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나는 내 과거의 상처를 피해 도망치거나, 질질 짜며 동정받을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연우가 태경의 넥타이를 가볍게 쥐어당기며 도발적으로 속삭였다.
"가족에게조차 보호받지 못했던 아이가 어떤 상처를 안고 자라는지 알기 때문에, 적어도 이곳의 아이들만큼은 자신이 버려진 존재가 아니라는 확신 속에서 자라게 만들 거예요."
상처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막대한 권력과 돈으로 같은 상처가 반복되지 않게 세상의 구조를 바꿔버리는 것.
연우다운, 오직 서연우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오만하고도 아름다운 극복이었다.태경의 칠흑 같은 눈동자에 맹목적인 찬사와 지독한 열망이 끓어올랐다.
"당신은 정말이지."
태경이 연우의 뺨을 커다란 손으로 소중하게 감싸 쥐었다.
"뼛속까지 내 숨통을 쥐고 흔드는, 완벽하고도 구제 불능인 나의 여왕입니다."
태경의 엄지손가락이
"이유식 준비해 뒀어요."연우가 테이블 위에 놓인 따뜻한 단호박 퓌레를 가리켰다."메이드에게 맡기려 했는데, 굳이 당신이 직접 먹이겠다고 고집을 부렸으니까. 어디 그 대단한 부성애를 한 번 발휘해 봐요.""당연하지. 내 아들의 입에 들어가는 건 이 손으로 직접 챙길 겁니다."태경이 소매를 팔꿈치 위까지 거칠게 걷어붙였다.단단한 전완근의 힘줄이 솟아오른 그의 팔은 도저히 아기 이유식을 먹일 사람의 비주얼이 아니었지만, 그는 아주 진지하고 비장한 표정으로 숟가락을 집어 들었다."자, 도윤아. 아빠가 주는 맘마 먹자. 아~"태경이 단호박 퓌레를 듬뿍 떠서 도윤의 작은 입술로 가져갔다."우으!"하지만 아직 숟가락질이 낯선 도윤이 해맑게 웃으며 고사리 같은 두 손을 뻗어 숟가락을 탁! 쳐냈다.퍽-!"앗."노란색 단호박 퓌레가 허공을 가르더니, 태경의 날렵하고 차가운 턱선과 뺨에 아주 찰지게 명중해 버렸다."……."순간 펜트하우스 거실에 기묘한 정적이 흘렀다.감히 차태경 회장의 옥체에 이물질을 묻힌 자가 있다면, 그게 누구든 당장 태평양 앞바다로 직행해야 마땅한 대역죄였다.하지만 뺨에 노란색 단호박 퓌레를 잔뜩 묻힌 태경은, 도리어 짐승 같은 폭소를 터뜨렸다."하하하! 우리 아들, 손힘이 아주 장사야!"태경이 이유식을 얼굴에 붙인 채로 도윤을 번쩍 들어 올리며 즐거워했다."태성그룹과 스텔라를 물려받으려면 이 정도 힘과 판단력은 있어야지. 방어 타이밍이 아주 완벽했어!"연우는 그 기가 막힌 팔불출의 논리에 어이가 없다는 듯 가벼운 실소를 흘렸다.딩동-.그때, 펜트하우스의 초인종이 울렸다."결재 서류 가지고 왔
태성그룹 60층, 회장 집무실.얼어붙은 공기 속에서, 서류를 넘기는 종이 마찰음과 만년필이 종이를 긁는 서늘한 소리만이 공간을 메우고 있었다."빅터가 마지막으로 손을 뻗은 홍콩의 사모펀드 측에서, 긴급 구제 금융을 지원할 수도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습니다."김 비서가 바짝 마른 입술을 축이며 다급하게 보고했다.상석에 앉은 차태경의 칠흑 같은 눈동자가 서류에서 떨어져 나와 김 비서를 향해 느릿하게 꽂혔다."홍콩의 리 가문이던가."태경의 입술 사이로 아주 낮고 끔찍한 쇳소리가 흘러나왔다."그 늙은이에게 똑똑히 전해. 빅터 그 똥개 새끼에게 단 1달러의 동정이라도 베푸는 순간, 리 가문이 쥐고 있는 태평양 해운 노선의 모든 물동량을 태성이 전부 끊어버리겠다고.""하, 하지만 회장님! 리 가문은 아시아 금융권의 거물입니다. 자칫하면 아시아 전체의 자본 시장과 척을 질 수도……!""상관없어."태경이 들고 있던 만년필을 책상 위에 던지듯 내려놓았다."내 아내의 성벽에 돌을 던진 놈을 숨겨주는 새끼는, 그게 누구든 모조리 적이야. 내 제국의 힘을 총동원해서라도 빅터에게 뻗는 모든 동아줄을 끊어내고 가루로 만들어 버려."일말의 자비도 없는 무자비한 사냥개의 선고.김 비서는 태경이 뿜어내는 그 압도적이고 폭력적인 살기에 짓눌려, 식은땀을 흘리며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명심하겠습니다. 즉각 홍콩 지사에 연락을 취해…….""오늘 일정은 여기까지 하지."태경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신경질적으로 넥타이를 풀어 헤쳤다."네? 하지만 회장님, 아직 결재하셔야 할 유럽 지사의 인수 합병 건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당장 오늘 자정까지 서명하지 않으면……."
"이런 미친!"빅터가 책상 위의 서류들을 모조리 집어 던지며 발악했다.그는 다급하게 품에서 휴대폰을 꺼내,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던 거대 헤지펀드 수장의 번호를 눌렀다.신호음이 길게 이어지다, 이내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연결됐다.[빅터. 당장 내 번호 지워.]"이봐, 존! 나야! 지금 당장 내 은행으로 단기 브릿지 론(Bridge Loan) 좀 쏴 줘! 일주일, 아니 단 3일이면 내가 이 사태를 수습하고 이자까지 두 배로 쳐서……!"[미쳤어?! 네놈한테 돈을 빌려줬다가 스텔라의 표적이 되면 우리 회사도 내일 아침에 간판을 내려야 해!]수화기 너머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공포와 경멸이 섞여 있었다.[감히 건드릴 사람이 없어서 스텔라의 역린을 건드려? 그것도 무장 용병들을 펜트하우스에 보내서 그 여자의 아기를 노려?!]"그, 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월스트리트 바닥에 이미 소문 다 났어! 스텔라가 작정하고 네놈의 뼈와 살을 분리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바보가 어딨어! 우린 이미 네 회사 지분 전부 손절하고 숏 포지션으로 갈아탔으니까, 다신 연락하지 마!]뚜- 뚜- 뚜-.전화가 무참하게 끊어졌다."받아! 받으라고 이 쓰레기 같은 새끼들아!"빅터는 다른 카르텔 수장들과 투자 은행 대표들에게 미친 듯이 전화를 돌렸지만, 결과는 모두 똑같았다.어제까지만 해도 형제처럼 잔을 부딪치던 놈들이었다.하지만 서연우가 쏟아붓는 그 압도적이고 폭력적인 자본의 융단폭격을 두 눈으로 목격한 월스트리트의 포식자들은, 앞다투어 빅터의 손을 쳐내고 그를 철저하게 고립시켰다.시퍼런 하락의 늪에서 비명을 지르는 빅터의 모니터와 완벽하게 똑같은 차트가, 지구 반대편의 거대한 스크린 위에
그녀는 빅터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단 한 번도 스텔라의 메인 자본을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았다.전 세계의 조세 회피처와 페이퍼 컴퍼니, 비밀 계좌에 흩뿌려둔 그녀의 '그림자 자본'들은, 오직 이 한 번의 완벽한 융단폭격을 위해 아주 오랫동안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다."작전명, 슈퍼노바(Supernova)."연우의 붉은 입술 사이로 아주 맑고 서늘한 선고가 흘러나왔다."별이 죽기 직전, 우주에서 가장 화려하고 거대하게 폭발하며 산산조각 나는 현상이죠."연우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그녀의 압도적인 아우라가 통제실 전체를 완벽하게 장악하며, 트레이더들의 숨소리마저 멎게 만들었다."빅터의 제국도 오늘이 가장 눈부신 장례식이 될 거예요."연우의 투명한 눈동자에 세상을 멸망시킬 듯한 절대자의 살기가 시퍼렇게 타올랐다."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스텔라의 은밀한 자본들, 지금 당장 일제히 가동해요.""네, 대표님!""빅터의 펀드가 연관된 모든 종목에 무차별적인 공매도를 쏟아붓고, 놈들이 보유한 채권과 파생상품을 시장에 휴지 조각처럼 집어 던져요."연우가 통제실 중앙의 메인 콘솔에 양손을 짚으며,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마지막 명령을 꽂아 넣었다."단 1초의 숨 쉴 틈도 주지 마. 놈의 경제적 뼈와 살을 완벽하게 분리해서, 오늘 안에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영원히 소거시켜 버려."타닥! 타다닥!연우의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통제실 안은 수십 개의 키보드가 부서질 듯 두드려지는 굉음으로 가득 찼다."홍콩, 싱가포르 비밀 계좌 오픈 완료! 매도 폭탄 투하합니다!""유럽 다크 풀 자금 가동! 빅터의 부동산 리츠 상품들 일제히 덤핑 시작합니다!""월스트리트 개장했습니다! 개장과 동시에 놈의 핵심 펀드 종목들로 수백억
태평양 상공을 가로지르는 최고급 프라이빗 전용기 내부.최고급 샴페인과 캐비어가 널브러진 테이블 앞, 마호가니 가죽 시트에 파묻힌 빅터의 몰골은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허억, 허어억……."그는 아직도 차태경의 서늘한 총구가 미간을 짓누르던 그 소름 끼치는 감촉을 잊지 못해 짐승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구두 굽에 짓밟혔던 목덜미에는 시퍼런 멍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고, 값비싼 맞춤 수트는 핏자국과 먼지로 엉망진창이 된 지 오래였다."살았어…… 내가 살았다고."빅터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위스키 잔을 집어 들며 중얼거렸다.잔이 이빨에 부딪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그의 극심한 공포를 증명하고 있었다.비록 수조 원의 자금을 잃고 한국의 안가마저 쑥대밭이 되었지만, 그는 기적처럼 목숨만은 부지한 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데 성공했다."서연우. 네년이 나를 죽이지 않고 살려 보낸 건, 네 인생 최대의 실수가 될 거다."빅터가 애써 공포를 억누르며, 핏발 선 눈동자로 창밖의 짙은 어둠을 노려보았다.그의 오만한 뇌 구조는 이미 지독한 공포를 회피하기 위해 기괴한 자기합리화를 시작하고 있었다."그래. 내 베이스캠프는 월스트리트야. 한국에서는 놈들의 홈그라운드라 당했지만, 뉴욕에 도착하기만 하면 내 자본과 인맥으로 얼마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어."빅터가 남은 위스키를 단숨에 털어 넣으며 악에 받쳐 으르렁거렸다.그는 서연우가 예고했던 '평생 쌓아 올린 제국을 휴지통에 처박아 주겠다'는 서늘한 경고를, 그저 겁을 주기 위한 허세라고 치부하려 애썼다.하지만 빅터는 꿈에도 알지 못했다.그가 목숨을 건져 미국으로 도망치고 있는 이 순간조차, 완벽하게 통제된 여왕의 덫 안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에 불과하
"이유식 준비해 뒀어요."연우가 테이블 위에 놓인 따뜻한 단호박 퓌레를 가리켰다."메이드에게 맡기려 했는데, 굳이 당신이 직접 먹이겠다고 고집을 부렸으니까. 어디 그 대단한 부성애를 한 번 발휘해 봐요.""당연하지. 내 아들의 입에 들어가는 건 이 손으로 직접 챙길 겁니다."태경이 소매를 팔꿈치 위까지 거칠게 걷어붙였다.단단한 전완근의 힘줄이 솟아오른 그의 팔은 도저히 아기 이유식을 먹일 사람의 비주얼이 아니었지만, 그는 아주 진지하고 비장한 표정으로 숟가락을 집어 들었다."자, 도윤아. 아빠가 주는 맘마 먹자. 아~"태경이 단호박 퓌레를 듬뿍 떠서 도윤의 작은 입술로 가져갔다."우으!"하지만 아직 숟가락질이 낯선 도윤이 해맑게 웃으며 고사리 같은 두 손을 뻗어 숟가락을 탁! 쳐냈다.퍽-!"앗."노란색 단호박 퓌레가 허공을 가르더니, 태경의 날렵하고 차가운 턱선과 뺨에 아주 찰지게 명중해 버렸다."……."순간 펜트하우스 거실에 기묘한 정적이 흘렀다.감히 차태경 회장의 옥체에 이물질을 묻힌 자가 있다면, 그게 누구든 당장 태평양 앞바다로 직행해야 마땅한 대역죄였다.하지만 뺨에 노란색 단호박 퓌레를 잔뜩 묻힌 태경은, 도리어 짐승 같은 폭소를 터뜨렸다."하하하! 우리 아들, 손힘이 아주 장사야!"태경이 이유식을 얼굴에 붙인 채로 도윤을 번쩍 들어 올리며 즐거워했다."태성그룹과 스텔라를 물려받으려면 이 정도 힘과 판단력은 있어야지. 방어 타이밍이 아주 완벽했어!"연우는 그 기가 막힌 팔불출의 논리에 어이가 없다는 듯 가벼운 실소를 흘렸다.딩동-.그때, 펜트하우스의 초인종이 울렸다."결재 서류 가지고 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