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온은설과 캐서린의 갈등은 특별할 것도 없었다.온은설은 재능이 뛰어나고, 방환기는 편애했고, 캐서린은 이를 인정하지 못해 항상 1등을 놓고 다퉜다.겉으로는 평화로웠지만 실제로는 물과 불처럼 대립했다.이후 온은설이 세상을 떠나고, 캐서린은 해외로 나갔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캐서린은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방환기는 말을 이어가다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동양식 조향을 나한테 배워놓고, 그걸 서양식으로 포장해서 내놓더라.”그래서 과거 진세린이 캐서린의 향수를 들고 와 평가를 부탁했을 때, 그는 전혀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해외에서는 연구 중심으로, 향수 분자를 기반으로 조합하고 화학 구조 변화 이론을 중시한다.하지만 방환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그는 향의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믿었다.같은 재료라도 양이 다르면 전혀 다른 향이 만들어지고, 아주 미세한 차이로도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다.그게 바로 조향의 재미였다.모든 향수는 각각 고유해야 한다.모든 걸 정량화해버리면, 조향의 즐거움은 사라진다.“겉으로는 국내에 정착하겠다고 하지만, 지금은 해외 팀을 이끌고 대회에 참가하려는 거야.”방환기는 성하린의 팔을 톡톡 다독였다.“이번 대회에서 너랑 유권이는 나를 실망하게 하면 안 돼.”성하린은 그 뜻을 이해했다.방유권과 함께 대회에 나가라는 의미였다.그녀가 거절하지 않자 방환기는 만족스러워하며 말했다.“하린아, 너무 부담 가질 필요는 없어. 이번엔 국내 참가자도 많으니까 쉽게 밀리진 않을 거야.”성하린은 물론 부담이 없었다.하지만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하린아?”방환기는 그녀가 멍해 있는 걸 보고 불렀다.“왜 그래?”성하린은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그녀는 방환기를 부축해 다시 거실로 들어왔다.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던 방유권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방환기가 무슨 일인지 묻자, 방유권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연구팀에서 두 명이 퇴사했어요.”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직감적으로 캐서린과 관련 있다고 느꼈
성하린은 알았다고 답했다.캐서린은 온은설의 사저이자, 지금은 자신의 사저이니 그녀를 만나야 할 때였다.거실에 들어가기도 전에, 여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서두르지 않고 일정한 리듬을 가진 차분한 목소리였다.성하린이 안으로 들어가 먼저 방환기에게 인사했다.“스승님.”방환기가 성하린과 캐서린을 서로 소개해주었다.캐서린은 매우 아름답고, 기품이 온화한 동양 여자였다.그녀는 성하린을 향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성하린 씨에 대해 알고 있어요. 은설의 제자죠.”사실 엄밀히 말하면 제자라고 하기도 어려웠다.온은설이 외부에 공식적으로 밝힌 제자는 진윤슬뿐이었기 때문이다.성하린은 말했다.“캐서린 씨.”캐서린은 온화하게 웃으며 옆에 있던 가방에서 향수 한 병을 꺼냈다.“이건 제가 최근에 조향한 향수예요. 아직 정식 출시 전인데 만나서 반가운 의미로 드릴게요.”성하린은 받아들었다.“감사합니다.”캐서린은 다시 방환기와 이어서 이야기를 나눴다.그녀는 귀국해서 국내에서 활동하고 싶어 했다.하지만 아직 적절한 플랫폼을 찾지 못해 고민하다가, 윈드 블룸이나 윤슬락에 입사하고 싶다고 했다.성하린의 회사 윤슬락은 그녀가 일부러 옛사람을 기리기 위해 붙인 이름이었다.방유권은 한쪽에서 얌전히 앉아 있었지만 미소에는 어쩐지 억지스러운 기색이 있었다.“아쉽네요. 저희는 이미 사람을 채용해서요.”사실상 공개적인 거절이었다.캐서린은 성하린을 바라봤다.성하린은 잠시 생각한 뒤, 역시 거절했다.“제 회사는 아직 설립된 지 얼마 안 돼서 당분간은 캐서린 씨를 모실 여력이 없을 것 같아요.”잠시 멈췄다가 덧붙였다.“대신 문산 그룹에서 조향사를 찾고 있는 거로 알고 있어요. 관심 있으시면 한번 알아보세요. 업계에서는 선두 기업이에요.”캐서린은 문산 그룹에 흥미를 보이며 성하린에게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성하린은 내부 구조부터 전반적인 시스템까지 상세히 설명해주었다.캐서린의 눈빛이 살짝 반짝였다.“국내에도 이런 좋은 플랫폼이 있었네요.”그녀가
성하린은 문성환과 문서현이 문산 그룹 지분 때문에 이런 짓까지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다행히 두 사람이 제때 도착했다.성동민은 망설임 없이 문성환을 때렸다.문서현이 소리를 지르며 무례하다고 했지만, 문성환은 결국 얼굴이 엉망이 되도록 얻어맞았다.성동민은 손을 멈추고 문서현을 차갑게 노려봤다.“어르신 돌아오시면 제가 직접 말씀드리겠습니다.”문서현은 순간 말을 잃었다.문중엽은 얼마 전 팔리읍으로 떠났다.나이가 들며 과거를 자주 떠올리게 된 그는 한동안 그곳에서 지내기로 했다.문강찬이 사고를 당한 사실은 아직 문중엽에게 알리지 않았다.그래서 문서현은 이렇게 대담하게 권력을 노릴 수 있었다.어차피 문중엽이 돌아올 때쯤이면 자신이 이미 문산 그룹의 실권자가 되어 있을 것이고, 노쇠한 문중엽은 더는 그녀를 흔들 수 없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성동민과 오창윤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문서현은 불안한 기색을 숨기며 변명했다.“난 그냥 강찬이 아직 깨어나지 않아서... 회사 일 걱정돼서 그런 거야. 깨어나면 당연히 다 돌려줄 거고. 너희가 너무 과민반응하는 거야.”문성환도 거들었다.“맞아. 난 강찬의 아버지야. 내가 자기 자식을 해칠 리 있겠어?”그들에게 돌아온 건 최민경의 따귀였다.너무 힘을 줘서 때린 탓에, 금세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문서현이 화를 내며 소리치려던 순간, 최민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아가씨, 아가씨가 돌아온 뒤로 강찬이 아가씨한테 얼마나 잘해줬는지 몰라요? 집안일도 다 아가씨가 결정하게 했는데 그걸로도 부족해요?”말을 마친 그녀는 문성환을 바라봤다.화가 났지만 더 할 말조차 없었다.마음속에는 오직 깊은 혐오만 남아 있었다.“나가요.”성하린이 냉정하게 말했다.오창윤이 두 사람을 거칠게 밖으로 내쫓았다.성동민은 성지우를 안아 들고, 진건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건우야, 정말 잘했어.”조금 전, 진건우가 몰래 휴대폰으로 성동민에게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에 이렇게 빨리 올 수 있었다.여섯 살 아이치고는
‘좋게 말할 때 듣는 게 좋을 텐데?’“둘을 떼어놔.”문성환은 더는 참지 못했다.경호원들이 다가와 성하린과 최민경을 억지로 떼어내고, 문강찬의 손에 강제로 지문을 찍었다.최민경은 분해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문성환, 당신 정말 비열해.”문성환은 개의치 않았다.그는 비서에게 서류를 곧바로 처리하라고 지시했다.이미 승기를 잡았다는 듯, 최민경 주위를 한 바퀴 돌며 말했다.“최민경, 너 알아? 넌 전혀 여자답지 않아. 늘 질투하고, 나를 통제하려고만 했지.”그의 마음속에는 오랜 원망이 쌓여 있었다.아내가 다정하지 않았던 것도, 늘 다른 여자들과의 관계를 망쳤던 것도 모두 원망스러웠다.그녀가 조금만 더 부드러웠다면 결혼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로 생각했다.최민경은 차갑게 그를 바라봤다.문성환은 이번엔 성하린을 바라보며, 그러나 말은 최민경에게 던졌다.“사실 성하린도 너랑 성격이 똑같아. 그래서 너희는 결국 버림받을 수밖에 없는 거야.”그는 마치 자랑이라도 되는 듯 의기양양했다.성하린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방금 성동민에게 메시지를 보냈으니 곧 도착할 것이었다.문성환의 득의양양함은 오래가지 못했다.변호사가 땀을 뻘뻘 흘리며 급히 달려왔다.“문 대표님, 이상합니다.”문성환이 다급하게 물었다.“뭐가 이상해?”변호사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확인해봤는데, 도련님 명의로 된 지분이 아예 없습니다.”“말도 안 돼.”“그럴 리가 없어.”문성환과 문서현은 전혀 믿지 않았다.문산 그룹의 책임자인 문강찬에게 지분이 하나도 없을 리가 없었다.‘이미 이 상황을 눈치채고 미리 지분을 이전해둔 걸까? 그렇다면 누구에게 넘긴 걸까?’거의 동시에, 두 사람의 시선이 성하린에게 꽂혔다.성하린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어떤 서류에도 서명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문서현과 문성환의 눈빛은 마치 그녀를 잡아먹을 듯했다.최민경도 상황을 눈치채고 성하린의 앞을 막아섰다.“성하린, 네가 감히 문씨 가문 재산을 가져가?”문서현은 분노에
작고 부드러운 손이 가볍게 닿자 마치 마법처럼 문강찬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였다.성지우는 눈을 크게 뜨고 다시 한번 건드렸다.이번에는 분명한 움직임이 보였다.“엄마!”성지우가 급히 성하린에게 달려왔다.“엄마, 아저씨 손가락 움직였어요!”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었다.최민경은 즉시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의사를 불렀다.검사 결과, 문강찬에게 의식 회복 징후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완전히 깨어나는 건 시간문제였다.최민경은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이건 분명 지우 덕분이야. 강찬이가 딸이 온 걸 느끼고 깨어난 거야.’성하린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감정은 없지만, 문강찬은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사람이니 그가 살아주길 바랐다.“지우야, 자주 와서 아저씨 봐줄래?”최민경이 부드럽게 말했다.“아저씨가 널 좋아하거든.”성지우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좋아요.”최민경의 눈이 붉어졌다.이럴 줄 알았으면 예전에 성하린에게 더 잘해줄 걸 그랬다고 생각했다.“하린아, 고마워.”성하린은 살짝 웃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려 했다.그때, 문서현과 문성환이 들어왔다. 뒤에는 변호사까지 따라왔다.진건우는 성지우를 옆으로 데리고 가 보호했다.“또 뭐 하러 왔어? 여기 두 사람 환영 안 해.”최민경이 냉정하게 말했다.문성환은 이전과 달리 차갑게 변해 있었다.“최민경, 강찬이가 의식이 없으니 그동안 회사는 내가 맡을 거야.”눈치가 빠른 최민경은 곧바로 이상함을 느꼈다.“강찬이가 의식 없는 틈 타서 장난치려는 거야?”“무슨 장난이야? 강찬이가 의식이 없으니까 회사 부담을 좀 나눠주려는 것뿐이야.”문성환이 당당하게 말했다.“난 아버지야. 이건 당연한 일이지.”최민경이 비웃었다.“문성환, 당신 정말 인간도 아니야.”‘아들이 아직 의식도 못 찾고 있는데 회사부터 빼앗으려 하다니. 정말 이기적이고 냉혈해.’문성환은 그런 욕설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오늘 여기 온 건 목적이 있었으니 말이다.그는 문강찬의 지
정말 자존심도 없는 모습이었다.문성환이 소리쳤다.“그럼 내가 뭘 어떻게 해! 지금 집안은 강찬이가 다 결정해. 걔가 허락 안 하면 나는 절대 못 들어가!”아들에게 이렇게까지 몰린 아버지는 아마 자신이 처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며 수치스럽고 창피했다.“문강찬은 그 여자가 키웠으니까 당연히 마음이 그쪽에 있지. 아무리 빌어도 소용없어.”문서현이 상황을 분석했다.“확실히 강찬이가 있는 한, 오빠는 절대 집에 못 돌아가요.”문성환은 주먹으로 의자를 세게 내리쳤다.“저게 내 아들이 아니었으면 이런 꼴 안 당했어. 근본도 모르는 자식 같으니라고.”“오빠, 집에 돌아가고 싶으면 방법은 하나예요.”문서현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녀는 목소리를 낮추며 유혹하듯 말했다.“문씨 가문으로 돌아가서 다시 권력을 잡는 거예요. 그래야 집안에서 발언권이 생겨요.”그녀는 부드럽게 웃고 있었지만 뱉은 말은 무척 날카로웠다.“오빠도 어쨌든 장남인데 이렇게 모욕적으로 쫓겨나서 웃음거리가 되는 게 괜찮아요? 강찬이 지금 가진 모든 건 원래 오빠가 넘겨준 거잖아요. 아니었으면 젊은 나이에 그런 자리까지 갈 수 있었겠어요? 그 모든 건 오빠가 준 건데, 걘 너무 불효자예요. 오빠, 이제 그걸 다시 가져와야 해요.”문성환은 주먹을 꽉 쥐었다.맞는 말이었다.문강찬이 가진 모든 건 원래 자신이 포기했기 때문에 넘어간 것이었다.아니었다면 애초에 문강찬이 집안을 맡을 수 없었다.그런데 그는 아버지에게 감사하기는커녕, 오히려 사람들한테 무시당하게 했다.이제는 되찾아야 했다.“네 말이 맞아.”그는 표정이 일그러진 채 중얼거렸다.“문씨 가문의 모든 건 내 거야. 전부 내 거라고.”문서현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야 오빠가 정신을 차렸다고 생각했다.“그렇다면 강찬이 아직 의식 없을 때 전부 빼앗는 게 낫지 않을까요?”문성환은 고개를 끄덕였다.원래 자기 것이었고, 자신이 넘겨준 것이었다.지금 문강찬이 불효하니 되찾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서현아, 네가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 성하린은 직접 수술 동의서와 확인서에 서명했다.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히려는 순간, 마지막 찰나에 길고 날렵한 손이 닫히는 문 사이로 들어왔다.거의 닫힐 뻔했던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렸다.문강찬은 무표정한 얼굴로 정지 버튼을 누르더니 고개를 숙여 성하린을 내려다보았다.눈동자에는 읽기 힘든 감정이 담겨 있었다.성하린의 손끝은 얼음처럼 차가웠다.‘결국 왔구나.’그녀는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결국 그녀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문강찬은 병실에서 의사와 그녀의 임신에 관해 이야기를
“성하린, 그건 내 언니의 거야. 넌 가질 자격이 없어.”성하린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주먹을 꽉 움켜쥔 채 입술에서 핏기가 점차 사라졌다.문강찬은 돌아오자마자 그녀가 피땀 흘려 키운 향수 브랜드에 진세린의 이름을 올려버렸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무슨 자격으로?’“성하린.”진세린은 악의 가득한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진윤슬은 내 언니야. 언니의 것을 내가 갖는 건 당연해. 하지만 넌 뭐야? 아무리 친했다 해도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해. 넌 진윤슬을 언니라 부를 자격이 없어!”성하린이 궁지에 몰린 짐승처럼
진윤슬의 인생은 어두웠다.부모에게 버림받고, 사랑에 버림받고, 병까지 얻었다.결국, 그녀는 운명에 짓눌려 무너졌다.성하린은 가슴이 아파 숨조차 쉴 수 없었다.왜 하늘은 진윤슬에게 그런 비참한 삶을 안겨 주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세상의 모든 고통을 한 사람에게 몰아준 것 같았다.처음에 성하린이 진윤슬의 신분을 사용하기로 한 건 둘이 함께 만든 향수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였다.할머니의 노후를 책임지고 싶었고, 진윤슬이 평생 그리워하던 가족이 얼마나 냉혹한지 직접 보고 싶었다.그러다 우연히 진씨 가문에 남게 되었는데 어느
성하린은 창백한 얼굴로, 수많은 적대와 경멸의 시선 속에서도 허리를 곧게 폈다.그녀는 진세린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할머니와 함께 산 세월이 얼만데, 할머니가 나랑 윤슬이를 구분 못 했을 거로 생각해?”이어 진성국 부부를 보며 말했다.“자기 딸도 못 알아본 사람들이 윤슬의 부모라고 할 자격이 있어?”그리고 그들 가족 셋을 둘러보며 말했다.“여기서 나가야 할 사람은 당신들이야.”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그녀의 모든 인내가 무너졌다.진짜 성하린은 원래 지지 않는 성격이었다.“그래, 성하린. 할머니가 널 친손녀처럼 아낀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