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백정은 송해인의 허리를 감싸안고 문을 밀고 들어갔다.방 안에는 다른 사람이 없었고 테이블 위에는 과일 접시와 술병이 놓여 있었다.두꺼운 방 문이 닫히자 바깥 소음은 완전히 차단되었다.송해인은 주백정에 의해 벽에 눌려 있었다. 남자는 한 손으로 송해인의 허리를 감싸고 다른 손으로 턱을 살짝 잡으며 입술을 향해 다가갔다.“잠깐만요.”송해인은 손끝으로 주백정의 입술을 막았다.송해인의 붉은 입술은 불타듯 강렬했다.“주 대표님, 서두르지 마세요. 우리에겐 밤새 시간이 있잖아요!”주백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변승현이
“그렇게 말하니까 기억이 조금 나는 것 같네. 너 고등학교 때 꽤 괜찮은 카메라가 있었잖아. 그런데 그 이후로 사진 찍는 걸 본 적이 없었어.”“맞아, 고2 때 일이야. 그거 때문에 엄마랑 크게 싸웠지. 엄마는 화가 나서 뇌경색이 오고 반신이 마비됐어. 다행히 바로 병원에 실려 가 응급 수술을 받았고 수술 후 한동안 입원해서 회복했어. 다행히 후유증은 남지 않았고 나는 그 카메라는 다시 넣어두고 의학 공부에만 전념했지.”심지우는 이런 사연이 있을 줄은 몰랐다.최해경의 행동은 함부로 평가할 수 없었다.어쨌든 그건 고은미의 친어
“응, 영준이가 여기 있으니까. 내가 남아 있으면 두 아이는 언제든 부모를 볼 수 있잖아.”“너는 여전히 아이만 생각하네!”고은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순영이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나는 내가 그 아이한테 별로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아. 요즘은 모유 수유도 끊고 싶다는 생각이 미친 듯이 들 정도야. 지우야, 난 정말 가정주부는 하고 싶지 않아.”“모유 수유를 하면 엄마가 좀 힘든 건 사실이야.”“사실 힘든지 아닌지 문제가 아니야.”고은미가 말했다.“순영이에게 젖만 물리고 가끔 안아주고 놀아주는 것 외에는 육아 도
영준과 변승현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두 사람은 작은 소녀와 말다툼하지 않았다.“맞아, 우리 윤영이가 누나야.”변승현은 윤영을 달래며 말했다.“앞으로 영준이도 누나 말을 잘 듣고, 누나를 지켜줘야 해.”“그럴게요!”영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변승현과 함께 지낸 시간이 길어질수록 요즘 영준의 눈매와 표정이 점점 변승현을 닮아가고 있었다.윤영은 또 질투심이 발동했다.“영준이는 겁쟁이예요, 저는 용감하니까 제가 영준이를 지켜줄 거예요!”변승현은 웃음을 터트렸다.“좋아, 그럼 윤영이가 영준이를 지켜주렴.”윤영이
변승현은 문득 심지우가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변승현, 넌 네 딸이 화내는 건지, 애교 부리는 건지도 구분 못 하잖아.”‘그럼 지금 윤영이는 애교를 부리는 걸까?’변승현은 확신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는 적어도 알아가려고 해야 했다.그게 아버지로서 해야 할 일이니까.변승현은 옥처럼 고운 윤영을 바라보며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윤영아, 아빠가 안아주고 싶은데 괜찮을까?”윤영은 눈을 깜빡였다.변승현이 정말로 애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전혀 모른다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하지만 괜찮아. 아빠라면 내가 직접 가르쳐주면
영준은 늘 변승현의 목소리가 듣기 좋다고 했다. 그래서 윤영도 괜히 변승현의 목소리가 궁금해졌다.심지우는 윤영의 작은 속마음을 단번에 알아채고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그럼 이따가 아빠한테 직접 물어봐. 아빠가 시간이 없으면 그때 다시 엄마한테 전화해도 되잖아?”“네, 알겠어요!”윤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작은 미간을 찌푸리며 속삭였다.“그런데 엄마, 저 좀 이상한 거 발견했어요!”“무슨 일인데?”“오늘 저녁에 아빠가 정원에서 미끄럼틀 태워줬어요. 그런데 아빠가 저 몇 번이나 안아서 올려주더니 갑자기 막 기침을 했어요. 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