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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자기야 혹시 부끄러워?

이진은 윤이건에게 더 이상 말 할 기회도 주지 않고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그녀가 향한 곳은 윤씨 가문 별장이었다.

오늘 아침 너무 기쁜 나머지 집을 나서기 전 짐도 열어보지 않은 터라 떨어트린 물건이라도 있나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이진이 돌아오자 집사는 환한 표정으로 그녀를 맞았다. 하지만 그녀가 짐을 가지러 왔다는 걸 알자 곧바로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작은 사모님, 저희 도련님과는 정말…….”

“김 집사님, 그렇게 얘기하셔도 소용없어요.”

이진은 집사에게 싱긋 웃고는 2층 객실로 향했다.

그래도 3년간 살았던 공간이라서 그런지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이 고작 짧은 한순간 사라질 감정이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남은 물건을 정리하려던 그때,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가는데?”

체념한 듯 몸을 돌린 그녀 눈에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윤이건이었다. 그는 팔짱을 낀 채 문에 기대어 그녀를 보고 있었다.

“평소 회사에서 살다시피 하시던 분이 이 시간에 집에 나타날 줄은 몰랐네요.”

이진의 냉소를 무시한 채 윤이건은 아까 전에 했던 얘기를 계속했다.

“지금 우리의 혼인 관계가 끝난 게 아니기에 나갈 수 없어.”

그 말에 이진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하루 사이에 아예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윤이건이 낯설기까지 했다.

“그리고 객실 짐이 모두 빠진 걸 확인했을 테니 오늘은 침실에서 자.”

윤이건의 담담한 표정을 보자 이진은 어이없는 듯 풉- 웃음을 터뜨렸고 이내 손에 든 물건들을 빈 침대 위에 던져버렸다.

3년을 참았는데 겨우 3개월을 못 참을까!

하지만 그날 밤, 침실 침대에 누워있던 이진은 윤이건이 욕실에서 걸어 나오는 걸 보는 순간 자기 결정을 후회했다.

젖은 머리에서 떨어진 물방울은 남자의 근육을 따라 천천히 흘러 내리다가 허리에 두른 타월 사이로 스며들며 사라졌다.

“옷, 옷 좀 입어요.”

무심하게 머리를 털던 윤이건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멈칫하더니 이진의 눈길을 따라 고개를 숙이고 자기 모습을 확인했다.

그리고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의 입꼬리는 천천히 올라갔다.

“자기야 혹시 부끄러워?”

자기야라는 호칭에 이진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더니 입을 벌린 채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정말 놀랍고도 소름 끼치는 호칭이었다.

“윤이건 씨, 방, 방금 무슨…….”

천천히 다가오는 남자를 보자 이진은 말까지 더듬거렸고 평온하기만 하던 얼굴도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왜, 자기야? 무슨 문제 있어?”

갑자기 두 손으로 침대를 잡고 한껏 가까이 붙어온 윤이건 덕에 두 사람의 거리는 거의 붙다시피 가까워졌고 상대의 눈에 비친 자기 모습까지 서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날 밤 이진은 윤이건의 숨소리를 들으며 잔뜩 초조해하며 겨우 잠들었다. 심지어 도망이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것마저 새까맣게 잊어렸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너무 갑갑하고 더운 나머지 이진은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정확히 말하면 윤이건이 너무 꽉 껴안은 덕에 숨이 막혀 깨어난 거였다.

갓 깨어나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그녀는 약 2초간 멍 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정신을 겨우 차리고 윤이건이 자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그를 밀어버렸다.

그리고 상대방이 깨어난 걸 확인하자 살짝 짜증 섞인 표정으로 콧방귀를 뀌더니 잠옷 차림으로 아래층을 내려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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