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수석 무용수가 된 날, 심소윤은 누군가의 모함 때문에 심씨 가문의 친딸인 심하나를 대신해 감옥에 가게 되었고 3개월 동안 감옥에서 지옥 같은 나날을 보냈다. 3개월 뒤 출소했을 때, 국제 무용 콩쿠르에서 우승을 안겨주었던 심소윤의 두 다리와 메스를 들었던 심소윤의 손은 완전히 망가졌다. 심소윤을 사랑하는 남편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진범을 찾아내 그녀의 결백함을 증명해 줄 거라고 했고, 늘 어른스럽고 그녀에게 차가웠던 아들은 처음으로 그녀를 위해서 울었다. 그러나 그 일이 있고 나서 심소윤은 아들의 입을 통해 진실을 알게 되었다. “하나 이모를 위해 엄마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일부러 수술 시간을 지체해서 엄마를 장애인으로 만든 건 너무 심했던 거 아닐까요?” 남편이 말했다. “걔는 하나한테 빚을 졌으니까 그 빚을 갚아야지.” 그들에게 완전히 실망한 심소윤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저 집으로 돌아갈게요.” 1년 뒤, 심소윤은 최고 재벌가에서 네 명의 오빠에게 잔뜩 사랑받았다. 심하나의 부모는 심하나를 데리고 심소윤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너를 키워준 은혜를 생각해서라도 부디 우리를 용서해 줘.” 쓰레기 같은 전남편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내 다리를 너에게 줄게. 그러니까 제발 용서해 줘.” 배은망덕한 아들은 심소윤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엄마,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나 심소윤은 그들을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View More심소윤은 속으로 웃었다.‘사랑해 주고 아껴줬다고?’박승현은 거짓말로 그녀를 속이더니 이제는 본인조차 본인이 지어낸 거짓말을 그대로 믿어버린 듯했다.이렇게 황당무계한 말을 입 밖으로 내뱉다니.심소윤은 그와 쓸데없이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가기 싫어? 그러면 내가 가서 얘기할게.”심소윤은 곧장 박건형의 방으로 걸어갔다.박유민은 눈이 빨개진 채 심소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심소윤은 아까부터 그의 말을 무시했다. 설마 정말로 그를 버릴 생각인 걸까?‘아니, 그럴 리가 없어. 하나 이모가 그랬잖아. 엄마는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사람이라고! 아빠한테 화가 나서 이런 짓들을 하는 거잖아. 아빠는 힘들게 일해서 돈을 버는데 엄마는 가출이나 하고 말이야. 사실은 그냥 나랑 아빠한테서 관심을 받고 싶은 거잖아. 정말 유치해. 나는 절대 엄마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을 거야! 그러면 오히려 기고만장해질 테니까!’박승현은 심소윤의 결연한 뒷모습을 보자 왠지 모르게 불안함을 느꼈다.그는 짜증 난 얼굴로 그녀를 따라가려고 했다.그런데 갑자기 집사가 다급히 아래층으로 내려와 박승현을 향해서 외쳤다.“큰일이에요. 어르신께서 쓰러지셨어요!”박승현이 빠르게 위층으로 올라갔다.심소윤도 순간 걱정이 돼서 다급히 위로 올라갔다.몇 분 뒤, 차 한 대가 박승현의 본가에서 나와 빠르게 병원으로 달려갔다....응급실 밖에서는 심소윤과 박승현, 박유민, 심하나가 있었다.박승현의 부모님이 빠르게 도착했다.박승현의 엄마 김선화는 심소윤이 보이자 다짜고짜 그녀의 뺨을 때렸다.심소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미처 대비하지 못하고 그대로 뺨을 맞았다.“아버님은 네가 집에 오자마자 병원으로 실려 오셨어. 이게 다 재수가 없는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우리 아버님이 응급실로 실려 온 거라고!”심소윤이 뺨을 맞자 박승현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어머니, 할아버지께서는 갑자기 쓰러지신 거예요. 소윤이랑은 상관없어요.”박승현이 보기 드물게 심소윤의 편을 들었다. 가녀린
박승현과 심하나는 동시에 박유민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심소윤을 발견한 박승현은 이내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코웃음을 쳤다.심소윤은 박씨 가문 사모님 자리를 내놓기 싫어서 이곳에 왔을 것이다.심하나는 씩 웃으면서 심소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언니, 나는 언니가 올 줄 알았어. 박씨 가문 사모님으로 살면 얼마나 좋아? 춤을 출 필요가 없었다면 나도 그냥 가정주부로 살고 싶었을 거야!”심하나는 웃는 얼굴로 심소윤의 팔에 팔짱을 끼면서 그녀를 소파에 앉혔다.“그날 봤던 그 남자는 돈도 없어 보이던데. 솔직히 말해서 그런 수준 낮은 남자를 이용해서 형부 신경을 긁을 필요는 없어.”심소윤은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입술을 달싹거렸는데 박승현이 먼저 선수를 쳤다.“잘못을 알았으면 앞으로는 가정에 충실해. 그리고 다시는 그 기생오라비 같은 놈이랑 만나지 마.”박승현의 눈빛이 차가웠다. 심하나의 말을 들은 그는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싸늘한 얼굴로 심소윤을 바라보았다.그는 늘 고분고분하던 심소윤이 다른 남자를 이용해서 자신을 화나게 할 줄은 몰랐다.그래도 어제의 협박이 먹혔는지 심소윤은 다시 돌아왔다.그러고 보면 심소윤은 절대 그를 떠날 수 없었다.심하나는 마치 아주 친한 친구처럼 박승현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언니는 그냥 잠깐 토라졌던 것뿐이야. 여자들은 다 그래. 이제 언니도 잘못을 깨닫고 돌아왔으니 오빠도 표정 풀어.”심하나를 바라볼 때 박승현의 차갑던 눈빛이 살짝 부드러워지면서 표정도 풀어졌다.“너는 쟤를 언니로 생각하지만 쟤는 언니로서의 자각이 눈곱만큼도 없어.”심소윤은 말없이 두 사람을 지켜보며 속으로 그들을 비웃었다. 역겨움 때문에 속이 울렁거렸다.이때 박유민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심소윤의 고막을 때렸다.“왜 돌아온 거예요? 장애인인 데다가 감옥까지 갔던 사람이 우리 엄마라는 걸 제 친구들이 안다면 분명히 비웃음을 당할 거예요!”박유민의 말이 소리 없이 심소윤의 마음을 찔렀다.박승현에게는 냉담할 수 있었지만 그녀가 열 달
“그러면 부탁할게. 고마워, 누나.”조금 미묘하게 느껴지는 말이었다. 그의 눈동자는 어두운 조명 아래서 밤처럼 까맸고, 그 안에서는 강렬한 소유욕이 휘몰아치고 있었다.‘누나, 누나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그의 눈빛에 지레 겁을 먹은 심소윤은 시선을 내리며 도망치듯 주방으로 들어갔다.고찬솔이 주방으로 따라 들어가 문틀에 기댄 채 그녀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서 바삐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무심하게 말했다.“내가 도와줄까?”“괜찮아.”심소윤은 요리할 때 곁에 누군가 있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그동안 심소윤이 가정주부로 살면서 박승현이 주방에 들어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가사도우미를 쓰지도 않았다.그녀는 혼자 요리하는 것이 익숙했다.“그래.”고찬솔이 대답했다.살짝 올라간 끝 음이 미묘하게 느껴졌다. 고찬솔은 그와 아주 가까이 서 있었다.화들짝 놀란 심소윤은 잠깐 방심해서 실수로 손을 벴고, 바로 헛숨을 들이키며 빠르게 손을 거두어들였다.검지에 작은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왜 그래?”고찬솔이 갑자기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으면서 미간을 찌푸렸다.그녀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만사에 무심했던 고찬솔이 지금 이 순간 살기를 내뿜는 것 같았다.“괜찮아. 그냥 작은 상처일 뿐이야.”심소윤은 입꼬리를 올리며 쑥스러운 듯이 웃으면서 손을 빼내려고 했다.고찬솔은 심소윤의 손을 꼭 잡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움직이지 마.”거절하지 말라는 의도가 다분히 느껴지는 아주 낮은 목소리였다.심소윤은 움직이지 않았다.고찬솔은 심소윤을 데리고 거실로 향하더니 능숙하게 TV 쪽에 있는 서랍 안에서 약상자를 꺼냈다.심소윤은 당황했다.약상자는 아마도 집주인이 놓고 갔을 것이다. 그런데 고찬솔은 약상자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아는 것일까?심소윤이 깊이 생각하기도 전에 손끝에 차가운 감각이 느껴졌고 곧이어 약 때문에 따끔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심소윤은 작게 앓는 소리를 냈다.
박승현의 말에 심소윤은 당황했다.심소윤이 박승현과 결혼하게 되었을 때 박씨 가문들 모두 그녀를 싫어했는데 오로지 박승현의 할아버지 박건형만이 그녀에게 잘해주었다.박승현이 난감하지 않게 심소윤은 먼저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결혼 사실을 사람들에게 숨기겠다고 했다.박건형은 심소윤에게 미안해서 그녀를 서재로 불러 박씨 가문 대대로 전해지는 목걸이를 그녀에게 주었다.당시 박건형이 말했다.“소윤아, 미안하다. 앞으로는 이 할아버지가 네 편이 되어주마. 그러니까 절대 승현이랑 이혼하지 말아 줘. 알겠지?”박건형은 박씨 가문에서 유일하게 심소윤에게 잘해준 사람이었다.감동을 받은 심소윤은 그 자리에서 바로 그와 약속했다.그리고 심소윤은 박유민이 태어났을 때 그 목걸이를 박유민에게 주었다.창문이 열린 상태라 심소윤의 귓가에서 바람 소리가 울려 퍼졌고 넋을 놓고 있던 심소윤은 그제야 조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박건형과 약속했을 때 심소윤은 그 결혼 자체가 사기였다는 걸 몰랐다.이제 그녀는 만신창이가 되었고 지칠 대로 지쳤으니 그런 의미 없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자신을 희생할 수는 없었다.심소윤은 쓴웃음을 지으며 덤덤히 대꾸했다.“할아버지한테는 내가 얘기할 거야.”박승현은 침묵했다.그러나 곧이어 박승현이 작은 목소리로 조롱하듯 말했다.“역시 연기하는 거 맞았네. 네가 그렇지, 뭐.”심소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박승현은 코웃음을 치더니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빈정댔다.“할아버지 앞에서 불쌍한 척하면서 네 편을 들어달라고 애원할 생각인 거지? 결국에는 박씨 가문 사모님이라는 신분과 박씨 가문의 권력을 잃기 싫은 거잖아. 그게 아니면 왜 굳이 할아버지를 찾아가 따로 얘기하겠어? 심소윤, 너의 이런 얕은 수작들은 나를 더 질리게 할 뿐이야.”박승현의 날 선 목소리에 심소윤은 그저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어차피 그녀는 떠날 것이다. 그래서 설명하는 것마저 피곤했다.심소윤이 대답하지 않자 박승현은 싸늘하게 협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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