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오빠들이 해줄게

복수는 오빠들이 해줄게

By:  석류좋아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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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 무용수가 된 날, 심소윤은 누군가의 모함 때문에 심씨 가문의 친딸인 심하나를 대신해 감옥에 가게 되었고 3개월 동안 감옥에서 지옥 같은 나날을 보냈다. 3개월 뒤 출소했을 때, 국제 무용 콩쿠르에서 우승을 안겨주었던 심소윤의 두 다리와 메스를 들었던 심소윤의 손은 완전히 망가졌다. 심소윤을 사랑하는 남편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진범을 찾아내 그녀의 결백함을 증명해 줄 거라고 했고, 늘 어른스럽고 그녀에게 차가웠던 아들은 처음으로 그녀를 위해서 울었다. 그러나 그 일이 있고 나서 심소윤은 아들의 입을 통해 진실을 알게 되었다. “하나 이모를 위해 엄마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일부러 수술 시간을 지체해서 엄마를 장애인으로 만든 건 너무 심했던 거 아닐까요?” 남편이 말했다. “걔는 하나한테 빚을 졌으니까 그 빚을 갚아야지.” 그들에게 완전히 실망한 심소윤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저 집으로 돌아갈게요.” 1년 뒤, 심소윤은 최고 재벌가에서 네 명의 오빠에게 잔뜩 사랑받았다. 심하나의 부모는 심하나를 데리고 심소윤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너를 키워준 은혜를 생각해서라도 부디 우리를 용서해 줘.” 쓰레기 같은 전남편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내 다리를 너에게 줄게. 그러니까 제발 용서해 줘.” 배은망덕한 아들은 심소윤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엄마,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나 심소윤은 그들을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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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출소 당일, 심소윤은 들것에 실려 나왔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그녀는 두 다리가 온통 피범벅이었고 오른손은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3개월 전, 누군가의 위증으로 인해 심소윤은 심씨 가문의 친딸을 대신해 감옥에 가게 되었다.

감옥에서 메스를 들던 심소윤의 손은 부러졌고, 국제 무용 콩쿠르에서 우승을 안겨준 심소윤의 두 다리는 짓이겨졌다.

그녀가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심소윤의 남편 박승현이 모든 인맥을 동원해 심소윤을 감옥에서 빼냈다.

밖에서 심소윤을 기다리고 있던 박승현은 들것에 실려 나오는 심소윤을 보더니 비틀대며 차에서 내려 심소윤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소윤아, 전부 내 탓이야. 내가 너무 늦었지?”

사람들을 따라 구급차에 앉은 박승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나 고고하고 차갑던 남자가 그녀의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심소윤은 박승현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딱 두 번 보았는데 한 번은 결혼할 때였고 또 한 번은 박유민을 낳았을 때였다.

박승현의 눈물이 뺨 위로 떨어졌을 때, 심소윤은 그동안 억눌러왔던 서러움이 북받쳐 올랐다.

남에게 구타당했을 때도, 손목이 부러질 때도 울지 않았던 심소윤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심소윤은 박승현의 품에 안겨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그의 향기를 들이마셨다.

다행히 그녀에게는 그녀를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이 있었다.

박승현은 두 눈이 붉어진 채 심소윤을 안고 이를 악물며 맹세했다.

“소윤아, 내가 위증을 해서 네게 누명을 씌운 진범을 꼭 찾아내서 네 결백함을 증명할게!”

심소윤은 박승현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들었다.

사람들에게 시달려 만신창이가 된 그녀의 마음이 그제야 조금 안정되었다.

이렇게나 자신을 사랑해 주는 남편과 아들이 있으니 그녀를 키워준 심씨 가문 사람들이 심하나만 사랑해도, 전 약혼자에게서 버림받았어도 이제는 상관없었다.

“전부 내 탓이야. 내가 그날 너에게 운전하라고 하지만 않았어도 네가 다른 사람에게 빌미를 잡혀서 뺑소니를 저질렀다는 의심 따위는 받지 않았을 텐데...”

박승현은 목이 메었다. 그는 차마 심소윤의 얼굴을 보지 못하겠는지 시선을 아래로 내려뜨렸다.

심소윤은 고개를 저었다.

그 일은 박승현의 잘못이 아니었다.

박승현은 주변인들 사이에서 좋은 남편으로 유명했다.

심소윤과 결혼한 뒤 박승현은 심소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서 그녀를 공주처럼 대접해 주었다.

심지어 심소윤이 출근하면 너무 힘들까 봐 자기가 먹여 살릴 테니 일을 그만두라고 몇 번이나 심소윤을 설득했었다.

박씨 가문의 후계자인 그가 이토록 온 마음 다해 그녀를 사랑하니 모든 이들이 심소윤은 참 복이 많다면서 부러워했다.

그러나 지금의 심소윤은 박승현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심소윤은 울먹이며 말했다.

“나 앞으로는 메스도 들 수 없고, 춤도 출 수 없어...”

박승현은 눈시울을 붉히며 떨리는 목소리로 심소윤을 달랬다.

“소윤아, 괜찮아. 메스를 들 수 없다면 내가 평생 너를 먹여 살릴게. 춤을 출 수 없다면 추지 않으면 되지. 네가 춤추는 모습을 다른 남자들이 보면 나는 질투 날 거야...”

심소윤은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애처로운 미소를 지었다.

박승현은 심소윤의 다리를 가장 좋아했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두 다리는 상처투성이였고 상처가 다 낫는다고 해도 흉터가 남을 것이니 계속 보다 보면 언젠가는 싫증이 날 것이다.

병원에 도착한 심소윤은 아들을 보게 되었다.

박유민은 침대 옆에 주저앉아 큰소리로 엉엉 울었다.

“엄마, 죄송해요. 저는 제가 한 말이 증언이 될 줄은 몰랐어요. 전부 제 기억이 틀린 탓이에요. 제 다리를 엄마에게 줄게요!”

심소윤은 3개월 전 뺑소니범이라고 모함당했던 걸 떠올렸다.

당시 증인으로 선 박유민은 그날 심소윤이 외출했다고 증언했다.

박유민은 어렸을 때부터 일찍 철이 들어 말을 잘 듣는 아이였는데 조숙한 아이여서 그런지 성격이 조금 차가웠다.

그런데 그런 아이가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으니 아주 가련해 보였다.

박유민이 아무리 철이 들었다고 해도 아이는 아이일 뿐이니 기억이 틀릴 수도 있는 법이었다.

심소윤은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박유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엄마는 너를 탓하지 않아.”

“엄마, 앞으로 제가 엄마의 두 다리가 되어드릴게요.”

박유민이 울먹거리며 말했다.

“제가 엄마 대신 달리고, 엄마 대신 바깥세상을 봐드릴게요.”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진 심소윤은 자신은 운이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사건이 있었는데도 아들과 남편 모두 그녀를 저버리지 않고 오히려 더 잘해주려고 하니 말이다.

심소윤은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다행히 그녀에게는 그녀가 직접 선택한 따스한 가족이 있었다.

...

수술을 마친 뒤에도 심소윤은 팔다리에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심소윤이 갈증 때문에 입술을 달싹이고 있을 때 별안간 밖에서 박유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엄마 지금 너무 불쌍해요. 일어설 수는 있지만 앞으로 다시는 춤을 출 수 없잖아요. 그리고 의사 선생님이 앞으로 메스도 들 수 없다고 했고요.”

심소윤은 눈시울이 빨개지면서 마음이 먹먹해졌다.

이미 예상한 결과지만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 들으니 마음이 심란했다.

“아빠, 하나 이모를 위해 허위 증언을 해서 엄마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건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박유민이 또 말했다.

‘심하나를 위해서 내게 죄를 뒤집어씌웠다고?’

심소윤은 순간 넋이 나갔다. 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곧이어 밖에서 박승현의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나는 수석 무용수야. 단 하나의 흠도 있어서는 안 돼. 그리고 네 엄마는 심씨 가문의 친딸도 아니면서 하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어. 그 탓에 하나는 오랫동안 고아로 살아야 했으니 네 엄마는 하나에게 큰 빚을 진 셈이야. 그리고 네 엄마는 이젠 내 아내로 살고 있어. 그거면 충분하지 않아?”

그들의 말을 정리해 보자면 심소윤이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게 된 건 박승현과 박유민 때문이라는 뜻이었다.

심소윤은 침대에 누운 상태로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어렸을 때 병원의 실수로 아이가 뒤바뀐 건 그녀의 탓이 아니었고 그녀가 바란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박승현은 마치 그녀가 일부러 심하나의 자리를 빼앗은 것처럼 말했다.

박승현의 맹세는 전부 거짓이었단 말인가?

박유민은 한숨을 내쉬며 박승현의 말에 동의했다.

“엄마는 항상 하나 이모한테 적대적이었으니 혼날 필요가 있긴 했죠. 어차피 나중에 저랑 아빠가 보상해 주면 되니까요.”

‘나중에?’

그녀에게 과연 나중이 있을까?

박승현과 박유민 부자의 목소리는 너무도 또렷하게 들려왔다.

송곳으로 가슴을 후벼파는 듯한 괴로움 때문에 심소윤은 눈물을 한 방울 흘렸다.

다리와 손에서 전해지는 통증조차 가슴이 짓이겨지는 고통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녀가 이런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 그녀의 남편과 아들 때문이었다니.

그리고 그들이 심소윤의 인생을 진창에 처박은 이유는 그녀에게 심하나의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에게는 오로지 심하나만 소중했던 것이다.

문밖에서 박유민이 조금 걱정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저희가 수술 시간을 지체한 탓에 엄마의 손과 다리에 장애가 남게 되었는데 혹시 엄마가 알면 미쳐버리지 않을까요?”

제때 수술했다면 손과 다리가 다 나을 수도 있었다는 말인가?

심소윤은 칼로 가슴을 난도질당한 것처럼 아파서 숨을 잘 쉴 수가 없었다.

박승현이 짜증 어린 목소리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알면 뭐 어때? 어차피 네 엄마는 친정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손과 다리도 쓸 수 없게 돼서 우리를 떠날 수도 없는데 말이야.”

박승현은 기분이 좋은지 유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민아, 너 하나 이모 좋아했잖아. 앞으로 네 엄마는 네가 하나 이모를 찾아가도 간섭 못 해. 기쁘지 않아?”

박유민은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잔인한 말을 했다.

“당연히 기쁘죠! 엄마는 매일 불만에 가득 차 있잖아요. 공부를 열심히 안 한 사람은 아마 다 그렇겠죠? 하나 이모나 질투하고 말이에요. 제가 가끔 하나 이모랑 잠깐 얘기만 해도 저를 혼낸다니까요!”

심소윤의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뜬 채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심소윤은 박유민이 심하나가 싫다고 한 적이 있어서 박유민을 대신해 몇 번이나 심하나의 제안을 거절했었다.

그런데 박유민은 그녀를 탓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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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출소 당일, 심소윤은 들것에 실려 나왔다.뼈만 앙상하게 남은 그녀는 두 다리가 온통 피범벅이었고 오른손은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3개월 전, 누군가의 위증으로 인해 심소윤은 심씨 가문의 친딸을 대신해 감옥에 가게 되었다.감옥에서 메스를 들던 심소윤의 손은 부러졌고, 국제 무용 콩쿠르에서 우승을 안겨준 심소윤의 두 다리는 짓이겨졌다.그녀가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심소윤의 남편 박승현이 모든 인맥을 동원해 심소윤을 감옥에서 빼냈다.밖에서 심소윤을 기다리고 있던 박승현은 들것에 실려 나오는 심소윤을 보더니 비틀대며 차에서 내려 심소윤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끌어안았다.“소윤아, 전부 내 탓이야. 내가 너무 늦었지?”사람들을 따라 구급차에 앉은 박승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언제나 고고하고 차갑던 남자가 그녀의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심소윤은 박승현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딱 두 번 보았는데 한 번은 결혼할 때였고 또 한 번은 박유민을 낳았을 때였다.박승현의 눈물이 뺨 위로 떨어졌을 때, 심소윤은 그동안 억눌러왔던 서러움이 북받쳐 올랐다.남에게 구타당했을 때도, 손목이 부러질 때도 울지 않았던 심소윤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심소윤은 박승현의 품에 안겨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그의 향기를 들이마셨다.다행히 그녀에게는 그녀를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이 있었다.박승현은 두 눈이 붉어진 채 심소윤을 안고 이를 악물며 맹세했다.“소윤아, 내가 위증을 해서 네게 누명을 씌운 진범을 꼭 찾아내서 네 결백함을 증명할게!”심소윤은 박승현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들었다.사람들에게 시달려 만신창이가 된 그녀의 마음이 그제야 조금 안정되었다.이렇게나 자신을 사랑해 주는 남편과 아들이 있으니 그녀를 키워준 심씨 가문 사람들이 심하나만 사랑해도, 전 약혼자에게서 버림받았어도 이제는 상관없었다.“전부 내 탓이야. 내가 그날 너에게 운전하라고 하지만 않았어도 네가 다른 사람에게 빌미를 잡혀서 뺑소니를 저질렀다는 의심 따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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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심소윤은 주먹을 살짝 움켜쥐었다.남자의 예쁜 눈과 은발을 본 그녀는 한참 뒤에야 애써 미소를 쥐어 짜냈다.“고찬솔?”남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온몸이 피투성이인 채로 칼을 들고 자신을 위협하던 음울한 소년의 모습이 떠오르며 남자와 겹쳐 보였다.남자는 그때보다 냉담함이 줄어들었고 분위기가 훨씬 더 온화하고 차분해졌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것을 아우르는 듯한 강렬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나를 기억할 줄은 몰랐는데.”고찬솔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웃음기 어린 눈으로 미소를 지었다.‘오랜만이네... 누나.’심소윤은 조금 뜻밖이라고 생각했다.결혼하기 전, 심소윤은 해외로 떠나 의학을 전공했었다.그때 심소윤은 우연히 총을 맞고 다친 고찬솔을 만났고 같은 나라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를 구했었다.그러나 고찬솔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심소윤의 목에 칼을 가져다 댔다.당시 고찬솔은 예쁜 얼굴과 달리 온몸에서 살기를 내뿜으며 암울한 표정을 하고 있었고, 심소윤은 자기보다 동생인 그를 안타까워했다.그러나 심하나가 돌아온 뒤 모든 것이 바뀌며 그러한 연민도 서서히 사라졌다.그 뒤 심소윤은 급하게 귀국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승현과 결혼했다.그리고 고찬솔은 심소윤에게 메일 하나를 보내 그녀에게 결혼을 축하한다고 전했다.그런데 다시 만났을 때 고찬솔이 이렇게 신사답고 우아해질 줄은 몰랐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태워줄까?”고찬솔의 목소리는 낮으면서도 허스키했다.고찬솔은 심소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질문인데도 불구하고 심소윤은 이상하게 거절할 수가 없었다.심소윤의 시선이 고찬솔의 차로 향했다.그의 차는 롤스로이스였다.심소윤은 잠깐 당황했으나 이내 고개를 숙이고 차에 탔다.처음 해외에서 그를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고찬솔은 가난한 유학생이었고, 생활비에 쪼들려 길거리를 전전할 뻔하기도 했었다. 심소윤은 그런 그가 안쓰러워 도와주었었다.그런데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오히려 그녀가 비참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심소윤은 뒷좌석에 앉아서 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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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집 안이 점점 어두워지자 심소윤은 조명을 켰다.그녀는 오랜만에 조용함을 즐겼다.예전에는 집이 늘 시끌벅적했었다.박유민은 제멋대로인 데다가 노는 걸 굉장히 좋아해서 매번 숙제를 시키거나 그에게 뭔가를 시킬 때면 늘 야단법석을 떨었다.박승현은 심소윤이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논다고 생각했으나 사실 그녀는 집에서 단 한 순간도 편히 쉬어본 적이 없었다.심소윤은 벽에 걸린 시계의 초침 소리를 들으며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녀는 그저 울고만 싶었다.띵.갑자기 울린 벨 소리에 심소윤은 생각을 멈췄다.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박승현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심소윤은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러나 박승현은 포기를 모르는 사람처럼 끈질기게 전화를 걸었고 벨 소리에 머리가 아팠던 심소윤은 결국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박승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윤아, 늦었는데 왜 아직도 집에 안 들어왔어? 지금 어디 있는 거야?”그의 목소리에서 억눌린 분노가 느껴졌지만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연기했다.심소윤은 어이가 없어 실소를 터뜨리며 자조했다.예전에도 싸우면 항상 이랬다.박승현은 심소윤을 한동안 차갑게 대하다가 며칠 뒤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어물쩍 넘어가려고 했다.“박승현 씨, 우리 이혼하기로 했잖아. 잊었어?”심소윤은 조금 차가운 어투로 덤덤히 말했다.박승현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힘을 너무 많이 준 탓에 휴대폰을 쥔 그의 손이 하얗게 질렸다.“심소윤, 내가 성질부리지 말랬지. 언제까지 이렇게 이기적으로 굴 거야?”“내가 이기적으로 군다고?”심소윤은 차갑게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뭘 더 어떻게 설명해야 이해하겠어? 나는 이혼하겠다고 분명히 얘기했어. 나랑 이혼 신고하러 가는 거 잊지 마.”전화 너머로부터 박유민의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빠, 왜 엄마를 달래는 거예요? 엄마는 지금 연기하는 거예요. 아빠가 달래줄수록 오히려 더 기고만장해질 거예요. 저는 엄마가 돌아오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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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전화가 끊긴 뒤 심소윤은 잠시 넋을 놓고 있었다.심경호는 처음부터 심소윤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심하나가 돌아온 뒤로는 그녀를 더 눈엣가시처럼 생각했다.심경호는 진심으로 심소윤이 박승현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오로지 자신의 친딸인 심하나만이 박승현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심소윤을 통해 박씨 가문에 빌붙어 이득을 보았다.심소윤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끝내 박승현에게 연락했다.전화가 몇 번 울리지도 않았는데 박승현이 바로 전화를 받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또 뭐야?”심소윤은 그의 서늘한 목소리에 살짝 흠칫했지만 이내 본론을 꺼냈다.“모레 우리 아빠 생일이야. 승현 씨... 유민이 데리고 와.”박승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눈동자에 어떠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역시나 심소윤은 참지 못하고 먼저 그에게 연락했다.심소윤의 수단은 너무도 유치했다.그녀가 이렇게 같잖은 연기를 하며 얕은수를 부리는 이유는 박승현에게 버림받기 싫어서, 박승현의 아내로 계속 살고 싶어서일 것이다.결국 따지고 보면 그의 관심을 얻고 싶어서였다.심소윤이 그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한다면 그 수단이 어떻든 박승현은 모두 눈감아줄 수 있었다.그러나 그는 심소윤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나랑 이혼하겠다면서? 그러면 나도 네 남편으로서 의무를 다할 필요는 없어.”박승현이 차갑게 말했다.“화해를 바라면서 이런 태도로 나오는 거야?”“화해하려는 게 아니야.”심소윤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차분히 말했다.“아빠가 유민이를 보고 싶어 하셔.”심소윤은 자조했다.박승현은 수감되기 전까지만 해도 착한 남편인 척 연기하더니 이제는 자신의 실체를 드러냈다.박승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한기 어린 눈빛을 해 보였다. 마음속에서 짜증이 치밀어올랐다.단순히 심경호가 박유민을 보고 싶어 해서 연락한 것이란 말인가?그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쾌함을 느꼈다.‘이런 같잖은 수단밖에 쓸 줄 모르네.’아마도 그를 보고 싶은데 마땅한 핑계가 없어 지어낸 거짓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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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심소윤은 시선을 내려뜨린 채 대답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박승현의 집.통화가 끊기자 박승현은 난데없는 공허함을 느꼈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본능적으로 다시 전화를 걸려고 했는데 심하나가 옆에서 말렸다.“오빠, 내 말 들어. 언니가 이럴수록 달래주면 안 돼. 지금 오빠가 달래준다면 언니는 앞으로 더 기고만장해질 거야.”심하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여자 마음은 여자가 잘 알지. 우리 언니 같은 스타일은 관심을 주지 않고 그냥 내버려둬야 해. 그래야 앞으로 오빠한테 더 잘해줄 거야.”박승현은 그 말을 듣고 휴대폰을 주머니 안에 넣었다.심하나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예전에 그가 너무 잘해준 탓에 심소윤이 지금처럼 제멋대로 굴면서 자기 주제 파악도 못 하고 감히 이혼 얘기를 꺼낸 것이다.심소윤은 그와 헤어지면 자신이 살아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걸까?‘그래, 맞아. 한동안 차갑게 굴어야 해. 세상이 얼마나 험한지 뼈저리게 느껴봐야지.’심소윤은 그들과 몇 마디 한 것만으로도 기운이 쭉 빠졌고 다리와 손의 상처도 은근히 아팠다.그녀는 소파에 앉아서 스크롤을 내리다가 우연히 전시회 관련 게시물을 보고 설렘을 느꼈다.춤을 배우기 전에 심소윤은 그림을 좋아했다.비록 다리는 나을 수 없겠지만 그림을 그리는 건 가능했다.화려한 얼굴의 심소윤은 소파에 앉아 불현듯 웃음을 터뜨리며 두 눈을 빛냈다.살아있는 한 그녀는 절대 자신의 꿈과 취미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이것은 그녀의 고난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이 될 것이다....다음 날, 고찬솔이 또다시 그녀의 현관문을 두드렸다.고찬솔은 또다시 미소를 띤 채로 음식을 들고 느긋하게 그녀의 집에 발을 들였다.“병문안 왔어.”그는 나른한 말투로 짧게 말했다.테이블 위 다양한 요리를 본 심소윤은 다시 한번 감동을 받아 목이 메었다.그녀는 시선을 내려뜨렸고 긴 머리카락이 뺨 옆으로 흘러내렸다.“정말 고마워. 너한테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네.”고찬솔은 평범한 사람일 뿐이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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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심경호의 생일날, 박승현과 박유민에게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심소윤이 그들에게 연락해 보았으나 그들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심소윤은 한동안 넋을 놓고 있다가 어쩔 수 없이 선물을 챙겨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엄마 유미란이 빈정대기 시작했다.“어머, 이게 누구야? 이제 나랑 네 아버지 말은 아무 소용도 없는가 봐. 그동안 쭉 안 오다가 갑자기 왜 집에 왔대? 네가 뭐 주인공이라도 돼?”심소윤의 손과 다리의 상처를 본 유미란은 표정이 조금 부자연스러웠다.“하나 말을 들어보니 거의 다 나았다던데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이런 꼴로 왔대?”심소윤은 마음이 쓰라려 입술만 깨물었다.사실 유미란은 그녀에게 굉장히 잘해주었었는데 심하나가 돌아온 날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다.유미란은 심소윤이 자신의 친딸인 심하나의 행복한 삶을 빼앗아 간 것을 분통해했지만 혹시라도 평판에 영향이 갈까 봐 심소윤을 쫓아낼 수가 없었다.심소윤이 그 집에서 힘들게 지내고 있을 때 박승현이 그녀를 구해줬다.당시 심소윤은 박승현을 자신의 구원이라고 여겼지만 사실 그녀는 또 다른 불구덩이로 뛰어든 것이었다.“후유증이 남아 있거든요. 이제는 메스도 들 수 없고 춤도 출 수 없어요.”심소윤은 유미란의 표정을 지긋이 바라보며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유미란은 조금 부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어차피 너 하나만큼 잘 추지도 못했잖아. 우리 집에 무용수는 한 명이면 충분해.”유미란의 어색한 표정을 본 심소윤은 마음이 차게 식었다.그녀는 심경호와 유미란도 그녀가 심하나 대신 누명을 썼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어쩌면 그들이 직접 그녀에게 누명을 씌웠을지도 몰랐다.심소윤은 창백하고 연약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왜 대답을 안 해?”유미란이 도리어 화를 내며 말했다.“내가 그동안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줬더니만 감히 내 앞에서 그딴 표정을 지어?”“됐어. 그만해!”심경호가 미간을 찌푸린 채 위엄 있는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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