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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하늘이 맺어준 커플

하연은 두 달 전, 1주일 정도 출장 일정이 잡혀 있던 한서준의 일정보고서가 생각났다.

핸드폰을 쥐고 있는 그녀의 손이 떨려왔다.

‘그 때 생긴 아이인 거야?’

그녀는 한서준의 숨겨진 아내로 오래 전부터 비밀계약을 맺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껏 남편의 스캔들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한서준 사장이 여자친구에게 참 각별한 것 같아... 저 여자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봐. 보아하니 곧 공식발표가 날 것 같은데?”

“그러게. 나도 아까 검색해 봤어. 네 생각엔 저 사람이 여자친구가 맞는 것 같아?”

카트를 밀고 가던 젊은 간호사가 옆에 있는 간호사에게 핸드폰 속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그녀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맞아, 맞아! 이 여자야! ST그룹 둘째 딸! 한서준이랑 너무 잘 어울리지 않아? 하늘이 맺어준 커플 같아!”

두 사람은 호들갑을 떨며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ST 그룹이라...’

퇴원 수속을 마친 하연은 집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면서도 마음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반쯤 열린 창문 아래 핸드폰 화면의 불빛이 창백한 하연의 얼굴을 비췄다.

수 없이 검색해 봤지만 한서준과 ST 그룹과의 연관성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B시의 잘 나가는 두 명문가 집안이 이런 식으로 엮이다니 이상해.’

서준의 본가에 도착하니 거실에 불이 켜져 있었다.

눈엣가시 같은 시누이 대신 서준의 할머니인 강영숙 여사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하연이 왔구나! 네가 복이 많아서 그 큰 사고 중에도 무사했구나. 너무 놀라서 하마터면 숨이 넘어갈 뻔했지 뭐냐.”

“할머니, 전 괜찮아요.”

하연은 올라가 쉬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웃으며 말했다.

“할머니, 사실 저 좀 피곤해요.”

“그래, 그래. 얼른 올라가서 쉬어라. 서준이한테 연락해 놨으니까 곧 올 거다.”

하연은 몸을 숙이는 순간 심한 통증이 몰려와 얼굴이 일그러졌다.

강영숙은 하연이 괴로워하는 모습의 이유가 서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연의 머릿속에 서준의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자신에게 진짜 모습을 숨기고 있었다.

그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가슴에 가시가 되어 박힐 줄은 몰랐다.

‘내가 지금까지 참고 견뎌온 날이 한순간에 우스워지다니...’

...

서준은 다음날 밤 늦게나 되어 본가에 도착했다.

“아직 안 잤어? 깨어 있으면서 불은 왜 꺼 뒀어?”

그가 침실의 불을 켰다.

하연은 그런 그를 보며 마음이 불편했다.

그녀는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집사가 가져다준 음식도 거의 먹지 못했고 결국 그것들은 차갑게 식어버린 상태였다.

“당신 며칠 동안 어디에 있었어요?”

그녀는 서준의 얼굴은 보지도 않은 채 수척해진 모습으로 돌아서서 힘없이 물었다.

재킷을 벗자 그의 탄탄한 몸매가 드러났다. 서준은 그녀의 물음에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침대 헤드 쪽으로 눈을 돌렸다. 결혼 3년 동안 그녀가 이렇게 자신의 행방을 추궁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T시에 있는 지사에 문제가 있어서 출장 다녀왔어.”

서준은 평소처럼 냉담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마음은 초조했다. 그는 넥타이를 풀고 욕실 쪽으로 향했다.

“그래요?”

하연의 웃음 소리가 침실 안에 울렸다.

“비서실 구동후 실장님께 여쭤봤는데 T시로 가는 비행기표 구매내역이 없더군요.”

그녀의 말투에 의심이 잔뜩 묻어났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서준이 욕실 입구에 멈춰 서서 물었다.

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그가 화가 폭발하기 직전이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곧 불 같이 화를 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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