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화 완벽한 가면을 부수는 방법오후 2시. 지안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가만히 응시했다.과거의 서지안이었다면, 오늘 같은 날에는 강민우가 좋아하는 연한 파스텔 톤의 원피스를 입었을 것이다. 그는 항상 지안에게 '지켜주고 싶은 여자'의 이미지를 원했다. 하늘하늘한 시폰 소재, 옅은 화장, 수줍은 미소. 그것이 강민우가 세팅해 놓은 서그룹 후계자의 '목줄'이었다.하지만 지금 거울 속에 비친 여자는 완전히 달랐다.몸의 실루엣이 날카롭게 떨어지는 짙은 블랙 슈트. 발목을 아슬아슬하게 드러내는 스틸레토 힐. 그리고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핏빛 레드 립스틱까지.마치 장례식장에 가는 사람 같기도 했고, 누군가의 목을 치러 가는 처형인 같기도 했다.똑똑.“지안아, 준비 다 했어?”문밖에서 들려오는 부드러운 목소리. 강민우였다.지안은 천천히 화장대에서 몸을 돌려 방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고, 지안의 모습을 확인한 강민우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묘한 이질감이 스쳤다.“어…… 지안아. 옷이…….”“왜. 이상해?”“아니, 이상한 건 아닌데. 오늘 우리 웨딩드레스 가봉하러 가는 날이잖아. 샵 스태프들도 다 볼 텐데, 너무 어두운 거 아닌가 해서. 네가 평소에 입던 스타일도 아니고.”강민우는 눈웃음을 지으며 지안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 했다. 지안은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기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 허공에 머문 강민우의 손이 어색하게 갈 곳을 잃었다.“평생 한 번 입는 웨딩드레스 보러 가는 날인데, 옷이 무슨 상관이야. 드레스만 하야면 됐지.”지안의 무심한 대답에 강민우의 미간이 아주 미세하게 좁혀졌다. 하지만 그는 이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 말이 맞네. 우리 지안이는 뭘 입어도 예쁘니까. 가자, 늦겠다.”1층으로 내려
最後更新: 2026-06-09
Chapter: 2화 다시 눈을 뜬 지옥, 그리고 핏빛 맹세“헉……! 허억, 헉……!”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마치 거친 사포로 기도를 박박 긁어내는 듯한 끔찍한 고통에 눈이 번쩍 뜨였다. 입을 쩍 벌리고 물 밖으로 내동댕이쳐진 물고기처럼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아, 아아……!”전신이 산산조각 나는 듯한 끔찍한 파열통. 차가운 강물 속으로 가라앉으며 허파에 물이 차오르던 그 생생한 감각이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지안은 비명을 지르며 제 목을 부여잡았다.하지만 손끝에 닿은 것은 차갑고 날카로운 계곡의 암초가 아니었다. 부드럽고 푹신한 최고급 구스다운 이불의 촉감이었다. 귓가를 때리던 미친듯한 폭우와 천둥소리도 온데간데없었다. 대신 짹짹거리는 평화로운 새소리와 함께, 커튼 틈새로 눈이 부실 만큼 따스한 아침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여기, 어디야.”지안은 덜덜 떨리는 양손을 들어 허공을 더듬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손톱이 다 빠져버렸던 손가락이 멀쩡했다. 흉터 하나 없이 깨끗하고 하얀 두 손.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상체를 일으켰다. 시야에 들어온 풍경은 너무나도 익숙해서 오히려 이질적이었다.연한 크림색의 실크 벽지. 방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캐노피 침대. 그리고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고풍스러운 화장대와 수많은 향수병들.이곳은 가평의 별장이 아니었다. 결혼 전, 자신이 평생을 살아왔던 한남동 서 회장 저택의 본가, 바로 자신의 방이었다. 강민우와 결혼하면서 신혼집으로 분가한 이후로는 명절에만 가끔 들르던 곳.지안은 홀린 듯이 침대에서 벗어났다. 다리에 힘이 풀려 카펫 위로 맥없이 쓰러졌지만, 아픔을 느낄 새도 없었다. 그녀는 네 발로 기다시피 화장대 앞으로 다가갔다.화장대 거울 속에 비친 여자는 지안이 아는 자신의 모습이 아니었다. 결혼 후 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일에 치여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았던 피곤한 30대의 서지안이 아니었다. 생기가 돌고, 볼살이 미세하게 남아 있는,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시게 빛나던 20대 후반
最後更新: 2026-06-07
Chapter: 1화 가장 완벽한 날의 지옥결혼 3주년 기념일. 서지안은 남편 강민우를 위한 깜짝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조수석에 놓인 고급스러운 가죽 상자 안에는 최고급 명품 시계가 들어 있었다. 그가 평소에 지나가듯 예쁘다고 말했던 한정판 모델. 지안은 그 시계를 구하기 위해 몇 달 전부터 해외 바이어를 통해 백방으로 수소문했고, 마침내 오늘 아침 손에 넣을 수 있었다.“민우 씨가 이거 보면 얼마나 좋아할까.”어두운 밤길을 달리는 차 안에서, 지안의 입가에 맑고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 창밖으로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햇살이 비추는 것처럼 따뜻하고 설레었다.지난 3년간의 결혼 생활은 지안에게 유일한 안식처였다. 능력 있고 다정한 남편은 언제나 그녀를 먼저 생각했다. 재계 서열 5위,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 서그룹의 적통 후계자라는 무거운 왕관. 그 왕관의 무게에 짓눌려 숨이 막힐 때마다 민우는 그녀의 곁에서 다정한 위로가 되어 주었다.할아버지인 서 회장 역시 처음에는 배경이 평범한 민우를 ‘데릴사위’라며 몹시 경계하고 탐탁지 않아 했다. 지안은 그런 할아버지와 맞서 싸우며 민우를 지켜냈다. 그가 그룹 내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자신의 실적을 기꺼이 양보했고, 임원들 앞에서도 그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이제 서 회장도 민우의 성실함을 인정하고 그를 서그룹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오늘 밤은 가평에 있는 서그룹 소유의 프라이빗 별장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로 한 날이었다. 원래는 함께 출발하기로 했으나, 민우는 오후에 급한 회사 일이 생겼다며 먼저 별장에 내려가 있겠다고 했다.‘비도 오는데 운전 조심하라고 문자라도 보낼까? 아니야, 서프라이즈로 가는 거니까 연락하면 안 되지.’지안은 와이퍼가 바쁘게 움직이는 앞 유리를 바라보며 액셀러레이터를 조금 더 깊게 밟았다. 밤이 깊어갈수록 빗줄기는 굵어졌다. 가평의 산길은 가로등 하나 없이 칠흑 같은 어둠에 묻혀 음산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지
最後更新: 2026-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