 하자고 했잖아요!”“너는 정말… 아이고! 됐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넌 가만히 있어! 백 선생이야말로 너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야. 한지훈 그 백수 녀석은 그냥 버려!”서경희는 손으로 강우연의 어깨를 툭 밀치고는 사람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강학주는 다가와서 서글픈 표정을 짓고 있는

  • 용왕사위   제502화

    안으로 들어간 한지훈은 자연스럽게 상석으로 가서 앉았다.평소의 한지훈이었다면 여기 들어오지도 못하고 문전박대를 당했을 것이다.강준상과 다른 가족들에게 그는 여전히 무능한 백수에 지나지 않았다.하지만 백 선생의 신분으로 방문하니 모두가 우러러보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평소에 그만 보면 시비를 걸지 못해 안달이던 강희연이 직접 차를 따라 대접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백 선생님, 새로 들여온 우롱차인데 한번 마셔보세요.”강희연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실수인 척, 한지훈의 손을 쓰다듬었다.그러더니 매력적인 눈을 깜빡이며 한지훈에게 유혹의 신호를 보냈다.가면 속 한지훈은 냉소를 지으며 손길을 뿌리쳤다. 그러자 뜨거운 찻잔이 기울며 강희연의 명품 외투에 찻물이 그대로 쏟아졌다.“악!”강희연은 화들짝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한지훈은 짐짓 당황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죄송해요. 찻잔이 너무 뜨거워서… 강 실장님, 괜찮으시죠?”강희연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5백만 원이나 주고 산 명품 코트가 엉망이 되어버렸다.하지만 겉으로는 괜찮은 척,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죄송해요. 제가 물 온도를 제대로 체크하지 못했네요. 백 선생님은 괜찮으시죠?”이게 신분과 지위의 좋은 점이었다.한지훈은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분명히 그가 일부러 쳐냈다는 걸 알았을 텐데 오히려 강희연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만약 이 가면을 벗으면 강희연은 언제 그랬냐 싶게 온갖 욕설을 다 퍼부을 것이다.그를 죽이려고 달려들지도 모르는 일이다.한지훈은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전 괜찮습니다.”강희연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뒤로 물러섰다.강문복이 헛기침을 하며 끼어들었다.“희연아, 가서 따뜻한 물이라도 새로 가져와.”강희연은 물 심부름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한지훈에게서 시선을 뗄 줄 몰랐다.그녀는 백 선생의 외모가 무척이나 궁금했다.분명 잘생겼겠지?저 신분과 재력으로 가면을 쓰고 다닌다는 건 여자들이 꼬여 귀찮은 일이

  • 용왕사위   제503화

    현장에 있던 모두가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400억?400억이라니!강준상은 떨리는 눈빛으로 서류를 확인하고는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 말했다.“정말 이 400억짜리 사업을 우리 강운에 밀어주시겠다는 겁니까?”한지훈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좋아요! 지금 당장 도영그룹과의 계약을 해지하겠습니다.”강준상은 바로 그 자리에서 결단을 내렸다.도영그룹이 뭐?백 선생이 첫 만남에 400억짜리 사업을 제안했다는 건 그 실력이 절대 도영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의미였다.이한승의 배후에 백 선생이 있다는 소문도 괜한 헛소문이 아니었다.강준상의 입이 찢어질 것 같은 순간에 한지훈은 정색하며 계속해서 말했다.“두 번째 조건은 이번 사업은 귀사의 강우연 씨에게 전권을 맡기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은 이 사업에 간섭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강우연에게 고개를 돌렸다.당황한 건 강우연도 마찬가지였다. 머릿속에 하얘지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자신에게 전권을 맡긴다고?서경희와 강학주 부부마저 경악을 금치 못했다.서경희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강우연의 옷깃을 잡아당겼다.“뭘 멍하니 있어? 백 선생께 감사부터 하지 않고! 백 선생이 널 마음에 둔 게 틀림없어. 너 곧 회장 사모님이 되는 거야?”서경희의 격앙된 목소리는 회의실에 있던 모두의 귀에 전해졌다.사람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그들을 바라보았다.백 선생은 왜 꼭 집어 강우연을 지목했을까?지난번 백마 산장에서 강우연이 도호헌과 마찰이 생겼을 때도 백 선생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했다.어젯밤 도호헌의 마수로부터 강우연을 구한 사람도 백 선생이었다.오늘은 400억이나 되는 방대한 사업을 오로지 강우연에게 맡기겠다고 선언했다.강우연에게 호감이 있는 게 아니고서야 이 상황이 설명되지 않았다.강희연은 그 말을 듣자마자 분노와 시기에 찬 눈으로 강우연을 노려보았다.‘왜? 왜 매번 강우연에게만 행운이 돌아가는 거지?’그녀는 악의가

  • 용왕사위   제504화

    “감사합니다, 백 선생님. 하지만 제가 능력이 부족하여 그렇게 큰 사업을 혼자 담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강우연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그제야 강준상의 굳은 표정이 조금 풀렸다.강문복은 이때다 싶어 끼어들었다.“그래요, 백 선생님. 우연이는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큰 사업 혼자 못 진행합니다. 게다가 우연이는 민학그룹과의 사업도 담당하고 있어서 시간이 많이 빠듯할 거예요.”옆에 있던 강희연도 씩씩거리며 말했다.“백 선생님, 우연이 쟤 예쁘기만 했지 아무런 능력이 없어요. 저 순진한 외모에 속으시면 안 돼요. 쟤 저래 봬도 속은 시커멓거든요. 저 순진한 외모로 남자 꼬시는 게 특기예요.”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싸늘한 목소리로 강희연에게 되물었다.“그래요? 그럼 강희연 씨는 강우연 씨보다 능력이 있다는 말씀입니까?”강희연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 저 강운그룹에서 일한 지 꽤 오래됐어요. 여러 큰 프로젝트도 맡아서 진행했고요. 쟤보다는 제가 낫죠. 게다가….”말끝을 흐리던 강희연은 자세를 숙이고 한지훈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게다가 저 다른 일도 잘해요.”한지훈은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강희연을 한참 노려보다가 말했다.“강 실장, 자중하세요. 난 그쪽같이 수치심도 모르는 여자한테는 관심 없어요!”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임원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강희연의 눈치를 살폈다.분위기는 순식간에 어색해졌다.당사자에게 대놓고 수치심을 모른다고 비난하다니!강준상을 포함한 고위 임원들은 어색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창피하고 부끄러웠다.강희연은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백 선생이 사람들도 다 있는 자리에서 대놓고 자신을 망신 줄 줄은 상상도 못 했다.여자를 싫어하나?아니면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었나?강희연은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강문복이 싸늘하게 한마디 했다.“희연이는 나가 있어.”강희연은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런데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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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왕사위   제2807화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

  • 용왕사위   제2806화

    낙천기가 차갑게 웃어 보였다. 사실 이 모든 건 그의 계략이 아니라, 오히려 오대 명산이 뒤에서 조종한 일이었다.심지어 이번 일에는 무신종의 그림자까지 얽혀 있었다!그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용국 백성들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한지훈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함이었다.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만들어야만, 무종이 국왕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그가 보기엔, 설령 한지훈이 아직 살아 있다 한들 뭐 어쩌겠는가?지금의 오대 명산에는 고수들이 즐비하고, 심지어 그의 사부 천릉자 또한 이미 한지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한지훈이 다시 무슨 큰바람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그는 손짓으로 주변의 젊은 남녀들을 물러가게 한 뒤, 곧바로 전화를 꺼내 천릉자에게 걸었다.신호음이 들리자마자, 그는 아부하는 목소리로 말했다.“사부님, 이미 지시하신 대로 전부 준비해 두었습니다. 기자들도 저희 쪽 인물로 배치했습니다.”“다만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이번 일은 한지훈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굳이 그를 끌어들이는 것이 혹여 한지훈의 지지자들을 자극해 반발을 사지는 않을까요?”실제로 요 몇 년간, 한지훈이라는 이름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게다가 이번 천릉자와 장령풍이 벌이는 자소화 쟁탈전은 전혀 한지훈과 관계가 없었다.이 시점에서 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언급한다는 건 오히려 그의 존재를 사람들 뇌리에 더 강하게 새기는 게 아닐까?“흥!”천릉자의 콧소리가 전화를 타고 전해졌다.“이 안의 현묘한 계책을 네 놈이 어찌 알겠느냐?”“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꺼내는 이유는, 바로 사람들이 기억해 내게 하기 위함이다. 단지 일성 준천신 경지에 머물러 있는 자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이다!”“그래야만 그의 위상을 점차 약화시켜, 민심 속 신망을 걷어낼 수 있지!”“게다가, 넌 아직도 한지훈이 용국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구나. 예전의 한씨공관은 지금도 군대에서 특별히

  • 용왕사위   제2805화

    사실 한지훈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두 가지 진법은 통달하고 있었다.비교하자면 장씨 가문의 삼절진이 더욱 오묘하고 무궁무진했다.하지만, 둘 중 누구라 해도 한지훈 앞에서는 감히 견줄 수조차 없었다!비록 똑같이 일성 준천신계 강자라 해도, 그 내실은 하늘과 땅 차이였기 때문이다.한지훈이 그동안 더 이상 돌파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기초를 더욱 단단히 다지기 위함이었다!한지훈 일행이 대양산에 도착했을 때, 이곳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게다가 많은 언론 매체들 역시 정보를 입수하고는 가장 먼저 최고의 촬영 위치를 선점하며, 이 천하제일의 대결을 기다리고 있었다.대양산에서 15리 떨어진 곳부터는 이미 각 대명산이 구역을 나눠 금지구역으로 설정해 버렸다.일반인은 산기슭 근처조차 접근할 자격조차 없었다!그리고 여러 명산의 제자들 역시 모두 구경을 위해 몰려들었다.그중에는 자신의 제자들을 데리고 경험을 쌓게 하려는 거물급 인사들도 있었다.이런 명산 제자들 앞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는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재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한 선생님, 제 생각에는 저희도 여기까지만 가죠. 더 이상 안쪽으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제 먼 친척 중 한 명이 명산 제자를 한 번 잘못 봤다가, 결국 그쪽 사람들에게 가문 전체가 몰살당했어요!”육천릉이 조심스럽게 말했다.그 친척도 나름 지역에서 이름난 인물이었지만, 단지 그 사소한 실수 하나로 인해 온 가족이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오? 그 후 어떻게 됐습니까? 설마 명산 제자라고 해서 사람을 함부로 죽여도 되는 겁니까?”한지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몇 년간, 한지훈은 줄곧 은거하며 세상의 일에 무관심하게 지냈다.하지만 지금의 명산 제자들이 이토록 오만방자하게 굴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 그 뒤야 뭐 있겠습니까. 그냥 아무 핑계 하나 대더니, 무슨 문파간 원한이었다나 뭐라나…… 그러더니 결국 흐지부지됐죠.”

  • 용왕사위   제2804화

    최근 몇 년간 영기가 회복되면서, 몇몇 명산들은 그야말로 제자들이 넘쳐날 정도로 번창했다.그 안에서도, 하늘이 내린 듯한 재능을 지닌 자들도 드물지 않았다.그중에서도 천릉자는 항산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로 받아들인 제자였지만, 그의 성장 속도는 말 그대로 공포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불과 3~4년 만에, 병왕계의 풋내기에서 항산의 젊은 세대 중 유일하게 천신계 경지에 도달한 자로 우뚝 선 것이다!“사실 그렇게 단정 지을 수는 없어. 한지훈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천릉자와는 비교가 안 되지. 걔는 고작 3년 조금 넘는 시간 안에 병왕계 경지에서 일성 준천신까지 올라갔으니까!”“그래, 저런 성장 속도만 보면 한지훈도 감히 따라갈 수 없지!”“예전에 한지훈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데 거의 10년 가까이 걸렸잖아!”이때, 양령아도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사람들의 댓글을 하나하나 읽고 있었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마침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쟤네가 뭔데 한지훈이랑 비교를 해?!”“당시에 지구는 아직 영기가 복원되지도 않았어! 그런 환경에선 3년이 아니라 300년을 줘도 천신계는 불가능했다고!”흑병대의 정예였던 양령아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그 시절에는 사령관 경지 하나만 도달해도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는 것을!지금의 사령관 경지 강자들에겐 그 고통이 뭔지도 느껴보지 못한 허울뿐이었다.하물며 천신계 경지라니?“흥, 내 생각엔 한지훈도 이미 오래전에 미래를 내다봤기 때문에 은거를 선택한 거야!”“은거라기보단, 도망친 거겠지. 그때 걔는 명산들과 생사를 걸 정도의 원한이 있었으니까!”이런 비아냥이 양령아의 댓글 아래 붙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더 이상 한지훈을 언급하지 않았다.대신 화제는 바로 장씨 가문의 장령풍으로 옮겨갔다.왜냐하면, 이번에 그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자소화였고, 이걸 손에 넣는 자는 단시간 내에 이성 현급 천신계 경지로 돌파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장씨 가문은 항상 명산들 사이에서 거리를

  • 용왕사위   제2803화

    각 대명산과 무신종에서 탐내는 보물을 어찌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겠는가?!설령 대명산과 무신종 같은 초대형 세력이랄지라도 경계를 늦출 수는 없다.한순간의 방심으로, 단 한 송이 자소화 때문에 양대 세력 간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육천릉이 보기에, 비록 한지훈의 실력이 각 세력에서 정성껏 길러낸 젊은 세대들에 미치진 못해도,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이 감히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혹여 운이 좋아서 한몫 챙기게 된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설령 얻지 못하더라도, 마음속 깊이 감사를 품게 될 것이다.그때 나씨 가문이 약재 방면의 몫을 자기 가문에 더 많이 나눠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음, 알겠습니다. 우선 먼저 돌아가세요, 필요하면 제가 사람을 보내 부르겠습니다.”한지훈은 미묘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자소화만큼은, 반드시 손에 넣고야 말리라!누가 탐내든, 한지훈은 결코 이 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좋습니다, 한 선생님. 준비되시면 언제든 연락만 주세요. 제가 직접 모시러 가겠습니다!”육천릉은 정중하게 고개 숙이며 물러갔다.육천릉이 멀어지자, 앞마당 옥기 상점의 한 점원이 한지훈을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보통 사람은 아니신 것 같네요?”한지훈은 그를 흘긋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나도 너랑 똑같은 평범한 용국 국민일 뿐이야.”“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한 씨이시고, 나 대표님조차 선생님께 그렇게 공손한 걸 보면… 설마 그분은 아니시겠죠?”점원은 조용히 물었다.그가 말한 '그분'이란, 물론 세계에 명성을 떨쳤던 북양왕 한지훈을 가리킨 것이다!한지훈이 은거한 뒤로, 수많은 이들이 그의 행방을 추측해 왔다.조정에서도 끊임없이 한지훈을 찾고 있지만, 누구도 그의 실체를 본 사람은 없었다.“말했잖아, 나도 너처럼 평범한 사람이야. 북양왕이 어떻게 이런 작은 가게에서 일하겠니?”한지훈은 담담히 설명했다.“그래도 제 눈에 선생님은 평범해 보이지

  • 용왕사위   제2802화

    육천릉은 한지훈이 이 일에 관심을 보이자 재빨리 웃으며 말했다.“맞습니다. 제가 보낸 사람들이 어젯밤에 사진을 한 장 보내왔습니다!”그 말과 함께, 그는 서둘러 사진 한 장을 꺼내 한지훈에게 내밀었다.사진은 다소 멀리서 촬영된 탓에 꽤 흐릿했지만, 천생서문에 기록된 묘사와는 놀랍도록 잘 들어맞았다.여섯 장의 꽃잎은 각기 다른 색을 띠고 있었고, 꽃술 한가운데엔 보랏빛 꽃봉오리 하나가 있어 매우 이상하게 보였다! 사실,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로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었다.보통 사람의 수명이 이십 년 이상 늘어난 것은 물론, 어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일성 병왕의 전력을 지닌 채 태어나기도 했다.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무도가 성행하게 되었고, 그 성장 속도 또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어떤 종문들은 전투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는 약까지 제조해 판매하고 있었으며, 일부 국가는 무인으로 구성된 특수 군대를 조직하여 국력을 강화하고자 했다.용국 또한 이런 군대를 조직하였지만, 현재는 어느 국가도 감히 용국의 세계적 지위에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었다.따라서 용국의 군대는 주로 무력의 상징으로 기능할 뿐이었다.하지만 자소화라는 이 기이한 꽃의 효능을 제대로 아는 자는 극히 드물었다.한지훈은 예전에 한 야외 생존 프로그램을 보다가, 참가자가 이 자소화를 독초로 착각하고 꺾어 버리는 장면을 직접 본 적이 있었다.당시 그는 속으로 얼마나 애가 탔던지!영기가 되살아난 지금, 이와 같은 신기한 꽃과 약초는 앞으로도 점점 많아질 것이 분명했다.특히 외국과는 달리, 용국의 오대 명산에서는 자소화의 효과에 대해 비교적 잘 알려져 있었다.그 때문에 대량산은 단시간 내에 수많은 종문에 의해 금지 구역으로 지정되었고, 일반인은 근처에도 접근할 수 없게 되었다.그래서 육천릉이 보낸 자들도 멀리서 겨우 이 한 장의 흐릿한 사진을 찍어온 것이 전부였다.“보아하니, 이 자소화를 노리는 이들이 꽤 많겠군.”한지훈

  • 용왕사위   제2801화

    수년 후.산성시의 옥기 상점 안, 장발의 사내가 한 쌍의 남매에게 무공을 가르치고 있었다.소년은 얼굴에 앳된 기색이 역력했지만, 손짓 하나 발짓 하나 모두 본받을 만한 기세를 품고 있었고, 소녀는 더욱이 품새 하나하나에 눈에 띄는 기세와 무형의 위압이 서려 있었다.“여보, 애들 좀 쉬게 하지 그래요? 조금 있다가 도청도 불러서 다 같이 캠핑 가요, 어때요?”강우연은 캠핑에 쓸 텐트와 조리 도구를 챙기며 미소를 지은 채 물었다.한지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멀리 보이는 산을 바라보았다.어느새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한지훈은 줄곧 이곳에 은거하며, 한편으로는 천생서문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또 한편으로는 세상의 큰 흐름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지금까지도 제법 많은 역외 강자들이 돌아왔지만, 한지훈이 정한 세계의 판도를 감히 뒤흔드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지금, 전 세계에서 유일한 연합국 상임이사 자리는 바로 용국이 차지하고 있었고, 세계의 운영 방식조차 모두 용국의 입김 아래에 놓여 있었다.하지만 이 모든 것은 세속적인 겉모습에 불과했다.실은 세계 각국은 물론, 용국 내부조차도 암류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한지훈은 아직 대세가 변화하기 전에는 지나치게 과시하고 싶지 않았고, 자신의 정체 역시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지금 그는 그저 이 옥기 상점의 사장일 뿐이었고, 강우연은 그저 옥기 상점의 사모였다.비록 나씨 집안에서 종종 사람을 보내 한지훈을 문안하며, 집안 후손들을 수련시키러 보내곤 했지만, 모두 한지훈의 비밀을 철저히 지켜주고 있었다.신룡전의 삼대 용존 역시 지금은 모두 이성 천신계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고, 정작 한지훈 자신은 아직도 일성 준천신계에 머물러 있었다.하지만 그것은 한지훈이 돌파할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천신계에 진입한 후 그는 이 경지에 들어선 자에게는 경지 그 자체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진정 중요한 것은 진법에 대한 이해와 운용이었다.이것이 바로 그가 상위 경지를 거슬

  • 용왕사위   제2800화

    한편, 오륙 무도학원의 진법루 안에서 갑자기 하늘을 찌를 듯한 빛기둥이 솟아올랐다!그 찬란한 빛기둥은 무려 사흘 밤낮 동안 계속되었다!마침내, 진법루 전체가 우르르 무너져 내리더니, 지면 위에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심연이 나타났다.그 심연 아래에는 희미하게 푸른빛을 띠는 광막이 아른거리며 떠올랐다.많은 사람들이 이 경이로운 장면을 휴대폰에 담아냈다!이제서야 오대 명산의 고위 무인들도 어째서 그토록 오랫동안 역외 강자들이 돌아오지 않았는지 마침내 이해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지구의 영기가 이미 고갈되어 그 강대한 힘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영기의 회복은 단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서서히 회복되는 과정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이 순간, 지표면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예전엔 무릎 높이밖에 자라지 않던 목초가 하룻밤 사이에 사람 키를 훌쩍 넘겼으며, 야생 동물들 또한 이전보다 몇 배는 커진 모습이었다!한 오륙 사냥꾼이 산속에서 몸무게 40킬로그램, 길이 1미터에 달하는 토끼를 사냥했다는 뉴스가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미륙의 어민들이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물고기를 잡아 올렸다는 보도는 또다시 전 세계인의 신경을 자극했다!한때 드문드문했던 숲은 하룻밤 사이에 무성해졌으며, 사막에도 대규모의 오아시스가 생겨나기 시작했다.여러 명산 역시 짙은 안개에 휩싸인 채, 산봉우리들이 치솟으며 기존보다 몇 배나 웅장해졌다!이제 전 세계적으로 무공 수련 열풍이 일었다.특히 용국에서는 무종들이 세속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이전과 다른 점은, 무종들이 이제 더는 조정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 세력이 되었다는 점이었다!용국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에서 무도 재판소가 설립되었고, 이 재판소는 중대한 죄를 저지른 무인들을 심판하기 위한 기관이었다!영기의 귀환과 함께, 그동안 폐관 수련에 들어갔던 무적천이 갑자기 고통스럽고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질렀다.그의 몸과 융합되지 못하고 있던 흑룡의 심장이, 이 순간 묘

  • 용왕사위   제2799화

    모든 이들은 그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그러나 그가 나타나는 순간, 모든 이들이 경외심에 찬 시선을 드러냈다.앨러스의 긴장된 마음도, 그 순간 조금은 누그러졌다.보아하니, 고대 인디언들이 결국 움직인 모양이었다.하지만 한지훈은 허공에 떠오른 그 거대한 얼굴을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그저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리자, 하늘에서 눈 부신 별빛이 쏟아져 내렸다!눈 깜짝할 사이에, 미륙 전역에 퍼져 있던 앨러스 족속들이 무수한 별빛에 온몸이 꿰뚫리며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그들 중엔 전신계나 사령관 경지의 강자들도 많았고, 본능적으로 반항하려 했지만 천신계 강자 앞에서는 저항이란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단 한 호흡의 시간도 지나기 전에 모두가 가루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한지훈! 네… 네놈은 어째서 우리를 노리는 건가!”눈앞에서 하나둘 동족이 죽어 나가자, 앨러스의 눈동자는 충혈되어 터질 듯 부릅떴다.심지어 하늘 위에 떠 있던 그 거대한 얼굴조차 노기가 서리기 시작했다!비록 앨러스의 족속들이 죄를 저질렀다지만, 한지훈이 이때 손을 쓴 것은 그의 위엄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었다!“한지훈! 경고한다. 이 땅에서 더 이상 행패를 부리지 말아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찬란한 별빛이 다시 한 번 하늘을 덮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이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허공에서 사라졌고, 이국 전체는 순식간에 피바다로 변했다.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냉랭한 눈으로 하늘의 얼굴을 쏘아보며 말했다.“너희는 모두 죽어 마땅하다!”“그들이 인류 멸망 계획을 실행하려고 망상한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인류를 멸종시키겠다는 그들의 야망이 있다면, 먼저 그들 자신부터 사라져야겠지.”“만약 불만이 있다면 언제든 용국으로 찾아와라.”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하늘 위 거대한 얼굴이 잠시 멍해졌다.그렇다, 앨러스 족은 분명 전 인류를 죽이고, 오직 자신들의 후손만 남겨 지구를 지배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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