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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Author: 도도화
예전 한종서도 그녀에게 혼사를 청한 적이 있었다.

임서율은 거절했지만 소용없었고 결국 그는 할아버지를 들먹이며 압박했다. 그가 직접 임씨 가문에 찾아와 청혼 의사를 밝힌 순간, 임씨 가문은 감히 거절하지 못하고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때 임규한이 임태규에게 말했었다. 임서율은 친딸이 아니며 곧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사실 한씨 가문은 애초에 임씨 가문을 그리 대단하게 여기지 않았다. 한종서가 극단적으로 단식투쟁까지 벌이지 않았다면 한 회장 역시 그 혼사를 억지로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데, 세상 사람들 입방아에 오를 각오로 평범한 여자를 며느리로 들이겠는가.

소문이 퍼지기라도 하면 체면이 말이 아니었을 테니, 결국 한 회장이 먼저 발을 뺐고 그 뒤로 한종서도 조용히 입을 닫았다.

그 일은 분명 임서율에게 커다란 상처였지만 지금 와서 보면 오히려 그녀를 구한 일이기도 했다. 그런 사람에게 시집을 갔다면 그녀의 인생은 그날로 끝장이었을 것이다.

임서율은 한종서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뻔히 알기에 그런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임규한에게 조용히 말했다.

“아빠, 전 방에 좀 들어가 있을게요.”

임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잠깐 피해 있어라.”

임서율이 몸을 돌려 계단을 오르려는 찰나, 그놈의 익숙하고도 듣기 싫은, 건들건들하고 건방진 목소리가 바로 귀를 때렸다.

“어이, 이게 누구야? 우리 임서율 양 아니신가? 내가 온다는 소식 미리 들었나 보지? 방으로 도망치려다 딱 걸렸네?”

임서율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버렸다.

계단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하얀 손마디가 드러났다.

뒤늦게 뛰어온 도우미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막으려 했는데 막지를 못했습니다.”

임규한은 한종서의 버릇을 잘 알고 있었다. 어디를 가든 제멋대로 굴고 남 체면 따위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 놈.

그는 도우미에게 손짓만 했다.

“됐으니 나가봐요.”

임서율은 더 이상 피할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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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마침 차주헌의 휴대폰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이재우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너무 받기 싫었지만 이 시간에 전화가 온다는 건 회사와 관련된 일이 틀림없기에 아무리 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받아야만 했다.그는 통화 버튼을 옆으로 밀며 애써 불편한 마음을 감췄다. “또 무슨 일이야?”“대표님, 얼른 회사로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부 대표님마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회사 주주들도 다들 난리입니다. 게다가 성운 그룹 주식도 바닥 쳤습니다.”“기자회견을 열거나 영상에 대해 해명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 퍼질 대로 퍼져서 영상을 내리는 건 현재로서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식겁한 차주헌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겼다.“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전화를 끊은 그는 임서율을 바라봤다. 직접 돌보겠다며 임규한과 약속한 마당에 다시 연락해서 도움을 청할 낯짝이 없었다.병원에서 임서율을 지키겠다고 했는데 회사 일 때문에 자리를 비워야 한다면 임규한이 어떻게 생각할지 눈에 뻔했기에 잠시 생각하던 그는 이혜정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수진이는 어때요?”“지금까진 별문제 없어. 내가 여기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아참, 영상을 어떻게 된 일이니? 설마 임씨 가문에서 복수하려고 영상을 퍼뜨린 거야?”“내가 예전부터 말했잖아. 그 인간들은 별로라고.”“수진이 괜찮아지면 내가 직접 임씨 가문에 가서 따질 테니까 넌 신경 쓰지 마.”“지금 영상을 누가 유포했는지 따질 때가 아니에요.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고요. 일단 제가 지금 당장 회사에 가봐야 하는데 자리를 비우면 서율이 곁에 아무도 없어요. 어머니가 이쪽으로 오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이혜정은 임서율 곁을 지키라는 말에 곧바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굳이 왜? 깰 사람은 알아서 깨고, 안 깰 사람은 어떻게 해도 안 깨는 거야. 내가 간다고 해서 달라리지는 건 없어.”“차라리 우리 집에서 손주나 지키는 게 낫지.”그 말에 차주헌은 속이 잔뜩 상했다.“아버님께한테 약속했어요. 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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