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소개팅할래요?”
민지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싫어.”
“왜요?”“귀찮아.”“사진도 안 보고?”“응.”“잘생겼는데.”결국 로로가 사진을 봤다.
광고회사 아트디렉터. 인상도 괜찮았다.“괜찮죠?”
“사진 한 장으로 어떻게 알아.”“그러니까 만나보라고요.”“장혁 씨 때문에요?”
로로의 표정이 굳었다.
“아니.”
“그럼 해요. 팀장님 솔로잖아요.”솔로.
맞았다.기태와 헤“소개팅할래요?”민지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싫어.”“왜요?”“귀찮아.”“사진도 안 보고?”“응.”“잘생겼는데.”결국 로로가 사진을 봤다.광고회사 아트디렉터. 인상도 괜찮았다.“괜찮죠?”“사진 한 장으로 어떻게 알아.”“그러니까 만나보라고요.”“장혁 씨 때문에요?”로로의 표정이 굳었다.“아니.”“그럼 해요. 팀장님 솔로잖아요.”솔로.맞았다.기태와 헤어졌고, 혁은 하진과 사귀고 있다.자기가 멈춰 있을 이유는 없었다.“언제인데.”“토요일 저녁.”“해.”“갑자기 왜요?”“장혁이 연애한다고 내 인생까지 멈출 이유 없잖아.”그냥 자기 삶을 살아보는 거였다.점심.승철이 놀라 물었다.“소개팅?”“어.”“기태랑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헤어졌으면 끝이지.”“괜찮겠냐?”“생각은 나. 근데 보고 싶다고 다시 만나야 하는 건 아니잖아.”“혁이한테 말했냐?”로로의 젓가락이 멈췄다.
새집에서 맞는 첫아침이었다.로로는 천장을 봤다.조용했다.옆의 숨소리도, 욕실 물소리도 없었다.“로로야, 커피.”기태와 살 때는 먼저 일어난 사람이 커피를 내리고 욕실을 먼저 쓰겠다고 싸웠다.그 생활이 싫었던 건 아니다.오히려 좋았다.“……좋아했으니까.”좋아했던 사람과 시간은 끝났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었다.그래도 이제는 혼자 살고 싶었다.“커피나 먹자.”냉장고를 열었다.물, 맥주, 남은 치킨.“아.”탄산수가 없었다.혁의 타투샵에는 늘 있었다. 자기가 가니까.“사면 되지.”장보기 목록을 열었다.[탄산수][커피][계란][휴지][술]“완벽하네.”새 생활은 자기가 채우면 된다.점심시간.혁은 승철에게 전화했다.“걔 집은 어때.”― 안 궁금하다며.“집이 어떠냐고.”― 회사도 가깝고 방도 괜찮아. 작은방은 작업실로 쓴대.“작업방?”― 어.혁은 조용해졌다.그런 것도 몰랐다.― 로로가 주소 알려주지 말라고 했어. 나한테 캐묻지 마.“안 물어봤거든.”― 방금 물어봤잖아.혁은 전화를 끊었다.“씨발.”로로와의 채팅방을 열었다.[밥 먹었냐.]썼다가 지웠다.[집 괜찮냐.]또 지웠다.&ld
“야. 너 어제 장혁 만났지?”“너 내 뒤에 사람 붙였냐?”― 장혁이 말했어. 한로로 다시 왔다고.“걔가 내 얘기를 왜 너한테 해?”― 나한테 하지 누구한테 해. 우리 셋밖에 더 있냐?우리 셋.단톡방을 나온 뒤 처음 듣는 말이었다.― 오늘 술 먹자. 혁이도 와.“장혁도 와?”― 왜 그렇게 빨리 물어봐?“죽고 싶냐?”― 일곱 시. 원래 가던 데.뚝.“장혁 씨도 온대요?”민지가 물었다.“너까지 왜 이래?”“사랑에 빠지면 성격 더 더러워지는구나.”“다 들려.”“들으라고 했어요.”오늘 안 가면 또 피하는 거였다.“야, 이 배신자 새끼야.”“아! 미친년아!”“그래서 왔냐?”“……왔지.”“그럼 앉아.”로로는 빈자리를 봤다.“혁은?”“왜 자꾸 혁이부터 찾냐?”“셋이 먹는다며.”“오고 있어.”그때 혁이 옆에 와 앉았다.“뭐가 이상해.”“얘.”“알아. 원래 이상해.”“씨발.”승철이 웃고 혁도 웃었다.스무 해 동안
집을 구하는 데 오래 걸리진 않았다.회사와 가깝고, 햇빛이 잘 들고, 작업할 작은 방이 있을 것.네 번째 집에서 로로는 베란다 창을 열었다.바람이 들어왔다.“여기로 할게요.”“조금 더 보셔도 되는데요.”“아뇨. 여기가 좋아요.”소파도 식탁도 누군가의 흔적도 없었다.누구와 함께 살 집도 아니었다.처음부터 끝까지—한로로 혼자 고른 집이었다.토요일 오전.“야, 미친년아. 이게 짐이 적은 거냐?”“적지.”“저건?”“술.”“장혁 불러.”로로의 손이 멈췄다.“싫어.”“왜.”“너 있잖아.”“장혁까지 부르면 사람이 둘이잖아!”“전화해봐.”“싫다고.”“걔랑 싸웠냐?”“안 싸웠어.”“근데 왜 안 불러.”“그냥.”부르면 올 테니까.예약이 있어도 끝내고 와서 짐을 들고, 탄산수까지 사다 놓을 인간.그래서 부르지 않았다.“침대 여기 맞아?”“응.”“창문 옆인데 추워.”“난 더위 많이 타.”“그건 장혁이고.”둘 다 멈췄다.
일주일이었다. 장혁을 피한 지. 정확히 말하면—도망친 지.로로는 책상에 턱을 괸 채 휴대전화를 봤다. 연락도 없는데 몇 번씩 같은 이름을 검색했다.[장혁]“미친년.” “네?” 민지가 고개를 들었다. “본인한테 욕하셨어요?” “맞아. 병신 같아서.” “또 장혁 씨요?” “꺼져.” “좋아하는 거 알았으면 이제 어떻게 하실 건데요?”로로의 손이 멈췄다.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그걸 알아버렸다. 그럼 하진은?“아무것도 안 해.” “왜요?” “걔 여자친구 있잖아. 내가 남의 연애 깨도 돼?”기태와 사귀면서 혁과 잤다. 섹스와 마음은 별개라고 떠들었다. 하지만 이제 알았다. 처음부터 분리된 적이 없었다.“나 이미 한 번 충분히 개같이 굴었어. 이번에는 안 그래.” “그럼 계속 피하게요? 20년 친구라면서요.” “말은 쉽지.” “쉬우니까 제가 하죠.”언제까지 피할 수도 없었다. 스무 해까지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민지야. 나 오늘 칼퇴한다.” “데이트요?” “아니.” “그럼요?” “친구 보러.”퇴근 후 타투샵 앞에 섰다. 예전에는 문부터 열었다. 야, 장혁. 그거면 끝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혁을 보는 것만으로 심장이 뛰었다.그때 혁과 시선이 마주쳤다. 혁이 들어오라는 듯 손가락을 까딱했다.“저 새끼가 진짜.”딸랑— 문을 열자 익숙한 종소리가 났다.“앉아 있어.” “오랜만에 온 친구한테 그게 끝이냐?” “일주일 가지고?” “일주일이면 오래지.” “스무 해 봤는데?”혁은 냉장고를 가리켰다. “탄산수 있어.”자기가 마시던 탄산수가 있었다. 하나를 열었다. 예전 같았다. 그래야 했다.마지막 손님은 아홉 시 넘어 나갔다.“밥 먹었냐?” “어.” “뭐 먹었는데.” “왜.” “안 먹었네. 거짓말할 때 대답부터 짧아져.” “떡볶이나 시켜.” “김말이?” “응. 순대는 내장 많이.”혁을 보며 로로는 다시 생각했
혹시.정말 혹시—한로로가 자신 때문에 저러는 거라면.장혁은 한참 휴대폰을 내려다봤다.그러다 피식 웃었다.“……지랄.”말도 안 됐다.한로로였다.자기가 소개팅을 나간다고 했을 때 옷까지 골라주던 여자.하진과 손을 잡았다고 하자 잘했다고 했고.정식으로 만나게 됐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 신나게 축하했다.한기태와 데이트가 있다고 자신과의 약속을 취소하고도 아무렇지 않았던 여자.그런 한로로가—이제 와서 자신을 좋아한다고?장혁은 고개를 저었다.“미쳤네, 진짜.”잠깐이라도 기대한 자신이 병신이었다.로로는 그냥 변한 게 싫은 거다.이십 년 동안 자기 필요할 때마다 있던 놈이 갑자기 다른 여자 때문에 안 움직이니까.그게 낯선 거겠지.그 이상일 리 없었다.장혁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오빠.”하진의 목소리에 장혁이 고개를 들었다.“응?”“또 딴생각.”“아.”하진이 웃었다.“오늘 세 번째예요.”둘은 늦은 저녁을 먹고 있었다.하진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무슨 일 있어요?”“아니.”“친구분?”장혁의 손이 멈췄다.하진은 금방 알아차리고 웃었다.“맞네.”“……티나?”“조금?”“미안.”“미안할 건 아닌데.”하진이 물을 한 모금 마셨다.“로로 씨 맞죠?”장혁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남자친구랑 헤어졌대.”“아…….”하진의 표정이 진지해졌다.“많이 힘들겠네요.”그 말뿐이었다.왜 헤어졌냐고 묻지도 않았다.자기와 있을 때 다른 여자를 생각하냐고 화내지도 않았다.오히려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가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장혁이 눈을 들었다.“어딜.”“로로 씨한테.”“…….”“오래된 친구라면서요.”장혁은 헛웃음을 흘렸다.“오지 말래.”“싸웠어요?”“그런 것 같기도 하고.”“왜 싸웠는데요?”장혁이 대답하지 못했다.왜 싸웠지.생각해보면 시작은 로로였다.왜 변했냐고 했다.연락하면 안 된다고 하고.불러도 안 나오고.자기와의 관계도 끝냈다고.그러다—하진을 만나면서 자기와도 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