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화

Author: 복덩이
쨍그랑!

송연서의 손에 들려 있던 컵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지민호는 이제 5살이지만 피아노를 좋아했고, 특히 강천휘의 피아노 연주를 좋아했다.

강천휘는 성격이 괴팍해 제자를 받지 않았다.

송연서는 아들을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강천휘의 아내인 정희연에게 접근했다.

직접 만든 간식을 보내고, 선물도 챙겼다.

함께 쇼핑하러 다니고, 피부 관리와 미용실에도 동행했다.

꼬박 2년을 애쓴 끝에 강천휘가 마침내 제자 자리 하나를 지민호에게 내주었다.

전생에 송연서가 좀처럼 이혼을 받아들이지 않자 윤서희는 오랫동안 불륜녀라는 꼬리표를 달고 욕을 먹었다.

그 후 지성훈은 지민호의 제자 자리를 빼앗아 윤서희에게 보상해 주려 했다.

그런데 이번 생에는 송연서가 선뜻 이혼을 받아들였는데도 왜 지성훈은 여전히 이런 짓을 하는 걸까?

송연서는 가슴 위에 천근같이 무거운 돌덩이가 눌린 듯했다.

송연서는 몸을 숙여 지민호의 눈물을 닦아준 뒤, 휴대폰으로 지성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섯 번이나 연달아 전화를 걸었지만 지성훈은 받지 않았다.

그런데 윤서희의 SNS가 또 업데이트되었다.

[착한 딸 서진이가 강천휘 선생님의 유일한 제자가 되었어요. 네 재능과 노력이 마침내 사람들에게 인정받았구나. 엄마는 정말 기뻐!]

윤서진과 강천휘가 함께 찍은 사진도 첨부되어 있었다.

댓글은 칭찬 일색이었다.

[서진이는 정말 대단해. 엄마를 닮아서 미모도 실력도 최고야!]

[강 선생님은 제자를 절대 안 받는데, 이 꼬마는 엄청난 천재인가 봐?]

[너무 부러워. 역시 윤서희가 이렇게 훌륭한 딸을 낳았구나!]

사진 속 윤서진이 환하게 웃는 만큼, 지민호는 지금 그만큼 슬프게 울고 있었다.

송연서는 가슴이 꽉 막힌 채 지민호의 손을 잡고 곧장 달려갔다.

그런데 강천휘의 집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지성훈에게 가로막혔다.

지성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송연서와 지민호를 보았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너희가 와서 난리 칠 줄 알았다고!”

지민호는 억울한 마음에 울먹였다.

“민호는 난리 치러 온 게 아니야... 이 자리는 원래 내 거였어.”

지성훈은 몸을 숙여 지민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서진이도 강 선생님을 아주 좋아해. 네가 이 자리를 서진이한테 양보하면 안 될까?”

“싫어. 나도 강 선생님을 좋아해!”

지민호가 말을 마치자마자 지성훈의 표정이 돌변했다.

지성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민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만해. 넌 오빠고 서진이는 동생이잖아. 오빠가 동생한테 양보해야지.”

“자리 하나 가지고 이렇게까지 다투다니, 네 엄마가 널 어떻게 가르쳤길래 이렇게 속 좁게 행동해?”

지민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아빠가 자기 것을 빼앗고도 자신을 나무라는지 알 수 없었다.

지민호는 어쩔 줄 몰라 그 자리에 서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 모습을 보자 송연서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하지만 전생에 송연서가 정면으로 맞섰을 때도 결국 이 자리를 되찾지 못했다.

이번에는 속에서 온갖 분노가 치밀어 올라도 송연서는 화를 눌렀다.

“나 이 자리 하나 얻어주려고 2년 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부탁할게. 이 자리, 민호한테 돌려주면 안 될까?”

이것은 그동안 송연서가 처음으로 지성훈에게 부탁한 것이었다.

지성훈은 마음이 약해졌다.

하지만 결국 고개를 저었다.

“나는 이미 서진이한테 약속했어. 걱정 마. 민호한테 아무것도 안 주는 건 아니야. 민호가 제일 좋아하는 레고도 준비했어.”

이 순간에 이르러서야 송연서는 깨달았다.

송연서가 어떻게 해서든 지성훈은 송연서와 지민호의 것을 빼앗아 윤서희 모녀에게 줄 구실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은 정말 실망하면 할 말을 잃게 된다.

송연서는 지성훈을 피해 강천휘의 집으로 뛰어들려 했다.

어차피 정희연과 친분이 있는 사람은 송연서였다.

잘 설명하면 자리는 다시 지민호의 것이 될 것이다!

하지만 송연서는 두 걸음도 채 걷지 못하고 지성훈에게 억지로 안겨 차에 밀어 넣어졌다.

“놔! 당신은 나와 민호에게 이럴 수 없어!”

송연서가 무너진 듯 울부짖었다.

“나를 때리고 욕해도 좋아. 원하는 보상이 있으면 다 해줄게. 하지만 오늘은 서진이한테 중요한 날이야. 네가 망치게 둘 순 없어.”

지성훈도 송연서와 지민호에게 미안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자리는 윤서진에게도 아주 중요했다.

지성훈은 당시 윤서희의 고백을 거절하고 송연서를 선택했으니, 다른 방법으로라도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윤서희에게 어떤 서러움도 주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송연서는 벗어날 수 없었다.

지성훈이 손을 놓았을 때, 입문식은 이미 끝나 있었다.

송연서는 차에서 뛰어나와 정희연을 찾아 사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정희연은 미안한 듯 말했다.

“미안해. 입문식이 이미 끝났고, 이제 모두가 윤서진이 우리 남편의 제자라는 걸 알아. 지금 와서 사람을 바꾸면 누구도 체면이 서지 않아.”

송연서가 아무리 억울해도 소용없었다.

정희연조차 강천휘를 설득해 제자를 하나 더 받게 할 수는 없었다.

정희연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집으로 들어갔다.

윤서희는 윤서진의 손을 잡고 넋이 나간 송연서 앞으로 걸어왔다.

“덕분에 우리 서진이가 이렇게 좋은 선생님께 배울 수 있게 됐어. 전에 언니가 홍보 계정을 매수해서 내가 불륜녀라는 소문을 퍼뜨린 일은, 이번에는 묻지 않을게!”

지성훈은 윤서희 곁에 서서 다정하게 말했다.

“묻지 않아 줘서 고마워. 연서도 너처럼 좀 대범했으면 좋겠어.”

송연서는 두 사람이 주고받는 말을 들으며 가슴이 아플 정도로 화가 치밀었다.

송연서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 홍보 계정들을 산 건 내가 아니야!”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이젠 너도, 폭풍도 없다   제22화

    “명심해. 절대 송연서와 지민호를 들여보내지 마. 나와 서희의 결혼식을 망치게 두지 마.”지성훈은 자신이 예전에 했던 말을 떠올리며 후회만 가득했다.지성훈은 아무리 애를 써도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결국 술을 잔뜩 마셨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물에 빠졌다.거의 익사할 뻔했을 때, 누군가가 지성훈을 구해냈다.지성훈은 죽지는 않았지만, 죽을 뻔한 순간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지성훈은 병실에 누워 후회와 죄책감에 눈물을 흘렸다.“설마 전생에는 내 독선 때문에 연서와 민호가 죽었던 건가. 두 사람이 죽고도 10년이 지나서야 윤서희가 나를 속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구나.”그러면 송연서도 다시 태어난 거겠지?그래서 갑자기 태도를 바꿔 이혼에 동의하고, 나를 그렇게 미워했던 거구나!지성훈은 아들이 죽지 않았으니, 그래도 아내와 아들의 용서를 받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이제 무슨 얼굴로 송연서와 지민호를 만나러 갈 수 있겠는가?어떻게 그렇게 어리석어서, 윤서희의 서투른 속임수에 놀아났을까?어리석었던 자신은 너무나 독선적이어서, 아내와 아들에게 조금의 믿음조차 주지 않았다.“연서야, 민호야, 모두 내 잘못이야!”“너희에게 미안해...”“후회해, 바보 같은 내 행동을 정말 후회해!”지성훈은 자신의 가슴을 몇 번이고 세게 내리치며 뼈저리게 후회했다.송연서는 지성훈이 거의 익사할 뻔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송연서는 정훈과 함께 하객들을 모두 배웅한 뒤 방으로 돌아왔다.그러자 정훈이 송연서를 놓아주지 않고 끌어안았다.“여보.”“응.”“여보...”“응.”“여보!”정훈이가 점점 신이 나서 소리치자, 송연서는 귀에 딱지가 앉을 것 같았다.“끝났어?”송연서가 정훈의 가슴을 툭 쳤다.정훈은 화내기는커녕 더 신이 나서 송연서에게 바짝 붙었다.“여보, 두 대 더 때려줘!”송연서는 어이없어 말했다.“너 미쳤어?”송연서가 또 한 번 툭 쳤다.정훈은 웃으며 송연서를 안아 들었다.“이렇게 오래 바랐는데, 드디어 너랑 결혼했어

  • 이젠 너도, 폭풍도 없다   제21화

    지성훈의 아버지는 지승준만 아꼈고 그에게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지성훈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은 어머니뿐이었다.그런데 그런 어머니가 자신 때문에 자해까지 하고, 이제는 모자 관계까지 끊겠다고 하니 지성훈은 가슴이 도려내지는 듯 아팠다.하지만 지성훈은 어머니를 위로할 여유도 없이, 그를 지지하던 주주들에게서 차례로 전화가 걸려 와 욕을 먹어야 했다.[너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야! 자수 프로젝트는 네가 다 준비됐다고 큰소리치더니, 어쩌다 지승준 손에 넘어간 거야?][네가 무슨 대표야! 여자 하나한테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잖아!]변호사에게서도 전화가 왔다.[지성훈 씨, 윤서희 씨의 위임을 받고 이혼 절차를 처리하러 왔습니다. 윤서희 씨는 당신이 빈털터리로 이혼하기를 원합니다.]지성훈은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서, 변호사가 헛소리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지성훈은 구치소에 있는 윤서희를 만나러 갔다.그런데 윤서희는 평소와 달리 지성훈의 앞에서 손가락질하며 욕을 퍼부었다.“우리 아빠가 너를 살리려고 자기 목숨까지 바쳤어. 나는 그저 네 아내가 되고 싶었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과한 욕심이야?”“은혜를 원수로 갚는 개자식 같으니! 감히 나를 경찰에 신고해? 내가 힘들면 너도 발 뻗고 편하게 못 살아!”지성훈은 흉악하게 일그러진 윤서희의 얼굴과 독한 말을 마주하며, 그동안 그녀에 대해 품고 있던 생각이 산산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지성훈은 자기 눈으로 본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아 말했다.“내가 너한테 그렇게 잘해줬는데, 네가 신고했다는 의심만으로 나를 팔아먹고, 이혼해서 빈털터리로 만들겠다고?”“우리 아빠가 너 살리려다 죽었어. 너는 우리 아빠에게 목숨을 빚진 거야.”“당연히 나한테 잘해야지! 내가 너무 순진했어. 너 같은 배은망덕한 놈을 사랑하다니. 너와 함께하려고 그렇게 애쓴 내가 바보였어. 너 같은 놈은 사랑받을 자격도 없어!”윤서희는 자신의 인생이 너무 비참하다고 생각해, 억울한 마음에 결국 소리 내어 꺼이꺼이 울었다.지성훈은

  • 이젠 너도, 폭풍도 없다   제20화

    송연서가 비꼬듯 말했다.“입만 열면 잘못했으니 나와 민호에게 보상하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네가 말하는 보상이 대체 뭔데? 난 아무리 봐도 모르겠어.”지성훈이 송연서의 손을 붙잡으며 애절하게 말했다.“난 서희랑 서진이한테 복수할 수는 없어. 하지만 앞으로 너랑 민호한테 정말 잘할게.”“원래 남편과 아버지로서 해야 할 일을 보상이라고 포장하다니... 지성훈, 너 정말 뻔뻔하구나!”송연서가 손을 힘껏 뿌리치며 말했다.“난 너랑 재혼할 생각 없어. 그러니까 헛된 기대는 버려.”지성훈은 매사에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계속 그와 엮여 있다가는 결국 자신과 아들만 상처받을 게 뻔했다.정훈에게서 걱정하는 전화가 걸려 왔다.송연서가 그쪽으로 가려는데, 지성훈이 뒤에서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지성훈의 뜨거운 눈물이 송연서의 목덜미에 떨어졌다.“난 그저 남에게 속아서 몇 가지 잘못을 저질렀을 뿐이야. 그래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든 건 아니잖아. 나도 이제 잘못을 깨닫고 정신 차렸으니까 제발 용서해 줘!”그 말을 듣지 않았다면 몰라도, 지성훈이 그 말까지 하자 송연서는 화가 치밀었다.“놔!”송연서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내 말 좀 들어봐... 아!”송연서가 힘껏 지성훈의 발을 밟았다.지성훈이 아파서 손을 놓는 틈을 타, 송연서는 몸을 빼내더니 그의 뺨을 후려쳤다.“아들이 죽을 뻔했는데, 이게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아니면 뭐야? 지성훈, 네 눈에는 우리 모자의 목숨은 파리 목숨이야?”송연서의 새빨갛게 충혈된 눈을 본 지성훈은 다급하게 말했다.“그런 뜻이 아니야. 나는...”“꺼져! 너만 보면 구역질 나니까 다시는 우리를 귀찮게 하지 마!”송연서는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이번에는 제발 눈치껏 물러나기를 바랐다.그런데 가족 운동회가 시작되자, 지성훈이 정훈 대신 지민호와 게임을 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지민호가 울음을 터뜨렸다.송연서는 아이를 안고 큰 소리로 외쳤다.“자, 다들 보세요. 이 사람이 바로 바람피운 제 전남편이에요.”

  • 이젠 너도, 폭풍도 없다   제19화

    지민호는 두 사람의 말이 많다고 생각했는지, 벌써 혼자 밥을 먹고 있었다.“월남쌈 맛있어!”“만두도 맛있어! 아빠, 사랑해!”정훈은 지민호에게 다가가 뺨에 뽀뽀했다.“착한 아들, 아빠도 아들 사랑해!”송연서는 지민호가 이렇게 행복한 모습을 오래간만에 보았다.이 순간 송연서는 어렴풋이 세 사람이 한 가족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밥을 다 먹고 정훈이 운전해서 송연서와 지민호를 유치원에 데려다주었다.오늘은 가족 운동회라서 지민호가 일부러 두 사람을 모두 불러 함께 가자고 했다.가는 길에 지민호는 신이 나서 쉴 새 없이 떠들었다.“이번엔 나도 엄마 아빠랑 같이 가니까, 누가 나한테 아빠 없다고 놀리나 볼 거야! 흥!”“엄마, 아빠, 새 유치원에는 서진이가 없어서 아무도 민호를 괴롭히지 않아. 민호는 매일매일 정말 행복해.”“이번엔 다른 애들이 아빠가 있다고 부러워할 필요도 없어. 민호에게도 엄청 멋진 아빠가 있으니까!”지민호는 무척 기뻐했다.그런데 송연서는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이 편치 않았다.어린 아들이 너무 일찍 철이 들었다.피아노 학원 제자 자리를 빼앗겼던 일 말고는, 늘 좋은 일만 말하고 힘든 일은 숨겼다.송연서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지민호는 얼마나 많은 억울함을 겪었을까...정훈은 백미러로 송연서와 지민호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슬퍼하지 마. 네가 나를 받아들이든 말든, 나는 평생 민호의 아빠가 되어 줄게!”지민호는 눈이 초승달처럼 휘었다.“좋아, 좋아! 민호는 훈이 아빠가 엄청 좋아. 아빠는 최고의 아빠야!”“말 참 예쁘게 하네. 그럼 상으로 울트라맨 로봇 하나.”정훈이가 선물 상자를 꺼내 지민호에게 쥐여 주었다.지민호는 자기보다 큰 선물 상자를 안고 엉덩이를 흔들며 말했다.“성은이 망극하옵니다!”지민호는 최근에 이가 하나 빠져서 발음이 새어 나왔다.‘성은이 망극하옵니다’라고 했지만, 이가 빠진 발음 탓에 웃기게 들렸다.송연서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며 크게 웃었다.유치원에 도착하니

  • 이젠 너도, 폭풍도 없다   제18화

    “콜록!”송연서는 그만 사레가 들려서 기침했다.아들이 고작 5살인데 벌써 어지간한 어른 못지않게 눈치가 빠르다니!정훈의 잘생긴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색해졌다.“민호야, 그런 말 하면 안 돼. 나는 불륜남이 되더라도 착한 불륜남이 될 거야.”정훈이 당황한 나머지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지민호는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불륜남도 좋은 사람이 있고 나쁜 사람이 있어?”송연서가 정훈을 흘겨보았다.“아니, 불륜은 다 나쁜 거야!”송연서는 정훈이 그런 생각까지 했을 줄은 몰랐다.정훈이가 어색하게 웃었다.“맞아, 네 엄마 말이 맞아. 가자. 내가 민호 주려고 산 2미터짜리 트랜스포머가 도착했어. 가서 마음에 드는지 한번 볼까?”“아빠가 주는 거면 뭐든 좋아.”“말은 또 얼마나 예쁘게 하는지.”“아빠한테 배웠지.”두 사람이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꼬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나랑 아빠 사진 찍어 줘!”“지금 갈게.”송연서가 밖으로 나가자, 정훈은 지민호를 무등 태우고 이미 포즈를 잡고 있었다.송연서는 두 사람을 연달아 여러 장 찍어 주었다.저녁을 먹고 나서 밖에 큰비가 내리기 시작했다.지민호가 또 정훈과 같이 자겠다고 떼를 쓰길래, 송연서는 아예 정훈을 하룻밤 묵게 했다.다만 밤에 송연서가 어둠 속에서 물을 마시러 일어났다가 정훈과 부딪혔다.“아!”송연서가 소리치며 정훈에게 부딪혀 옆으로 넘어질 뻔했다.정훈은 얼른 송연서를 붙잡아 품으로 끌어당기며 다급하게 물었다.“왜? 괜찮아? 어디 다친 데 없어?”“괜찮아. 이제 놔.”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작은 촉감 하나하나가 유난히 선명하게 느껴졌다.송연서는 정훈의 불룩한 가슴 근육을 느꼈다.옷 너머로 전해지는 뜨거운 체온까지 고스란히 느껴지자, 송연서는 몹시 불편해졌다.정훈은 그제야 송연서를 놓아주었다.송연서는 곧바로 옆으로 여러 걸음 물러나 불을 켰다.그제야 정훈이 상의를 벗고 있다는 걸 알았다.넓은 등과 잘록한 허

  • 이젠 너도, 폭풍도 없다   제17화

    윤서희는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지성훈을 보는 순간 윤서희는 굳어진 얼굴로 당황한 채 걸어 나왔다.“오빠...”지성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를 악물었다.“난 너를 친동생처럼 여기고 늘 챙겨 줬어. 너 때문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이혼까지 했어. 그런데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지성훈의 눈은 분노로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윤서희는 겁에 질려 말을 더듬었다.“내 말 좀 들어봐. 오빠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난...”윤서희는 지성훈의 손을 붙잡으며 해명하려 했다.하지만 지성훈은 윤서희를 거칠게 밀쳐 냈다.윤서희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넘어졌다.예전 같았으면 윤서희가 이렇게 넘어지는 순간,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걱정했을 사람이 지성훈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눈앞에서 약하고 가련한 척하는 윤서희의 모습은, 오히려 자신을 어떻게 속여왔는지를 떠올리게 할 뿐이었다.지성훈은 윤서희를 원망 어린 눈으로 노려보았다.“방금 네 입으로 다 인정했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말을 바꿔? 또 나를 속이려는 거야?”지난번 윤서희가 송연서에게 보낸 도발적인 메시지를 봤을 때부터 그녀의 위선과 악의를 알아차려야 했다.그런데 자신은 어리석게도 또 윤서희에게 속아 넘어갔다.지성훈은 생각할수록 후회가 밀려왔다.그때 옆에 있던 윤서진이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렸다.“성훈 아저씨, 엄마한테 화내지 마.”“닥쳐! 이 거짓말쟁이 꼬마! 너도 네 엄마처럼 악독하고 비열해. 너희 때문에 내 가정이 완전히 망가졌어!”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모녀를 끔찍이 아꼈던 만큼, 지금은 같은 깊이의 증오가 자리 잡았다.윤서진은 겁에 질려 울음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윤서희 역시 다급해져 자리에서 일어나 지성훈을 붙잡았다.“내가 예전에 거짓말했던 건 인정해. 하지만 난 그저 오빠를 너무 사랑해서 그랬어.”지성훈은 윤서희의 손을 뿌리쳤다.“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송연서뿐이야!”“너는 내 가정을 깨뜨렸어. 거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