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완벽해 보였던 한이레와 유강우의 결혼생활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순간, 이레 앞에 위험한 제안을 건네는 이연후가 나타난다. 세 사람의 관계가 얽히면서 사랑과 욕망, 집착과 배신이 뒤섞이고, 평온했던 이레의 일상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View More남편이 바람을 피는것이 확실했다.
강우는 한 손에 컵 두 개를 든 채 스피커폰으로 통화하고 있었다.
“어… 자기야. 나 그쪽으로 가고 있거든? 자기 카페모카 마시고 싶다고 했지?”
자기야.
그 다정한 두 글자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이레의 가슴을 찔렀다.
분명 자신이 그의 아내였다.
그런데 지금 강우가 저토록 자연스럽게 부르는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이레는 차체에 몸을 붙이고 숨을 죽였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그래도 확인해야 했다.
강우의 뒤를 따라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강우가 자신의 차 앞에 멈춰 섰다.
그는 반대편 창문으로 누군가에게 커피를 건네더니, 몸을 숙여 직접 안전벨트까지 매주었다.
이레의 숨이 턱 막혔다.
그리고 강우가 운전석에 올라탄 순간,
두 사람의 입술이 자석처럼 달라붙었다.
이레는 남편이 정다운 키스를 나누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보았다. 한 손으로는 상대의 목덜미를 받치고, 다른 한 손은 아래로 내려가 상대의 옷깃 사이로 미끄러졌다. 손끝이 쇄골을 타고 내려가 얇은 블라우스 위를 천천히 훑었다. 상대가 몸을 살짝 비틀며 낮게 웃음을 흘렸고, 그 웃음소리가 마치 닫힌 차창을 뚫고 이레의 귀에까지 새어 들어왔다.
“…….”
이레는 움직일 수 없었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세상에, 이 미친 두 사람…….’
어째서인지 이레는 남편 강우가 키스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정에 젖어, 마치 두 사람이 맞붙은 입술 사이로 은빛 실이 흘러나오는 것까지 보이는 듯했다.
이렇게 먼 거리에서는 보일 리 없는 것인데.
사랑과 증오는 보이지 않아야 할 것까지 보이게 만드는 법이었다.
이레는 정신을 잃은 듯 남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 즐거운 얼굴에서 신혼 아내인 자신을 향한 사죄의 기색이라도 읽어낼 수 있기를 바라며.
하지만 아쉽게도, 없었다.
차 안의 두 사람은 점점 더 욕망에 불타올랐다.
두 사람의 입술과 혀가 벌어지는 순간, 상대가 강우의 어깨를 살짝 밀치더니 자연스럽게 남자의 몸 위로 올라탔다.
바로 그 순간 이레는 상대의 얼굴을 보았다.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이레는 더는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남편 강우가 운전석 좌석을 뒤로 젖히고 그 사람과 완전히 얽혀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입을 틀어막아도 뜨거운 울음이 새어 나왔다.
그래. 4월 25일.
내가 가장 사랑했던 남편에게 최악의 배신을 당한 날.
그날부터 나의 지옥이 시작되었다.
***
돌이켜보면, 시작은 눈이 부실 만큼 찬란했다.
그날, 오늘의 신부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했다.
“어휴, 넌 왜 이렇게 예쁘냐? 원래도 예쁜 건 알았지만 오늘은 진짜 사기다. 완벽한 남편에 시댁까지, 부러워 죽겠네.”
신부대기실 양옆에서 친구들이 한마디씩 보탰다. 이레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부케를 얼굴 가까이 들어 올렸다. 부끄러운데, 이상하게 가슴 한쪽이 벅차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연갈색 머리카락 위에는 작은 보석이 촘촘히 박힌 티아라가 반짝였다. 베일 너머로 붉어진 뺨이 어렴풋이 비쳤다. 오늘 결혼식의 주인공은 스물여덟의 한이레였다.
이레는 패션디자인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던 유망한 디자이너였다. 부족함 없는 환경에서 자랐고, 친구들의 고민을 제 일처럼 들어줄 줄 알았다. 주변 사람들의 애정과 신뢰 속에서 자신의 자리도 차근차근 만들어왔다.
그런 이레가 유강우를 만났다. 파일럿인 그와 함께라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삶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오늘은 그 삶의 첫날이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신부 한이레 씨의 입장이 있겠습니다! 힘찬 박수 부탁드립니다. 신부 입장!”
사회를 맡은 강우의 친구 현민의 목소리가 식장에 울려 퍼졌다. 행진곡이 시작되자 이레는 부케를 고쳐 쥐고 문밖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은빛 구두가 대리석 바닥에 닿았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플라워 로드 양옆으로 하객들이 휴대폰을 들었고, 여기저기서 플래시가 터졌다.
“이레야, 너무 예쁘다!”
“우리 이레, 이쪽도 한 번 봐!”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웃어 보이려 했지만 입가가 자꾸 떨렸다. 그러다 길 끝에 서 있는 강우가 눈에 들어왔다. 멋지게 차려입은 그는 이레와 눈이 마주치자 환하게 웃었다.
지수의 표정을 읽은 데스크의 여자도 뭔가 잘못됨을 느꼈는지 당황해하며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아…죄송합니다…제가 뭔가 잘못이라도…?”지수는 멈칫하다 다시 밝은 표정으로 바꾸며 그녀에게 손을 내저었다.“아이,아니에요!제가 잠깐 생각을 한다고…하하!얼른 방 하나 주시겠어요?”“네! D룸으로 내드리겠습니다.프라이빗 서비스인 디저트도 같이 준비해드릴께요.”지수는 멍한 표정으로 해당 룸까지 걸어들어가 자리에 앉았다.통유리 창으로 쏟아지는 빛이 한꺼번에 그녀를 덮쳤다.하지만 지수는 자신에게 얼마나 뜨거운 열이 치밀어 오르는지조차 깨닫지 못했다.그저 데스크 유리의 어두운 면을 바라보며, 불규칙해진 숨소리를 조용히 들을 뿐이었다..그녀는 깊게 생각을 해보았다.“그러고보니 어제 밤에…집에 언제 들어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어…새벽에 들어온건가?내가 자고 있을때?”갑자기, 그녀의 머릿속을 휘저으며 땅을 내리찍는 번개 같은 생각이 스쳤다.연후의 그윽했던 시선과 말들 그리고 친절한 행동까지.솔직히 연후가 어떤 여자를 만나든 정말 상관은 없었다.하지만 이레는 뭔가 달랐다.기분이 묘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지수는 연후에게 이상한 질투의감정이 올라오기 시작했다.“내가 먼저였어…만난것도 나였고…그 애를 구해주는것도 나였어… .”“구원은 내가 먼저 해줬어…내가…먼저…엇?!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지수는 스스로 주먹으로 그녀의 머리를 한 두대 때려 박았다.지수는 이레에게 느낀 갑작스러운 배신감 속에서도,그녀의 처지를 떠올리자 어쩐지 이해되는 안도감과 안쓰러움이 함께 밀려왔다.마음은 마치 폭풍 속의 배처럼 흔들렸고, 그 깊이는 감히 가늠할 수도 없었다.그래서 그녀 스스로 다짐을 했다.“그래…이레가 스스로 뱉어낼때까지 기다려보자.언젠가 말하겠지.”그녀의 팔끝이 힘없이 늘어지더니, 쥐어올리다 만 손끝에 경련이 일었다.참으려던 감정이, 그 작은 떨림 속에서 새어 나왔다.그날 밤 강우는 친한 친구 유민을 만나 바에서 술 한잔을 기울이고 있
이레는 새벽녘에 떠난 연후가 미칠 듯이 그리웠다.“이렇게까지 미쳐선 안 되는데… 왜 계속 너를 생각하는 거지.”그에게 연후는 한 명의 신이었다.목숨도, 이성도, 욕망도 모두 그 앞에 무너지는—탐욕의 신.하지만 동시에 피로해지는 몸때문에 무겁게 눈꺼풀이 감겨졌다.몇 시간이 지나고 해외 비행 스케쥴이 끝난 뒤 돌아온 강우.그는 이레 몰래 안방 문을 열어 그녀가 자는지 확인한 뒤 살짝그녀의 옆에 눕는다.“하…내가 얘한테 질줄이야…어이가 없네.”그리고 조심스레 상체를 들어올려 침대에서 벗어나려 하는 순간,이상한 향수 냄새가 그의 코 아래로 스며들어왔다.그것은 분명 톰 포드의 블랙 오키드 향수.향이 달콤하면서도 마치 타락한 꽃의 향 내음처럼…여운이 길게 남는 향.“어?이게 무슨 냄새지?이거 톰 포드껀데…이걸 이레가 쓴다고?”강우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리며 방을 나왔다.“하…내가 그리워서 침대에 향수라도 뿌렸나… .”그때, 전광석화처럼 스쳐 간 생각에 강우의 온몸이 굳어버렸다.방을 나서면서도 톰 포드 향수가 남긴 잔향이 짙게 깔려 있었다.그 냄새는 이상하게도, 이 방의 공기를 완전히 바꿔놓은 듯했다.“설마…이 방에 남자를…?”하지만 이때까지 봐온 이레를 아는 강우는 그녀는 절대 도에 지나치는행동을 해온적이 없다는것이었다.자신의 뜻을 거스른적이 단 한번도 없었던 그녀에게 심경의 변화가있었다는것이 믿겨지지 않는 강우였다.그는 애써 웃으며 도리질을 쳤다.“아니야…이레가 그럴리가 없어.날 배신할리가…그러면 가만놔두지 않겠어.”순간 강우의 눈빛에는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살기가 느껴졌다.다음날 새벽 연후의 집이른 새벽부터 연후의 집안에는 고소한 찌개 냄새가 퍼져나왔다.지수가 신경을 써서 만든 식사였다.“얼른 나와!다 입었어?”“아니 , 오늘따라 넥타이 매듭이 잘 안 묶여지네.”“내가 해줄께.이리 줘봐.”지수는 옷방으로 넘어가 그의 넥타이를 매주려했다.하지만 연후가 살짝 거부를 하고 스스로 맨 뒤 주방으로 이동했다.연후
지수는 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더니 놀래며 대답했다.“어머!벌써 10시야?이레야 얼른 가야겠다.”하지만 이레는 이미 술기운에 불사신이라도 된 듯,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그녀의 몸은 오징어처럼 흐느적대며 간신히 테이블 끝을 두손으로잡고 있었다.연후는 자연스럽게 이레에게 다가와 손끝으로 양 어깨를 잡고 말했다.“누나 , 나 이 분 밑에까지 데려다 주고 올께.”“어!그래 그렇게 해.이레야 다음에 또 보자?얼른 가!”이레는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온전치 못했다.그리고 연후는 그녀의 양 허리를 잡고 집 문을 연 뒤 엘레베이터를 눌렀다.연후는 그녀의 정수리 쪽을 바라보며 이레에게서 나는 은은한 향수와 함께포도향을 느끼고 있었다.술의 비릿함은 전혀 없었고 이레의 전신에서 묻어나오는달콤함의 끝을 마주하고 있는 연후.33층에서 내린 뒤 그녀에게 말했다.“너희 집이야.얼른 눌러.비번.”“아으아어…어엉… .”그리고 간신히 번호를 눌러 복도로 들어가는 둘.연후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집에…너희 남편 있어?”이레는 말 대신 고개를 저으며 없다고 했다.그때 연후의 눈빛이 서서히 날카로워졌다.대문을 열고 들어간뒤, 웃음기는 사라지고, 대신 묘하게 음영이 진 시선이그녀를 훑었다.복도 끝 어둠을 잠시 스쳐본 뒤, 그는 이레 쪽으로 한 걸음 다가왔다.다음 순간, 두 팔을 뻗어 그녀의 다리와 어깨 밑을 받치듯 안아 올렸다.술기운에 휘청이던 이레의 몸이 그의 품 안으로 가볍게 기울었다.연후는 열려있는 안방을 보고 그 쪽을 한동안 응시한뒤 조용히 들어갔다.그리고 무드등 빛에만 의존한채 이레를 살며시 침대 위로 올려놨다.연후는 살짝 벌어진 이레의 셔츠를 보며 그 사이를 응시했다.이레가 몸을 틀자, 그 시선이 멈추지 못하고 따라갔다.그리고 연후의 손끝이 조심스럽게 셔츠 위를 스쳤다.이레는 조금 눈을 떠서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뭐야…?”연후는 이레를 바라보며 대답했다.“너의 안방. 방이 참 이쁘네?”그때 이
이레의 절규는 계속되었지만 연후는 뒤에서 눈을 감고그녀의 배를 감싸면서 놓아주지 않았다.“이거 놔! 제발!”문 고리가 돌아가면서 문의 틈이 벌어지는 순간.갑자기 지수의 손에 들려있던 폰 진동이 울린다.문의 고리가 반대 방향으로 천천히 회전하다, 딱 소리와 함께 멈춰섰다.“여보세요?어…!피디님,네,네…아!그 원고 내일까지 드리면 되나요?”지수는 점점 이레와 연후가 있는 방에서 멀어져 갔다.이레는 거친 숨을 내쉬며 뜨거운 입김을 토했다.연후는 천천히 문쪽으로 다가가 스위치를 누른다.이레는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며 살짝 눈물을 흘린다.“너 진짜…내 인생을 망칠려고 작정했어?언니가 이 상황을 보면 어쩔뻔했어?”하지만 그의 입밖에서 나온 소리는 가관이었다.연후는 문 근처에 몸을 살짝 기대며 팔짱을 꼈다.그리고 여유만만하게 말했다.“들키면 어떻고 , 아니면 어때 보이는거야?들키면 더욱 재밌는거 아닌가?”그리고 마지막으로 연후가 방을 나서기 전에 한마디 한다.“너도 참 뻔뻔하다.분명히 즐길껀 다 즐기고 있으면서…굳이 내가 아니더라도너 스스로 걸어가서 스위치를 켜고 나와 떨어질 시간은 충분히 있었어.”이레의 뒷통수에는, 마치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 스쳤다. 지수가 문고리를 잡기 전까진 분명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연후의 손길에 중독된 듯 몸이 굳어버린 건, 그녀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었다.그렇기에 연후가 하는 말에 토를 달수가 없었다.“그러니깐 얼른 나와.나와서 와인 마시고 천천히 집에 가.”연후가 나간 뒤 방안의 적막은 이레에게 오히려 더욱 큰 불안감을 주고 있었다.그녀는 실성한 듯 웃더니,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눈을 감았다. “하하… 진짜, 살다 살다… 저 유혹에 두 번 더 넘어갔다간 제 명에 못 살겠네.”그때 지수가 주방에서 소리치며 이레를 찾는다.“이레야!얼른 와.준비 다했어.”이레는 그녀의 부름에 대답하며 소리쳤다.“네!갈께요.”그리고 그녀는 숨을 한번 크게 내쉬고는 방의 불을 끄고 문을 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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