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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1화

Autor: 탄산요정
남우가 카스터 링의 서재로 들어서자 묵직한 오크 문이 등 뒤에서 둔탁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하 대표님, 앉으시죠.”

카스터 링은 넓은 원목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입가에는 장사꾼 특유의 계산 빠른 미소가 걸려 있었다.

남우는 움직이지 않았다. 서재 한가운데 선 채 날 선 시선으로 카스터 링을 바라봤다.

“회장님, 조건을 다시 얘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카스터 링이 한쪽 눈썹을 올렸다.

“그래요? 뭐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

“카스터 메이가 은희한테 우리가 약혼한다고 말했습니다.”

남우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그건 우리 합의에 없던 일이죠.”

카스터 링은 낮게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술장으로 향했다. 서두르는 기색 하나 없이 위스키 두 잔을 따랐다.

“젊은 사람이 왜 그렇게 예민합니까? 메이가 우리의 협력을 너무 기대해서 그런 거예요.”

“우리 협력은 사업에 한정됩니다.”

남우는 카스터 링이 내민 잔을 받지 않았다.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카스터 가문과 어떤 형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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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301화

    남우가 카스터 링의 서재로 들어서자 묵직한 오크 문이 등 뒤에서 둔탁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하 대표님, 앉으시죠.”카스터 링은 넓은 원목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입가에는 장사꾼 특유의 계산 빠른 미소가 걸려 있었다.남우는 움직이지 않았다. 서재 한가운데 선 채 날 선 시선으로 카스터 링을 바라봤다.“회장님, 조건을 다시 얘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카스터 링이 한쪽 눈썹을 올렸다.“그래요? 뭐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카스터 메이가 은희한테 우리가 약혼한다고 말했습니다.”남우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그건 우리 합의에 없던 일이죠.”카스터 링은 낮게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술장으로 향했다. 서두르는 기색 하나 없이 위스키 두 잔을 따랐다.“젊은 사람이 왜 그렇게 예민합니까? 메이가 우리의 협력을 너무 기대해서 그런 거예요.”“우리 협력은 사업에 한정됩니다.”남우는 카스터 링이 내민 잔을 받지 않았다.“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카스터 가문과 어떤 형태로든 혼인 관계를 맺을 생각은 없습니다.”“겉으로 보이는 혼인이 우리 계획에는 더 유리합니다.”카스터 링은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시며 눈빛을 세웠다.“세상이 두 집안의 혼인이 임박했다고 믿어야 경계하던 늙은 여우들도 마음을 놓지 않겠습니까?”두 사람 사이의 약혼은 애초부터 가짜였다.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알려 상대의 경계를 풀려는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다만 은희에게 오해하게 둘 수는 없었다.남우가 미간을 깊게 좁혔다.“은희까지 속일 필요는 없습니다.”“오히려 반대입니다.”카스터 링은 책상 앞으로 돌아왔다.“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연기가 자연스러워져요. 대표님의 그 애인이 가짜라는 걸 알면 반응이 당장 달라질 텐데요.”“말조심하시죠. 은희는 그냥 제 애인이 아니라 제가 사랑하는 여인입니다.”남우는 반사적으로 받아쳤다가, 자신이 엉뚱한 부분에 반응했다는 걸 깨달았다.“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은희가 오해하게 둘 수 없다는 겁니다.”카스터 링이 불쑥 웃었다. 남우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300화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생각을 품은 채 정원에 서 있었다. 공기가 답답할 만큼 긴장감이 팽팽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업무 이야기를 마친 남우가 직접 은희를 찾아왔다.“은희야.” 남우는 옆에 서 있는 카스터 메이는 없는 사람처럼 지나치며 말했다. “카스터 링 회장님이 며칠 여기 머무는 걸 허락했어.”은희가 비꼬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동안 네 결혼식 준비도 구경하라는 거야?”남우의 발이 멈췄다. 미간이 깊게 좁혀졌다. “무슨 결혼식? 나랑 너 결혼 얘기하는 거야?”카스터 메이가 곧바로 다가와 남우의 팔을 친근하게 붙잡았다. “내가 은희 씨한테 우리 결혼 이야기 다 했어. 은희 씨도 축하해 주고 있었어.”남우는 카스터 메이의 손을 거칠게 떼어 내며 차갑게 바라봤다.“쓸데없는 말 하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을 텐데.”“내가 뭘 잘못 말했는데?” 카스터 메이가 억울한 표정으로 입술을 내밀었다. “두 집안이 혼담 이야기한 건 오래전부터잖아. 아버지도 아까 하 대표랑 날짜 이야기한 거 아니야?”남우는 그 말에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은희의 손목을 잡았다. “나랑 가.”은희가 빼내려 했지만 남우는 그대로 데리고 자리를 벗어났다. 뒤에서는 카스터 메이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하남우! 아버지도 이미 동의했어! 이제 와서 발 빼려고 하지 마!”두 사람이 곧 싸울 것처럼 멀어지는 모습을 보던 메이는 더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흥분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났다....“놔!” 은희는 마침내 손을 빼내고 두 걸음 물러나 거리를 뒀다. “하 대표, 이제 어떤 설명을 하실 건데요?”카스터 메이와 결혼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에게는 여자친구인 척해 달라고 했다.은희는 남우를 차갑게 바라봤다. 영은이 과거의 은인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 뒤 이번에는 또 다른 여자를 선택한 건가 싶었다. 남우에게 ‘좋아한다’라는 감정이 얼마나 가벼운지 이해할 수 없었다.“카스터 가문에서 혼담을 제안한 건 맞아. 하지만 난 받아들이지 않았어.”“그래?”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299화

    카스터 메이는 치맛자락을 흔들며 다가와 오래된 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은희의 팔짱을 끼었다.“은희 씨, 오랜만이야. 더 예뻐졌네.” 달콤한 목소리 안에 일부러 숨기지 않은 도발이 묻어 있었다.은희는 티 내지 않고 팔을 빼며 예의상 미소를 지었다. “메이 씨도 잘 지냈나 봐.”카스터 메이가 무슨 생각으로 접근하는지 은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겉으로 갖출 예의는 갖췄다.카스터 메이는 신경도 쓰지 않고 더 환하게 웃었다. “맞다. 나 좋은 소식 하나 알려주려고 했어. 나 곧 약혼해.”과하게 들뜬 표정을 보며 은희는 담담하게 웃었다. 카스터 메이가 노레드를 좋아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렇게 기뻐할 상대라면 노레드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자신이 노레드와 메이의 약혼 소식에 흔들릴 거라 기대하는 모양이었지만 착각이었다.“축하해요.”은희는 의례적으로 축하 인사를 건넸고 카스터 메이도 그 정도는 알아챘다.“우리 약혼식에는 꼭 와 줘. 내가 직접...” 카스터 메이가 일부러 다정하게 초대하려 했다.“초대는 고마운데 요즘 일정이 많아서 어려울 것 같아.”은희가 말을 끊었다. 목소리는 정중했지만 선을 분명히 그었다.카스터 메이의 약혼식에 참석할 이유가 없었다. 굳이 간다면 문제를 만들 때뿐일 것이다.하지만 은희는 그런 일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그러자 카스터 메이가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너무 그러지 마. 내가 초대해서 싫다면 하남우 대표가 직접 초대하면 올 거잖아?”‘하남우가 왜 이 여자의 약혼식에 나를 초대하지?’ 은희는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연결이 있다는 뜻인지 이해되지 않았다.은희가 카스터 메이를 똑바로 바라봤다. “무슨 뜻이야?”“아직 모르고 있었어?” 카스터 메이가 놀란 척 입을 가렸다. “하진그룹과 카스터 가문의 혼담은 오래전에 정해졌어. 하남우 대표가 이번에 온 것도 결혼 날짜를 이야기하려고 온 거고.”오래전부터 정해진 혼담. 이번 방문은 결혼 날짜를 논의하기 위한 것.그 말들이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298화

    지원자 신분으로 들어갔다가는 오히려 더 의심받을 가능성이 컸다.그렇다고 남우에게 도움을 청하는 건 은희가 원하는 선택도 아니었다.“대신 내 여자친구인 척 같이 들어가야 해. 카스터 가문은 네가 내 전처였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우리가 다시 만나는 중이라고 하면 이상하게 보지 않을 거야. 난 며칠 저택에 머물 예정이니 너도 그동안 영은의 흔적을 찾을 수 있고.”은희는 바로 거절하려다 말을 삼켰다.다른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것은 사실이었다. 잠깐 침묵한 뒤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럼 받아들일게. 대신 이상한 짓 하지 마. 우린 연인인 척만 하는 거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남우는 속으로 안도했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알아. 너한테 위험한 일 생기게 하지 않을게.”그 약속을 그대로 믿기에는 마음이 걸렸다. 은희는 경계하듯 남우를 바라봤지만 더 말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함께 정문으로 갔다. 남우는 경비 담당자와 익숙하게 인사를 나누고 관련 서류를 보여 줬다.확인이 끝나자 경비가 정중히 문을 열었다. “하 대표님, 회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집 안으로 들어가자 은희는 곳곳에 경호 인력이 숨어서 움직임을 살피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남우가 자연스럽게 은희의 손을 잡으며 낮게 말했다. “긴장하지 마. 내가 옆에 있어.”은희는 손을 당장 빼고 싶었다. 하지만 연인인 척해야 하는 상황이라 억지로 그대로 뒀다.두 사람은 정돈된 정원을 지나 높은 천장의 본관 로비로 들어갔다.화려한 샹들리에 아래 카스터 링이 은회색 정장을 입고 적당한 미소를 지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은희를 본 카스터 링의 눈썹이 잠깐 올라갔지만 곧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우아하게 다가왔다.“하 대표님, 고은희 씨까지 함께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저희 집이 한층 밝아지는군요.”남우는 은희의 손을 더 단단히 잡고 웃었다. “회장님, 저희가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협력 건을 이야기하러 오면서 고은희 씨도 함께 데려왔어요. 불편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카스터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297화

    노레드는 은희가 멀어지는 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망설임이 남은 눈이었다. 은희가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된 뒤에야 천천히 ‘강은유’에게 몸을 돌렸다.햇빛이 ‘강은유’의 얼굴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너무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라 노레드는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조차 몰랐다.“그동안... 잘 지냈어?” 노레드의 목소리는 잠겼고 눈에는 오래된 슬픔이 묻어 있었다.‘강은유’를 마지막으로 본 건 오래전 일이었지만 노레드에게는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그때의 대화와 표정, 작은 움직임까지 전부 떠올랐다. 자신의 기억력이 조금만 덜 좋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영은은 고개를 갸웃하며 여전히 환하게 웃었다. “오빠, 아까 말했잖아요. 1년 전에 사고가 나서 기억을 잃었다고요. 지금은 조용하지만 편안하게 살고 있어요.”영은은 속으로 손에 땀이 배는 걸 느꼈다. 노레드가 자신을 꿰뚫어 볼까 봐 긴장을 숨기기 어려웠다.하지만 강한철의 말이 맞았다. 노레드는 ‘강은유’라는 이름과 얼굴에 분명 특별한 반응을 보였다. 강한철도 둘의 관계를 자세히 말해 주지는 않았다.오늘 직접 확인하고 나니 평범한 사이가 아니었다는 건 확실했다.영은은 또다시 모든 시선과 관심이 자신에게 향하는 기분에 취했다. 원래 은희가 누리던 관심까지 이제는 자신이 가져온 것처럼 느껴졌다.노레드가 한 걸음 다가왔다. “나는 정신건강의학 쪽도 다뤄. 원한다면 전문적인 방법으로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1년 전 사고라고?’ 노레드는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 너무 허술한 거짓말이었다.진짜 강은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눈앞의 여자가 ‘강은유’일 리 없다는 것도 확신했다.다만 얼굴이 너무 똑같았다. 그동안 가진 인맥과 자원을 다 동원했지만 진짜 강은유의 흔적은 찾지 못했다.지금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그 실종을 풀 수 있는 유일한 실마리일 수도 있었다.영은의 웃음이 잠깐 굳었다. 두 걸음 물러나며 팔로 몸을 감쌌다.“싫어요. 기억을 되찾고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296화

    “안녕하세요.”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환하게 웃었다. 지나치게 맑아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미소였다. “저는 여기에서 봉사하고 있는 강은유예요. 도와드릴까요?”노레드는 그 이름을 듣자 그대로 굳었다. 안색까지 하얗게 질렸다. “강은유?”영은이 고개를 갸웃했다. “저를 아세요?”은희는 노레드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놓치지 않았다.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두 사람 사이의 시선을 가렸다. “저희는 소영은이라는 사람을 찾고 있어요.”영은의 미소는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 “미안해요. 그런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없어요.”고개를 기울이는 모습은 쇼윈도 안의 인형 같았다. 햇빛을 받은 큰 눈동자는 옅은 호박빛을 띠었다.영은이 노레드 쪽으로 한 걸음 다가왔다. 흰 치맛자락이 바닥을 스쳤다.“근데 왜 계속 저만 봐요?” 영은은 눈을 깜빡이며 턱끝을 가볍게 짚었다. “왠지 우리가 서로 아는 사이 같아서요.”노레드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반 걸음 물러나다 뒤의 벤치에 부딪쳤다.은희는 노레드가 이렇게까지 당황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 늘 침착했던 사람이 완전히 흔들리고 있었다.“모릅니다.” 노레드의 목소리가 평소답지 않게 메말랐다. “다만 아주 오래전에 알던 사람과 많이 닮아서요.”영은은 가볍게 뛰듯 다가와 아무렇지 않게 노레드의 손을 잡았다. “그럼 특별한 인연인가 봐요. 저는 일 년 전에 사고가 나서 예전 기억이 많이 없거든요.”입술을 살짝 내민 채 순진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누구랑 닮았어요? 혹시 예전 여자친구?”노레드는 뜨거운 것에 덴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 손을 빼려 했지만 강은유는 놓지 않았다.“아닙니다.” 노레드의 시선이 멀어졌다가 돌아왔다. “친구였어요. 많이 닮았습니다.”누가 봐도 단순한 친구를 떠올리는 표정은 아니었다. 은희는 속으로 흥미롭게 바라봤다. ‘강은유가 정말 강씨 집안 사람이라면 이섭 씨와도 가까운 관계일 수 있지.’‘혹시 정말 노레드의 예전 연인이었나?’ 은희는 또 하나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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