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화

Author: 도도화
잠시 후, 대표실에서 나온 임서율은 자신의 기획안을 들고 새로 옮긴 방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안색이 안 좋은 것을 본 양지우는 얼른 그녀를 따라 들어오며 수화했다.

“너 괜찮아? 오아시스 프로젝트, 정말 뺏긴 거야?”

“탕비실로 가서 얘기해.”

임서율은 양지우의 손을 잡고 탕비실로 왔다.

“지우야, 나 좀 도와줄래? 중요한 일이야.”

“말만 해. 내가 도울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도와줄게.”

“재호 그룹도 오아시스 프로젝트를 원했던 거 알지? 아직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은 지금이라면 프로젝트는 얼마든지 다시 뺏어갈 수 있어. 그래서 재호 쪽과 한번 컨택해 보려고.”

양지우는 생각보다 충격적인 얘기에 얼른 수화하며 얘기했다.

“미쳤어?! 너 그랬다가 회사 기밀 유출 죄로 잡혀 가! 그때는 네 커리어든 뭐든 다 끝이라고! 그리고 재호 그룹 대표가 누군지 알고 그쪽이랑 컨택을 하겠대. 전에 업계 친구한테 들은 적이 있는데 재호 그룹 대표의 배경이 좀 복잡하대. 인터넷에 나온 정보가 다 가짜라는 소리도 있고. 너 그런 사람한테 잘못 걸리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어.”

양지우의 걱정 어린 충고에도 임서율은 자기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너도 알잖아. 오아시스 프로젝트가 나한테 얼마나 중요한지. 엄마가 생전에 부탁했던 마지막 소원이야. 꼭 내 손으로 성공시켜야 해.”

그녀에게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너 진짜...!”

양지우는 임서율을 대학교 때부터 봐왔기에 그녀가 쉽게 번복할 성격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한참 뒤 결국에는 설득을 포기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대신 정말 조심해야 해. 성운 그룹의 대표 와이프가 라이벌 회사를 돕고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 그때는...”

“응, 걱정하지 마. 조심할게.”

임서율은 고맙다고 하며 양지우의 손을 꼭 잡았다.

탕비실에서 나온 후, 임서율은 상자 속에 담긴 자신의 짐을 하나둘 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웬 물건 하나가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시선을 아래로 내려보니 차주헌과 함께 찍은 사진이 보였다.

해당 사진은 두 사람이 정식으로 연인이 된 날에 찍은 기념적인 사진이었다.

머리를 맞댄 채 조금 쑥스러운 듯 웃고 있는 모습이 눈이 부시게 아름다워 보였다.

그때의 두 사람은 정말 행복했고 머릿속에 서로밖에 없었으며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서로가 곁에 있으면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그 감정들도 이제는 흐릿하게 바래버렸다.

임서율은 액자를 쓰레기통에 버리더니 다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짐을 풀었다

그때 양지우로부터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인맥 총동원해서 15분 벌었어. 15분 안에 해결해.]

[15분이면 충분하지. 고마워.]

이제 모든 건 그녀의 손에 달렸다.

잠시 후.

재호 그룹 건물 앞에 도착한 임서율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러자 함께 와준 양지우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힘을 불어주었다.

“꼭 성공해! 정 안 되면 미인계로 유혹해봐!”

임서율은 그녀의 말에 피식 웃으며 장난을 쳤다.

“여자를 안 좋아하는 사람이면 어떡해?”

“그건...”

양지우는 말문이 막힌 듯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내 장난인 것을 깨닫고 하하 웃었다.

“아무튼 잘하고 와.”

“응, 다녀올게.”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에 오른 임서율은 긴장이 밀려오는 듯 가방을 꼭 쥐었다.

재호 그룹의 대표는 사업 수완이 좋기로 유명했다.

3년도 채 안 돼 회사를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의 대기업으로 성장시켰으니까. 업계 전설이라 불려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표이사실 앞에 도착한 임서율은 손을 들어 두어 번 노크했다.

그러자 안쪽에서 듣기 좋은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잘생긴 남자가 책상 앞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었다.

거리가 조금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남자가 뿜어내는 냉랭한 기운이 피부를 덮쳐왔다.

임서율은 긴장한 건지 아니면 남자의 기운에 압도된 건지, 사무실 안에 대표를 제외한 부하직원이 두 명이나 더 있었는데도 줄곧 대표인 하도원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하도원은 시선이든 태도든 차주헌보다 훨씬 더 강한 느낌이었다. 특히 살짝 찡그린 미간과 날카로운 턱선이 그를 더 차갑고 냉랭한 사람으로 느껴지게 했다.

임서율은 아주 조용히 소파로 가 살포시 앉았다.

하도원은 그녀가 들어온 걸 잊어버리기라도 한 건지 시선 한번 주지 않은 채 계속 부하직원들과만 얘기를 나눴다.

임서율은 아주 잠깐 끼어들 생각도 했지만 그랬다가는 큰 불똥이 튈 것 같아 얘기가 끝날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기로 했다.

잠시 후, 보고를 마친 직원들이 대표이사실을 나가려던 그때 하도원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멋대로 이곳에 사람을 들여보냈는지 알아보고 싹 다 해고해버려.”

부하직원은 그 말에 멈칫하며 소파에 앉은 임서율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금방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네, 대표님.”

임서율은 생각지도 못한 하도원의 말에 당황한 듯 소파에서 벌떡 일어섰다.

칼 같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단호할 줄은 몰랐다.

그녀가 이곳으로 온 것 때문에 엄한 사람이 해고되어 버렸다.

임서율은 하도원의 앞으로 다가가 이곳으로 찾아온 이유를 설명했다. 하도원이 들어줄 생각 없다는 듯 시선 한번 주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굴하지 않고 이곳에 온 목적을 얘기했다.

설명이 끝난 후 하도원은 그제야 서류에서 시선을 떼며 임서율 쪽을 쳐다보았다. 그 눈빛이 꼭 맹수 같아 임서율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

그런데 분명히 무서운 눈빛인데 이상하게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 대표님, 오아시스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게 되면 앞으로 적어도 3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그리고 오아시스 근처의 부지도 충분히 활용하면...”

“부부 싸움이라도 한 겁니까, 아니면 이게 성운의 새로운 전략입니까?”

하도원은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보려는 듯 시선을 정확히 그녀의 눈동자에 고정하며 물었다.

임서율은 침을 한번 꿀꺽 삼키더니 다시금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뱉어냈다.

“제가 의심스럽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저는 진심이에요. 재호가 이번 프로젝트를 꼭 손에 넣었으면 좋겠어요. 제 실력은 의심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만큼 이번 프로젝트를 잘 아는 사람은 또 없을 테니까.”

하도원은 손에 든 펜을 내려놓더니 고개를 조금 기울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흙탕물에 뛰어드는 취미는 없어요.”

“돈은 한 푼도 받지 않겠습니다. 대신 경영권을 손에 쥐시면 디자인은 제가 원하는 대로 해주세요. 저는 그거면 됩니다.”

하도원은 임서율을 빤히 바라보며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다.

“임서율 씨가 하려는 일이 뭔지 제대로 알고는 있는 거죠?”

“물론입니다. 오늘 일이 밖으로 새어나가면 저는 성운으로부터 책임을 묻게 되겠죠.”

하도운은 재밌다는 얼굴로 계속해서 물었다.

“오아시스는 이미 성운으로 넘어간 프로젝트인데 왜 굳이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날 찾아온 거죠?”

임서율은 시선을 내리며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건... 개인적인 일이라 말씀드릴 수 없어요. 하지만 저한테는 정말 중요한 프로젝트예요. 그것만 알아주세요.”

“프로젝트 담당자가 임서율 씨가 아닌 신입사원한테 돌아갔다고 한 거 들었습니다.”

하도원은 의자에 몸을 기대며 말을 이어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흙탕물에 뛰어드는 취미는 없습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제503화

    임서율이 공주희를 향해 말했다.“하 대표님 배웅해 드려요.”“네.”공주희는 커피를 내려놓고 서둘러 하도원을 따라 나섰다.회의실 안은 잠시 정적에 잠겼고 양지우가 조심스레 다가와 입을 열었다.“서율아, 우리 너무 서두른 거 아니야? 조금 더 천천히 가야 하지 않을까?”임서율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그럴 시간 없어. 사람들이 정신 차리고 눈 돌리는 순간, 우린 국물조차 못 얻어.”양지우는 임서율을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그녀의 눈빛과 기세는 낯설었다. 쉽게 욕심을 내는 성격이 아니었던 임서율이 이렇게까지 밀어붙이다니.그녀는 무심코 임서율의 옷소매를 잡아끌며 물었다.“서율아, 너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갈수록 네 마음을 모르겠어.”임서율은 잠시 고개를 돌리더니 양지우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녀는 하도원의 거절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고 오히려 더 생기가 돌았다.양지우의 눈에는 마치 임서율의 온몸이 금빛으로 감싸인 듯 보였다.“지우야.”임서율이 낮고 또렷한 목소리로 물었다.“너, 우리 회사가 성운 그룹을 뛰어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운성시 전체를 놓고 보자면 재호 그룹이 압도적 1위였고 그다음이 성운 그룹이었다.하지만 임서율의 목표는 분명했다. 바로 차주헌을 반드시 무너뜨리는 것.양지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서... 서율아, 너 설마 성운 그룹을 넘어서겠다는 거야?”“넌 원하지 않아? 그동안 가정에 묶여 네 능력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했잖아. 정말 이대로 살고 싶어?”양지우는 가슴이 철렁했지만 이내 임서율의 말에 설득당하고 말았다.“...좋아. 앞으로 네가 하자는 대로 따를게.”임서율은 미소 지으며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그래야지.”하지만 양지우는 여전히 근심을 떨치지 못했다.“근데... 하 대표님은 어떻게 할 건데?”“조급해하지 마.”임서율이 낮게 속삭였다.“천천히 가면 돼. 하 대표뿐만 아니라 누구에게 가져가도 지금은 거절당할 수밖에 없는 프로젝트야.”이미 각오한 바였다.양지우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때

  •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제502화

    하도원은 임서율의 당당한 눈빛을 잠시 바라보다가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임 대표는 이 프로젝트에 얼마를 투자할 생각이지?”“천억이요.”그것은 해성 그룹이 가진 전 재산이었다.하도원은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낮고 허탈한 웃음소리가 텅 빈 회의실에 메아리쳤는데 바깥에 있던 사람들까지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임 대표, 나더러 이 프로젝트에 투자하라는 건가? 내가 바보 같아 보여?”신사업을 시작하는 데 드는 돈이 천억에 그칠 리 없었다. 최소 이 액수의 네배는 있어야 했다. 그러니 이 프로젝트는 사실상 두 회사의 앞날을 통째로 거는 도박이었다.어느 한 고리라도 삐끗한다면 재호 그룹과 해성 그룹 모두 파산을 면치 못할 터였다. 그런데도 임서율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하 대표님, 이 프로젝트는 제가 오랫동안 연구해 온 거예요. 지금 국내의 산업 발전을 보면 아직은 인간 손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고 기계가 일부를 대신하죠. 그렇다면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 아닌가요?”“앞으로는 인공지능이 사람들에게 큰 편의를 줄 수 있을 거예요. 이미 해외에선 로봇 산업이 태동하고 있잖아요. 물론 지금 저희가 만드는 이 프로젝트가 두 회사 본업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하지만 예전부터 해외 기업들과 꾸준히 교류해 오셨으니 누구보다 잘 아실 거라 생각해요.”하도원의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더니 태연히 담뱃재를 털어내며 입꼬리를 올렸다.“흐음, 결국 날 발판으로 삼겠다는 건가?”임서율은 다시 차분히 설명을 이어갔다.“제가 오랫동안 연구한 거예요. 알고리즘만 제대로 돌아가면 충분히 실현 가능합니다.”그러나 하도원은 곧장 일어서더니 고개를 저었다.“이건 너무 큰 사안이라 지금 당장은 결론을 내릴 수 없어.”그 역시 속으로는 놀랐다. 어린 여자가 이 정도의 야심을 품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임서율은 그가 회의실 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바라

  •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제501화

    임서율은 양지우와 함께 자리로 돌아와 가볍게 기침을 하고는 자세를 반듯이 고쳐 앉았다. 그리고 마치 진지하게 업무 이야기를 나누려는 듯한 태도로 하도원에게 말을 건넸다.“하 대표님, 아까는 일 얘기를 하러 오셨다고 하셨죠.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말씀하시는 건가요?”하도원은 잠시 눈썹을 치켜올리며 길고 뚜렷한 손가락으로 탁자 위를 느긋하게 두드렸다.“정말 내가 협업 얘기를 하러 왔다고 생각하는 건가?”임서율은 고개를 갸웃했다.“협업이 아니라면 지금 혹시 졸리세요? 공포 이야기라도 해드릴까요?”하도원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느슨하게 기대며 말했다.“너희 회사 사정은 네가 더 잘 알 텐데. 아직 우리 회사랑 손잡을 자격은 안 되지 않나.”임서율은 곁의 양지우에게 눈짓을 보냈고 양지우는 준비해온 서류를 꺼냈다.“일단 계획안을 한 번 보시고, 협력 여부를 판단해 주셔도 늦지 않으실 거예요.”하도원은 몸을 일으키지도 않고 손끝으로 대충 서류 모서리를 걸어 당기더니 무심하게 한 장 넘겨보았다.양지우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이 프로젝트는 임서율이 직접 준비한 것이긴 하지만 워낙 생소한 분야라 국내에 유사한 사례도 없는 상황이었다.만약 시장을 뚫지 못하면 이후 투자금은 송두리째 사라질 터였다.투자는 작은 문제가 아니었으니까.그런데도 임서율은 이렇게 정면승부를 택한 것이다. 너무 무모한 건 아닐까?회의실 밖에서 지켜보던 이들도 수군거렸다.“임서율, 너무 우쭐대는 거 아니야? 우리 회사가 어떻게 운성시 넘버원 기업이랑 손을 잡을 수 있겠어?”“그러게, 허세 부리는 거지.”“허세는 그렇다 쳐도, 수습 못 하면 끝장인데...”“차라리 상대가 그냥 뚱뚱한 아저씨나 대머리였다면 어떻게든 넘어갔을지도 모르지. 문제는 그게 하도원이라는 거야. 하 대표라고!”“맞아. 하 대표가 어떤 사람인데. 워낙에 차갑고 까다롭기로 유명하잖아. 웬만한 수완 없으면 미인 하나 붙여줘도 꿈쩍도 안 하는 사람이야.”“못 보겠다. 곧 망신당할 텐데...”하도원은 대충

  •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제500화

    임유나는 끝내 분을 못 참고 소리쳤지만 손 대표는 못 들은 척 그대로 가버렸다.그녀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더니 얼굴까지 벌겋게 달아올랐다.결국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엄마! 지금 당장 방법 좀 생각해봐요. 손 대표가 벌써 임서율이 회사를 맡는다는 인사 보고서를 준비하러 갔단 말이에요!”“뭐라고! 너 도대체 뭐 하는 거야? 내가 뭐라 했어, 임서율이랑 하도원 관계 잘만 이용하라지 않았어?”“썼다니까요! 근데 하도원이 아까 직접 와서는 임서율이 회사를 안 맡으면 자기랑 협력 못 한다고, 거의 대놓고 말했어요!”정설아는 한동안 잠잠하다가 낮게 중얼거렸다.“임서율 걔 보통이 아니구나. 하도원을 저렇게까지 움직이다니. 자리 보장하려고 하도원 꼬시더니, 이젠 하도원이 프로젝트까지 밀어주는 모양이네.”임유나는 원래도 속이 뒤집혀 있었는데, 그 말에 더 기가 막혀 소리쳤다.“임서율이 대체 하도원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하지만 정설아는 역시 오래 굴러먹은 사람답게 침착했다.“조급해하지 마. 우리 손에 아직 비장의 카드가 있잖아. 하도원을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누구니?”임유나는 금방 눈이 번쩍 뜨였다.“설마 한종서를 말하는 거예요? 근데 지금 와서 그 사람이 임서율을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바보 같은 것! 내가 늘 눈 크게 뜨고 다니랬지? 임서율, 지금 혼자잖아. 나이도 찼겠다, 슬슬 혼처도 들어와야 할 때 아니겠니?”임유나는 곧장 눈치를 채고는 움찔하며 말했다.“엄마 뜻은 임서율을 한종서랑 엮겠다는 거죠? 근데 언니가 그렇게 순순히 응할 리가 없잖아요. 성격 뻔히 알면서...”“네 할아버지가 있잖아. 게다가 전엔 임씨 집안 핏줄이 아니라서 우리가 함부로 못 했지만 지금은 명실상부한 친딸 아니니? 그럼 얘기가 달라지지.”임유나는 그제야 다시 희망이 보이는 듯 눈빛이 달라졌다.“알았어요, 엄마 계획대로 해요.”전화를 끊고 난 뒤, 그녀는 임서율이 떠난 방향을 흘깃 바라봤는데 그 눈빛엔 독기 어린 기운이 번뜩였다.‘임서율, 두고 봐.

  •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제499화

    손 대표는 하도원을 보자마자 얼굴이 단번에 굳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 급히 달려갔다.“하 대표님! 정말 하 대표님이십니까? 이렇게 귀한 걸음을 해주시다니,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그냥 한 번 들른 겁니다. 원래는 임 대표님과 프로젝트 얘기를 하려 했는데... 아, 아직 대표가 아니지. 됐습니다.”하도원은 말끝을 흘려버리며 무심하게 돌아섰다.임서율은 눈앞에서 손 대표의 표정이 희망으로 빛나다가 불안에 휩싸이고 다시 절망으로 무너지는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봤다.사람 마음을 이 정도로 흔드는 건 처음 봤다.손 대표는 하도원이 발길을 돌리려 하자 다급히 따라붙었다.“하 대표님, 잠깐만요! 오해가 있으신데, 저희 주주들은 이미 결론을 냈습니다. 내일부터 서율 씨가 회사를 맡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준비가 덜 돼서 공식 발표만 미뤄진 겁니다.”하도원은 발걸음을 멈추고 옆으로 고개를 돌리며 의미심장하게 물었다.“그래요? 그 말은 내일부터야 서율 씨가 회사를 관리한다는 뜻인가요?”손 대표는 순간 눈치를 채고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아닙니다. 내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인사팀에 이미 공고 준비를 지시한 상태입니다.”하도원은 팔짱을 끼고 손 대표를 날카롭게 훑어봤다.“그러면 아직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군요.”“아, 아닙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추진하겠습니다. 우선 회의실로 가시죠.”손 대표는 부랴부랴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주희 씨, 뭐 하고 있어! 하 대표님께 커피 얼른 대접해. 제일 좋은 걸로. 이봐, 신입이지? 어서 하 대표님 모시고 회의실로 안내해!”양지우는 몇 초 멍하니 서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네! 하 대표님,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하도원은 그녀를 따라가며 임서율 곁을 스치듯 지나쳤다.그 순간,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고 가볍게 비아냥거렸다.“임 대표님, 안 가세요? 제 시간은 소중한데요.”임서율은 짧게 숨을 고른 뒤 고개를 끄덕였다.“가요.”그리하여 몇 사람이 함께 회의실로 향했고 임유나

  •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제498화

    “언니, 남자 하나 때문에 이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거야? 하지만 너무 착각하지 마. 하 대표님이 어떤 분인데, 그 집안이 이혼한 여자를 며느리로 받아줄 것 같아?”임유나의 대놓고 날 선 질문은 이혼이 곧 수치인 것처럼 몰아붙였다.그 말에 다른 사람들도 술렁이며 수군거렸다.“그러고 보니, 5년 전부터 임서율이랑 하 대표 사이에 뭔가 있었대. 그땐 아직 이혼하기 전이었잖아.”“그렇다면 두 사람 관계가 단순치 않네. 이 여자, 심지가 보통은 아니구만.”“하 대표님 눈길을 끌려고 무려 5년 동안 판을 짜왔다니, 저런 끈기는 아무나 있는 게 아니지.”“난 저런 부류가 제일 싫어. 도대체 회장님은 무슨 생각으로 저 여자를 인정하신 걸까? 차라리 부사장이야 회사에 기여한 건 없을지언정, 적어도 이런 스캔들은 없었잖아.”“아마도 혼자 힘으론 설 수 없으니까 하 대표한테 기대 보려는 거겠지.”“하지만 하 대표님이 정말 저 여자를 마음에 두고 있는지 누가 알아. 혹시 그냥 장난삼아 상대하는 걸 수도 있지.”사람들의 말이 하나같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기울자, 임유나는 흡족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이 정도의 여론만으로도 당장 임서율의 발목을 잡는 데에는 충분했으니까.그때 손 대표가 임서율 앞으로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서율 씨, 사실 우리 주주들끼리 원래는 며칠 내로 서율 씨에게 회사를 맡기기로 의견을 모았어요. 그건 회장님의 뜻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성과와 이번 프로젝트 실적만 보더라도 서율 씨는 충분히 자격이 있죠.”“하지만 보셨다시피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괜히 내부에서 시끄러워지면 저희도 곤란한 일이 많아지거든요.”그러나 임서율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괜찮습니다. 어차피 회사를 맡기 전에 먼저 환경부터 익혀야 하니까요. 요즘 새 에너지 프로젝트가 있는데, 손 대표님, 그건 한번 검토해 보셨나요?”손 대표는 눈을 번쩍 뜨며 물었다.“설마 스카이의 그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 말씀인가요?”“네, 맞습니다.”손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