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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작가: 소연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왔을 때는 이미 두 시간이 지나 있었다.

시간도 어느새 점심에 가까워져 있었다.

리은은 핸드폰을 꺼내 본가로 전화를 걸었다.

루이를 먼저 데려가 달라고 하고, 자신은 조금 뒤에 합류할 생각이었다.

그 사이 민정은 루이와 계속 이야기를 나누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리은이 통화를 마치고 돌아오자 민정이 물었다.

“끝났어?”

“응. 근데 조금 걸린대. 저쪽 디저트 가게 가서 잠깐 기다릴까?”

“좋아, 가자.”

두 사람은 커피를 한 잔씩 주문했고, 루이에게는 작은 케이크 하나를 골라 주었다.

민정은 계속 루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리은이 웃으며 말했다.

“너 원래 이렇게 애 좋아했어?”

민정은 손을 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건 완전 오해야. 우리 언니네 애들이랑 오빠네 애들? 나 진짜 질색이야. 시끄럽고 말 안 듣고 하나도 안 귀여워.”

“근데 루이는 달라. 너무 얌전하고 귀여워서 그냥 데려가서 내가 키우고 싶을 정도야.”

얌전히 케이크를 먹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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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는 이런 급의 남자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식사하는 게 처음이었다.그동안 만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재력 있는 집안의 자식들이었지만, 이 정도로 뿌리가 깊은 상류 가문 출신들은 처음이었다.막 끝난 결혼이 워낙 엉망이었기에 유니도 나름 많은 걸 깨달은 상태였다.그래서 지금은 괜한 기대나 계산 같은 건 전혀 없었다.그저 조금 긴장될 뿐, 다른 감정은 없었다.자리에 앉고 나니 묘하게 말이 끊겼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연준이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먼저 입을 열었다.“근데 이 식당은 누가 고른 거예요? 센스 좋네요.”유니는 눈을 깜빡이다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제가 골랐어요.”사실 특별한 기준이 있었던 건 아니고, 후기 좋은 곳 위주로 고른 것뿐이었다.“안목이 있으시네요.”유니는 그 말에 그냥 웃어 보였다.민정은 맞은편에 앉은 세 사람을 훑어봤다. 다들 흔히 보기 힘든 외모였지만, 제일 잘생긴 사람은 그래도 유한이었다.“리은아.”“응?”“저 분들... 다 네 남편 친구분들이야?”“나랑은 안 친해.”연준은 아무렇지 않게 핸드폰을 꺼내 짧은 영상을 찍더니 그대로 유한에게 보냈다.잠시 후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야, 오늘따라 전화 빨리 받네?”리은은 상대가 유한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어디야?]“당연히 내 식당이지. 어때, 너도 와서 같이 먹을래?”[그래. 기다려.]전화를 끊은 연준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유한이 곧 온대요.”리은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괜히 나왔네.’‘처음부터 유니 초대를 거절해야 했어.’리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괜히 어색해진 연준이 옆에 앉은 수혁을 팔꿈치로 툭 쳤다.수혁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자기가 같이 먹자고 한 것도 아니라서, 굳이 어색할 이유도 없었다.리은에 대해서도 딱히 호감이나 반감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무감정이었다.그래서 더더욱 불편하지 않았다.그때 리은이 갑자기 고개를 들어 태현을 바라봤다.그 시선을 느낀 태현이 리은과 눈을 마주쳤다.“신 대표님,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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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유니는 더더욱 쉬운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빠른 길이 주는 보상은 성실하게 일해서 얻는 것보다 훨씬 크고 또 쉬웠다.그동안 적지 않은 남자들을 만나왔지만, 이제 와서야 확실히 알 것 같았다.‘남자는 결국 믿을 게 못 돼.’세 사람이 막 주문을 마쳤을 때, 누군가 리은의 이름을 불렀다.“리은 씨?”리은은 고개를 들었다. 연준과 수혁, 태현이었다.이런 분위기의 레스토랑에서 이 세 사람을 마주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조금 의외였다.이미 이름까지 불렀는데 모른 척하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리은은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우연이네요.”연준은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우연이 아니에요. 여긴 제가 투자한 가게거든요.”그제야 리은은 알았다. 이 식당이 3년 전에 문을 열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연준의 사업이라는 건 처음 들었다.“친구분들하고 밥 먹으러 온 거예요?”뻔히 보이면서도 일부러 묻는 말이었다. 리은은 그저 미소로 넘겼다.수혁이 못 보겠다는 듯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말했다.“식당에 왔으면 밥 먹지, 뭐 하러 왔겠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그 말에 민정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자, 수혁의 시선이 바로 민정에게 향했다.자신이 조금 무례했단 걸 느낀 민정이 바로 자세를 고쳐 앉으며 먼저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저는 방민정이에요. 리은이랑 대학 동기예요.”사회생활을 오래 해온 민정에게 이런 정도의 인사는 어렵지 않았다.유니는 살짝 놀랐다. 연준과 태현은 알고 있었지만, 수혁은 처음이었다.그래도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민정이 자연스럽게 인사하는 걸 보고, 유니도 고개를 끄덕였다.“안녕하세요. 저는 조유니예요. 저도 리은이랑 대학 동기고요.”연준은 그 말을 듣자마자 손을 크게 내저었다.“그럼 오늘 밥은 제가 살게요. 다 리은 씨 친구들이잖아요. 드시고 싶은 거, 마시고 싶은 거 다 시키세요.”유니는 말문이 막혀서 리은을 바라봤다.리은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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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준은 이마에 뭔가를 맞은 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만큼 충격이 컸다.“그럼 신고는 했고요?”“했어요.” 리은은 담담하게 말했다.“근데 그럼 어떻게...”리은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먼저 다 먹었어요. 두 분 천천히 드세요.”그렇게 말하고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갔다.“아니, 말을 왜 이렇게 하다 마는 건데요...”연준이 손을 뻗어 붙잡아 보려다가, 옆에서 아무 표정 없는 유한의 얼굴이 보이자 결국 말을 삼켰다. 코를 한 번 문지른 뒤, 연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아까 리은 씨가 말한 거, 진짜야?”유한은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말했다.“밥 다 먹었으면 꺼져.”“야, 그러지 말고.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진짜 허인영이 리은 씨 납치한 거면, 너는 왜 그냥 풀어줬어?”그 말이 끝나자 유한의 표정이 확 가라앉았다. 연준을 보는 눈빛이 노골적으로 차가워졌다.연준은 그 시선에 괜히 어깨를 움찔했다.“아니, 왜 그렇게 봐?”“생각 좀 하고 말해.”“무슨 뜻인데?”“난 기업가야, 판사가 아니라고. 사람을 잡아두고 말고를 내가 결정해?”연준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래도 돈 있으면 못 할 게 없다는 말도 있잖아...”유한의 눈이 가늘어지는 걸 본 연준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하하, 농담이야, 농담. 네가 그런 사람이 아닌 거 알지. 불법적인 일을 할 사람도 아니고. 나 밥 다 먹었어, 먼저 간다.”그 말만 남기고 연준은 빠르게 자리를 떴다.그 뒤 며칠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흘러갔다.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유니는 결국 이혼에 성공했고, 10억 원의 위자료도 받아냈다.유니는 두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내 감사의 의미로 밥을 사고 싶다고 했다.민정이 리은에게 의사를 물었지만, 리은은 정중하게 거절했다.하지만 유니는 끝까지 고집했다.[진짜로 밥을 안 사면 내 마음이 너무 불편해.]결국 두 사람은 유니의 초대를 받아들이기로 했다.유니는 일부러 분위기가 괜찮은 레스토랑을 골랐다.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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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켰다고?’리은은 바로 메시지를 하나 더 보냈다.[그런데 그쪽 분들이 다 전문가 아니에요? 어떻게 그렇게 빨리 눈치챈 거예요?]곧 답장이 왔다.[외부에서 방해가 있었습니다. 저희 쪽 경험으로 봤을 때 누군가 뒤에서 보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렇게까지 바로 감지되지 않습니다.]‘뒤에서 보호?’‘허 회장 일가가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그런 힘이 남아 있을 리가 있나?’리은의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유한이 떠올랐다.‘주유한 말고는 생각나는 사람이 없어.’그때 방문이 열렸다. 리은이 고개를 들자 유한도 마찬가지로 리은을 보고 있었다.“무슨 일이야?”리은은 묻지 않았다. 물어봐야 솔직한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걸 알았기 때문이다.‘지킬 테면 지켜.’ 하지만 리은은 추적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세상에 영원히 숨길 수 있는 건 없어.’리은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담담하게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유한은 리은의 핸드폰을 힐끗 보며 말했다.“진짜 아무 일 없어?”리은은 잠시 멈칫했다가 말을 꺼냈다.“그 공장 건 말인데...”“사람 보내서 처리 중이야. 네가 부탁한 건 지킬 거야.”리은은 고개를 끄덕인 뒤 문 쪽으로 향했다. 아래에서 저녁 준비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려가서 식사하려던 참이었다.그런데 유한이 앞을 막아섰다.리은은 한 걸음 물러서며 유한을 바라봤다. ‘또 뭐야’라고 묻는 눈빛이었다.“너 언제까지 나랑 따로 잘 거야?”“기한 없어.”“안 돼.”“기한 없다고.” 리은은 다시 또렷하게 말했다.유한은 리은의 태도가 확고한 걸 보자, 리은이 여전히 이혼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그래도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잖아.”“넌 못 견디겠어?”“나 혼자 버티라고 하는 건 괜찮고?”리은은 속으로 생각했다.‘지난 5년이랑 뭐가 다른데.’유한은 리은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바로 말을 이었다.“예전에도 내가 널 방치한 적은 없어. 부부로서 해야 할 건 다 했잖아.”리은의 표정이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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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준은 루이를 보자마자 바로 몸을 낮추면서 쪼그려 앉았다.“루이, 안녕.”말을 마치고 연준은 자연스럽게 루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은 뒤 다시 일어섰다.“이제 가려는 거예요?”리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누군가의 호의를 굳이 무례하게 돌려줄 사람은 아니었다.연준은 어색하게 뒷머리를 긁적였다.“그, 있잖아요. 예전에 있었던 일, 우리도 다 알게 됐어요. 우리가 오해했어요. 그래서 말인데, 사과하는 의미로 제가 식사 대접 한 번 하면 안 될까요?”“괜찮아요.”“아, 그러지 말고... 리은 씨.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그제서야 리은은 연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진짜 괜찮아요. 전 신경 안 써요.”말을 마친 리은이 루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루이, 삼촌한테 인사하고 가자. 우리 집에 가자.”“삼촌, 안녕히 계세요.”리은의 태도가 확고하다는 걸 느낀 연준은 더 말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루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래. 루이야, 잘 가.”모녀가 회사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던 연준이 비로소 시선을 거뒀다.잠시 후 유한을 보자마자 연준이 말을 꺼냈다.“아까 아래에서 리은 씨랑 루이 봤어.”“그래서?”“전에 있었던 일은 우리가 오해한 거라고 말하고, 밥을 사겠다고 했는데 딱 잘라 거절하더라.”유한은 연준을 무심하게 한 번 훑어봤다.“그래서 나한테 왜 왔어?”“아, 별건 아니고. 그냥 근처라 올라와 본 거지.”그러자 유한은 자리에서 일어섰다.“볼일 없으면 가.”연준은 방금 앉았던 소파에서 아직 제대로 몸도 못 붙인 상태였다.“가? 너 어디 가는데? 이렇게 빨리?”“집.”“벌써 퇴근이라고? 너답지 않네...”유한이 정말 나가려고 하자 연준도 급히 따라 일어났다.“야, 나도 같이 가.”유한은 뻔뻔하게 따라 차에 올라탄 연준을 보고 말했다.“너 뭐 하냐?”“너하고 너 집에 가는 거지.”유한은 연준을 한 번 보고는 말했다.“너 집 없냐?”“있지.”“그럼 왜 나랑 가?”“야, 너네 집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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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순간, 리은은 유한에게 손목을 붙잡힌 채 그대로 휴게실로 끌려 들어갔다. 문을 닫으면서 다른 손으로 잠근 유한이 리은을 침대 위로 밀어 넘어뜨렸다.“뭐 하는 거야?”“보수 받는 중.”유한은 리은의 양옆에 팔을 짚은 채, 위에서 내려다보며 당당하게 말했다.경계심이 가득한 얼굴로 유한을 노려보던 리은은, 두 팔로 남자의 어깨를 단호하게 밀어냈다.“분명히 키스 한 번만 한다고 했잖아. 지금 이게 뭐야? 당장 비켜.”“키스 한 번은 맞지. 누워서 할지, 서서 할지는 말 안 했잖아.”“너...”리은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 걸 보자, 유한은 리은의 손목을 잡아 머리 위로 올린 뒤 그대로 몸을 숙였다.“그럼 시작할게. 준비됐어?”말은 그렇게 했지만, 유한은 리은에게 반대할 틈을 주지 않았다. 말이 끝나자마자 입술이 겹쳐졌다.리은은 눈을 크게 뜬 채, 유한이 말한 ‘키스 한 번’이 어떤 의미인지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키스는 뜨겁고 집요했다.망설임 없이 혀가 밀고 들어오면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숨이 막힐 것 같은 정도가 되자 유한은 비로소 아쉬운 듯 입술을 떼어냈다.두 사람 모두 호흡이 흐트러져 있었다.유한의 눈에는 ‘이성을 잃었다’는 말이 그대로 적혀 있었고, 리은의 눈에는 분노만 가득했다.리은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다 했으면 이제 비켜. 루이가 아직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유한은 어두워진 눈으로 리은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목의 울대가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손끝이 리은의 입술을 가볍게 스쳤다.“아직 부족해.”“그만해.”리은은 더는 참지 않고 유한을 밀쳐냈다. 침대에서 내려와 머리카락과 옷깃을 정리한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휴게실을 나섰다.두 팔을 짚은 채 다리를 벌리고 침대에 앉아 있던 유한은, 리은이 나간 뒤에야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상태를 힐끗 내려다봤다.‘예전엔 사이가 좋지 않아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이제는 원치 않게 금욕이라니.’‘사는 게 전보다 더 별로네.’리은이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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