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치고 그녀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려고 했다."경찰이 와도 나는 여전히 당신을 때릴 수 있어요!"이청월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청월 씨, 임 선생, 두 분 왜 이제야 오신 겁니까? 여기서 한참 기다렸어요!"진성은 종종걸음으로 두 사람 곁으로 와 숨을 헐떡였다."진 가주님, 오늘 정말 재수가 없는 날인지 밖에서 똥 밟았네요."이청월은 손을 뻗어 한수경을 가리켰다."문 앞에 막아서서 우리를 들어가지 못하게 했어요!""너 어느 부서 사람이야? 왜 문 앞을 막고 사람을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거야?"진성은 진가의 주인이자 경성그룹의 중요한 파트너이기 때문에 직원인 한수경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당신은 또 어디서 튀어나온 사람이에요? 경성 그룹에서 이렇게 날뛰다니, 경찰에 신고해서 당신까지 잡아줘요?"한수경은 진성을 알아보지 못해 말을 아주 무례하게 했다."나를 잡는다고? 너 아주 간덩이가 부었구나?"진성은 화가 치밀어 올라 고개를 돌려 말했다."임 선생님, 맡기신 일은 이미 처리되었으니 이곳은 나한테 처리 맡기세요!""그래요!"임지환은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이 일은 그냥 넘어가는 거야?"이청월은 내키지 않았다."소란도 피웠고 사람까지 때렸으니, 화가 풀릴 만도 하지 않아?"임지환이 눈살을 찌푸렸다."어휴, 그래. 당신 말 들을게!"이청월은 한수경을 노려보고 씩씩거리며 떠났다.쫓아가려는 한수경은 진성에게 가로막혔다."좋은 말 할 때 비키세요!"한수경이 눈을 부릅뜨며 화를 냈다.진성은 노발대발하며 말했다."한마디만 할게. 너를 경성 그룹에서 쫓아내지 않으면 내 이름 진성을 거꾸로 쓸 거야!"‘진성...? 왜 이렇게 이름이 귀에 익지?’한수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잠시 생각하다 이내 안색이 확 변했다."설마...""아직 너무 멍청한 건 아니네. 하지만 이미 늦었어!"진성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요. 분명 나를 겁주려고 하는 거죠? 진가의 주인이 어떻게 임
"그냥 나에게 미움을 산 것뿐이라면 두세대로 가볍게 끝내면 그만이지만 이씨 가문의 아가씨에게도 미움을 산 데다 그분께도 미움을 샀으니 어쩔 수 없어요! 스무 대의 따귀는 억울해야 할 필요도 없어요!"진성의 태도는 아주 단호했고 조금도 의논할 여지가 없었다."뭐라고요? 그 여자가 이씨 집안 아가씨라니... 그럼, 임지환 그 녀석이 이씨 집안의 데릴사위가 된 건가?"한수경은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충격에 휩싸였다."뭐라고요?"배지수도 깜짝 놀라 소리쳤다."임지환은 언제 이가와 관계가 생긴 거죠?"그 순간 그녀는 머릿속이 혼란에 빠지는 것 같았다."내가 직접 봤는데 거짓일 리가 있어? 임지환 그 녀석, 정말 운도 좋네!"한수경은 화가 치밀어 올라 이를 갈았다."다른 사람의 소문을 지어낼 시간이 있으면 스스로를 걱정하는 것이 나을 텐데! 스무 대의 따귀야, 하나도 빠져서는 안 돼!"진성의 말투는 싸늘했고 조금의 감정도 실리지 않았다.임지환에게 이 일을 처리하겠다고 나섰으니 조금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한수경은 배지수를 보며 애원하듯 말했다."지수야...""언니, 회사를 위해서 언니가 참을 수밖에 없어. 나중에 내가 잘 보상해 줄게!"배지수는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아무래도 그녀는 진가의 미움을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래! 할게!"한수경도 오늘의 일을 좋게 마무리 지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그녀는 양손을 들어 자기 얼굴을 향해 호되게 내리쳤다.‘찰싹!’‘찰싹!’‘찰싹!’거센 따귀 소리에 많은 직원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했다.스무 대의 따귀를 때리고 나니 뽀얗던 그녀의 얼굴은 부어올랐고 입가에 피까지 나고 있었다."진 가주님, 이제 저를 용서해 주실 수 있습니까?"한수경은 잠긴 목소리로 불쌍하게 진성을 쳐다보았다."다음부터 말을 내뱉기 전에 생각부터 해!"진성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 옷자락을 휘날리며 떠났다."언니, 괜찮아?"배지수는 바로 그녀에게 달려가 관심 어리게 물었다.한수
배지수는 잠시 침묵하다 낮은 소리로 말했다."일단 이 일은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게. 언니는 며칠 휴가를 줄 테니 돌아가서 푹 쉬고 기분 전환 좀 해.""그래."한수경은 고개를 끄덕이고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차를 몰고 회사를 떠났다.배지수는 바로 절친 고미나에게 전화를 걸었다."미나야, 우리 회사에 일이 좀 생겼어. 너희 아버지한테 큰 사업으로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좀 전해 줄래?"고미나는 수화기 너머에서 이 말을 듣고 바로 흥미를 느꼈다."우리 아버지 마침 집에 계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집으로 와서 찾으면 돼."배지수는 알겠다고 답한 뒤, 차를 몰로 고미나의 집으로 향했다."아저씨, 공급업체에서 단체로 단종이라고 해서 이렇게 결례를 무릅쓰고 도움을 청하러 왔습니다!고가의 별장에서 배지수가 단도직입적으로 고성에게 도움을 청했다.고성은 자신의 튀어나온 배를 쓰다듬으며 소파에 앉아 있는 딸을 힐긋 보고 난감한 듯 말했다."사실 너와 미나의 사이를 따지면 내가 거절해서는 안 되는데 네가 말한 것은 내가 정말 도울 수 없는 거야!""아저씨, 그냥 중간에서 다리만 놓아달라고 부탁드리는 겁니다. 아무래도 아저씨는 건축업계에서 큰 인물이시잖아요!"배지수가 살짝 아첨했다.고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지수야, 아저씨가 도와주지 않는 게 아니야. 정말 도울 능력이 없어!""아저씨, 그냥 도와달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일이 성사되면 꼭 크게 답례할게요!"배지수가 얼른 덧붙였다.고미나도 옆에서 거들었다."아빠, 지수 좀 도와주세요. 지수가 진가와 합작을 하고 있으니,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앞날이 창창할 거예요!""이 문제는 돈이랑 상관없어. 경성 그룹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린 탓이다!"고성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아저씨, 자세히 좀 말씀해 주세요!"배지수도 어리석지 않다. 그녀는 바로 고성의 말 속에 다른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고성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혹시 홍 어르신이라는 분에 대해 들어본 적 있어
전남편 임지환?"지금 농담하는 거야? 임지환이 무슨 능력으로?"기대에 가득 찼던 배지수의 표정이 갑자기 싸늘해졌다."게다가 지금 이씨 집안 아가씨랑 사이가 좋아졌는데 왜 나를 신경 쓰겠어?""몰랐는데 임지환 꽤 매력적인가 봐?"고미나는 한쪽 손으로 턱을 괴고 재밌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들었다."이런 상황에 농담할 여유가 있어?"배지수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그녀를 흘겨보았다."그만 말하고 홍 어르신 회사에 한번 가야겠어!"말을 마치고 그녀는 황급히 일어나 고가를 떠났다."큰일이야! 지수한테 홍 어르신이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을 잊었어. 이렇게 그냥 홍 어르신의 집으로 가면 호랑이 굴에 제 발로 가는 것과 다를 게 뭐야!"고미나는 당황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임지환이 이가의 별장에서 나오자마자 포르쉐 한 대가 쏜살같이 달려왔다.‘끼익!’차창을 열자 예쁘고 매혹적인 생김새의 여인이 고개를 내밀었다."미나 씨가 여긴 무슨 일이에요?"임지환은 고미나를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소문이 정말 사실인가 보네요?"고미나가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지환 씨와 이씨 집안 아가씨의 사이가 확실히 범상치 않나 봅니다.""오해에요. 우리는 그저 평범한 친구 사이일 뿐입니다. 나한테 무슨 볼일 있나요?"임지환의 말투는 예전과 다름없이 담담했다."오늘 지수 일로 찾아왔어요."고미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무슨 일이죠?"임지환이 잠시 멈칫했다."지금 위험해요. 한두 마디로는 설명이 어려우니까 먼저 차에 타요."고미나가 초조하게 말했다."네."임지환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결국 차에 올랐다.길에서 고미나가 사건의 경과를 알려주었다."그러니까 홍사라는 사람이 지수 회사의 자재를 품절시킨 배후라는 말인가요?"임지환이 물었다."어때요? 이 일을 처리할 자신 있어요?"고미나가 물었다."그 홍사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나요?"임지환은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무심히 반문했다.고미나는 임지환을 빤히 보며 살짝 불안한 듯
"노유미 아가씨는 정말 뛰어나세요. 큰 도련님께서 아가씨의 내조를 받으셨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식으로 진가를 이어받을 겁니다."홍사가 바로 아부했다.바로 이때, 비서가 밖에서 들어와 보고했다."어르신, 경성그룹의 배지수 씨가 밖에서 만남을 신청하셨습니다.""내가 그 사람을 만날 시간이 어딨어?"홍사가 눈살을 찌푸렸다.하지만 노유미는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홍 어르신, 한 번 만나보시는 게 어때요? 배지수 씨가 엄청난 미녀라고 알고 있어요!""아가씨, 그 뜻은..."홍사는 이해하지 못한 듯 물었다."홍 어르신께서는 항상 미인을 좋아하지 않았나요?"노유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지금 미인이 문 앞까지 찾아왔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가르쳐드려야 하는 건 아니죠?""하하. 아가씨, 이쪽엔 제가 강합니다!"홍사는 바로 노유미의 뜻을 알아차렸다."가지고 놀 수는 있지만 절대 죽여서는 안 됩니다. 쓸데가 있으니 그 여자를 남겨두셔야 해요."노유미가 차갑게 말했다.홍사는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난 항상 미인들을 아끼고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입니다.""그럼 좋은 시간 보내는 걸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일이 있으면 다시 연락할게요!"노유미가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노유미가 멀어진 후 홍사는 바로 웃음기를 거두었다."씨발 뭔데 나를 부려먹어? 큰 도련님 체면을 봐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먼저 저 여자부터 처리했어!"홍사가 험상궂은 표정을 하고 말했다.옆에 있던 비서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홍 어르신, 배지수 씨는 어떻게 처리할까요?""하던 대로 물건 준비해."홍사가 흉악하게 웃었다."문 앞까지 찾아온 계집애를 그냥 보낼 순 없지!""네. 그럼, 일단 데리고 오겠습니다."비서가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밖으로 나가 배지수를 데리고 사무실로 왔다.그리고 비서는 눈치껏 물러났고 나가면서 사무실 문까지 닫았다."홍 어르신, 안녕하세요. 저는 경성 그룹의 배지수입니다."강한 시에서 손가락에 드
강한 시의 구르미 빌리지"임지환, 이혼 서류에 사인해. 너도 알잖아, 지금 네 신분으로는 배 대표님한테 안 어울린다는 거. 배 대표가 너 불쌍하게 생각해서 보상도 많이 해줬어, 집 한 채에 차 한 대, 그리고 회사 주식이랑 현금 10억 준다고 했다니까. 이거 가지고 무슨 여자를 못 찾겠어?"오피스룩을 입은 한 여자가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남자 옆에 서서 쉬지 않고 말했다.여자의 짧은 치마 밑으로 검정색 스타킹을 신은 두 다리가 길게 뻗어있었다. 얼굴도 예쁘장한 여자는 무척 성숙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자는 앞치마를 두른 채 설거지에 집중했다.그는 날카로운 눈과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덕에 남자다워 보였다.잘생겼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다른 이가 싫어할 상은 아니었다."임지환, 너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네가 원하든 말든 너 이혼 꼭 해야 돼."말이 통하지 않는 임지환을 보며 여자가 화를 냈다.임지환은 묵묵히 마지막 접시 하나를 선반 위에 올려놓더니 앞치마를 벗어 담배에 불을 붙이곤 여자를 바라봤다.여자는 바로 남자의 와이프 배지수의 비서 겸 사촌 언니 한수경이었다."이유라도 알려줘요.""뭐?"임지환의 말을 들은 한수경이 멈칫했다."처형, 지수가 이혼하고 싶은 거라면 이유가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임지환이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말했다.“처형이라고 부르지 마, 나는 너 같은 매제 둔 적 없으니까."한수경이 임지환을 흘겨보며 다시 말했다."배 대표가 너랑 이혼하겠다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왜 이유가 필요 없죠?"임지환이 담담한 얼굴로 반문했다."그래, 네가 알고 싶다면 내가 다 말해줄게. 지금 배 대표 사업이 잘되어서 진씨 집안이랑 사이도 좋고 승승장구하고 있거든. 그런데 너는 그냥 쓰레기일 뿐이잖아, 그런 네가 어떻게 배 대표한테 어울리겠어? 방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지!"그 말을 들은 임지환이 씁쓸하게 웃었다."제가 지수한테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였군요."임지환은 배지수와 결혼을 한 뒤, 성실
말이 끝나자마자 한 여자가 걸어들어왔다.여자는 170의 키에 완벽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갸름한 얼굴에 커다란 눈, 그리고 새빨간 입술에 가지런한 이를 가지고 있었다.보라색의 롱 드레스를 입은 덕에 우아한 그녀의 분위기가 더욱 돋보였다. 밖으로 드러난 새하얀 팔은 더욱 눈부셨다.그녀는 마치 금방 그림속에서 나온 여자 같았다.여자의 등장으로 한수경은 순식간에 빛을 잃고 말았다.임지환은 지금도 여자를 보는 것만으로 심장이 떨렸다.예전의 두 사람은 그래도 행복했었다. 하지만 지금은…"배 대표, 입 아프게 하지 말고 그냥 법대로 가."한수경이 귀띔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해결할게." 배지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한수경은 결국 입을 다물고 옆에 서서 전생의 원수를 바라보듯 임지환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분위기는 조금 무거워졌다.배지수는 눈앞의 남자를 보고 있으니 예전의 모든 것들이 떠올랐다.그녀는 임지환에게 미안한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나를 찾았다고?"배지수가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임지환에게 물었다."이혼하겠다는 거 네 생각이야?"임지환이 배지수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응, 내 뜻이야."배지수는 임지환에게 미안했지만 단호하게 말했다."이유, 말해 줄 수 있어?"임지환이 다시 물었다.일이 이미 이렇게 되었지만 그는 그래도 돌이켜보려 했다."나 이제 너 봐도 아무 느낌도 없어, 이런 결혼 계속 이어 나가봤자 서로한테 지옥만 될 거야."배지수가 두 손을 맞잡은 채 자연스럽게 보이려 애썼다."너 많이 희생한 거 알아, 그래서 이혼할 때 배상도 충분히 해 줄 거야.""3년 동안 결혼하고 함께 지냈는데 결국 서류상의 몇 글자밖에 안 되는 배상으로 끝내자고?"임지환이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너는 사람의 감정을 모두 돈으로 계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그런 임지환을 보니 배지수의 심장이 아팠다.지난 3년 동안 임지환은 배지수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줬다고 할 수 있었다.신분과 지위를 따지지 않는다면 그는 완
"상자?"임지환의 말을 들은 배지수가 생각해 보더니 드디어 임지환이 결혼할 때, 가지고 왔던 라탄 상자 하나를 떠올렸다.배지수의 남동생 배준영은 평범한 그 라탄 상자를 보곤 촌스럽다며 임지환이 고대에서 온 사람이라고 비웃기까지 했었다."그거 네 거잖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그래, 나 다른 요구는 없어."임지환이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끄며 말했다.그 말을 끝으로 그들은 다시 침묵에 빠졌다."임지환, 네가 억울하다는 거 나 다 알아. 하지만 나도 사정이 있어서 이러고 있다는 거 네가 알아줬으면 좋겠어."배지수가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알아."말을 마친 임지환이 무표정한 얼굴로 이혼 서류에 사인했다.배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서야 한시름 놓았다.하지만 곧이어 짙은 상실감이 덮쳐왔다.두 사람의 결혼은 이렇게 끝이 났다.임지환에게는 불공평하지만 배씨 집안에게 있어서 이는 가장 적합한 선택이었다."후회되면 언제든지 찾아와, 내가 약속했던 조건들 계속 유효하니까."배지수는 그 말을 마치자마자 이혼 서류를 들고 하이힐을 신은 채 집을 나섰다.임지환은 그런 배지수를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아마 앞으로 두 사람은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다.임지환은 기계적으로 몸을 일으켜 2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뭐 하려고?"한수경이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임지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2층에 가서 제 물건 챙겨야죠."임지환은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듯 2층으로 올라갔다.그런 임지환을 바라보던 한수경이 휴대폰을 꺼내 거실 한쪽으로 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네, 이모. 임지환이 이혼 서류에 사인했어요."한편, 잠원 별장."뭐? 그게 정말이야? 그 쓰레기가 정말 사인했다고?"예쁘장한 중년 여자가 얼굴에 하고 있던 팩을 던지며 벌떡 일어났다.그녀는 바로 배지수의 어머니인 유옥진이었다. 유옥진의 옆에 있던 배준영도 그 소리를 곤 귀를 쫑긋 세웠다."네, 정말이에요. 제가 설득해서 사인하게 했어요. 그것도 지수 앞에서."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