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2. 내 거 가지고 오면 돼.
소준과는 취미부터 시작해서 먹는 거, 입는 거, 노는 거……등.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구석이 없었는데, 유일하게 딱 맞는 것.
지랄 맞게도 바로 자는 거였다.
처음에는 많이 놀랐지만, 사흘 내내 밤잠을 설쳐가며 곰곰이 생각한 끝에 이 작은 생명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아기가 태어난 뒤, 이 사실을 몰랐던 소준과 갈등이 커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미리 임신 사실을 알리는 것이 맞다고 여겼다.
지성인답게 차분히 대화하며 친권을 포기하게 하려했는데,
뭐? 맞선? 이혼한 지 한 달 만에 선을 봐?
소준의 인생이 순탄하게 흘러가는 꼴은 도저히 볼 수 없었다.
제 인생은 꼬였는데, 그는 새 출발을 하려하다니.
엿 먹일 작정으로 일부러 맞선 장소로 찾아갔건만, 그 녀석은 역시나 타격 제로.
임신 따위는 전혀 관심 없어보였다. 역시나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었다.
이현은 서랍에서 여권을 꺼냈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그동안 눈여겨 봐뒀던 나라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래, 이곳이 좋겠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열정의 나라!
“좋아, 이젠 자유의 몸이야. 이제부터 멋진 인생을 살아볼 거라고. 같이 떠날 사람…이 아니라, 애도 있는데 뭐. 말 안 통할까 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고맙네, 태소준. 흥.”
이현은 콧노래를 부르면서 당장에라도 떠날 수 있는 항공편과 숙소를 예약했다.
이제부터 완벽한 나만의 즐거운 여행을 상상하며 침대에 대자로 벌러덩 누웠다. 그러고는 아주 흡족한 미소로 배를 쓰다듬으면서 달콤한 잠을 청했다.
***
소준은 말끔하게 슈트를 차려입고, 넥타이와 손목시계를 골라 드레스 룸 밖으로 나왔다.
찬우는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185cm의 비율 좋은 체형이라 그런지, 모델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완벽했다. 거기에다가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잘생기고 호감 있는 얼굴.
그뿐인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싶을 정도로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금수저. 아니 이 정도면 최상급의 다이아몬드라고 해야 하나?
그래, 태소준.
네가 멋진 건 세상 사람이 다 알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태소준. 폭탄이니, 선물이니 알아듣지도 못한 말만 해대더니 아침 댓바람부터 불러서 하는 말이, 뭐? 하이현 뒤나 캐라고?”
붉으락푸르락 변해가는 찬우의 표정과는 달리 소준은 여유롭다 못해 무릉도원의 신선 같은 느긋함을 보였다.
“그거 형 전문이잖아. 내 뒤 캐서 하이현한테 정보 준 게 누군데?”
“뭔 소리야?”
“이현이가 내 선보는 장소는 어떻게 알고 왔을까?”
찬우의 입술에 힘이 들어갔다. 그 어떠한 말로도 반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왜 화내지 않고 기분 좋게 웃고 있는 건데?
“형은 내 사람인데 왜 자꾸 하이현 졸개 노릇을 해? 가오 안 살게. 쯧.”
아니다. 웃고 있는 게 아니었다. 이 녀석 눈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무서운 자식.
“흠. 그, 그거야, 뭐. 아, 아니.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이현이 뒤 캐서 뭐 하려고? 이혼했으면 끝이지, 뭔 미련이 남아서 그래?”
“미련? 그건 미련 곰탱이나 하는 짓이고.”
그렇지. 이 녀석은 곰보다는 여우과에 속하지. 아니, 늑대 쪽인가?
“그럼, 이유가 뭐야?”
“나도 끈적끈적한 엿 선물 하나 주려고. 그거 주고 난 내 거 가지고 오면 돼.”
찬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혼하면서 질척거리지 않게 위자료도 두둑이 주고 완벽하게 끝난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현이한테 뭘 가지고 온다는 걸까?
“그게 뭔데? 그냥 주라고 하면 되지. 네 물건이라면 질색할 애라서 말만 하면 바로 줄 텐데. 네가 말하기 곤란하면 내가 가져올까?”
소준은 대번 인상을 찌푸리며 찬우를 노려보다시피 했다.
“내가 뿌린 건데 왜 형이 가져와? 아무도 손 못 대. 아주 소중히 고이 모셔 올 거니까, 형은 그냥 내 부탁이나 들어줘. 하이현 그 성격으로 어디든 튈 것 같으니까.”
웃었다가 화냈다가. 대체 이 녀석 뭐지?
이혼 부작용인가?
황당해하는 찬우를 보며 소준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입꼬리를 슬쩍 올리고는 소파 옆에 두었던 명품 쇼핑백 하나를 건넸다.
“이게 뭐야?”
“형 생일 선물이야.”
“갑자기? 언제부터 네가 생일을 챙겼다고.”
소준은 찬우의 비아냥거림을 깔끔히 무시해 주고 어깨에 내린 먼지를 털어주었다.
“형. 세상을 좀 아름다운 눈으로 봐. 새 생명들이 꿈틀거리며 밖으로 나오려는 이 아름다운 세상. 안 보여?”
“뭐라는 거야? 소준아. 너 오늘 좀 머리가 어떻게…….”
“응. 형이 봐도 그렇지? 오늘 헤어스타일 평소보다 아주 잘 됐어.”
소준은 손목시계를 들여다본 후, 휴대폰과 차키를 챙겨 들었다.
“나 먼저 갈 테니, 박 실장님은 천천히 출근하세요.”
“야, 소준아. 아니, 대표님, 아니 태소준!”
찬우는 현관 밖으로 나가는 소준의 이름을 여러 번 불렀지만, 그는 쌩하니 가버렸다.
작은 한숨과 함께 쇼핑백을 들여다보니 양복 케이스가 담겨 있다.
“생일 선물이라……. 저 미친놈이 하이현 뒤캐는 값으로 준 거네.”
찬우는 작은 한숨을 내뱉은 후,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이 받자마자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 이현아. 오빠야.”
4. 하이! 현찬우는 뒷목을 잡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생각 같아선 책상 위에 반듯하게 놓인 크리스털 명패를 소준에게 던지고 싶었다.그래. 생각뿐이다. 도저히 행동으로는 할 수 없는.태강 그룹의 소중한 하나뿐인 아드님을 어찌 감히.“소준아. 회장님이 아시면, 아니 아니, 어머님이 아시면…….”“이혼해서 마음이 너무 아픈 나머지 잠시 힐링하러 간다고 전해줘.”“퍽이나!”“아윽, 마음 아파 당장에라도 급사할 것 같아.”소준은 보란 듯이 가슴을 쥐어짜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곧 언제 그랬냐는 듯 씩 웃으며 밖으로 나가버렸다.그의 행동에 찬우는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소리 없는 아우성을 외쳐댔다.***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그 한가운데에서 눈이 부실 정도로 뿜어대는 강렬한 태양 빛!미세먼지로 가득한 희뿌연 곳과는 비교조차도 할 수 없는 이곳!드디어 기대하던 스페인에 도착했다.그중에서도 아름다운 예술의 도시,바르셀로나!“아. 벌써 공기부터 달라.”공항을 빠져나온 이현은 선글라스를 쓰고 감탄스러운 표정으로 주변 공기를 힘껏 들이켰다.하지만…….“캑. 콜록, 콜록, 콜록.”연신 기침을 해대는 바람에 환상에 젖은 그 기대는 옆에서 날아오는 연기와 함께 공기 속으로 흩어져 버렸다.미간을 구기고 그 주범을 찾아보니 한 외국인 남자가 주변은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피워대고 있었다.‘매너 없게 담배질은. 나 임산부라고!’이현은 손으로 입과 코를 막고 캐리어를 끈 채, 택시 타는 곳으로 이동했다.금연 구역이 많은 한국에서는 담배 연기를 맡아본 경우가 손에 꼽혔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아쉽지만,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니,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호객하는 택시 기사 중, 섹시하고 잘생긴 남자에게 다가가 캐리어를 내밀었다.그는 환하게 웃으면서 친절하게 캐리어를 실어주고 뒷문까지 열어주었다.‘그래, 이거지! 아직 안 죽었어, 하이현. 스페인에서도 통하는 외모라고!’“올라.”고상한 몸짓으로
3. 나, 무기한 휴가두근두근.이현은 설렘 반, 기대 반으로 국적기 퍼스트 클래스에 자리를 잡았다.이 얼마 만에 누려본 사치인가.집 앞에서 항공사 직원들이 시간 맞춰 대기하고 있다가 고급 세단으로 공항까지 데려다주고. 티켓 팅부터 시작해서 라운지 서비스까지.이 모든 게 본인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또 하나의 소중한 존재와 함께 편안한 여행을 다녀오기 위함이었다.임신 초기라 조심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엄마가 편안해야 아기도 좋은 거 아닌가?한국에 있으면 스트레스만 받지,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매번 안부를 묻는 부모님의 전화도 받기 싫었고, 무엇보다 소준 때문에 짜증이 나서다.그에게 임신 통보를 한 지 일주일이 지났건만, 역시나 지금까지 깜깜무소식이었다. 이쯤 되니 소준은 아이에게 관심 없다는 게 확실해졌다.그 녀석에게 기대조차 하지 않았지만, 혹시나 연락이 와서 어떻게 할 거냐 물으면,‘내 아기이니 넌 신경 끄시지!’…라고 멋지게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다.당연히 아빠 역할 할 필요도 없다고 하면서 나중에 법정 소송이나 하지 말라고 쐐기를 박을 생각이었는데.‘그래. 난 사실을 말했어. 나중에 딴소리하기만 해봐라.’어쩌면 소준은 새 인생 출발하는데 아기가 걸림돌이라 여기면서 수술을 권할 수도 있을 테다. 그런 일이 벌어질까 봐 안정권에 들어설 때까지는 피해 있어야 했다.겸사겸사 원하는 여행까지.몇 분 후, 비행기가 이륙했다.이현은 우아한 몸짓으로 와인 잔에 담긴 오렌지 주스를 음미했다. 표정은 마치 값비싼 와인을 마시는 것처럼 보였다.창밖으로 멀어져가는 대한민국의 화려한 불빛들을 내려다보며 기분 좋은 상상의 나래를 펼쳐봤다.‘잘 있어라. 이번엔 진짜 끝이야, 태소준.’세상 다 가진 사람처럼 행복한 미소를 띠며, 창밖으로 멋지게 손 키스를 날렸다.쪽.아디오스.***‘베아뚜스 (Beatus)’ 본사 건물.태강 그룹이 만든 외식산업인 식품 계열사다.베아뚜스는 라틴어로 ‘행복한’ 뜻이었고, 신선한 식자재들로 요리하여 남녀노
2. 내 거 가지고 오면 돼.소준과는 취미부터 시작해서 먹는 거, 입는 거, 노는 거……등.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구석이 없었는데, 유일하게 딱 맞는 것.지랄 맞게도 바로 자는 거였다.처음에는 많이 놀랐지만, 사흘 내내 밤잠을 설쳐가며 곰곰이 생각한 끝에 이 작은 생명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아기가 태어난 뒤, 이 사실을 몰랐던 소준과 갈등이 커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미리 임신 사실을 알리는 것이 맞다고 여겼다.지성인답게 차분히 대화하며 친권을 포기하게 하려했는데,뭐? 맞선? 이혼한 지 한 달 만에 선을 봐?소준의 인생이 순탄하게 흘러가는 꼴은 도저히 볼 수 없었다.제 인생은 꼬였는데, 그는 새 출발을 하려하다니.엿 먹일 작정으로 일부러 맞선 장소로 찾아갔건만, 그 녀석은 역시나 타격 제로.임신 따위는 전혀 관심 없어보였다. 역시나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었다.이현은 서랍에서 여권을 꺼냈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그동안 눈여겨 봐뒀던 나라를 검색하기 시작했다.그래, 이곳이 좋겠다.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열정의 나라!“좋아, 이젠 자유의 몸이야. 이제부터 멋진 인생을 살아볼 거라고. 같이 떠날 사람…이 아니라, 애도 있는데 뭐. 말 안 통할까 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고맙네, 태소준. 흥.”이현은 콧노래를 부르면서 당장에라도 떠날 수 있는 항공편과 숙소를 예약했다.이제부터 완벽한 나만의 즐거운 여행을 상상하며 침대에 대자로 벌러덩 누웠다. 그러고는 아주 흡족한 미소로 배를 쓰다듬으면서 달콤한 잠을 청했다.***소준은 말끔하게 슈트를 차려입고, 넥타이와 손목시계를 골라 드레스 룸 밖으로 나왔다.찬우는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감탄을 자아냈다.185cm의 비율 좋은 체형이라 그런지, 모델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완벽했다. 거기에다가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잘생기고 호감 있는 얼굴.그뿐인가.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싶을 정도로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금수저. 아니 이 정도면 최상급의 다이아몬드라고 해야 하나?그래, 태소준.네가
1. 우아한 XX“나, 임신했어.”이현은 W 호텔 내부 커피숍의 한 테이블 앞에 당당하게 서 있었다.등은 꼿꼿이 세우고, 턱은 도도하게 치켜들었다. 긴장감에 속은 타들어 갈 지경이었지만, 이 남자 앞에선 그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아.”소준의 가지런하고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뜨거운 커피라 그런가.속이 화끈거렸다.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면, 아이스커피를 시킬 걸 그랬나 보다.“그래도 명색이 아이 아빤데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친절하네. 하이현.”소준은 소파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긴 다리를 꼬았다. 그리고 허벅지를 손가락으로 살며시 두드렸다.이현은 그런 소준의 모습에 인상을 썼다. 마치 사무적으로 대하는 그의 행동에 화가 치밀었지만, 애써 여유로운 미소를 유지했다.“걱정하지 마. 애는 나 혼자 낳아서 잘 키울 테니까.”“그럼, 애를 혼자 낳지, 둘이 낳나?”소준은 마치 남 얘기하듯 중얼거렸다.아니, 솔직히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현이 임신을 했다고 하는데, 그 말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지금은 분간하기 힘들었다.엿 먹으라고 하는 소리인 것 같기도 하고.그렇다면 나도…….“내가 아이 아빠는 맞아?”소준은 입꼬리를 살며시 올리며 이현을 올려다봤다. 표정은 평온한 척 애쓰는데, 도도한 시선위로 미세한 진동이 일어났다.“아. 맞나보네?”“…….”“얼굴에 커피는 뿌리지 마. 뜨거운 거라서. 하려면 여기 차가운 생수로 해줘.”“태소준.”어금니를 맞물린 이현의 입술이 그의 이름을 뱉어냈다.생수? 웃기지 마.이현이 커피에 손을 가져가려는 찰나, 뒤에서 한 여자가 소준의 이름을 불렀다.“소준 씨?”여자는 실실 웃고 있는 소준과 그의 앞에 서 있는 이현을 쳐다보며 영문 모를 표정을 지었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에 낯선 이가 소준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이현은 여자를 무시하고 소준을 내려다봤다. 여자가 그의 맞은편에 앉는 게 느껴졌지만, 철저히 투명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