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그럴지도.”어민경은 입술을 꼭 다문 채 가만히 있었다.“이만 돌아가.”변영준이 손수건을 건네며 말했다.“깨끗이 빨아서 다음에 만날 때 돌려줘.”자신의 눈물이 묻은 손수건을 쥔 어민경은 살짝 불만을 터뜨렸다.“내가 뒤쫓아 나왔으니까 영준 씨도 좀 더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적어도 이틀 정도는...”그 말에 변영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변영준이 웃자 어민경은 더욱 억울한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아직도 웃음이 나와요? 나 쫓아올 거라고 예상했던 거죠? 아니! 사실 애초부터 오늘 가기로 마음먹은 거죠,
변영준은 백미러를 통해 달려오며 외치는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바라보았다.즉시 차에서 내리지도, 액셀러레이터를 밟지도 않았다.그저 어민경이 한 걸음씩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어민경이 차량 뒤편에 도착하자 갑자기 차 문을 힘껏 열었다.그러자 어민경이 잠시 멈칫하며 차에서 내리는 변영준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변영준이 천천히 두 팔을 벌렸다.어민경은 눈물에 젖은 눈동자를 반짝이더니 곧바로 변영준을 향해 달려갔다.어민경을 품에 꼭 끌어안은 변영준은 그녀가 눈물로 자신의 의사를 전하는 ‘받아줄게요’
변영준은 순간적인 감정에 휩쓸려 여기에 온 게 아니라고 했다.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것이었다. 어쩌면 몇 번의 갈등을 겪은 끝에 특별한 날인 섣달그믐날에 어민경을 찾아온 것일지도 모른다.알고 보니 변영준의 방문은 단순히 어민경에게 깜짝 선물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모든 준비를 다 해놓고 어민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용기 내어 그에게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그동안 어민경은 뭘 했는가?뒷걸음질만 쳤다...변영준에게 실망만 안긴 채 떠나게 만들었고 심지어 마지막으로 그가 떠나는 모습조차 바라볼 용기가 없었다.
“알았어요.”어민경이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데려다줄게요.”“괜찮아, 나 혼자 나갈게.”어민경을 바라본 변영준은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말했다.“어민경, 너를 찾아온 건 순간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온 게 아니야. 하지만 네가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면 얼마든지 존중할게.”어민경은 계속 멍하니 변영준을 바라보았다.변영준이 다가와 손을 들어 어민경의 정수리를 살짝 쓰다듬었다.“차는 공항에 세워둘 거야. 이틀 후에 누군가 가지러 갈 거야. 그때까지도 네가 여전히 어냥이를 내게 맡겨도 괜찮다고 생각하면 데리러 오라고 할게.
변영준은 그녀가 알려준 대로 땅콩 경단을 하나씩 넣었다. 모두 네 개였다.“두 개면 충분해?”그는 냄비를 보며 물었다.“저는 충분한데요. 그런데 변영준 씨도 두 개만 드실 거예요?”어민경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덧붙였다.그가 괜히 사양하는 줄 알았는지 그녀는 진지하게 말했다.“이거 진짜 맛있어요. 그리고 점심이잖아요. 오늘 설이라서 읍내 식당들도 대부분 문 안 열었어요. 배 안 부르면 저녁에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변영준은 국자로 경단을 천천히 저으며 말했다.“아침에 먹은 국수가 아직도 내 위에서 번식
검은 세단이 마을 어귀의 큰 느티나무 아래 멈춰 섰다.변영준은 눈을 감고 있는 어민경을 바라봤다.그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잠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그저 자신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라서, 고개를 묻고 있는 것뿐이라는 걸.“어민경.”변영준이 나직하게 불렀다.어민경은 천천히 눈을 떴다. 고개를 돌리자 곧바로 남자의 깊고 어두운 시선과 마주쳤다.그녀의 맑은 눈동자에는 잠기운이 전혀 없었다.변영준은 굳이 그것을 지적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도착했어.”“아, 네.”어민경은 고개를 숙여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다
그 말을 들은 온수호와 배지원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아버님, 이혼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배지원이 다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어디 편찮으셔서 정신이 없으신 건 아니죠? 우리 주원이 그 아가씨랑 결혼한 지 이제 얼마 안 됐잖아요. 저희보고 빨리 와서 결혼식에 대해 의논하자고 재촉하실 땐 언제고, 왜 이제 와서 이혼하라고 말씀하세요?”“직접 물어봐.”온정한은 온주원을 가리키며 말했다.“저 잘난 효자 놈이 우리한테 얼마나 큰 일을 숨겼는지 물어보란 말이야! 다 컸다고 제멋대로 구는데,
“알겠습니다.”전화를 끊은 함명우는 서재에 홀로 앉아 있었다.그날 문태윤이 위민정에게 건넸던 USB 안의 영상은 편집된 것이었고 안에는 위우진이 손을 쓰는 장면만 있을 뿐, 위민정이 피해를 입는 영상이나 사진은 없었다.경찰 조사에서 모든 죄를 자백한 문태윤은 당시 녹화만 했을 뿐이며 그마저도 절반쯤 찍었을 때 돌아온 임다해에게 휴대폰을 빼앗기고 쫓겨났다고 진술했다.그 영상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았기에 함명우는 반드시 임다해에게서 그것들을 전부 받아내어 완전히 파괴해야만 했다.십여 분 뒤, 권현기에게서 다시
그날 이후로 함명우와 위민정은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문태윤, 장재호, 임다해는 조사 결과 집단 범죄 및 미수 납치 혐의로 모두 퇴학당했다. 위씨 가문과 함씨 가문은 인맥을 동원해 세 사람을 기어코 소년원까지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씨 가문 공장은 줄줄이 문을 닫았고 고향으로 쫓겨나듯 돌아갔다. 전생에 위민정을 위협하던 모든 인물이 이로써 해결이 되었다.위민정과 함명우는 두 가문의 인정을 받고 당당하게 연애할 수 있었다.그렇게 캠퍼스 커플부터 웨딩까지 두 사람은 알콩달콩 잘 지냈다.함명우는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회
온주원이 경찰서에 도착했을 때, 류서아는 막 조사를 마친 듯 한쪽 구석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류서아 씨.”그의 목소리에 류서아는 고개를 번쩍 들었고 온주원을 발견하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온주원 씨, 오셨어요.”“걱정하지 마세요. 변호사도 같이 왔어요.”온주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류 가방을 든 유지현이 황급히 걸어 들어왔다.그의 전화를 받고 곧바로 달려온 것이었다.류서아는 무단횡단을 하던 할머니 한 분을 차로 쳤다.정확히 말하면 친 건 아니고 류서아가 급브레이크를 밟아 차는 멈췄지만 깜짝 놀란 할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