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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화

ผู้เขียน: 은하수
권희연은 깜짝 놀라 고개를 번쩍 들었다.

천장 조명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빛이 남자의 날카로운 눈동자를 비추었다.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고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다른 사람이 볼까 봐 고개를 살짝 들어 울컥한 감정을 애써 억눌렀다.

막상 일이 터졌을 때 그녀의 편에 선 사람이 차승혁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가족이 이렇게나 많은데 부모님을 포함해서 아무도 옹호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집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모녀지간에 훈계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차승혁에게 감히 토씨를 다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는 친정에 자주 오는 편은 아니었다. 성격이 다소 쌀쌀맞긴 해도 언제나 예의는 지켰다. 오숙희에게 이렇게 무례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지켜보는 눈동자만 해도 수십 쌍이지 않은가? 오숙희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잠시 후 권혁재가 아내를 잡아당기며 호통쳤다.

“희연이도 이제 성인인데 잔소리 좀 그만해.”

그러고는 차승혁을 돌아보았다.

“이번에는 우리가 잘못한 게 맞아. 희연이 대신 사과할게.”

“사과할 필요 없어요.”

차승혁이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가서 곽태민을 만나고 오라고 했어요.”

다들 충격을 금치 못했다.

권희연도 어안이 벙벙한 채 멍하니 차승혁을 바라보았다. 대체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지?

게다가 평온한 말투는 마치 평범한 일상이라도 이야기하는 듯했다.

“그동안 받은 물건 돌려주고 관계를 정리하라고 했어요. 그리고 같이 간 경호원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룸에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 12분밖에 안 걸렸는데 뭐가 걱정입니까?”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답이었다.

권혁재는 어리둥절하다가 금세 수상한 점을 깨달았다.

만약 사실이라면 차승혁이 말하기 전에 권희연이 진작에 설명했을 것이다.

그런데 일부러 집까지 찾아와서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못을 박는다는 건...

이내 활짝 웃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구나. 다 내 탓이야. 요즘 정신이 없어서 희연한테 물어보는 것도 깜빡했네.”

그리고 기분 좋게 권희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도 참, 평소에 뭐든지 혼자서 해결하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큰일을 숨기면 어떡해?”

누가 들어도 그냥 하는 말이지만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차승혁이 권희연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리 와요.”

그의 말투는 언제나 차갑고 무심했으며 명령조로 일관했다.

또한, 먼저 손을 내민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권위적인 어조에도 기분이 좋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걸어갔다.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차승혁은 그녀의 손을 잡고 담담하게 말했다.

“요 며칠 반도체 인수합병 건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어요. 비공개 협상이라 휴대폰을 꺼야만 했는데 당신은 이해심이 넓은 사람이니까 날 원망하지는 않겠죠?”

권희연은 몸 둘 바를 몰랐다.

곧이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당연하죠.”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그녀의 팔을 타고 가슴까지 스며들었다. 아까만 해도 조마조마하던 마음이 마침내 평화를 되찾았다.

차승혁은 권씨 가문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해가 풀린 것 같으니 저희는 이만 가볼게요.”

권혁재가 서둘러 말했다.

“이왕 왔으니 밥이라도 먹고 가.”

차승혁은 고개를 들어 차가운 시선으로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워낙 티가 나는 행동이라 권혁재는 그가 못마땅해한다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아니나 다를까 무덤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요. 시끌벅적한 건 딱 질색이라서.”

“그래. 다음에 시간 되면 우리끼리 밥 먹자.”

차승혁은 묵묵부답했다.

권희연을 데리고 집을 나서려는 순간 아파트 경비원이 권혁재에게 연락이 와서 차승혁을 인터뷰하겠다고 기자들이 입구에 몰려들었다고 했다.

차승혁은 흠칫 놀랐다.

이곳에 도착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움직이다니. 아마도 리조트를 떠난 순간 누군가 소식을 퍼뜨렸을 가능성이 컸다.

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권희연은 걱정과 죄책감이 뒤섞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워낙 눈에 띄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평소 비즈니스 행사에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로 인해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아야 했다.

기어코 ‘작별’을 고집한 탓에 이런 사달이 벌어진 것이다.

물기가 어린 맑고 투명한 눈동자를 보자 차승혁은 그녀가 겁을 먹은 줄 알았다.

이내 손가락으로 깍지를 끼고 위로하듯 말했다.

“걱정하지 마요. 나한테 맡겨요.”

차에 올라타고 나서 권희연은 초조함을 금치 못했다.

물론 두려워서가 아니라 차승혁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신경이 쓰이는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어차피 알아서 잘 대처할 텐데.

그녀는 바짝 마른 입술을 살짝 깨물고 휴대폰을 켜고 댓글을 살펴보았다.

역시나 네티즌들의 조롱으로 가득했다.

[딱 봐도 여우 같은 스타일이네. 더 추측할 필요도 없겠어.]

[나름 같은 업계 종사자로서 한마디 하자면 당시 차승혁이 권희연과 결혼할 때 다들 안 좋게 봤거든.]

[당연히 이혼해야지. 공개 저격당한 셈인데 참을 사람이 어디 있어?]

[이 여자가 계속 연락했으니 곽태민도 당당하게 그런 말을 했겠지. 바보도 아니고 말이야.]

[사랑에 눈이 먼 멍청한 사람 같으니라고. 차승혁과 이혼하면 앞으로 부잣집에 시집가는 건 허황한 꿈에 불과할 텐데.]

차는 입구와 점점 가까워졌다.

권희연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차승혁을 바라보았다.

희미한 불빛 아래 얼굴에 그림자가 져서 표정을 볼 수 없었다.

대문이 열리자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감독으로서 비슷한 장면을 현장에서 수도 없이 봐왔지만 직접 당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마치 드라마에 등장한 듯했다.

차승혁이 차를 세우라고 손짓했다.

이내 멈춰서자 태연하게 말했다.

“당신은 안에 있어요.”

권희연은 자기도 모르게 차승혁의 손을 잡았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용기를 내었다.

“같이 가요.”

본인이 저지른 일을 혼자 처리하게 할 수는 없지.

차승혁의 목소리가 무미건조했다.

“기자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지는 생각해봤어요?”

권희연은 흠칫 놀랐다. 그리고 입을 열기도 전에 차승혁이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살을 에는 듯한 겨울바람이 불어오자 뼛속까지 한기가 파고들었다.

차 문이 쿵 하고 닫히며 추위를 차단했고, 마치 모든 게 착각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플래시가 터지면서 주변을 대낮처럼 환하게 비추었다.

권희연은 다갈색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기자들이 차승혁의 얼굴에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밀폐된 차 안은 고요했고 약간의 소음만 간간이 들려왔다.

권희연은 창문을 빼꼼 열었다.

시끌벅적한 소리가 금세 울려 퍼졌고 질문이 그치질 않았다.

“아내와 이혼하실 건가요?”

“곽태민 씨와 사모님의 만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차승혁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여유롭게 대답했다.

“아니요.”

“곽 대표와 만난다고 저한테 얘기하고 갔습니다.”

“대화 내용은 제 아내의 사생활이라 말씀드릴 수 없어요.”

기자가 다시 물었다.

“사모님께서 현재 차에 타고 계시는가요? 인터뷰 부탁드려도 될까요?”

“지금은 안 됩...”

말이 끝나기도 전에 권희연이 차 문을 열고 나왔다.

기자는 곧바로 마이크를 그녀에게 가져다 댔다.

차승혁은 멈칫하더니 사람들 틈을 헤치고 다가갔다. 한 손으로 얼굴을 찍는 카메라를 막고 다른 한 손으로 허리를 끌어안은 모습은 누가 봐도 보호하려는 제스처였다.

권희연은 고개를 들고 앞에 있는 기자를 바라보았다.

“단지 예전에 받은 물건을 전해주기 위해 만났을 뿐이죠. 떳떳하게 다녀왔고, 남편에게 부끄러울 만한 행동은 한 적이 없어요.”

그리고 차승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또한 남편의 신뢰와 존중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차승혁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이때, 찬바람이 불어와 몸을 떠는 권희연을 보고 품에 꼭 끌어안았다.

두 사람의 모습은 카메라에 즉시 포착되었다.

그는 기자들이 충분히 촬영할 때까지 기다린 뒤 카메라를 지그시 응시하며 마치 누군가에게 경고하듯 말했다.

“한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어찌 그녀를 논란의 중심에 내몰겠어요?”

이내 콧등에 걸친 금테 안경을 고쳐 썼고 렌즈에 빛이 반사되어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아내와 사이가 워낙 돈독한지라 왠만한 시련 앞에서는 절대 무너지지 않아요. 곽 대표, 어디 한 번 해보시죠? 과연 내 곁에서 빼앗아 갈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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