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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이곳이 멀어진 곳이네

Author: 랑끗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1 10:07:58
“뭐야? 명함이라니….”

“글쎄.”

인협은 에스더에게 보이지 않도록 명함을 확인했다.

<케이비 팀 코치 조봉길>

이름을 확인한 인협의 두 눈에 당황함이 깃들었다. 그는 황급히 그것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뭔데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구나.”

에스더는 묻고 싶은 게 많은 표정이었으나, 이내 입을 다물어 버렸다. 두 사람은 생각에 잠긴 채로 길을 걸어서 가게에 다다랐다.

“어어, 이 시간에 웬 애들이 이렇게 왔나 했더니 선생님들이 쏘는 거였어? 아, 안녕하세요 황 선생님.”

웬일로 아이들로 복작거리는 가게에서 신이 난 최 씨가 에스더와 인협을 맞아주었다.

“네, 축구 내기를 했는데 저희 팀이 져서요.”

“인협이 네가 졌어?”

최 씨의 당황한 시선이 에스더에게로 향했다.

“네, 저희 팀이 이겼어요.”

“네, 황 선생님이 보기보다 운동신경이 좋더라고요.”

“나 참, 남자 체면이 있지 인마.”

최 씨가 껄껄 웃으며 인협을 놀려댔다. 아이들은 벌써 아이스크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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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웰컴 투 소원리   38. 조용한 선함

    “어때? 인협이랑은 잘 이야기해 봤어?”해가 진 늦은 저녁 시간. 갑순이 대뜸 영애의 집에 복란과 함께 쳐들어왔다. “어르신, 이러시면 저는 무섭습니다. 내일 아침에 물으셔도 될 텐데요.” “내일 새벽에 출근하고 해 떨어지고 퇴근할 거잖아. 오늘이나 내일이나 같은 시간에 찾아오게 생겼구먼.“막무가내로 구는 갑순의 말에 소리를 내어서 웃음을 터뜨린 영애는 순순히 갑순과 복란을 집안으로 인도했다. “어? 할머니,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기훈과 기정이 편한 내복 차림으로 놀다가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영애가 태욱에게 눈짓하자, 태욱이 거실 소파에서 일어났다.“얘들아, 고모부가 책 좀 읽어줄까?” “네!“ ”그럼 방안으로 같이 들어가자!“ ”와아아!!“태욱의 제안에 신이 난 어린이들은 단숨에 복도를 향해 방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방문을 닫자, 거실에는 정적이 흘렀다.”인협이 때문에 오신 거죠?“ ”말해 뭐 해. 뭐라든? 그 녀석, 아직 정신 못 차리고 있었어?”갑순의 퉁명스러운 어투에 묻어나오는 애정에 영애는 또다시 웃고 말았다.“참, 이렇게 애정이 많으신데 말투만 좀 부드럽게 해봐요 아주머니. 그래야 상대가 어떤 애정을 받는지 알지.”“됐어. 나이를 먹더니 잔소리가 늘었다, 영애야?” “그럼요, 저도 이제 인생 후반부에 다다랐는데요. 잔소리 좀 할 줄 알게 됐죠.“ “허이고, 참. 시간 없어. 빨리 본론부터 알려줘.”갑순의 재촉에 영애는 미소 띤 얼굴로 팔짱을 꼈다.“인협이, 저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똑 부러지고 야무진 아이예요. 상처가 많아서 그렇지, 요새 애들 같지 않게 속도 깊고요.” “그래서? 땅은 바로 받겠대?” “아뇨, 땅 명의는 아무나 열람할 수 있다고 하니까 나중에 돈이 필요해지면 현금화해서 천천히 받겠대요.” “그 야무진 녀석. 다행이다, 다행이야.” “지난번에 부용이가 찾아왔을 때, 인협이를 보고 갔다고 하셨죠?” “그래, 걔네가 학교로 갈 일이 그거 아니면 뭐가 있었겠어.” “…….

  • 웰컴 투 소원리   37. 울보네, 나인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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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웰컴 투 소원리   36. 약해 보여도 괜찮아

    “미혼모…..”봉길은 넋이 나간 채로 운전하다 말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유진의 충격선언 이후로 어떤 말을 하고 나온 지도 기억이 잘 나질 않았다. 일단은 명함이라도 카운터에 두고 나왔다. 하도 횡설수설하다가 나온 탓에 제가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딱히 기억도 나지 않았다. “후-.”유진은 귀여운 외모와는 다르게 매우 강단이 있는 여자였다. 그리고 그 사실은 봉길을 더 설레게 만들어버렸다. 외유내강. 유진은 완벽한 그의 이상형이었다. “애기….”화목하게 사는 부모님을 보며 막연하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해왔었다. 하지만 내가 그 여자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아이까지 품을 그릇이 될까? “뭔 생각하는 거야. 정신 차려라, 조봉길.”봉길은 빨간불에 차가 정차한 틈을 타서 머리를 아주 세게 흔들어댔다. 카페에서 봤던 여자에 관한 생각을 떨쳐내기 위함이었다. “이제 떠나왔으니까 점점 더 잊힐 거야. 아주 잠깐 본 분이잖아. 잠깐 외모에만 혹한 거라고.”봉길은 핸들을 꽉 쥔 채로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듯이 되뇌었다. ***영애가 모는 차가 소원 초등학교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이미 저녁 시간이 된 탓에 초등학교 교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평소에는 카페 마감까지 자리를 지키다가 오는 편인 그녀였으나, 오늘은 평소보다 더 일찍 퇴근했다. “아, 맞다. 그날 인협이한테 못 들렀네.”부용이 소원리를 찾았던 날. 인협에게 바로 땅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려던 차에 카페 일이 너무 바빠져서 그날은 그에게 말을 못 한 영애였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뭐 대단한 것도 없는 이야기인데.”무언가 결심한 듯, 영애는 차를 교문 앞에다가 붙였다. 차 안에서 닫힌 교문만 바라보던 영애는 핸드폰을 꺼내 인협에게 전화를 걸었다. 인협이도 이제 알만한 나이가 됐으니까. [여보세요?] “인협아, 나 영애 이모야.” [아, 네. 안녕하세요]소문으로 들리는 것보다는 훨씬 더 공손하네.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 웰컴 투 소원리   35. 이곳이 멀어진 곳이네

    “뭐야? 명함이라니….” “글쎄.”인협은 에스더에게 보이지 않도록 명함을 확인했다. 이름을 확인한 인협의 두 눈에 당황함이 깃들었다. 그는 황급히 그것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뭔데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구나.”에스더는 묻고 싶은 게 많은 표정이었으나, 이내 입을 다물어 버렸다. 두 사람은 생각에 잠긴 채로 길을 걸어서 가게에 다다랐다. “어어, 이 시간에 웬 애들이 이렇게 왔나 했더니 선생님들이 쏘는 거였어? 아, 안녕하세요 황 선생님.”웬일로 아이들로 복작거리는 가게에서 신이 난 최 씨가 에스더와 인협을 맞아주었다. “네, 축구 내기를 했는데 저희 팀이 져서요.” “인협이 네가 졌어?”최 씨의 당황한 시선이 에스더에게로 향했다. “네, 저희 팀이 이겼어요.” “네, 황 선생님이 보기보다 운동신경이 좋더라고요.” “나 참, 남자 체면이 있지 인마.”최 씨가 껄껄 웃으며 인협을 놀려댔다. 아이들은 벌써 아이스크림을 고르고는 인협만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다. 인협은 이내 지갑을 꺼내 들었으나, 에스더가 더 빨랐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꺼낸 현금을 최 씨를 향해 내밀었다. “어째 인협이 네가 졌다더니.”최 씨는 선뜻 돈을 받지 못하고선 인협을 바라보았다. 당황한 건 인협도 마찬가지였다. “나 선생님이 저를 많이 도와주고 있어서 고마워서요. 나 선생님 없었으면 전 이미 과로로 쓰러지고도 남았을 거예요. 은혜 갚을 겸, 제가 사려고요.”에스더의 넉살 좋은 미소에 최 씨는 마지못해 그 돈을 받고는 거스름돈을 그녀에게 내어주었다. 최 씨는 두 사람의 손이 빈 것을 보고는 이내 워드콘을 두 개 꺼내서 두 사람에게 쥐여주었다.“서비스야. 가져가.” “감사합니다!”최 씨가 내민 아이스크림을 거절하려고 입을 떼던 인협을 가로막고선 에스더는 냉큼 그것을 받았다.“공짜 되게 좋아하시네요.” “그럼요. 게다가 다른 아이스크림도 아니고, 비싼 편인 워드콘이잖아요.”인협의 말에 에스더는 능청스럽게 대

  • 웰컴 투 소원리   34. 딱한 녀석

    “여기네.”소원리라고 쓰인 표지판을 발견한 봉길이 차를 자연스럽게 마을 길 쪽으로 틀었다. “어휴, 차 한 대나 겨우 지나다니겠네.”그때 봉길의 눈에 최 씨의 가게가 눈에 띄었다. 일단 차를 가게 옆쪽에다가 세우고 인협을 수소문해 볼 예정이었다. 이 정도 규모의 마을이면, 비밀은 없을 테니까.차를 길가에 세운 봉길은 운전석에서 내려서 가게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이미 가게 문을 열고서 가게 안에 있는 주인에게 무언가를 묻는 할머니 두 사람이 서 있었다.“소주 없어? 고기 잡내 잡을 때 그것만 한 게 없는데.” “아이, 없다니까요 누님.” “그러게, 술 좀 작작 처먹지! 웬 소주를 팔 생각은 안 하고 맨날 무식한 술꾼들이랑 술판만 벌여서 처먹어대니까 없지!” “아이, 다짜고짜 와서 화만 낼 거면 집으로 가세요!”갑순의 야단에 최 씨가 덩달아 거친 목소리로 대꾸했다. 몇 발짝 떨어진 곳에서 그들의 눈치만 살피며 기웃거리던 봉길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냥, 마을 안에서 한번 여쭤봐야 하나? 망설이던 봉길이 이내 발길을 돌리려 하자, 그런 그를 갑순 옆에 조용히 서 있던 복란이 발견했다.“어어? 청년, 뭐 사러 왔어요?”복란의 부드러운 음성에 갑순의 시선이 동시에 봉길에게로 향했다. 갑작스럽게 그들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번에 받게 된 봉길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아, 뭐 좀 여쭤보려고요.” “뭔데요?”갑순의 무뚝뚝한 말투에 봉길은 긴장한 채로 마른침을 한번 삼켰다. 조금 전 최 씨와 실랑이하던 그녀의 모습을 본 탓이었다. “저…. 혹시 나인협이라고 아세요? 지금 찾고 있는데….”봉길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갑순의 눈빛에 의심이 깃들었다. “왜요?” “아, 인협이!”가게 문 쪽으로 걸어온 최 씨의 목소리에 갑순이 그를 바로 째려보았다. 당장 입을 다물라는 경고였다. “가게 주인분은 인협이를 아시나 봐요?”봉길의 희망찬 눈빛을 본 갑순이 그를 꼼꼼히 훑어보았다. 안 그래도 최근에 부용의 방문으로 인해 심기가 불편한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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