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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Author: 도도화
임규한은 담담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래, 아빠는 회사를 네게 맡기려 한다. 앞으로 이 회사의 합법적인 후계자는 너야.”

임서율은 그 말에 순간 얼어붙었다.

아버지가 회사를 통째로 자신에게 넘기겠다고 할 줄은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아빠, 저... 회사는 맡고 싶지 않아요.”

딸의 눈치를 살피던 임규한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알아. 네가 더는 임씨 집안과 얽히고 싶지 않다는 거. 지난날, 임씨 집안이 널 어떻게 대했는지 잘 알고 있어. 그 많은 잘못을 생각하면 네가 회사를 맡고 싶지 않은 게 당연하지.”

그는 말을 잇다 목소리가 떨려왔다.

“하지만 이 회사엔 아빠 뿐만 아니라 네 엄마의 피땀도 담겨 있어. 네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받아줄 수 없겠니?”

임서율은 결국 마음이 흔들렸다.

해성 그룹은 부모가 함께 세운 회사였다. 임씨 집안은 예전에도 사업체를 운영하긴 했으나 경제 위기에 무너져 내렸었다.

즉, 해성은 임씨 집안의 가산이라기보다 두 사람의 삶을 걸어 세운 결실이었다.

‘떠날 때 다시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어. 적어도 회사가 임유나 손에서 망가지는 꼴은 볼 수 없어.’

임서율은 깊게 숨을 내쉬고 펜을 들어 서류 위에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적어 내려갔다.

임규한은 눈시울을 붉혔다.

“서율아, 네가 이렇게 내 마지막 소원을 들어줄 줄은 몰랐어. 정말 고맙다.”

한동안 말만 주고받았을 뿐인데도, 임규한의 몸은 눈에 띄게 쇠약해 보였다. 그가 기운이 빠져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비틀거리자, 임서율은 곧장 간병인을 불렀다.

“얼른 아빠를 병실로 모셔가 주세요.”

“네.”

...

한편, 임유나와 정설아는 차에 올라탔다.

정설아는 방금 전 임규한의 행동을 곱씹다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유나야, 네 아버지 정말 미친 거 아니니? 나이 들수록 더 정신이 흐려지나 봐. 이 와중에 나랑 이혼하겠다고 하질 않나.”

임유나는 그녀를 곁눈질로 흘겨보았다.

정설아는 겉으로는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속은 음험하기 그지없는 여자였다.

처음 집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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