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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짧은 스커트를 입고 ZY 엔터테인먼트 문 앞에 서있는 류천아는 얼마나 매혹적이었는지 몰랐다. 적지 않은 파파라치들은 그녀가 신인 연예인인줄 알고 찰칵찰칵 사진을 찍었다.

경비원마저 그녀가 연예인인줄 알고 저지하지 않았다. 류천아는 단번에 대표 사무실까지 도착했다. 그녀가 노크하고 들어가려고 할 때 마침 한월이 나왔다.

한월은 강유호에게 차를 준비하려고 문을 열었다가 류천아와 맞닥뜨리게 되었다. 그녀가 류 씨 가문 사람인 걸 알게 된 한월은 단번에 그녀를 쫓아버렸다.

류천아는 부산시에서 내로라하는 미녀로 추종자가 무수히 많았다. 항상 다른 사람을 거절했었던 그녀를 처음으로 거절을 당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할머니는 이 일을 알게 된 후 매우 조급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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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류 씨 가문 별장.

오늘은 할머니 생일이라 류 씨 가문 별장은 매우 북적북적했다.

류씨 가문 자제들은 외국에 있든, 국내에 있든 모두 돌아왔다. 류 씨 할머니가 칠순 생일을 쇤다는 소식도 부산시에 파다히 퍼졌다.

칠순 생일이니 당연히 많은 사람들을 초청해야 했다. 류 씨 가문은 비록 이류 가문이지만 이번 생일 파티에 많은 사람들을 초대했다.

류 씨 가문 별장 밖에 이미 많은 외제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류신아와 이여와는 랜드로바 앞에서 짜증난 얼굴로 서있었다.

바로 이때 전동스쿠터 한대가 천천히 다가왔다. 강유호는 전동스쿠터를 주차한 후 부리나케 달아왔다.

"차가 막혀서."

강유호는 헉헉거리면서 말했다.

원래 그는 한월의 차를 타고 왔었는데 길이 정말 너무 막혔다! 구름다리에서 한 시간 동안 막힌 강유호는 파티가 곧 시작되자 어쩔 수 없이 트렁크에서 전동스쿠터를 꺼낸 것이다.

류 씨 가문은 그래도 유명한 가문이었다. 누군가가 전동스쿠터를 타고 오자 적지 않은 손님들이 그들을 보면서 킥킥거렸다.

"저기 봐봐. 저 사람이 바로 강유호야? 류 씨 가문의 데릴사위."

"그래, 그래. 저 사람이 옳아. 하하!"

"거지인 주제에 류신아와 결혼을 하다니. 부러워!"

"하하, 너 모르고 있었구나. 3년 동거하는 동안 강유호는 계속 바닥에서 잤대. 하하!"

백 씨 가문 아랫사람들이 모여 수군거리고 있었다. 백 씨 가문과 류 씨 가문은 대대로 친했고 사돈 사이였다. 그리하여 백 씨 가문은 류 씨 가문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류신아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녀는 강유호에게 말했다.

"다음 번에 전동스쿠터를 좀 멀리 세워놓으면 안돼? 이렇게 많은 손님들이 있잖아."

"알았어."

강유호는 무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모습을 본 이여화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오늘처럼 이렇게 중요한 날에 싸구려 옷을 입다니? 강유호는 왜 저렇게 뻔뻔하지?

"오늘 할머니에게 줄 선물을 준비했어?"

류신아가 낮게 물었다.

"응."

강유호는 웃으면서 나무 상자 하나를 꺼냈다. 그 상자는 매우 낡아 보였다.

"너!"

류신아는 그 상자를 보고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이거 뭐야? 오늘 할머니 칠순 생일인데 싸구려를 선물하면 안되잖아!"

"싸구려는 아니야."

강유호는 그저 덤덤하게 말했다.

싸구려가 아니라고? 저 상자 낡은 것 좀 보라지? 이여화는 참기 힘들어 강유호를 호되게 욕하려고 했다. 바로 이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류 씨 가문 자제들은 들어와 할머니의 생신을 축하하십시오!"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류 씨 가문 몇 백 명 자제들은 모두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여화는 강유호를 노려본 후 욕설을 도로 삼키고 별장으로 향했다.

지금 손님들은 모두 별장 안에 착석했다.

화려하게 차려 입은 할머니는 싱글벙글한 얼굴로 상석에 앉아있었다.

"천하 그룹 손 대표가 할머니의 생신을 축하합니다!"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고 높게 외쳤다.

곧 한 년남자가 걸어 들어왔는데 그 사람이 바로 손종빈이었다. 그는 몸값이 200억이나 되었고 할머니와 아주 친했다.

그의 곁에 여비서는 손에 큰 박스를 들고 있었다.

"하하, 류 씨 할머니, 무병장수하길 바랍니다!"

손종빈은 하하 웃으면서 박스를 열었다.

순간 주위에서 감탄 소리가 들려왔다!

청나라 때의 경태람 꽃병이었다!

경태람은 중국의 대표적인 법랑 공예로 매우 귀한 물건이었다. 박스 안의 꽃병은 건륭 시기의 자기인 듯하였는데 아마 최소 2억은 될 것이다!

2억이나 되는 선물이라니, 너무 체면이 서는 선물이었다!

"손 대표, 얼른 앉게. 다음에는 이렇게 비싼 선물을 사지 않아도 되네. 내가 다 마음에 담아두겠네. 손 대표, 고맙네!"

할머니는 입을 다물지 못했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가 골동품을 좋아한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할머니는 이 선물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그 선물이 있은 후 나머지 선물들은 모두 평범해 보였다.

류지원의 차례가 되었을 때 사람들은 모두 정신을 집중해서 보았다.

초대된 사람들은 전부터 할머니의 생일에 류지원이 큰 선물을 선사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뭐라 해도 평소에 할머니는 그를 가장 예뻐했다!

류지원은 상자 하나를 들고 있었다. 그는 앞머리를 만지더니 중간에 서서 할머니에게 허리를 굽혔다.

"할머니께서 매일 오늘처럼 기쁘시길 바랍니다!"

류지원은 웃으면서 말했다.

모두 그의 말에 관심이 없었고 상자만 주시하고 있었다.

크지 않은 녹색 상자는 매우 고급스러운 옥으로 만들어졌다!

너무 사치한 선물이었다! 선물을 담는 상자도 옥으로 만들어졌다니!

류지원이 구구절절 축사를 늘여놓은 후 드디어 손가락을 튕겼다.

찰나 대낮처럼 환하던 홀의 모든 전등이 꺼졌다. 커튼까지 쳐서 홀은 몹시 어두컴컴했다.

사람들이 웅성웅성할 때 류지원은 입을 열었다.

"다들 놀라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할머니에게 준비한 선물은 꼭 전등을 꺼야 합니다."

말을 마친 그는 곧 옥으로 만든 박스를 오픈 했다. 이 순간 주위에서 감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상자 안에는 주먹만한 야명주가 들어있었다! 야명주가 나타날 때 홀은 대낮처럼 환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촛불 여덟, 아홉 개를 켜놓은 것 같았다.

이렇게 큰 야명주는 얼마나 할까?

아마 4억은 넘지 않겠어?

"좋아, 아주 좋구나!"

할머니는 하하 웃었다.

"지원아, 할머니가 널 괜히 예뻐한 게 아니었어!"

주위 사람들도 함께 박수를 쳤다. 확실히 매우 신경을 쓴 선물이었다.

온 부산시를 뒤져도 이렇게 큰 야명주를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때 강유호는 참지 못하고 픽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류지원은 개그를 하는 건가? 다른 사람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강유호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저 야명주의 가치는180만도 가지 않을 것이다. 저건 자연산 야명주가 아니라 인공으로 만들어진 것이 분명했다.

어릴 적부터 강 씨 가문에서 자란 강유호가 어떤 보배를 보지 못했겠는가? 강 씨 가문 본사의 대표 사무실에 주먹만한 야명주가 있었다.

그 야명주는 4억짜리였는데 비싸지 않아도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연산 야명주는 늘 보배로 여겨졌다. 고대에서도 황제와 태후만 야명주를 사용할 수 있었다.

야명주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인공적으로 작은 야명주를 합성하여 크게 만들었다.

인공 합성된 야명주는 척 보면 알렸는데 중간에 접착제가 있었다.

류지원이 선물한 야명주는 합성 흔적이 너무 뚜렷하잖아?

"뭘 웃는 거야?"

이때 류지원이 펄쩍펄쩍 뛰면서 강유호에게 삿대질을 했다.

순간 모든 사람들이 강유호를 쳐다 보았다.

"미안해. 정말 참기 어려워 그랬어."

강유호는 입을 가렸다.

"너의 야명주가 너무 가짜라."

"너, 너 허튼소리 하지마!"

류지원은 빨갛게 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확실히 그도 이 야명주가 가짜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류 씨 가문 사람들은 야명주를 본 적이 없기에 당연히 진위를 구분하지 못했다. 현재 강유호가 가짜라고 말하자 류지원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유호, 함부로 말 하지마."

류신아는 강유호를 살짝 터치했다.

강유호가 류지원을 창피하게 만든다면 조금 후 류지원은 꼭 강유호를 겨냥할 것이다.

과연 류지원이 냉소하면서 말했다.

"매일 용돈을 4만원 밖에 가지지 못하는 데릴사위니 당연히 야명주를 모르겠지. 나도 너랑 따지지 않을게. 조금 후 네가 할머니에게 무슨 선물을 올리는지 지켜보겠어!"

사실 류지원은 이미 강유호가 낡은 박스를 쥐고 있는 걸 몰래 확인했었다. 하하, 박스로 저렇게 낡았으니 꼭 시장에서 사온 물건일 것이다!

강유호는 대꾸하지 않았지만 정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곁에 있던 이여화가 이를 갈면서 강유호에게 말했다.

"계속 웃을 거면 당장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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