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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최종 합격자

Author: 명모
“맞아요.”

최종 결과를 알리는 듯한 지후의 소리가 두 사람의 대화를 끊었다.

그 목소리에 지후 앞에서 자기를 알리기에 급급했던 한준석은 안도하며 양복을 정리했다.

‘보아하니 다음 분기에 MS 그룹 투자를 받을 수 있겠어.’

“백채림 씨.”

그때 지후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다음 달 MS 그룹과 함께 미스 글로벌 파티에 참석할 수 있도록 준비해요.”

‘뭐?’

지후의 의견에 백번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한준석은 표정이 굳더니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지후를 바라봤다.

“문... 문 대표님, 지금 최종 결정을 내리신 건가요?”

“왜요? 내 눈이 삐었다고 생각하나요?”

“제가 어찌 감히...”

한준석은 겁에 질려 몸을 떨었다. 회사 앞날이고 뭐고 자기 목숨을 부지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그때 다른 심사위원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방금 전 한준석처럼 자기 의견을 피력하지 못한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오디션을 위해 예선만 3개월을 치렀는데, 결국 한 명만 심사하고 바로 결정을 내리다니. 그것도 절름발이를. 역시 문 대표님 속내는 알지 못하겠다니까...’

채림은 지후 외에 가장 침착한 사람이었다. 그도 그럴 게, 오디션에 참석하기 전에 이미 MS 그룹의 최종 패스권을 받았으니까.

치마를 정리한 채림은 지팡이를 짚으며 침착하게 무대를 내려가면서 잊지 않고 한마디 했다.

“사람 보는 눈이 이렇게 없는 걸 보면 한 대표님은 비즈니스 기회도 그닥 잘 엿보지 못할 것 같네요. 한 대표님이 MS 그룹의 투자를 쟁취하려고 애쓰고 있다던데, 문 대표님도 잘 고려하세요.”

할 말을 마친 채림은 긴 머리를 휘날리며 문을 나섰다. 방문을 나가기 직전, 채림의 눈에는 지후의 뒤꽁무니를 쫓으며 상황 수습하려고 진땀을 흘리는 한준석이 모습이 들어왔다...

채림이 밖에 나왔을 때, 사나는 여전히 뭇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사나 언니, 오늘 아침 인터넷에 뜬 기사 때문에 악플에 시달렸겠는데, 영향 받은 건 아니죠?”

“다들 이 바닥에서 지냈으니 알 거 아니야. 이런 허황한 소문은 언젠가 가라앉아. 이딴 걸 누가 믿어?”

사나는 귀찮은 듯 고개를 숙여 치맛자락을 만지작거렸다.

“맞아요. 사나 언니는 이제 곧 미스 글로벌 파티에 참석할 거잖아요. 파티가 끝나고 나면 몸값도 엄청 오를 건데, 그딴 소문이 뭐가 두려워요?”

누군가 사나를 추켜세웠다.

사실 아까 윤재한테 망신을 당한 사나는 이내 거짓말로 상황을 무마했었다. 자기가 사실 지후를 통해 윤재와 손을 잡은 거라 일전에 윤재를 만나지 못했었다고.

그렇게 은근슬쩍 자기 뒤를 봐주는 사람이 지후라는 걸 흘리자 주위 연예인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사나의 비위를 맞췄다.

“그 파티에 MS 그룹 책임자들도 참석한다던데, 오늘 오디션을 통과한 사람을 파트너로 데려간대요. 사나 언니 파트너는 윤재 선배님일까요? 아니면 문 대표님일까요?”

“에이, 그런 말은 함부로 하지 마. 나도 문 대표님 얼굴 한 번밖에 못 봤어... 그러니 문 대표님 파트너는 내가 아닐지도 몰라.”

“문 대표님이 어떤 분인데요. 그분 얼굴을 직접 본 사람은 전국에서 찾아봐도 한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인데, 너무 겸손한 거 아니에요?”

“미리 축하해요.”

주위 사람들이 모두 저를 떠받들자 사나는 겸손한 척하면서도 정작 의기양양한 눈빛은 숨기지 못했다.

사실 사나도 완전히 거짓말하는 건 아니다.

어느 한번 사나가 비행기에 탑승했을 때 우연히 MS 그룹 대표님이 비즈니스석에 있다는 걸 들었었다. 그때 사나는 헐레벌떡 달려가 지후의 얼굴을 확인했었다. 물론 승문원이 제지하는 바람에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했지만 옆모습을 본 건 확실하다. 그리고 분명 옆모습뿐인데도 사나는 지후의 잘생긴 얼굴에 흠뻑 빠졌다.

‘그렇게 잘생기고 돈 많은 사람은 분명 취향도 고급스럽겠지? 이 수준 떨어지는 것들이 문 대표님 눈에 들 리 없어! 그러니 최종 선발된 사람은 분명 나일 거야. 원후 오빠도 미리 손써 뒀으니까!’

“어머, 사나 언니! 언니 사촌 언니 나왔어요. 오디션 끝났나 봐요!”

누군가 뒤에서 가십거리를 엿듣고 있는 채림을 발견하고는 얼른 비아냥거렸다. 잘나가는 사나한테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으니 사람들은 모든 원한을 채림한테 표출했다.

“안색이 안 좋은 걸 보니 역시 온갖 모욕을 다 받았나 보네. 그러게 왜 모욕을 자초해서는!”

“하하하!”

사나는 의기양양한 눈빛을 숨기고 자리에서 일어나 채림의 옆으로 다가갔다.

“언니, 결과는 중요하지 않아. 그냥 기분 전환하러 왔다고 편하게 생각해.”

“응, 확실히 마음이 한결 편해.”

채림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때 책임자가 밖으로 나와 통지했다.

“오늘 오디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최종 합격자가 결정되었습니다.”

“?”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이제 겨우 한 사람을 면접했는데, 결정되었다니?

그때 반응 빠른 누군가가 다급히 물었다.

“설마 최종 합격자가 백채림인가요?”

“네.”

“이럴 수가!”

“이렇게 급하게 결정하는 건 다른 사람한테 불공평 하잖아요!”

영이가 앞장서서 소리 질렀다.

그러자 책임자가 사람을 불러 질서를 유지하며 대답했다.

“문 대표님이 직접 결정한 겁니다. 불만 있습니까?”

“문 대표님?”

“사나 언니, 언니가 문 대표님을 안다면서요? 얼른 문 대표님한테 사정해 봐요. 그동안 이 오디션을 위해 얼마나 준비했는데 면접도 보지 못하면 너무 억울해요.”

주위 사람들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어 사나를 떠밀었다.

그 말에 사나의 얼굴은 화끈 달아올랐다.

‘나도 모른다고. 그런 분이 나 같은 사람을 어떻게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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