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 제884화 저도 지칠 때가 있어요

Share

제884화 저도 지칠 때가 있어요

Author: 손라떼
“만약 과거를 내려놓았다면, 나를 ‘형님’이 아닌‘하민’이라고 불러야겠지.”

‘형님’이라는 호칭은 상혁이 하연을 따라서 부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상혁은 술에 취하지 않았고, 적어도 80%는 맨정신이었다.

그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하연이가 그러더군요, 이제 그만하자고요... 저는 강요할 수도 없어요.”

그 말은 상혁의 마음을 깊숙이 파고들며 아프게 했다.

“내가 아는 부상혁은 이렇게 쉽게 포기할 사람이 아니야.”

“일에 관해서는 포기하지 않죠. 삶에 관해서도 그렇고요. 하지만 사랑에서는요? 오랜 시간 버텨봤지만, 특별한 감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형님이라면 계속 버틸 수 있겠어요?”

상혁의 눈빛은 진지했다. 연기가 그의 눈과 이마를 가리며 흐릿하게 번져갔다.

그는 스스로 절대적인 사랑과 안정감을 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사찰에서 하연과 이현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어떤 일들은 강요로 해결되지 않으며, 혼자만의 감정으로는 절대 진전이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하민은 눈살을 찌푸리며 상혁을 바라보았다.

상혁은 눈을 감으며 계속 말했다.

“저도 지칠 때가 있어요.”

하민은 문득 조용히 물었다.

“진숙 이모는 요즘 어떻게 지내셔? 여전히 하연이의 안부를 자주 물으셔?”

최하민은 상혁 옆에 앉아 있었다. 더 이상 최고 권위자의 고집스러운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다정하고 친숙한 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하민의 부모님은 일찍 세상을 떠났다. 남매는 부동건과 조진숙의 따스한 보살핌 아래에서 자랐다. 조진숙은 특히 하연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진숙 이모는 늘 말씀하셨지. ‘하연이는 여자아이니까 아무리 뛰어나도 쉽지 않다’고. 나는 진숙 이모의 말씀이 맞다고 생각해. 우리가 아무리 하연이를 아끼고 사랑해도, 부모가 주는 사랑과는 다를 테니까.”

하민은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상혁아, 너도 잘 알겠지만, 하연이는 자립심이 강하고 고집이 세. 하나면 하나, 둘이면 둘이야. 사랑에서도 그렇고. 누군가가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885화 이 수를 얼마나 오래 준비한 거냐?

    밤이 깊었다. 실의에 빠진 하연은 차 뒤에 몸을 숨긴 채, 하민에게 고개를 저으며 말없이 입을 다물라는 신호를 보냈다....다음 날 아침 8시, DL그룹의 회의 시간이 되었다. “고경수에 대한 조사는 이미 끝났고, 이제 사법 절차에 들어갈 것입니다. 관련된 인물들도 모두 법의 심판을 받았고요.” 부상혁은 회의의 주석 자리에 앉아, DL그룹의 상황을 간략히 요약한 뒤 참석자들을 향해 물었다. “의문이 있으십니까?” 부남준은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건강상의 문제’였다. 이사회의 이사들은 의견이 있건 없건 침묵을 지켰다. 부동건은 회의실의 가장 끝자리에 앉아 이 광경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비서실 수석 비서인 원신민은 즉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겠습니다.” PPT 화면이 켜지며 커다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DL그룹 향후 5년 전략 계획] 아주 중요한 주제인 만큼, 상혁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기본적인 내용을 두 시간에 걸쳐 설명했다. 발표가 끝난 후, 물을 한 잔 마신 그는 한 손으로 테이블에 기대며 말했다. “질문 사항 있으십니까?” 오른쪽에 앉아 있던 동남아시아 지사장인 정규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렇게 상세한 일정과 계획이라니, DL그룹을 세계 1위로 만들겠다는 건가요? 부 대표님, 몸은 괜찮으십니까?” 겉으로는 칭찬 같았으나, 그 속엔 조롱이 담겨 있었다. 상혁은 아직 공식적인 대표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었다. 임시로 관리하고 있을 뿐, 정식 직함도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정규인은 상혁을 ‘부 대표님’이라 불렀다. 상혁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받아쳤다. “아버지께서 제게 이런 중요한 자리를 맡겨주셨으니, 저 또한 그 기대에 부응하며 이 자리를 지켜내야 합니다.” “금천파이낸스의 논란은 해결됐습니까?” 정규인은 일부러 질문을 던졌다. “정 사장님, 아직 모르셨나 보네요. 금천파이낸스는 이미 국제 IPO에 상장됐습니다.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886화 선물을 준비해서 보내드릴까요?

    부남준은 운성시 입찰에서 실패하고 성과 없이 돌아왔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큰 실책이었는데, 돌아오자마자 고경수 사건의 여파까지 맞닥뜨리게 되었다. 최소 1년 반 동안은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비록 남준이 그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지만, 부패와 뇌물 사건에 얽힌 이상, 부동건의 의심하는 성향을 고려하면 그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불가능했다.부상혁이 둔 이 한 수는 일거양득이었다. “네 엄마도 여전히 네가 DL그룹에 야망이 없다고 생각하시지. 하지만 네 엄마가 널 잘못 본 거야.” 부동건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어젯밤 하민이가 주씨 가문 본가에서 소란을 피운 모양이더군. 너와 관련된 일이라던데, 무슨 상황이야?” 이미 이렇게 물어본 것만 봐도 주원빈이 부동건에게 모든 것을 보고한 듯했다. 상혁은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다 아시지 않습니까?” 부동건은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주씨 가문의 장녀가 너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 하연이와의 관계를 끊는 게 나을 거야. 너희는 멀리 떨어져 있어, DL그룹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부동건은 잠시 말을 멈추고 나서 이어서 말했다. “처음에 그 사건만 아니었다면, 네가 DL그룹의 대표 자리에서 물러날 일을 없었을 텐데 말이지.” 상혁은 부동건의 말을 들었지만,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고,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관계를 끊는 게 나을 거야’라는 말에 상혁의 심장은 한 번 찔린 듯한 고통을 느꼈다. “최씨 가문 쪽은 내가 직접 가서 사과하면 될 일이니까...” ...상혁이 사무실을 나서자, 문 앞에서 기다리던 원신민이 조용히 말했다.“황 비서님이 대표님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상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원 비서는 뭐라고 했지?”“대표님께서는 지금 아주 바쁘시고, 앞으로도 계속 바쁘실 거라고 전했습니다.”원신민은 업계에서 유명한 비서로, 사람의 눈치를 잘 살피는 사람이었다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887화 철수 오빠

    “하연이가 언제 돌아왔지?”연지의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이번 수는 확실히 옳았어. 역시 최하연은 부상혁의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사람이었어. 언제든 최하연의 이름이 언급되면 그 효과는 배가 되는 것 같으니.’“오늘 아침에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최하민 대표님의 여자 친구분께서 매우 조용한 분이라, 최하연 사장님께도 알리지 않으신 모양입니다.”‘조용하다’는 말은, 최하민의 여자 친구가 하연만큼 좋은 출신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만약 어느 명문가의 딸이었다면 이미 세간에 소문이 돌고도 남았을 것이다.상혁은 그날 호텔에서 보았던, 그 연약한 하얀 꽃 같은 여자를 떠올렸다.... 최하민이 예아름을 집에 데려오겠다는 것은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 원래 모든 것을 계획대로 진행하려 했으나, 어젯밤 상혁과 하연의 관계가 어둠 속에서 무언의 갈등으로 번져나가는 것을 본 이후, 그는 전례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아름은 입술을 깨물며 눈에 혼란스러운 감정을 담아 물었다.“하민 씨 집안이 날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하민 씨의 할아버지, 동생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있잖아요.” 하민은 아름 앞에 쭈그려 앉으며 말했다. “우리 집안은 사람을 외모나 배경으로 판단하지 않아요. 인품만 본다고요.”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부드럽게 덧붙였다. “게다가 지금은 내 동생들이 없고, 할아버지와 하연이만 있어요. 그냥 편하게 식사 한 끼 하는 거니까, 괜찮죠?” CS그룹의 대표, 늘 언론사 앞에서 냉혹하고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최하민이 한 여자의 허리를 감싸며 부탁하고 있는 모습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아름은 알고 있었다. 최하민이 외부에 드러난 모습과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하민은 CS그룹의 대표가 아니었다. 그 당시, 아름은 CS그룹의 경쟁사 연구원으로, 오랫동안 두 그룹을 연구하고 있었다. 하민이 신임 대표로 발돋움하는 날, 아름은 길에서 갑작스럽게 심장마비가 온 하민을 구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888화 최하연에게 푹 빠질 만도 하지

    “이렇게 많다고요?” 하연은 살짝 눈길을 돌려 리스트를 훑어보았다. “그게 다가 아닙니다. 몇몇 사모님들께서도 하연 아가씨가 앞으로 며칠이나 시간이 있냐고 물어보셨어요. 오후에 차나 한잔하자고 하셨습니다.” 그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최동신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다 미뤄. 우리 하연이에게 남자 친구가 없는 것도 아닌데, 뭘. 내가 보기엔 상혁이가 아주 괜찮더구나.” 그 말을 듣고, 하민은 즉시 하연을 바라보았다. 하연은 갑자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후에 차 정도는 마실 수 있어요. 그분들을 우리 집으로 모시도록 하세요.”당황한 최동신은 잠시 굳은 얼굴로 하연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연아, 설마 상혁이랑 헤어진 거야?” 하연은 자리에서 웃음기를 거둔 채 말했다. “할아버지, 부상혁 씨가 저와 헤어지자고 했어요.” ...예아름의 방문은 무척 유쾌한 시간이 되었다.점심 식사 후, 하연의 시간이 찾아왔다. 여러 명문가 자제들이 방문했고, 하연은 그들이 익숙한 얼굴이든 낯선 얼굴이든 상관없이 환영하며 친절하게 대했다.긴 생머리에 절제된 미소를 띤 하연은 한 남성에게 말했다.“나이로 보면 제가 오빠라고 불러야 하겠네요.”그들 중 일부는 한때 하연의 이혼 경력을 걸림돌로 여겼다. 그러나 지금 직접 그녀를 만나보니, 그 매력은 한없이 컸다. 게다가 최씨 가문과 혼인하게 된다면, 몇 세대가 지나도 걱정할 것이 없을 테니까.하연은 그들이 무엇을 바라고 이곳에 왔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상혁이 이 상황을 알게 되었을 때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한 시간 반이 지나자, 정원에서는 속닥속닥 말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정말 아름다워. 매력이 단번에 드러나잖아. 부상혁이 최하연에게 푹 빠질 만도 하지.” “헤어졌다더라.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거 아냐?” “질린 거 아닐까? 그래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잖아. 일반적인 ‘중고’라면 탐내지 않을 테지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889화 네가 바람 피운 거야?

    여은은 약간의 이성을 유지하며 침묵하는 하연을 살펴보았다. “무슨 일이 생긴 거야?” “무슨 일이 생겼어도,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헤어질 필요는 없잖아! 진짜 화가 나 죽겠어! DL그룹이 뭐라고, 부상혁이 뭐라고! 난 반드시 부상혁이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예나는 분노에 차서 핸드폰을 거칠게 집어 들었다. 마치 하연이 한서준과 이혼할 때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하연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예나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몸을 숙여 물었다. “설마 부상혁이 바람피웠어?” “사실 내가 먼저 말했어.” 하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때 자신이 한 말이 진짜가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말했어. 우리... 그만 헤어지자고.” “왜?” “한명준이 살아 있어. 지금은 B시에 있대.” 예나는 깜짝 놀라며 바로 외쳤다. “네가 바람 피운 거야?” 그녀는 이마를 짚고 일어섰다.‘정말 하연이가 먼저 그랬다면, 부상혁의 행동이 극단적이라고 할 수는 없어.’“음... 설령 그렇다고 해도, 네가 한명준과 다시 연락한 것도 아니잖아. 그럼 대체 뭐가 문제야?” ‘그러니까... 뭐가 문제일까?’ 하연은 문득 뭔가를 떠올렸지만, 생각이 복잡해져 더 깊이 파고들 용기가 나지 않았다. “헤어진 직접적인 이유는 한명준 때문이 아니야.” ...하연과 상혁의 결별 소식에 진심으로 놀라지 않은 사람은 오직 신가흔뿐이었다. 오히려 가흔은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어쩌면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는 사랑이라서 이렇게 끝나는 거겠지.] 여은은 그룹 채팅방에 물음표를 보냈다. [?][그래서 나도 하성 오빠랑 헤어졌어.] 예나는 즉시 느낌표를 보냈다. [!][하성 오빠가 여배우랑 스캔들 난 사진이 돌았는데, 내가 돈을 주고 사들여서 퍼지지 않았거든.] 하연은 잠시 말없이 있다가 곧바로 핸드폰을 집어 들어 하성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그때 여은이 덧붙였다. [물론, 우리가 헤어진 이유가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890화 신경을 써주시니 감사하네요

    한때 아름다웠던 연인이 헤어졌다는 소문이 F국 전역에 퍼졌고, 그 가운데에 있던 부씨 가문과 최씨 가문을 향한 소문과 루머가 쏟아졌다. 특히 하연을 향한 비난은 심했는데, 그 이유는 단순했다. 하연은 여성인 데다, 이혼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주슬기의 비서는 이러한 소문을 주시하며 슬기의 마음을 헤아리기 시작했다. “DS그룹과 HD그룹이 신재생 에너지 자원을 놓고 경쟁 중입니다. 이번 기회에 불을 붙이면, 왕씨 가문이 우리를 한 번쯤은 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듣고, 슬기는 비웃으며 말했다. “왕씨 가문이 뭐라고? 내가 그 사람들한테 비위를 맞춰야 하나?” 비서는 서둘러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물론 왕씨 가문은 대표님 가문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최씨 가문은...” 지금 최씨 가문은 최하민과 최하연이 주도하고 있었으며, 현재 주씨 가문보다 훨씬 더 강력한 위치에 있었다. F국의 재벌 2세 중, 재능 있는 자제에는 최하민과 최하연, 그리고 부상혁까지 포함될 수 있었다. 하지만 주슬기는 아직 그 세 사람만큼 많은 성과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씨 가문은 약간의 세대교체 위기를 겪고 있었다. 그래서 비서도 슬기가 더 많은 가문과 유대 관계를 맺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안한 것이었다. “그런 일은 신경 쓸 필요 없어. 나는 뒷걸음질하는 방식으로는 움직이지 않아. 최하연이 이겨낸다면 본인의 능력인 거고, 이겨내지 못한다고 해도,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뒤에서 돌을 던지는 짓은 나와 맞지 않아.” 슬기는 단호하게 말했다. “오늘 간담회에 부상혁도 참석하나?” 비서는 서류를 넘기며 답했다. “예, 정상적으로 참석합니다.” 상혁은 모든 일정을 평소처럼 소화하고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어떤 일에도 미뤄짐이 없었다. “나도 가야겠네.” 간담회가 끝나기 전에 남은 몇 차례의 세션이 있었지만, 슬기와 상혁이 마주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금융위원회의 빌딩 앞, 슬기는 상혁과의 시간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891화 나는 대체 뭐예요?

    간담회가 끝난 후, 여러 매체가 많은 사진을 찍었고, 그것을 급히 송출하려고 할 때, 원신민이 이를 막았다.그는 겉으론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속은 여우처럼 교활했다. “부 대표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부 대표님과 최하연 사장님에 관한 사진은 한 장도 외부로 유출돼서는 안 됩니다. 만약 기사가 나가면, DL그룹 법무팀이 나설 수밖에 없을 겁니다.”DL그룹의 법무팀은 그동안 수많은 소송에서 승리해 왔고, 심지어 불리한 사건조차 뒤집을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대단했다. 기자들은 어색하게 웃음을 잃고, 어쩔 수 없이 말했다. “부 대표님의 입장은 이해합니다만, 저희도 난처한 상황입니다. 여기는 공개된 장소이고...” “곧 각자의 계좌로 이만한 수고비가 입금될 겁니다.”원신민이 수고비 금맥을 제시하자, 기자들은 일제히 침묵했다. 간담회가 끝난 후, 현장은 여전히 붐볐고, 하민은 잠시 자리를 비웠다. 상혁은 자리에 그대로 앉아 뒤를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갑자기 귀국한 건 뭐 때문이지? DS그룹은 신경 안 써도 되는 건가?” 하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제가 무슨 결정을 하든 부 대표님께 보고할 필요는 없을 텐데요? 날 위해 행복을 빌어준 거 아니었나요?” 그녀는 상혁의 말에 반박하며 날카로운 말투로 응수했다. “언론의 기사는 내가 최대한 조정할 거야. 너의 명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법무팀이 처리할 거고.” 이것이 하연의 귀에는 마치 상혁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정말로 두 사람의 관계를 끝내고 싶다는 말로 들렸다.그녀는 속이 쓰려 눈물을 삼키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DS그룹과 CS그룹도 변호사는 있으니까요.” 하연은 하민을 향해 걸어갔다. 사람들 사이로 발걸음을 옮기던 중, 앞쪽 계단에서 누군가 그녀를 밀쳐 발목을 접질려 넘어졌다. “아!” 순간, 상혁의 가슴이 철렁하며 몸이 굳었다. 그는 곧바로 허리를 굽혀 하연을 도우려 했다.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하연을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892화 이번이 처음이야

    상혁은 한쪽을 보지도 않은 채, 극도로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차분함 속에서 묘하게 불편한 분위기가 흘렀다. 하연은 믿을 수 없었는데, 상혁이 이렇게 차갑게 나올 줄은 정말로 상상하지 못했다. 상혁은 한참이나 조용히 담배 한 개비를 다 피운 후, 옆에 걸쳐 두었던 외투를 집어 들었다. “형님에게 연락했으니, 곧 너를 데리러 올 거야. DL그룹에 할 일이 있어서 나는 먼저 가볼게.” 그 순간, 하연은 숨이 막혀오며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부상혁 씨, 내가 지금 당신에게 설명하고 있잖아요. 정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을 거예요?” 그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문 앞에 다다르자, 하연이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도 알잖아요. 내가 돌아온 이유가 바로 당신 때문이라는 걸. 당신이 사채 문제에 휘말렸을 때 내가 금천파이낸스를 찾아갔어요. 그곳에서 당신이 바로 '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죠. 당신은 나를 위해 2000억이라는 큰돈을 내놓는 위험을 감수했잖아요. 그런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믿을 수 없어요.”상혁이 발걸음을 멈췄다.하연은 재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그날 밤, 내가 그만하자고 했던 건, 그저 화가 나서였어요. 하지만 당신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고는 제일 먼저 금천파이낸스 문제를 해결했죠. 그리고 거기 사람들을 상장시켰고요. 이후, 당신이 그 문제를 해결하려 얼마나 애쓰는지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큰오빠에게 부탁했어요, 당신을 데려가 달라고... 사실 나도...” 그때 하연은 아직 비행기 안에 있었고, 하민에게 그 부탁을 했을 때, 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남녀 간의 감정 문제는 외부 사람이 해결할 수 없어. 무엇보다 상혁은 남에게 구원받을 사람도 아니야.” “알고 있어요. 하지만 한 번은 시도해 보고 싶었어요. 제발요, 오빠.” 결국 하민은 동생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내가 너 대신 다녀올게.” 하민은 상혁을 주씨 가문 본가에서 데리고 나왔고, 그날

Latest chapter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16화 새 삶

    상혁은 말없이 부동건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지나간 모든 일들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머릿속으로 한 파래임 한 파래임 스쳐 지나갔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마음을 다잡은 상혁은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 “네, 알겠습니다.” 부남준 사건은 예정대로 재판이 열렸다. 부씨 가문은 변호사를 통해 대응했지만, 형사 사건인 만큼 얽히고설킨 진실을 밝히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DL 그룹, 최상층 대표실.상혁은 혼자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거대한 도시가 한눈에 들어왔다. ‘결국 이 순간이 오는구나.’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곧 원신민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대표님, 재판 끝났습니다.” 상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걸 느끼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판결 나왔어?” “예상대로입니다. 다시는 못 일어날 겁니다.” 원신민의 말은 고요했던 상혁의 마음에 작은 돌을 던진 것처럼 퍼져나갔다. 두 사람의 목숨과 확실한 증거. 이미 알고 있던 결말이었지만, 막상 그 순간이 다가오니 상혁도 묘한 허탈함이 밀려왔다. “부 회장님도 알고 계시나?” “예,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아 기절하셨지만, 다행히 지금은 안정을 되찾으셨고요.” 원신민은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송 여사는 재판하는 그 자리에 있었는데, 판결 듣자마자 바로 떠났어요.”부동건에게 쫓겨난 후, 송혜선은 과거의 화려함을 모두 잃었다. 부동건은 그녀에게 줬던 모든 부동산을 회수했고, 카드 계좌까지 정지시켰다. 이제 송혜선에게는 남은 보석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을 뿐. 상혁은 가늘게 눈을 좁혔다. ‘재판에 온 건 놀랍지 않지만... 반응이 이 정도로 끝났다는 게 아무래도 수상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바로 상혁은 차갑게 말했다. “송혜선 감시 붙여. 또 무슨 일 일으키기 전에.” 원신민은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어둡고 습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15화 가장 자랑스러운 일

    비틀거리던 부동건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정신 차려... 이 순간만은 피하지 말자.’ 그는 느릿한 걸음으로 상혁 쪽으로 다가갔다. 서서히 가까워지는 거리. 마침내 눈앞에 다다라 멈춰 섰을 때, 두 사람의 시선이 정확히 맞닿았다. 부동건은 말하고 싶은 게 많았지만, 막상 눈을 마주하니,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부동건은 깊은숨을 들이쉬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상혁아. 그동안, 너랑 너희 어머니한테 내가 너무 못했다.”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었다. 그날, 그 선택이 결국 우리 가족을 무너뜨린 거야.’ 사실, 부동건은 이혼하던 날부터 이미 후회하고 있었다. 그 후로의 모든 시간은, 그저 체면과 자존심을 위한 연기였을 뿐이다. 지금 이 꼴이 된 건... 결국 하늘이 내린 벌이었다. ‘자업자득이야. 이 모든 건 내가 자초한 거니까.’ 상혁은 조용히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엔 적당한 거리감과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게 이제 와서 중요하진 않아요. 저도, 어머니도... 이미 오래전에 마음 정리했어요.” 그 말에 부동건은 눈을 감았다. 눈가에 뜨거운 기운이 차오르는 걸 애써 참았다. “그래. 마음 내려놨다니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잠시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던 부동건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한 서류봉투를 꺼냈다. 그리고 곧장 상혁에게 건넸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고, 더는 회사를 끌고 나갈 힘이 없다. DL그룹은 내가 처음부터 세운 회사다.”“내 모든 시간과 인생이 들어간 곳이지. 하지만 이제는 놓아야 할 때가 왔다.” 상혁은 망설이듯 손을 내밀지 않았다. 그런 상혁의 손에 부동건은 서류를 억지로 쥐여주며 아들의 손등을 두드렸다. “앞으로는... 네가 이끌어가야 한다.” 그 손길엔 조용한 무게와 책임, 그리고 사죄가 담겨 있었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입꼬리를 살짝 움직이던 부동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14화 진작 알고 있었지?

    상혁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살짝 웃음을 지었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검진을 마친 뒤, 하연은 선명한 초음파 사진을 손에 들고 있었다. 사진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에는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손끝으로 사진 속 동그란 그림을 가리켰다. “여기 봐봐요. 이게 우리 아기래요.” 목소리엔 설렘과 떨림이 그대로 묻어났다. 상혁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하연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눈엔 이미 감동이 차올라 있었다. 상혁은 조심스레 하연의 아랫배에 손을 얹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이 순간... 난 정말 너무 행복해.” ‘네가 내 옆에 있고, 우리 아이가 이렇게 자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야.’ 하연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남자아기일까요, 여자아기일까요?” 그녀의 눈빛에는 이미 사랑스러운 미래가 그려지고 있었다. 상혁은 웃으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상관없어.” 하연은 고개를 살짝 돌려 상혁을 바라봤다. 그 눈동자엔 별빛이 머물러 있는 듯 반짝였다. “그래요... 건강하게만 태어나면... 그걸로 충분해요.”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손을 맞잡았고, 서로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따뜻함을 느꼈다. 그 순간, 상혁의 주머니 속 핸드폰이 진동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확인하곤 순간 눈빛이 깊어졌다. 화면엔 낯익은 이름이 선명히 떠 있었다. [부동건.]‘이 타이밍에...?’ ‘설마 무슨 일 생긴 건가?’ 지난 연회 이후, 부동건과는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의 파장이 얼마나 컸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송혜선과 조봉규. 그 두 사람 때문에 무너진 자존심. 그리고 결국, 부동건은 송혜선을 아이와 함께 본가에서 내쫓았다는 소문까지 들려왔다. 하연이 조용히 말했다. “받아봐요. 무슨 일일 수도 있으니까.” 상혁은 하연의 손등을 가볍게 토닥이고, 그녀를 옆에 있는 의자에 앉힌 후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13화 배신당한 남자

    부동건은 갑작스레 거칠게 기침을 터뜨렸다. “컥”‘피 맛...?’ 목 안에서 치밀어 오르는 피비린내를 억지로 삼켰다. 손등에 핏줄이 선명히 드러나고, 이성의 끈은 이미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부동건의 시선이 천천히 송혜선과 조봉규를 향했다. ‘죽여버리고 싶다.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너희들... 너희들...” 부동건의 입술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송혜선은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이건 아니야... 이렇게 끝나면 안 돼...’ 그녀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 부동건의 팔을 붙잡았다. “회장님... 우리, 조 선생님이랑 그냥 산후 회복 얘기하던 중이었어요. 진짜예요, 저희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 부동건의 손이 송혜선의 뺨을 후려쳤다. 짝! 순간 정적. 강하게 내리친 손바닥 소리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숨을 멈춘 듯 조용해졌다. 송혜선의 얼굴 한쪽이 순식간에 붉게 부어올랐다. 눈가가 덜덜 떨리며, 눈물도 같이 맺혔다. “이 천하의... 배은망덕 같은 것. 내가 너를 어떻게 믿었는데... 감히 날 기만해?” 뒤에 서 있던 하객들 사이에서도 탄식이 흘러나왔다. “저 정도였어?” “저게 진짜였네... 소문이 아니고...” “...”송혜선은 뺨의 통증을 애써 무시한 채, 다시 붙잡았다. “회장님, 제발... 오해예요. 저희 그런 사이 아니에요. 저는... 당신뿐이었어요.” 그러나 부동건은 그 손마저 거칠게 뿌리쳤다. 그리고는 힘껏 송혜선의 복부를 발로 찼다. 퍽!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송혜선은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그녀의 입에서 신음이 터졌다. 조봉규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아니야... 지금 나섰다간 나도 끝장이야.’ 한 걸음 다가가려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회... 회장님... 저희...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정말이에요...” 하지만 그 한마디가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부동건은 그대로 조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12화 최악의 스캔들 파티

    일 순간 충격의 정점이었다.부동건은 들고 있던 와인잔을 그대로 바닥에 내던졌다. 쨍그랑! 깨지는 소리와 동시에 모든 시선이 그에게 꽂혔다. “저... 저런 미친...!” 그는 화면을 가리키며, 얼굴을 붉힌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숨이 거칠게 턱 끝까지 차올랐다. ‘송혜선... 네가 감히!’ 주변 하객들도 이미 술렁이기 시작했다. “저게 진짜야?” “부 회장님 딸이... 아니라고?” “와... 이건 완전히 생각지도 못한 미친 패륜이야, 상상도 못 했어.” 오늘의 연회는 더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이제 와선 최악의 스캔들 파티가 되어버렸다. ‘이 연회가... 전부 거짓된 일 때문에 생긴 일이란 말이야?’ ‘우리, 사기당한 거네. 다 같이.’ 그때 스크린이 멈췄고, 연회장 전체의 조명이 다시 환히 켜졌다. 하객들은 본능적으로 두리번거리며 부동건을 찾았다.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하지만 부동건은 아무런 대답 없이 어금니를 꽉 물고, 몸을 떨며 계단 쪽으로 향했다. 하객들은 그 뒤를 따라붙었다. ‘뭔가 일어나겠군...’ ‘이번엔 진짜 끝장이다.’ ...같은 시각, 2층 방 안. 송혜선은 조봉규의 손등을 다독이며 조용히 말했다. “조금만 참아. 며칠만 지나면 내가 다시 올게.” 조봉규는 싱긋 웃으며, 그녀의 허벅지를 장난스럽게 움켜쥐었다. “응. 기다릴게, 자기.” 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 문이 거칠게 흔들렸고,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쾅!! “송혜선! 당장 안 나와?!” 송혜선의 온몸이 순간 얼어붙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조봉규의 팔을 꽉 잡았다. ‘망했다.’ “어떡해, 부동건이 올라왔어.” 두 사람은 당황하며 방 안을 둘러봤지만, 창문 하나 없는 좁은 방엔 도망칠 곳조차 없었다. ‘안 돼... 이렇게 들키면, 끝장이야. 정말 끝이야.’ 송혜선은 급하게 숨을 고르며 애써 이성을 붙잡으려 했다. ‘진정해. 침착해야 돼.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11화 이건 진짜 레전드다

    연회장 안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부동건은 손에 잔을 들고, 연신 들어오는 축하 인사에 밝은 표정으로 답하고 있었다. “회장님, 따님이 너무 예뻐요. 축하드립니다!” “아이고, 이런 경사는 자주 있어야죠!” ‘그래, 이 정도면 완벽하지. 오늘은 그 누구도 나를 흔들 수 없어.’ 그렇게 술이 한 잔, 두 잔 더해지며 연회장의 분위기도 점점 무르익고 있었다. 그때, 갑작스레 모든 조명이 꺼졌다. 탁! “어, 뭐야?” “불 꺼졌어! 왜 이래?” “아야, 누가 내 발 밟았어!” “...”순식간에 어둠이 덮친 연회장. 사람들의 놀란 목소리와 웅성거림이 퍼졌다. 잔을 들고 있던 부동건은 순간 정지된 듯 멈췄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살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당장 가서 확인해봐!” “네, 회장님!” 직원들이 급히 움직였고, 부동건은 진정시키려는 듯 손을 들고 말했다. “여러분, 당황하지 마시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전기 쪽 문제인 것 같습니다. 금방 복구됩니다.” 사람들은 잠시 멈춰 서서 어둠 속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고- 그 순간, 연회장 한쪽 벽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이 조용히 켜졌다. “위이잉...” 어둠 속에서 갑작스레 터진 화면의 빛에 모두가 눈을 찌푸리며 반사적으로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 빛이 익숙해질 무렵, 누군가가 터트린 외마디 감탄에, 시선이 일제히 스크린으로 향했다. “어... 저거 뭐야? 헉, 저게... 말이 돼?” 그리고, 그 스크린 안에 있는 건... 분명 두 남녀의 은밀한 장면이었다. 화면 속, 분명히 누군가를 알아본 듯한 목소리가 터졌다. “저 여자... 그분 아니야?” “옆에 있는 남자는...?” “헐, 이건 진짜 레전드다.” “아, 눈 버렸어. 이게 뭐야, 이게...” “...”사람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순식간에 연회장은 도저히 되돌릴 수 없는 혼돈의 도가니로 빠져들고 있었다.사람들 사이에 웅성거림이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10화 우리 둘 다 끝장이야

    송혜선이 복도 입구에 막 다다랐을 때였다. 갑작스레 어디선가 튀어나온 그림자가 그녀를 뒤에서 껴안았다. “꺄악!” 놀란 송혜선은 반사적으로 비명을 질렀고, 누군가 재빨리 그녀의 입을 막았다. “나야! 나야, 혜선아.” 익숙한 목소리에 송혜선은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조심스레 남자의 손을 떼어내며 차갑게 말했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이 사람, 지금 제정신인 거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어서 급히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송혜선은 그제야 숨을 돌리며, 낮은 목소리로 흘기듯 말했다.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미쳤어, 사람들 눈에 띄면 어쩌려고!!” 그 말엔 명백한 불만과 경계심이 섞여 있었다. 조봉규는 잠시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안 되는데...’ 그 순간의 긴장, 그리고 복잡한 감정이 두 사람 사이에 감돌았다.조봉규의 시선이 송혜선의 얼굴에서 천천히 내려앉았다. 송혜선은 산후라 그런가, 몸매는 훨씬 더 부드럽고 풍성해져 있었다. ‘이러니까, 잊으려고 해도... 더 생각이 나잖아.’ 그는 순간 충동적으로 송혜선의 팔을 붙잡았다. “잠깐만.” 당황한 송혜선이 눈을 부릅떴다. “뭐 하는 거야!! 지금...” 그러나 조봉규는 말없이 송혜선을 옆방으로 이끌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작게 ‘탁’ 하고 울렸다. 좁은 공간, 차오르는 침묵. 송혜선은 남자를 노려보며 벽에 등을 댔다. “정신 차려!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조봉규는 그녀를 바라보며 낮게 숨을 내쉬었다. “다들 홀에 있잖아. 아무도 몰라.” 남자의 말투엔 간절함과 조급함이 섞여 있었다. 이건 단순한 욕망이 아니었다. 그리움, 억눌림, 그리고 못다 한 말들. 그는 조심스럽게 송혜선의 턱선을 손끝으로 만지며 말했다. “혜선아... 나, 정말 많이 참았어.” ‘이 사람 또 이러네...’ 송혜선의 심장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분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9화 선물

    생각에 잠겨 있던 찰나, 정문 쪽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부동건이 고개를 돌리자, 최하연이 부상혁의 팔을 자연스럽게 끼고 등장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순간, 많은 이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쏠렸다. 잘생긴 남자와 우아한 여자의 조합. 누가 봐도 완벽한 한 쌍이었다. ‘딱 봐도 좋은 그림이야. 저 둘은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눈길을 끌어...’ “회장님, 부상혁 대표님은 정말 복도 많으십니다. 최씨 가문의 따님과 이렇게 잘 어울리는 커플이 어디 또 있겠습니까?” 누군가의 말에 부동건의 표정이 확 풀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미묘하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부동건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피어났다. 부동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 “젊은 사람들이 서로 마음이 맞아 좋아하는 걸, 우리 어른들은 그저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줘야 하는 일일 뿐이지요.” “게다가 상대가 최씨 가문의 따님이라니, 정말 금상첨화가 아닙니까.” 부동건은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역시 상혁이다. 내 아들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상혁은 오늘 이 자리에서 당당히 아버지의 체면을 세워주고 있었다. 한편, 송혜선도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방금 전까지 얼굴에 띄웠던 미소는 점점 사라져 갔고, 그녀의 시선은 어느새 하연에게 향했다. 오늘의 하연은, 나무나 예쁘고... 아니, 그냥 눈이 부실 만큼 찬란했다. 그리고 또렷한 이목구비에 윤기 흐르는 머릿결, 화사하게 피어난 얼굴빛까지. 하연의 행복함이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듯했다. 송혜선의 눈빛이 서서히 차가워졌다. ‘정다영... 그년, 나를 속였어.’ 그동안 하연 쪽에서 뭔가 반응이 있을 줄 알고 기다려 왔다. 하지만 소식은커녕, 정다영조차 자취를 감췄다. ‘다영이 걔가 하연이에게 약 먹이는 계획이 분명 실패한 거야. 그렇지 않고 선 지금 저렇게 멀쩡한 얼굴로 서 있을 수는 없어.’ 이대로 배가 불러오면, 섣불리 손도 쓸 수 없게 된다. ‘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8화 제 딸의 어머니

    이 질문에 송혜선은 눈을 반짝이며 부동건을 바라봤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젠 나를 당당히 소개해 줄 때가 됐겠지.’ 오늘 이 자리에서, 그녀는 부동건의 정식 아내로서 인정받기를 바라고 있었다. “회장님, 말씀 좀 해보세요?” 조금은 성급한 목소리로 말을 꺼내자, 주변의 시선도 하나둘 송혜선과 부동건을 향했다. 모두 속으로는 뻔히 알고 있었다. 부동건이 과연 예전 애인을 진짜로 정실로 앉혔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했다. 부동건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숨기거나 피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담백하게 말했다. “오 회장님, 이 사람은 제 딸의 어머니입니다.” 순간, 송혜선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딸의... 어머니?’ 손에 들고 있던 와인 잔이 살짝 흔들렸다. 금세 넘칠 듯한 와인, 애써 잡고 있는 감정. ‘지금... 이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억울함이 툭 하고 솟구쳤다. 심지어 손에 힘이 들어가며 하얗게 질린 손등이 떨렸다. 오병지는 단번에 눈치챘고, 싱긋 웃으며 더는 묻지 않았고, 대신 가볍게 말을 건넸다. “축하드립니다. 부 회장님, 여전히 복이 많으시네요.” 부동건은 공손하게 웃으며 송혜선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 손길엔 무언의 위로가 담겨 있었다. “아닙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나중에 저와 이 사람의 결혼식엔 꼭 오셔서 축배 들어주세요.” 그 말에 송혜선의 눈이 번쩍 뜨였다. ‘결혼식...?’ 순간, 가슴이 쿵 하고 울렸다. 이어서 고개를 들며 수줍게 웃었다. “회장님...” 부동건은 말없이 그녀를 더 가까이 끌어안았다. 더 이상의 말은 없었지만, 그 행동으로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주변의 사람들 시선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송혜선을 무시하거나 조롱하던 눈빛이, 지금은 선망과 부러움으로 가득했다. 결국, ‘부동건의 아내’라는 타이틀은 그 자체로 막대한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이름이었다.송혜선은 온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