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은 한숨에 총을 든 해적들을 전부 쓰러뜨렸다.그들은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몸에 총을 맞고 피를 뿜으며 갑판에 쓰러졌다.남은 해적들은 손에 든 칼을 내려놓고 바닥에 주저앉아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순식간에 반전된 상황에 모두가 놀랐다.한지훈은 날렵하게 몸을 날려 놈들의 무기를 전부 수거한 뒤, 선장에게 던졌다.그가 말했다.“다들 꼼짝 말고 여기 있어. 이따가 너희를 데리러 올 거야.”말을 마친 한지훈은 곧장 선실로 뛰어들어갔다.그 시각, 선실 내부에서 양천엽과 백청강은 음침한 미소를 띤 채, 상황이 정리되기를 기다렸다.“밖에 시끄러운 걸 보니 내 사람들이 벌써 도착했나 보군요.”양천엽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따가 애들이 강우연 데리고 이쪽으로 들어올 거예요. 즐거운 밤 보내세요.”백청강은 술기운에 취해 강우연을 품에 안는 상상을 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그때, 사신을 닮은 싸늘한 목소리가 입구에서 전해졌다.“누구랑 즐거운 밤을 보낸다고?”손에 총을 든 한지훈이 한발 한발 계단을 내려왔다. 그의 주변으로 진한 살기가 흩어지고 있었다.고개를 돌린 양천엽과 백청강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너… 어떻게 내려왔어? 애들이 널….”당황한 양천엽이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횡설수설했다.“바깥에 있는 해적들이 날 꼼짝도 못하게 만들고 너희는 이 기회에 밖에 있는 여자들한테 몹쓸 짓을 하려고 한 거야?”한지훈은 싸늘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며 그들의 가까이로 다가갔다.양천엽이 당혹스러운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설마 네가 밖에 있는 해적들 해치웠어?”한지훈은 피식 웃고는 총구로 양천엽의 머리를 쳐서 쓰러뜨렸다.“쓰레기 같은 놈.”그가 차갑게 욕설을 내뱉었다.양천엽은 피가 흐르는 머리를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진 채,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그는 믿을 수가 없었다. 정녕 한지훈 혼자서 밖에 있는 해적들을 전부 해치웠단 말인가!반면 이미 취기가 오른 백청강은 상황 파악이 덜 된 건지, 자리에서 일어서서 한지훈에게 욕
양천엽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어! 한지훈,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감히 내 요트에서 사람을 때리다니! 게다가 상대는 백영그룹 황태자라고!”짝!한지훈은 다가가서 놈의 귀뺨을 날렸다. 강력한 한방에 양천엽은 그 자리에서 이빨이 부러지며 피를 토했다.“다시 한번 묻는다. 네가 했어?”한지훈이 싸늘하게 물었다.“아니야!”양천엽은 지금 잘못을 인정하면 끝장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한지훈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는 밖에서 해적 한 명을 끌고 들어왔다. 그리고 놈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물었다.“누가 보내서 왔어?”겁에 질린 해적이 울먹이며 말했다.“해성 형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형님, 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 저도 돈을 받고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절대 사람을 해칠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머릿수만 채우려고 온 거라고요….”“해성 형님이 누구지? 이 요트에 있어?”한지훈이 물었다.해적이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있긴 한데 형님이 죽여버렸잖아요…..”한지훈은 처음으로 당황했다.일이 이렇게 흘러간다고?그 시각,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던 양천엽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와 거래를 한 자가 죽었으니 증거는 사라진 셈이었다.다행인 건 아직 돈을 보내지 않았다는 것이다.하마터면 이대로 꼬리가 밟힐 뻔했다.한지훈도 더 이상 증거를 캐낼 수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한지훈! 어떻게 날 의심할 수가 있어? 내가 그런 비겁한 사람으로 보여?”양천엽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소리쳤다.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고 양천엽을 노려보며 말했다.“적당히 해.”말을 마친 그는 다시 갑판으로 나갔다.그 시각 요트 주변에는 이미 경찰을 태운 보트가 배회하고 있었다.보트에서 무장 해경들이 요트로 올라왔다.그들은 신속하게 현장을 정리했다.한지훈을 발견한 강우연이 울먹이며 달려와서 그의 품에 안겼다.“지훈 씨, 정말 무서웠어요….”한지훈은 웃으며 그녀의 등을 다독여 주었다.“괜찮아
며칠 뒤, 정오.오군 부두에 호화 요트 한척이 상륙했다.그것은 백영그룹에서 보낸 요트였다.갑판의 최전방에 하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싸늘한 풍채를 자랑하며 서 있었다.그는 다름 아닌 이틀 전 요트에서 한지훈에게 먼지 나도록 맞았던 백청강이었다.이틀이 지나 상처를 회복한 그에게서는 전에 없던 살기가 풍기고 있었다.“한지훈, 내가 돌아왔어. 누가 이길지 두고 보자고.”남자는 살기가 뚝뚝 흐르는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렸다. 그의 뒤로 짙은 회색의 한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따르고 있었다. 깡마른 체형에 얼핏 보면 인자해 보이지만 주변으로 강압적인 기운이 풍기고 있었다.“셋째 도련님, 부친께서는 오군에서 크게 사고 치지 말고 조용히 일을 해결하라고 하셨습니다.”“알아요. 하지만 화가 나는 걸 어떡해요.”백청강은 망원경으로 전방에 있는 고층건물을 노려보며 분개해서 말했다.“무슨 일이 있어도 다친 자존심은 회복해야겠어요. 백영그룹의 권위에 도전한 자는 상응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죠! 걱정 마세요. 백 명의 이미지에 먹칠하는 일은 하지 않을 거예요.”중년 남자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당부했다.“도련님의 뜻이 정 그렇다면야 따를 수밖에 없지요.”백청강은 눈앞의 고층건물을 노려보며 살기를 번뜩였다.지난번 사건이 있은 뒤, 양천엽은 회사에 틀어박혀 회사 업무에 몰두했다. 그가 창립한 천용그룹은 심기일전으로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이날 아침, 양천엽은 부하직원들을 데리고 부두로 가서 백청강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그는 멀리서 갑판 위에 서 있는 남자를 보고 온몸에 긴장을 곤두세웠다.지난번에 일이 실패로 돌아간 뒤로 백청강이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일을 성공시켜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그는 완전히 백청강의 신뢰를 잃어버리게 되고 백영그룹과의 인연도 여기서 끝이 나는 것이다.양천엽은 오늘을 위해 이틀 동안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이번에 백영에서 오군에 상업 회담을 오는 일을 빌미
백청강은 양천엽이 준비한 밴에 올라타고 어딘가로 향했다. 가는 내내 그는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백 대표님, 이번에는 강운그룹을 어떻게 요리하실 생각인가요? 바로 인수에 들어가실 겁니까?”양천엽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백청강은 창밖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리고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양 대표, 뭐가 그렇게 급해?”양천엽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다급히 해명했다.“오해세요. 저도 일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런 거죠. 성공적으로 강운을 인수한다면 강우연은 대표님 손바닥 안에 있는 거 아닙니까. 물론 차질이 생기더라도 제쪽에서 미리 대비해 두겠습니다.”백청강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그에게 말했다.“일단 강운그룹으로 가서 얘기하자고.”“네.”양천엽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백청강을 태운 차가 강운그룹 본사 건물 앞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백청강은 건물을 바라보며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양천엽과 이현철이 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강운그룹 경비원들은 그 기세를 보고 다급히 달려와서 인사했다.양천엽이 앞장서서 백청강을 안내하며 건물로 들어갔다.안내데스크 직원은 양천엽과 백청강을 보자 곧바로 회장 비서실에 사실을 알렸다.잠시 후, 양천엽이 신비의 남자와 함께 그룹을 방문했다는 소식은 회사 전체에 퍼졌다.한편, 한지훈은 오늘 기분이 무척 좋았다. 아침에 강우연을 회사에 데려다주고 바로 떠나지 않고 그녀의 옆을 지켰다.결혼식이 곧 다가오는만큼, 업무는 용이에게 맡기고 강우연과 시간을 더 보내려고 내린 결정이었다.최근에 그가 자주 회사에 방문했기에 어느새 강운 직원들과도 많이 친해졌다.그가 몇몇 직원들과 함께 탕비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입구에 강문복과 강희연이 나타났다.“강 이사님이 급하게 어디를 가시는 걸까요?”한 직원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그런데 이때, 무언가를 발견한 한지훈이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옆에 있던 직원은 그에게서 풍기는 살벌한 기운에 놀라서 급하게 입을 다물었다.한지훈이 지켜보
강운그룹 회의실.강우연은 오늘 검은 정장 치마에 흰 셔츠를 맞춰 입고 위에 베이지 톤의 정장 외투를 걸쳤다. 머리는 굵은 웨이브로 마무리하고 하얗고 투명한 피부를 강조한 메이크업에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며 회의실로 들어와서 앉았다.어떤 남자가 봐도 군침을 흘릴만한 외모를 그녀는 가지고 있었다.그녀의 맞은편에 앉은 백청강은 벌써 탐욕스러운 눈을 하고 그녀를 대놓고 관찰했다.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에는 이 여자를 가질 것이다!그의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상석에는 강문복이 앉고 강희연이 그의 옆에 앉았다. 물론 회사의 고위 임원들도 자리했다.“우연아, 네가 담당자니까 얘기는 너랑 백 대표님이 하고 있어. 우린 이만 나가볼게.”자리에서 일어선 강문복이 사람들에게 나가라는 눈짓을 보냈다.이곳으로 오기 전, 양천엽이 미리 언질을 해뒀기 때문이었다.조건이 좀 의아하긴 했지만 백영과 손을 잡을 수 있다면 강운그룹에는 큰 기회가 되는 셈이었다.강문복은 내키지 않았지만 약속했던 대로 사람들을 끌고 회의실을 나갔다.“백 대표님, 그래서 어떤 사업을 저희랑 하고 싶으시다는 거죠?”강우연이 커피잔을 입가로 가져가며 담담히 물었다.그녀는 눈앞의 이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탐욕을 숨기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는 저 눈빛만 봐도 소름이 돋았다. 그가 백영그룹의 황태자만 아니었다면 오늘 이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지난번 요트에서 벌어진 일도 그렇고 그에게 좋은 기억은 없었다.그날 이후, 한지훈은 그녀에게 백청강과 양천엽을 경계하라고 말했었다.백청강도 커피를 한모금 마시더니 고개를 들고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우연 씨 미모는 여전하네요. 요트에서 그렇게 헤어지고 아쉬웠었거든요. 밤낮 가리지 않고 우연 씨가 떠올라서 미치는 줄 알았어요. 물론 오늘은 강운그룹이랑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온 거예요.”“그래요, 우연 씨. 백 대표님은 백영그룹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 나온 거예요. 강운에 대해 잘 알아야 같이 사업도 하는 거죠. 이 사업이 성공하
강우연도 이것이 기회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역시 우리 우연 씨는 얼굴도 예쁘고 시원시원하시네요.”백청강이 능글맞게 웃으며 양천엽에게 눈치를 주었다.그러자 양천엽이 간사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우연 씨, 백 대표님의 뜻은 아주 간단해요. 강운그룹을 인수하는 겁니다. 우연 씨 생각은 어떠한가요?”대놓고 너희 회사를 삼키겠다고 선포한 것이었다.강우연은 입가에 희미한 조소를 머금고 둘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강운을 인수하고 싶다고요? 그건 백영의 뜻인가요?”“우연 씨, 생각해 봐요. 백영그룹은 H시에서도 손꼽히는 대기업이에요. 방대한 인맥과 자금력을 가졌죠. 백영이 강운을 인수하면 그때부터 강운은 든든한 후원자가 생기는 거예요.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요?”양천엽이 능구렁이처럼 간사하게 웃었다.백청강은 상석에 앉아 강우연의 매끈한 다리를 감상했다.“강우연 씨, 가격은 만족스럽게 쳐드릴 거예요. 절대 가격으로 실망할 일 없다는 얘기예요.”“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하네요. 강운은 인수 제안을 거절하겠습니다.”강우연이 대놓고 거절하자 순식간에 회의실 안에 냉기가 감돌았다.“가격만 합리적이면 성사 안 될 장사는 없다고 생각해요. 원하는 가격을 말해 보세요.”백청강이 탐욕스럽게 그녀의 가슴과 다리를 훑으며 말했다.“죄송하지만 같이 사업을 하는 거면 몰라도 인수는 절대 안 됩니다.”강우연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싸늘하게 말했다.“살펴 가세요.”백청강이 인상을 확 구기며 음침하게 물었다.“강우연 씨, 지금 나의 제안을 거절한 건가요?”“거절하면 안 되는 제안이었나요?”강우연이 냉소를 지으며 받차쳤다“나를 거절한 사람은 우연 씨가 처음이네요. 상황을 잘 분석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길 바랍니다. 나는 백영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 왔어요. 백영이 강운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걸 영광으로 생각해야죠. 나를 더 이상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네요.”적나라한 협박이 담긴 말이었다.강우연도 인상을 찌푸리고 차갑게 말했다.“누가 와도 답은 같아요. 인
“아이고, 우연 씨. 사실 백 대표님도 강운을 위해서 그러는 거예요. 생각해 봐요. 인수 제안에 동의하면 백영그룹이 강운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는 거예요. 그러면 업계 1위도 노려볼 수 있고 강우연 씨도 부장에서 승진도 해야죠.”옆에 있던 양천엽이 이때다 싶어 끼어들었다.그는 백청강의 강압적인 태도를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그가 계획했던 것과 한발 더 가까워진 것이다.“아니요! 강운은 인수 제안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에요!”강우연이 분노한 얼굴로 목청을 높였다.“그럼 협상은 이로써 끝이로군요.”백청강은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거만하게 말했다.말을 마친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옆에 있던 이현철에게 말했다.“아저씨, 저 여자 끌고 가세요.”이현철이 고개를 끄덕였다.강우연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중년 남자에게서 커다란 위협을 느꼈다.“아가씨, 미안하게 됐어.”말을 마친 이현철이 강우연을 향해 손을 뻗었다.그런데 이때, 회의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지훈이 안으로 뛰어들어왔다.그는 얼굴에 태연한 미소를 머금고 강우연에게 말을 걸었다.“여보, 나 찾았어?”모두가 당황한 표정으로 갑자기 나타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분노와 긴장, 당혹스러운 표정이 뒤섞였다.한지훈은 담담하게 안으로 들어오며 회의실 문을 잠갔다.“여보, 무슨 일 있어?”이미 밖에서 듣고 있던 한지훈이었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 강우연에게 물었다.“한지훈? 제 발로 찾아왔네.”백청강은 한지훈이 안으로 들어온 순간부터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그는 음침하게 굳은 얼굴로 한지훈을 가리켰다.반면 양천엽은 한지훈을 보고 저도 모르게 뒤로 두 발 물러섰다.이런 상황에서 그는 조용히 관망하는 것을 택했다.“뭐야? 백 대표가 여긴 어쩐 일이야? 올 때 미리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그랬어? 그럼 마중이라도 나갔을 텐데.”한지훈이 피식거리며 백청강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어깨를 꽉 껴안았다.백청강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이
위기에 처했던 강우연은 구명줄을 만난 기분이었다. 그는 한지훈에게 눈치를 보내며 싸늘하게 말했다.“백영에서 우리 강운그룹을 인수하고 싶대요. 나는 안 된다고 거절했고요.”한지훈은 고개를 돌리고 백청강에게 물었다.“백 대표, 강운을 인수할 생각이야?”백청강은 가까이 다가온 한지훈의 얼굴을 보고 짜증스럽게 대꾸했다.“그래! 뭐 문제 있어? 네가 여기 책임자라도 돼?”“그래, 맞아.”한지훈이 말했다.“협상은 나랑 할까?”백청강은 묘한 웃음을 지으며 강우연을 바라봤다.“강우연 씨, 이건 무슨 상황입니까?”강우연은 팔짱을 끼고 소파에 앉으며 차갑게 말했다.“남편이랑 얘기해 보세요.”백청강도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어쩔 수 없네.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한지훈은 피식 웃고는 이현철이 움직일 기미가 안 보이자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갑자기 얘기하기가 싫어졌네.”“지금 장난해?”백청강이 버럭 화를 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나한테 장난친 놈들이 다 어떻게 됐는지 네가 봤어야 했는데!”한지훈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몰라. 알고 싶지도 않고. 지난번에 내가 누구를 개 패듯이 때렸던 것만 기억나. 그때도 얘기했을 텐데. 우리를 귀찮게 하지 말라고. 안 그러면 죽여버리겠다고.”백청강이 분노에 치를 떨며 고함쳤다.“좋아! 그렇게 나온다 그거지? 아저씨, 저 인간에게 나와 대적한 대가가 어떤 건지 제대로 보여주세요!”옆에 있던 이현철이 그제야 앞으로 나섰다. 순식간에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압도적인 기운이 한지훈을 덮쳤다.이현철은 주먹이 강렬한 기를 담아 한지훈의 가슴을 향해 휘둘렀다.백청강은 피식피식 웃으며 구경하고 있었다.‘그러길래 얌전히 있었어야지!’그는 벌써 한지훈이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 애원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양천엽도 속으로 냉소를 짓고 있었다. 이현철이 어느 정도 실력인지 가늠이 되지는 않지만 백가의 가주 신변을 지키던 사람이라면 절세의 고수라는 건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
이소비의 말에, 호텔 지배인은 순간 멍해졌다. 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설령 지배인이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여 그들을 법정에 세운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며칠 동안 구류될 뿐이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놈들은 뱉은 대로 얼마든지 실행한 사람들이었다. 일시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온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순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니. 때가 되어 수많은 종문들을 찾아가 용서를 빌더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비록 묘당이 현재 무종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지만, 그것도 단지 큰 범위에서뿐이었다. 지배인 같은 일반인은 묘당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그렇게 지배인이 망설이는 사이에 한지훈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지배인에게 말했다. “저희가 예약한 방, 지금 입주할 수 있나요?”한지훈의 말에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육천릉이였다. 잇달아 이소비 일행도 한지훈을 향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방금 이소비가 말했듯이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호텔은 이미 그들의 손에 장악되었는데 한지훈은 뜻밖에도 이 상황에 입주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소비는 바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지훈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경비원이 서 씨로부터 일격을 당하여 살해될 당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한지훈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심지어 방금 그가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를 뱉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라 허겁지겁 도망쳤지만 한지훈은 줄곧 침착하고 태연자약했다. 이는 한지훈이 필연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소비는 굳어진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천산 장 씨 집안사람인가?”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한지훈은 천산 장 씨 집안의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 경비원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서 씨가 손을 들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비원은 순식간에 7~8미터 밖으로 날아가 피를 토하며 죽었다.단 한 방에 동료가 죽게 된 것을 목격한 다른 한 경비원은 깜짝 놀라 거듭 뒤로 물러섰다. 감히 다시 앞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당... 당신들 어떻게 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 이 세상은 아직 무종의 천하는 아니야, 용국의 국법을 따라야 한다고!”호텔 지배인은 눈앞에서 경비원이 살해되자, 벌컥 화를 냈다. 무종의 세력은 비록 강하긴 하지만, 현재로서 용국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묘당이었다.그렇기에 무종이 막무가내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됐다. 방금 그들이 행패를 부린 것 또한, 이미 국법을 위반한 행위였다.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호텔은 우리가 전세 낼 테니까 즉시 사람들 치워버려!”이소비는 지배인을 차갑게 쳐다보며, 그가 방금 한 위협은 조금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당신...”“왜, 당신네 사장님의 배후가 그렇게 든든해? 우리 천산 운검각보다도 더 강하냐고?” 이소비는 다리를 꼬고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지배인은 갑자기 멍해졌다. 한편 서 씨는 차가운 눈빛으로 다른 경비원을 쳐다보았고, 그러자 경비원은 놀라서 급히 뛰어나갔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이 다섯 글자는, 그야말로 신과도 같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주숙객들은 곧이어 짐을 챙기고는 급히 프런트로 달려가 체크 아웃했다. 로비에서 입주를 기다리던 다른 손님들도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얼마 안 되어 호텔 로비 전체는 텅 비어버렸다. 영기가 소생한 이후로 무종은 세상을 휩쓸고 있었다.뿐만 아니라 5대 명산의 각종 원과 종문을 역시 세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천산이 새로 설립한 천산 운검각은 가장 극악무도한 조직의 대명사였다. 운검각에는 사실 부유한 상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천산과 그들의 관계도
그 말에 육천릉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호텔에도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금 양산시는 호텔은커녕,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비는데 대체 어디 가서 묵으라는 거지? 육천릉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 씨 집안은 천산과는 깊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몇 년 전과는 달리, 무종 세력은 이미 세속 곳곳에 스며들었다. 육천릉은 사업가로서 이루어낸 성과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여러 큰 명산들 앞에서 그의 재부는 조금도 볼품없는 먼지와도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산은 얼마든지 세속의 자신들의 세력을 동원하여 그를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었다. 육천릉이 멍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선 채 전혀 체크아웃할 의사가 없어 보이자 이소비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육 대표, 당신 내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 없다는 거야?”“아니면, 육씨 집안은 이젠 우리 천산을 안중에 두지도 않는다는 건가?”그 말에 육천릉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이소비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면, 그 후과를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감히 천산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지 소상인일 뿐인 그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천성 갑부가 이소비의 앞에 서있더라도 감히 큰소리를 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새 이소비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의 몇몇 사람들까지도 모두 좋지 않은 눈빛으로 차갑게 그를 보고 있었다. 이소비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 하나 기세가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방금 가장 먼저 입을 연 그 여자는, 전혀 상상도 못 할 거물의 여자 친구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라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육천릉 같은 사람 하나는 쉽게 끌어내릴 수 있었다. “도련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육천릉이 말을 떼기도 전에 양복을 걸친 한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누가 날 찾는 거야?”중년 남자는 무리 앞에 다가와 이소비 일행을 힐끗 보았다. “당신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
낙천기가 차갑게 웃어 보였다. 사실 이 모든 건 그의 계략이 아니라, 오히려 오대 명산이 뒤에서 조종한 일이었다.심지어 이번 일에는 무신종의 그림자까지 얽혀 있었다!그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용국 백성들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한지훈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함이었다.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만들어야만, 무종이 국왕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그가 보기엔, 설령 한지훈이 아직 살아 있다 한들 뭐 어쩌겠는가?지금의 오대 명산에는 고수들이 즐비하고, 심지어 그의 사부 천릉자 또한 이미 한지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한지훈이 다시 무슨 큰바람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그는 손짓으로 주변의 젊은 남녀들을 물러가게 한 뒤, 곧바로 전화를 꺼내 천릉자에게 걸었다.신호음이 들리자마자, 그는 아부하는 목소리로 말했다.“사부님, 이미 지시하신 대로 전부 준비해 두었습니다. 기자들도 저희 쪽 인물로 배치했습니다.”“다만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이번 일은 한지훈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굳이 그를 끌어들이는 것이 혹여 한지훈의 지지자들을 자극해 반발을 사지는 않을까요?”실제로 요 몇 년간, 한지훈이라는 이름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게다가 이번 천릉자와 장령풍이 벌이는 자소화 쟁탈전은 전혀 한지훈과 관계가 없었다.이 시점에서 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언급한다는 건 오히려 그의 존재를 사람들 뇌리에 더 강하게 새기는 게 아닐까?“흥!”천릉자의 콧소리가 전화를 타고 전해졌다.“이 안의 현묘한 계책을 네 놈이 어찌 알겠느냐?”“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꺼내는 이유는, 바로 사람들이 기억해 내게 하기 위함이다. 단지 일성 준천신 경지에 머물러 있는 자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이다!”“그래야만 그의 위상을 점차 약화시켜, 민심 속 신망을 걷어낼 수 있지!”“게다가, 넌 아직도 한지훈이 용국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구나. 예전의 한씨공관은 지금도 군대에서 특별히
사실 한지훈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두 가지 진법은 통달하고 있었다.비교하자면 장씨 가문의 삼절진이 더욱 오묘하고 무궁무진했다.하지만, 둘 중 누구라 해도 한지훈 앞에서는 감히 견줄 수조차 없었다!비록 똑같이 일성 준천신계 강자라 해도, 그 내실은 하늘과 땅 차이였기 때문이다.한지훈이 그동안 더 이상 돌파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기초를 더욱 단단히 다지기 위함이었다!한지훈 일행이 대양산에 도착했을 때, 이곳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게다가 많은 언론 매체들 역시 정보를 입수하고는 가장 먼저 최고의 촬영 위치를 선점하며, 이 천하제일의 대결을 기다리고 있었다.대양산에서 15리 떨어진 곳부터는 이미 각 대명산이 구역을 나눠 금지구역으로 설정해 버렸다.일반인은 산기슭 근처조차 접근할 자격조차 없었다!그리고 여러 명산의 제자들 역시 모두 구경을 위해 몰려들었다.그중에는 자신의 제자들을 데리고 경험을 쌓게 하려는 거물급 인사들도 있었다.이런 명산 제자들 앞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는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재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한 선생님, 제 생각에는 저희도 여기까지만 가죠. 더 이상 안쪽으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제 먼 친척 중 한 명이 명산 제자를 한 번 잘못 봤다가, 결국 그쪽 사람들에게 가문 전체가 몰살당했어요!”육천릉이 조심스럽게 말했다.그 친척도 나름 지역에서 이름난 인물이었지만, 단지 그 사소한 실수 하나로 인해 온 가족이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오? 그 후 어떻게 됐습니까? 설마 명산 제자라고 해서 사람을 함부로 죽여도 되는 겁니까?”한지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몇 년간, 한지훈은 줄곧 은거하며 세상의 일에 무관심하게 지냈다.하지만 지금의 명산 제자들이 이토록 오만방자하게 굴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 그 뒤야 뭐 있겠습니까. 그냥 아무 핑계 하나 대더니, 무슨 문파간 원한이었다나 뭐라나…… 그러더니 결국 흐지부지됐죠.”
최근 몇 년간 영기가 회복되면서, 몇몇 명산들은 그야말로 제자들이 넘쳐날 정도로 번창했다.그 안에서도, 하늘이 내린 듯한 재능을 지닌 자들도 드물지 않았다.그중에서도 천릉자는 항산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로 받아들인 제자였지만, 그의 성장 속도는 말 그대로 공포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불과 3~4년 만에, 병왕계의 풋내기에서 항산의 젊은 세대 중 유일하게 천신계 경지에 도달한 자로 우뚝 선 것이다!“사실 그렇게 단정 지을 수는 없어. 한지훈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천릉자와는 비교가 안 되지. 걔는 고작 3년 조금 넘는 시간 안에 병왕계 경지에서 일성 준천신까지 올라갔으니까!”“그래, 저런 성장 속도만 보면 한지훈도 감히 따라갈 수 없지!”“예전에 한지훈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데 거의 10년 가까이 걸렸잖아!”이때, 양령아도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사람들의 댓글을 하나하나 읽고 있었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마침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쟤네가 뭔데 한지훈이랑 비교를 해?!”“당시에 지구는 아직 영기가 복원되지도 않았어! 그런 환경에선 3년이 아니라 300년을 줘도 천신계는 불가능했다고!”흑병대의 정예였던 양령아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그 시절에는 사령관 경지 하나만 도달해도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는 것을!지금의 사령관 경지 강자들에겐 그 고통이 뭔지도 느껴보지 못한 허울뿐이었다.하물며 천신계 경지라니?“흥, 내 생각엔 한지훈도 이미 오래전에 미래를 내다봤기 때문에 은거를 선택한 거야!”“은거라기보단, 도망친 거겠지. 그때 걔는 명산들과 생사를 걸 정도의 원한이 있었으니까!”이런 비아냥이 양령아의 댓글 아래 붙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더 이상 한지훈을 언급하지 않았다.대신 화제는 바로 장씨 가문의 장령풍으로 옮겨갔다.왜냐하면, 이번에 그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자소화였고, 이걸 손에 넣는 자는 단시간 내에 이성 현급 천신계 경지로 돌파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장씨 가문은 항상 명산들 사이에서 거리를
각 대명산과 무신종에서 탐내는 보물을 어찌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겠는가?!설령 대명산과 무신종 같은 초대형 세력이랄지라도 경계를 늦출 수는 없다.한순간의 방심으로, 단 한 송이 자소화 때문에 양대 세력 간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육천릉이 보기에, 비록 한지훈의 실력이 각 세력에서 정성껏 길러낸 젊은 세대들에 미치진 못해도,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이 감히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혹여 운이 좋아서 한몫 챙기게 된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설령 얻지 못하더라도, 마음속 깊이 감사를 품게 될 것이다.그때 나씨 가문이 약재 방면의 몫을 자기 가문에 더 많이 나눠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음, 알겠습니다. 우선 먼저 돌아가세요, 필요하면 제가 사람을 보내 부르겠습니다.”한지훈은 미묘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자소화만큼은, 반드시 손에 넣고야 말리라!누가 탐내든, 한지훈은 결코 이 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좋습니다, 한 선생님. 준비되시면 언제든 연락만 주세요. 제가 직접 모시러 가겠습니다!”육천릉은 정중하게 고개 숙이며 물러갔다.육천릉이 멀어지자, 앞마당 옥기 상점의 한 점원이 한지훈을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보통 사람은 아니신 것 같네요?”한지훈은 그를 흘긋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나도 너랑 똑같은 평범한 용국 국민일 뿐이야.”“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한 씨이시고, 나 대표님조차 선생님께 그렇게 공손한 걸 보면… 설마 그분은 아니시겠죠?”점원은 조용히 물었다.그가 말한 '그분'이란, 물론 세계에 명성을 떨쳤던 북양왕 한지훈을 가리킨 것이다!한지훈이 은거한 뒤로, 수많은 이들이 그의 행방을 추측해 왔다.조정에서도 끊임없이 한지훈을 찾고 있지만, 누구도 그의 실체를 본 사람은 없었다.“말했잖아, 나도 너처럼 평범한 사람이야. 북양왕이 어떻게 이런 작은 가게에서 일하겠니?”한지훈은 담담히 설명했다.“그래도 제 눈에 선생님은 평범해 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