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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작가: 도도화
임서율이 내려온 걸 본 양지우는 얼른 수화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어떻게 됐어?”

“잘 안 됐어. 소문대로 만만치 않은 남자더라고.”

심지어 임서율은 너무 긴장한 탓인지 자신의 비밀을 들켜버리기까지 했다.

“차 대표 때문에 청력을 잃었다고 들었는데 다시 돌아온 모양입니다?”

하도원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는 듯했다.

‘비밀 지켜달라 부탁해도 안 들어줄 것 같은데...’

양지우는 실패했다는 그녀의 말에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도움이 못 돼줘서 미안...”

“네가 뭐가 미안해. 미안하다고 해야 할 사람은 나야. 네가 어떻게 만들어준 기횐데.”

임서율은 아까 하도원이 부하직원에게 했던 얘기를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네 말대로 하 대표는 정말 무서운... 지우야?”

임서율은 말을 하다 어딘가 멍한 듯한 얼굴의 양지우를 발견하고는 두 손을 들어 그녀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지우야? 내 말 들려?”

양지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임서율을 바라보며 말을 버벅거렸다.

“너, 너 왜... 나 방금 아무런 제스처도 안 하고 말로만 했는데... 어떻게 알아들었어? 너 설마...!”

“쉿!”

임서율은 양지우의 입을 틀어막으며 조용한 구석으로 데려갔다.

청력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양지우는 잔뜩 흥분하며 임서율의 팔을 찰싹찰싹 때렸다.

“왜 이제야 말해! 그런 기쁜 소식은 나한테 제일 먼저 공유했어야지!”

역시 사랑보다는 우정인 건지 양지우는 정말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내가 공개할 때까지는 비밀로 해줘. 아직 차주헌도 몰라. 그리고 기회 만들어줬던 친구한테 미안하다고 전해줘. 나 도와준 것 때문에 일자리 잃게 생겼어...”

임서율은 죄책감 가득 서린 눈빛으로 하도원이 했던 말을 얘기해주었다.

“하 대표 생각보다 더 칼 같은 사람이었네... 그럼 네 계획은 완전히 물 건너 간 거야?”

“응, 그런 것 같아.”

...

임서율은 집으로 돌아온 후 가장 먼저 방으로 가 옷장부터 열었다. 그러고는 차주헌이 선물한 웨딩드레스를 여러 각도로 사진 찍고는 그대로 중고 사이트에 올려버렸다.

오아시스 프로젝트가 그녀의 원대로 흘러가든 흘러가지 않든 그녀가 차주헌의 곁을 떠나는 건 이미 확정된 사실이었기에 나중을 생각해서라도 최대한 자금을 모아야만 했다.

그녀는 더 이상 부잣집 딸이 아닌 평범하디 평범한 일반인이었으니까.

10억이라는 엄청난 내놓은 거라 팔리기까지 며칠은 걸릴 줄 알았는데 올린 지 30분도 안 돼 금방 누군가가 사겠다며 선입금을 해왔다.

임서율은 통장에 입금된 돈을 보며 오늘 처음으로 활짝 웃었다.

그녀는 콧노래를 부르며 이 돈으로 뭐부터 할까 고민했다. 그런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며 차주헌이 안으로 들어왔다.

차주헌은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채로 다가오더니 대뜸 무릎 하나를 꿇으며 다급하게 물었다.

“드레스는 왜 팔았어? 그건 내가 너를 위해 직접 디자인한 거잖아. 내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어?”

임서율은 걱정이 가득 어려 있는 그의 눈빛을 보며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한때는 그 누구보다 차주헌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그와 눈을 마주치고 있어도 무슨 생각을 통 알 수가 없었다.

임서율은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 거 아니야. 그냥 나한테는 너무 과분한 드레스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 내가 전에 보육원 얘기한 거 기억하지? 드레스 판 돈으로 보육원에 기부하려고.”

차주헌은 반신반의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정말이야? 프로젝트가 강수진한테 넘어간 것 때문에 화가 나서 팔려는 건 아니고?”

“응, 아니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차주헌은 그 말에 그제야 안도하며 활짝 웃었다.

“그래, 율이 너라면 마음 넓게 양보해 줄 줄 알았어. 프로젝트는 내가 꼭 성공시킬 테니까 걱정하지 마!”

임서율은 큰소리로 비웃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차주헌은 내가 마더 테레사라도 되는 줄 아나 보네? 그러니 마음이 넓다느니 네가 양보하라느니 같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지.’

그때 차주헌의 휴대폰이 갑자기 요란하게 울려댔고 그는 발신자를 보더니 황급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발신자가 강수진인 걸 봐버린 임서율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전화 온 거 아니야? 그냥 받아.”

“회사야. 신경 쓸 거 없어. 나는 회사 일보다 우리 율이 기분 풀어주는 게 더 중요하니까.”

차주헌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렇게 말하며 임서율의 볼을 매만졌다.

“그냥 받아. 급한 전화면 어떡해.”

임서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또다시 휴대폰이 울렸고 이에 차주헌은 잠시 고민하다 결국에는 방을 나서며 전화를 받았다.

차주헌이 나가자마자 임서율은 바로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왔다.

거짓말을 이렇게도 잘하는 남자인 줄 왜 전에는 몰랐는지, 왜 전에는 의심조차 하려 들지 않았는지.

임서율은 차주헌이 전에 해줬던 말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오아시스 프로젝트만은 꼭 그녀가 담당하게 해주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 약속을 임원진들 핑계를 대며 바로 깨버리고 말았다.

그녀가 얼마나 공을 들인 프로젝트인지 누구보다 잘 알면서 그는 망설임 없이 그걸 강수진에게 넘겼다.

띠링.

임서율이 분노를 삭이고 있을 그때 양지우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친구한테서 들은 얘기인데 오늘 저녁에 있을 자선경매 행사에 하도원도 참석한대.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부탁해봐. 혹시 알아? 하도원이 생각을 바꿀지.]

메시지를 확인한 임서율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얼른 양지우에게 답장을 보냈다.

[나 해볼래! 고마워, 지우야. 진짜 너밖에 없어.]

답장을 보내고 나니 마침 차주헌도 통화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왔다.

“왜 서 있어?”

“아무것도 아니야.”

차주헌은 다시 의자에 앉은 임서율의 앞으로 다가가 조금 미안한 얼굴로 얘기했다.

“같이 레스토랑으로 가서 저녁 먹으려고 했는데 거래처 미팅이 잡혔어. 많이 배고픈 거 아니면 나 기다려줄래? 내가 빨리 처리하고...”

“그러지 말고 편히 일하고 와. 레스토랑은 다음에 가면 되지.”

마침 그녀도 해야 할 일이 생겼기에 지금은 차주헌의 얘기가 무척 반가웠다.

차주헌은 그녀의 답변에 감동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살짝 숙여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난 정말 너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예뻐 죽겠어.”

“얼른 가.”

임서율은 말을 하며 그의 가슴팍을 티 안 나게 뒤로 밀었다.

강수진을 만졌던 손으로, 강수진에게 키스했던 입술로 자신을 만지고 있다는 사실이 역겹고 더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차주헌은 그녀의 미묘한 거부를 눈치채지 못한 채 활짝 웃으며 방을 나섰다.

달칵.

차주헌이 가버린 후 임서율은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메이크업도 했다. 그러고는 15분 만에 급히 집 문을 나섰다.

행사장에 도착한 그녀는 초대장을 꺼내 직원에게 보여주었다. 성운 측에도 며칠 전에 초대장이 도착해서 망정이지 아니면 피곤한 일을 겪을 뻔했다.

안으로 들어간 임서율은 오늘의 목적인 하도원부터 찾았다. 그런데 찾아야 하는 사람은 안 보이고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두 남녀가 대뜸 눈에 들어왔다.

강수진은 차주헌의 넥타이를 정리해주며 사랑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임서율은 기막힌 광경에 헛웃음을 쳤다.

이게 차주헌이 말한 미팅인 건가?

하지만 이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녀를 놀라게 한 건 차주헌의 다음 행동이었다.

차주헌은 직원이 건넨 빨간색 상자를 열더니 그 안에 든 팔찌를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강수진의 팔에 채워주었다.

임서율은 그 장면을 본 순간 심장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차주헌이 건넨 팔찌는 그녀가 대학교 때 처음으로 디자인한 팔찌였다.

당시 임서율은 어머니 병원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팔찌를 팔아야 했고 그걸 알게 된 차주헌은 그 팔찌가 경매에 나오는 즉시 다시 찾아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그 팔찌를 차주헌은 그녀의 손목이 아닌 다른 여자 손목에 채워주었다. 그녀에게 어떤 의미가 담긴 팔찌인지 뻔히 알면서 그는 다른 여자에게 그 팔찌를 선물했다.

임서율은 치밀어 오는 분노를 꾹 참으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얼마나 세게 깨물었는지 피가 다 고일 정도였다.

강수진은 팔찌를 보더니 눈이 휘어지도록 웃으며 차주헌의 품에 와락 안겼다.

“고마워. 주헌이 너밖에 없어.”

하지만 곧바로 멈칫하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차주헌을 올려다보았다.

“네가 이 팔찌를 나한테 준 걸 알면 서율 씨가 화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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