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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영준
'소연이잖아!'

남지훈 멍하니 소연을 바라봤다.

그는 갑작스런운 소연의 등장에 어리둥절했다. 더군다나 소연이가 이효진의 뺨을 때리는 돌발 행동을 할 줄은 더더욱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의 돌발 행동에 놀라긴 했지만 남지훈은 내심 통쾌했다.

갑작스레 뺨을 맞은 이효진은 어안이 벙벙했다.

소연의 가녀린 몸에서 나온 힘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래했다.

뺨 한 대를 맞은 이효진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감히 날 때려?"

이효진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손을 들어 뺨을 되돌려 주려 했다.

하지만 손을 휘둘기 전에 남지훈에게 손목을 잡혀버렸다.

남지훈은 이효진을 뒤로 살짝 밀쳤고 중심을 잡지 못한 이효진은 뒤로 휘청거렸다.

소연은 남지훈의 행동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지훈 씨!"

자신을 밀친 사람이 남지훈이라는 사실에 이효진은 더욱 분노했다.

"지금 나한테 손 댄 거야?"

그녀는 남지훈이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 때문에 자신에게 손댈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왜 안되는데?"

남지훈은 차갑게 쏘아 붙었다.

"더 이상 소란 피우지 마. 한 번만 더 선을 넘었다간 네가 벌인 추악한 짓들 당장 다 까발릴 테니까! 네 이야기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흥미롭게 들을지 나도 기대되거든!"

소연의 행동은 남지훈에게 용기를 주었다. 덕분에 남지훈은 수월하게 주도권을 잡았다.

이효진은 자신의 이미지를 이용해 사람들의 동정을 한몸에 받았다.

주도권을 빼앗긴 싸움에서 소연의 도움으로 남지훈은 다시 주도권을 되찾게 되었다.

그는 더 이상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남지훈의 단호한 경고에 이효진은 주춤했다. 도둑이 제 발 저린 셈이다.

남지훈이 단호하게 나오자 이효진도 더 이상 막무가내로 굴 수 없었다.

사람들이 혹시나 남지훈의 말에 동요한다면 이효진이 불리해질게 뻔했기 때문이다.

이효진은 눈을 치켜뜨고 분노에 찬 눈으로 남지훈을 노려봤다.

"착각하지 마! 내가 이렇게 물러날 줄 알아? 두고 봐!"

이효진은 두 사람을 스쳐 지나갔다.

소연의 운전기사는 몰려있던 사람들을 해산시켰다.

"구경 끝났으면 어서들 돌아가세요! 다들 제 갈 길 가세요!"

운전기사는 구경하던 사람들을 해산시킨 후 다시 멀어졌다.

남지훈은 고개를 돌려 소연을 바라보았다.

"고마워."

동창 사이긴 했지만 둘은 현재 계약으로 맺어진 법적인 부부 사이였다. 그렇다고 둘 사이에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신을 돕기 위해 나서준 소연에게 고마웠다.

소연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인사를 받아들였다.

"나한테 1800만 원을 빌린 이유가 혹시 너희 가족 때문이야?"

남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적인 일에 서로 관여하지 말자고 계약서에 분명히 기재되어 있었다.

소연도 그 사실이 떠올랐는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아까 그 여자 내일 또 찾아오면 바로 S 그룹으로 보내. 1억 6000만 원이면 된다고 했었지? 내가 줄 테니까 나한테 보내. 그게 싫으면 네가 직접 해결해도 되고. 단 최대한 빨리 해결하는 게 좋을 거야. 이 일 때문에 골치 아픈 일 생기면 안 되니까. 그리고 다른 사람한테 또 빚진 거 있어? 얼마나 빌렸는데? 내가 한방에 다 갚아줄게. 얼마 안 되는 돈 때문에 귀찮은 일 만들고 싶지 않아."

남지훈은 웃음을 터뜨렸다.

잘난 아내를 만나 여유롭게 사는 게 좋아서가 아니었다. 단지 돈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다.

"너 돈이 그렇게 많아?"

남지훈이 물었다.

소연은 남지훈의 질문이 이해되지 않는 듯 말했다.

"이제 넌 내 남편이야. 혼인 신고했으니 넌 이제부터 내 사람이라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 무시당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아무도 널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할 거야!"

말을 마친 소연이 몸을 돌렸다.

남지훈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화끈한 성격의 소유자인 그녀는 자신의 남편을 무시하는 이효진이 꼴보기 싫어 뺨을 때린 것이다.

하지만 남지훈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그녀가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한 행동일 뿐이라고 여겼다.

쇼윈도 부부 사이에 서로를 위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소연 덕분에 이효진의 횡포는 잠시 중단되었네.'

병동 모퉁이에 있던 운전기사가 소연의 뒤를 따랐다.

한창 걷던 소연이 걸음을 멈추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

"저 사람은 남지훈이에요. 병원장한테 알아봐요. 가족이 아프다고 하는데 누가 어떻게 아픈 건지 자세히 알아봐 줘요. 그리고 병실도 VIP 병실로 옮겨주고요."

"네, 아가씨."

운전기사는 곧장 병원장을 찾아갔다.

누구도 차가운 소연의 외모 뒤에 감춰진 따스한 마음을 모르고 있었다.

특히 남지훈은 소연이를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

남지훈은 소연이랑 S 그룹을 연관 짓지 않는 사람이기도 했다. 남지훈은 고등학교 시절 소연의 집안 형편이 좋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S 그룹과 전혀 연관지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훈아, 아까 그분은..."

남지훈이 돌아오자 남가현이 급히 물었다.

그녀는 위층에서 아래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자세히 보았다.

이효진이 뺨을 맞는 순간 남가현은 통쾌함을 느꼈다.

남지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고등학교 동창이야."

"아..."

남가현이 다시 물었다. "이효진은 어떻게 됐어? 또다시 소란을 피우지 않겠지?"

남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그가 알고 있는 이효진은 이렇게 가만히 물러날 사람이 아니었다. 김명덕도 남지훈을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는 10년 동안 이효진과 만나면서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가장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이젠 이효진의 진짜 모습까지 알아버렸다.

남가현은 한숨을 내쉬며 더 이상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다.

'수술비도 못 내는 주제에 내가 무슨 자격으로 지훈이를 교육하겠어?'

남가현은 어머니와 잠시 몇 마디를 나눈 뒤 병원을 떠났다.

남가현은 학교를 다니는 두 아이를 돌봐야 했다. 저녁에는 아이들과 남은 가족을 챙겨야 했기에 오전에 다시 병원에 오기로 했다.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지만 남용걸은 여전히 깨어나지 못했다.

남지훈은 도시락 두 개를 사 온 뒤 어머니에게 약을 건넸다.

"지훈아, 너도 돌아가서 쉬어.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네 아버지가 깨어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더구나. 내가 여기에 있을 테니 넌 돌아가서 자고 출근 준비해,"

말을 마친 어머니는 남지훈의 손에서 약을 받아 삼켰다.

"1800만 원 빌렸다며, 일 열심히 해야지."

남편의 수술이 순조롭게 끝나자 이젠 아들의 채무가 걱정되었다.

"이만한 돈으로 우리 지훈이가 장가를 갈 수 있을텐데..."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모를 돌아보며 남지훈은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그는 눈물을 감추며 등을 돌려 병원을 나왔다.

밖으로 나온 남지훈은 결혼 계약서의 통금시간이 떠올랐다.

잠시 근처 호텔에라도 가서 눈을 붙이라는 그의 조언에도 최선정은 한사코 거절을 하며 남용걸의 곁을 지키겠다고 했다.

한편, 소연이 병원 건물에서 나왔다.

운전기사가 급히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아가씨, 조사를 끝마쳤습니다."

"말하세요."

소연은 차갑게 대꾸했다.

운전기사가 말했다.

"남지훈 씨의 아버지 남용걸 씨가 교통사고로 지금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병원 측에 얘기해서 내일 VIP 병실로 옮기라고 했습니다."

"알겠어요. 스카이팰리스로 데려다줘요."

소연이 덤덤하게 말했다.

스카이팰리스.

어떤 남자가 망원경을 들고 소연의 집을 응시하고 있었다.

다름 아닌 소연의 둘째 오빠 소한용이었다.

스카이팰리스의 집은 소연의 신혼집으로 장만한 것이다.

소한용은 자신의 여동생이 언젠간 결혼하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결혼할 줄 몰랐다.

소연이 혼자 집으로 돌아오는 걸 발견한 소한용이 얼굴을 찌푸렸다. "왜 혼자야? 매제는?"

그는 소연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러다 집 입구에서 남지훈이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했다.

소한용은 얼른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보냈다.

"형! 셋째야! 매제가 소연이 집에 들어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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