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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Penulis: 도도화
잠시 후, 대표실에서 나온 임서율은 자신의 기획안을 들고 새로 옮긴 방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안색이 안 좋은 것을 본 양지우는 얼른 그녀를 따라 들어오며 수화했다.

“너 괜찮아? 오아시스 프로젝트, 정말 뺏긴 거야?”

“탕비실로 가서 얘기해.”

임서율은 양지우의 손을 잡고 탕비실로 왔다.

“지우야, 나 좀 도와줄래? 중요한 일이야.”

“말만 해. 내가 도울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도와줄게.”

“재호 그룹도 오아시스 프로젝트를 원했던 거 알지? 아직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은 지금이라면 프로젝트는 얼마든지 다시 뺏어갈 수 있어. 그래서 재호 쪽과 한번 컨택해 보려고.”

양지우는 생각보다 충격적인 얘기에 얼른 수화하며 얘기했다.

“미쳤어?! 너 그랬다가 회사 기밀 유출 죄로 잡혀 가! 그때는 네 커리어든 뭐든 다 끝이라고! 그리고 재호 그룹 대표가 누군지 알고 그쪽이랑 컨택을 하겠대. 전에 업계 친구한테 들은 적이 있는데 재호 그룹 대표의 배경이 좀 복잡하대. 인터넷에 나온 정보가 다 가짜라는 소리도 있고. 너 그런 사람한테 잘못 걸리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어.”

양지우의 걱정 어린 충고에도 임서율은 자기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너도 알잖아. 오아시스 프로젝트가 나한테 얼마나 중요한지. 엄마가 생전에 부탁했던 마지막 소원이야. 꼭 내 손으로 성공시켜야 해.”

그녀에게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너 진짜...!”

양지우는 임서율을 대학교 때부터 봐왔기에 그녀가 쉽게 번복할 성격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한참 뒤 결국에는 설득을 포기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대신 정말 조심해야 해. 성운 그룹의 대표 와이프가 라이벌 회사를 돕고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 그때는...”

“응, 걱정하지 마. 조심할게.”

임서율은 고맙다고 하며 양지우의 손을 꼭 잡았다.

탕비실에서 나온 후, 임서율은 상자 속에 담긴 자신의 짐을 하나둘 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웬 물건 하나가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시선을 아래로 내려보니 차주헌과 함께 찍은 사진이 보였다.

해당 사진은 두 사람이 정식으로 연인이 된 날에 찍은 기념적인 사진이었다.

머리를 맞댄 채 조금 쑥스러운 듯 웃고 있는 모습이 눈이 부시게 아름다워 보였다.

그때의 두 사람은 정말 행복했고 머릿속에 서로밖에 없었으며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서로가 곁에 있으면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그 감정들도 이제는 흐릿하게 바래버렸다.

임서율은 액자를 쓰레기통에 버리더니 다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짐을 풀었다

그때 양지우로부터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인맥 총동원해서 15분 벌었어. 15분 안에 해결해.]

[15분이면 충분하지. 고마워.]

이제 모든 건 그녀의 손에 달렸다.

잠시 후.

재호 그룹 건물 앞에 도착한 임서율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러자 함께 와준 양지우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힘을 불어주었다.

“꼭 성공해! 정 안 되면 미인계로 유혹해봐!”

임서율은 그녀의 말에 피식 웃으며 장난을 쳤다.

“여자를 안 좋아하는 사람이면 어떡해?”

“그건...”

양지우는 말문이 막힌 듯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내 장난인 것을 깨닫고 하하 웃었다.

“아무튼 잘하고 와.”

“응, 다녀올게.”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에 오른 임서율은 긴장이 밀려오는 듯 가방을 꼭 쥐었다.

재호 그룹의 대표는 사업 수완이 좋기로 유명했다.

3년도 채 안 돼 회사를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의 대기업으로 성장시켰으니까. 업계 전설이라 불려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표이사실 앞에 도착한 임서율은 손을 들어 두어 번 노크했다.

그러자 안쪽에서 듣기 좋은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잘생긴 남자가 책상 앞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었다.

거리가 조금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남자가 뿜어내는 냉랭한 기운이 피부를 덮쳐왔다.

임서율은 긴장한 건지 아니면 남자의 기운에 압도된 건지, 사무실 안에 대표를 제외한 부하직원이 두 명이나 더 있었는데도 줄곧 대표인 하도원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하도원은 시선이든 태도든 차주헌보다 훨씬 더 강한 느낌이었다. 특히 살짝 찡그린 미간과 날카로운 턱선이 그를 더 차갑고 냉랭한 사람으로 느껴지게 했다.

임서율은 아주 조용히 소파로 가 살포시 앉았다.

하도원은 그녀가 들어온 걸 잊어버리기라도 한 건지 시선 한번 주지 않은 채 계속 부하직원들과만 얘기를 나눴다.

임서율은 아주 잠깐 끼어들 생각도 했지만 그랬다가는 큰 불똥이 튈 것 같아 얘기가 끝날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기로 했다.

잠시 후, 보고를 마친 직원들이 대표이사실을 나가려던 그때 하도원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멋대로 이곳에 사람을 들여보냈는지 알아보고 싹 다 해고해버려.”

부하직원은 그 말에 멈칫하며 소파에 앉은 임서율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금방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네, 대표님.”

임서율은 생각지도 못한 하도원의 말에 당황한 듯 소파에서 벌떡 일어섰다.

칼 같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단호할 줄은 몰랐다.

그녀가 이곳으로 온 것 때문에 엄한 사람이 해고되어 버렸다.

임서율은 하도원의 앞으로 다가가 이곳으로 찾아온 이유를 설명했다. 하도원이 들어줄 생각 없다는 듯 시선 한번 주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굴하지 않고 이곳에 온 목적을 얘기했다.

설명이 끝난 후 하도원은 그제야 서류에서 시선을 떼며 임서율 쪽을 쳐다보았다. 그 눈빛이 꼭 맹수 같아 임서율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

그런데 분명히 무서운 눈빛인데 이상하게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 대표님, 오아시스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게 되면 앞으로 적어도 3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그리고 오아시스 근처의 부지도 충분히 활용하면...”

“부부 싸움이라도 한 겁니까, 아니면 이게 성운의 새로운 전략입니까?”

하도원은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보려는 듯 시선을 정확히 그녀의 눈동자에 고정하며 물었다.

임서율은 침을 한번 꿀꺽 삼키더니 다시금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뱉어냈다.

“제가 의심스럽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저는 진심이에요. 재호가 이번 프로젝트를 꼭 손에 넣었으면 좋겠어요. 제 실력은 의심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만큼 이번 프로젝트를 잘 아는 사람은 또 없을 테니까.”

하도원은 손에 든 펜을 내려놓더니 고개를 조금 기울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흙탕물에 뛰어드는 취미는 없어요.”

“돈은 한 푼도 받지 않겠습니다. 대신 경영권을 손에 쥐시면 디자인은 제가 원하는 대로 해주세요. 저는 그거면 됩니다.”

하도원은 임서율을 빤히 바라보며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다.

“임서율 씨가 하려는 일이 뭔지 제대로 알고는 있는 거죠?”

“물론입니다. 오늘 일이 밖으로 새어나가면 저는 성운으로부터 책임을 묻게 되겠죠.”

하도운은 재밌다는 얼굴로 계속해서 물었다.

“오아시스는 이미 성운으로 넘어간 프로젝트인데 왜 굳이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날 찾아온 거죠?”

임서율은 시선을 내리며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건... 개인적인 일이라 말씀드릴 수 없어요. 하지만 저한테는 정말 중요한 프로젝트예요. 그것만 알아주세요.”

“프로젝트 담당자가 임서율 씨가 아닌 신입사원한테 돌아갔다고 한 거 들었습니다.”

하도원은 의자에 몸을 기대며 말을 이어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흙탕물에 뛰어드는 취미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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