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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운축
권예준은 딸을 의자에 앉혀 기다리게 한 뒤, 사람들이 없는 조용한 곳을 향해 걸어갔다.

워낙 키도 크고 다리도 길어서 한 걸음이 정채윤의 두 걸음과 맞먹어서 걷는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정채윤은 권예준이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얘기를 듣고 몰래 안하린의 험담을 할까 봐 걱정돼서 조심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정말 신중하네.’

정채윤은 시선을 내린 채 빠른 걸음으로 권예준을 뒤따라갔다.

인적이 드문 곳에 도착하자 권예준이 걸음을 멈추고 바지 주머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정채윤에게 내밀며 무심하게 말했다.

“일단 이거 써. 부족하면 나한테 얘기해.”

정채윤은 잠시 멈칫했다. 카드를 바라보는데 눈시울이 조금 뜨거워졌다.

그건 정채윤이 한때 권예준에게 바라던 배려였다.

하지만 당시 권예준은 정채윤을 홀로 내버려둔 채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제 정채윤에게는 그런 배려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권예준이 말했다.

“어떤 일들은 다른 사람과 아무 상관 없어.”

그 말을 들은 순간, 정채윤은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권예준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그 카드는 정채윤의 가족을 도와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채윤의 입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권예준은 일이 완전히 해결되기 전에 정채윤이 두 사람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퍼뜨려 안하린의 명예를 더럽힐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책임감 있네. 하...’

정채윤은 서글프게 웃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아픔을 애써 억누르며 카드를 밀어내고 이혼 얘기를 꺼내려는데 갑자기 벨 소리가 울렸다.

권예준은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받더니 그동안 정채윤이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

“응, 금방 갈게.”

전화를 끊은 권예준은 정채윤을 무심하게 한 번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정채윤의 오른손 약지에 끼워져 있던 반지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는 잠시 멈칫했다.

권예준은 입꼬리를 살짝 당기더니 정채윤의 옆 창턱에 카드를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정채윤을 한 번 바라본 후 그대로 자리를 떴다.

정채윤은 마법에라도 걸린 사람처럼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녀는 권예준이 두고 간 카드를 바라보다가 멀어지는 권예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태어나 처음 느껴 보는 굴욕감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두 주먹을 꽉 움켜쥔 정채윤은 끝내 참지 못하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권예준, 언제 동제시로 돌아갈 거야?”

동제시로 돌아가야 이혼 관련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권예준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대답했다.

“내일 갈 거야.”

말을 마친 뒤에는 정채윤이 귀찮게 할까 봐 걱정되는 것처럼 설명을 덧붙였다.

“오늘 저녁에는 따로 볼일이 있으니까 너희 부모님한테는 네가 알아서 잘 얘기해.”

‘너희 부모님...’

정채윤은 당황했다. 그때 창밖에서 불어온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세차게 때렸고 너무 아파 잠깐 정신이 아득해졌다. 결혼하기 전, 정채윤의 부모님이 둘의 결혼을 허락했을 때 권예준은 너무 기쁜 나머지 눈시울까지 붉히며 꼭 정채윤에게 잘해 주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때는 진심이었던 걸까? 아니면 그것마저도 거짓이었던 걸까?

지금 생각해 보면 진심이 아주 조금은 섞여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리 많지는 않았을 터였다. 결혼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채윤에게 싫증 난 걸 보면 말이다.

한참이 지나서야 정채윤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마지막으로 권예준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단호하게 그곳을 떠나 병실로 돌아갔다.

정채윤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부모님에게 설명했다.

“권예준은 회사에 일이 생겼대요. 그래서 먼저 나율이를 데리고 동제시로 돌아갔어요. 저녁에는 못 오니까 그렇게 알고 계세요.”

정채윤은 여전히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부모님도 이제 연세가 많았기에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두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최소한 부모님이 천천히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었다.

서은영은 몹시 아쉬워했다. 권나율을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터라 무척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서은영은 서랍에서 미리 준비해 둔 선물을 꺼냈다.

“그러면 이 선물들은 네가 가져가서 나율이한테 전해줘.”

정채윤의 미소가 잠시 굳었다. 정채윤은 다시 선물을 원래 자리에 넣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나율이는 집에 장난감이 많아요. 이것들은 다 환불하고 그 돈은 엄마가 필요한 데 쓰세요.”

서은영이 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정채윤의 휴대폰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권나율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엄마, 외할머니가 무슨 선물을 준비한 거예요? 엄마는 봤어요?]

정채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서서히 사라졌다. 정채윤은 휴대폰을 옆에 내려놓고 답장하지 않았다.

...

한편, 권예준은 딸을 데리러 돌아왔다. 권나율이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바라보며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본 권예준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기분이 안 좋아?”

권나율은 풀이 죽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아빠, 엄마가 제 메시지에 답장을 안 해요. 혹시 화난 걸까요?”

권나율은 아직 어려서인지 잘못을 저지르고 나면 괜히 찔렸다.

권예준은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정채윤이 화났다는 말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결혼한 5년 동안 정채윤은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었다.

그런 정채윤이 정말 화를 냈다면 오히려 신기한 일이었다.

권예준은 딸의 자그마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니야. 조금 있으면 답장할 거야.”

“정말요?”

“그럼. 엄마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걱정하지 마.”

권나율은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생각해 보니 정말 그랬다. 정채윤은 자신을 무척이나 사랑했으니 절대 자신을 속상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권나율은 금세 원래의 밝은 표정을 되찾았다.

잠시 후 안하린의 가족과 함께 밥을 먹는다는 사실이 떠오른 권나율은 자리에서 일어나 권예준의 손을 잡고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우리 얼른 가요.”

“그래.”

두 사람은 함께 그곳을 떠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하린과 안하린의 엄마 진명화, 외할머니 박금옥도 내려왔다.

권나율은 기쁜 얼굴로 안하린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권예준은 세 사람을 위해 다정하게 차 문까지 열어 주었다.

정채윤은 화기애애한 그들의 모습을 위층에서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정채윤은 천천히 커튼 한쪽을 움켜쥐었다.

“채윤아, 뭐 보고 있어? 얼른 밥 먹자.”

서은영이 다가와 정채윤을 불렀다.

정신을 차린 정채윤은 혹시나 엄마가 그 광경을 보고 속상해할까 봐 서둘러 몸을 돌리며 대충 둘러대려 했다.

하지만 엄마의 반쯤 하얗게 센 머리카락을 바라보는 순간, 진명화와 안하린 모녀의 화려하고 기품 있는 모습이 떠올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진명화는 서은영을 짓밟고 올라선 사람이었다. 양심도 없이 서은영의 건축 설계도를 훔쳐 공모전에서 1위를 차지했고, 그 덕분에 태우 그룹의 건축설계사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태우 그룹의 대표가 되었다.

심지어 진명화는 자리를 잡은 뒤에도 끊임없이 서은영에게 온갖 누명을 씌웠고, 그 탓에 서은영은 평생 남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려야 했다.

결국 서은영은 서른도 되기 전에 머리가 반이나 하얗게 셌으며, 몇 차례나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했다.

그런데 이제는 진명화의 딸마저 정채윤의 기회를 빼앗았다.

단순히 남자 문제였다면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정채윤은 이제 권예준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모든 사실을 알고도 바람을 피우면서 안하린을 사랑하고, 아끼고, 안하린을 위해 정채윤을 괴롭히는 건지 궁금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과 아이 문제만큼은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안하린은 왜 정채윤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고 정채윤의 기회마저 가로챈 걸까?

그것은 마치 정채윤이 겨우 붙잡은 희망의 끈을 잘라버리는 것과 다름없는 일인데 말이다.

그 순간,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정채윤의 머릿속에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채윤아, 왜 그래?”

서은영은 딸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정채윤은 부모님이 속상해할까 봐 일부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엄마, 아빠랑 같이 먼저 식사하고 계세요. 저는 잠깐 나가서 전화 좀 하고 올게요.”

“알겠어. 얼른 와.”

“네.”

정채윤은 병실을 나섰다. 그리고 무언가 결심한 사람처럼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다.

[할아버지, 저 최근에 남진 그룹에서 산업단지 설계도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런데 제게 악감정을 품은 사람이 제 기회를 빼앗아 갔어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그 기회를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정채윤의 할아버지와 엄석현은 전우였고 사이가 굉장히 돈독했다. 정채윤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당시 엄석현은 직접 집까지 찾아와 위로를 건넸고, 정채윤에게 앞으로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신을 만나러 동제시로 오라고 했었다.

정채윤은 그 은혜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정말 절실한 상황이 아니라면 연세도 많은 엄석현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정채윤이 먼저 도움을 청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정채윤은 이번 기회에 안하린과의 악연을 한 번에 끝내고 싶었다.

잠시 후 엄석현에게서 답장이 왔다.

[이 녀석아, 그렇게 큰일이 생겼는데 왜 이제야 말한 거냐? 많이 억울했지? 걱정하지 마라. 내가 사람을 시켜서 해결해 주마. 다음 주에 바로 남진 그룹으로 사람을 보낼게.]

오늘은 목요일이었고 다음 주면 3일 뒤였다.

정채윤은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인사했다.

[할아버지, 정말 감사드려요.]

엄석현이 문자를 보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꼭 나한테 얘기해. 너는 용구 손녀니까 내 손녀나 다름없어.]

[마침 준후가 이틀 뒤에 공무 때문에 부대에서 잠시 돌아올 거야. 너희 둘도 몇 년 동안 못 만났잖니. 이번 기회에 같이 밥이라도 한 끼 먹자.]

정채윤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잔잔하던 마음에 작은 돌멩이 하나가 떨어진 듯, 가느다란 물결이 일었다.

하지만 정채윤은 이내 그 미묘한 감정을 애써 눌러 버렸다.

과거 엄준후가 정채윤을 버리고 말도 없이 입대해서 다른 사람을 만나기 시작한 순간부터, 둘의 관계는 완전히 끝났다.

정채윤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정채윤은 엄준후를 언급하지 않고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정채윤은 휴대폰을 내려놨다.

3일 후면 모든 게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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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층에 도착했을 때, SUV 한 대가 이쪽으로 다가왔다.정채윤은 무심코 운전석에 앉아 있는 남자를 흘끗 바라봤다.햇빛이 내려앉은 가운데 남자는 역광 속에 앉아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그는 위에 심플한 검은색 티셔츠 한 장만 걸쳤지만, 단단하고 남성적인 분위기는 전혀 가려지지 않았다.햇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져 그의 날카로운 얼굴 윤곽을 흐릿하게 만들었지만, 곧게 뻗은 옆모습과 깔끔한 짧은 머리만으로도 얼마나 잘생겼는지 알 수 있었다.순간 스쳐 지나갔을 뿐인데 정채윤은 왠지 이 남자가 낯익다는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그녀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저 운전기사인 줄로 착각하고는 조정섭에게 말했다.“조심해서 가세요.”“그래. 들어가 봐. 이따 회의도 있잖아.”조정섭은 손을 흔들고 조수석에 올라탔다.안전벨트를 매던 그는 고개를 돌려 운전석을 바라봤다.남자는 한 손으로 운전대를 꽉 쥐고 있었고, 팔뚝에는 힘줄까지 선명하게 솟아 있었다.조정섭이 웃으며 말했다.“내려서 채윤이한테 제대로 인사를 하든가, 아니면 출발하든가 해. 여기서 남들 길 막고 있지 말고.”그제야 남자가 반응했다.그는 고개를 돌려 조정섭을 흘겨본 뒤, 사람 자체처럼 차갑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누구한테 인사를 하라는 거예요?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조정섭은 잠시 말문이 막혔지만 내심 한마디 묻고 싶었다.그럴 거면 오늘 나랑 여기까지 왜 따라온 거냐고 말이다.그는 피식 웃었다.“그래. 내가 괜한 소리를 했네. 그럼 이제 출발해도 되겠습니까, 엄 소령님?”엄준후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는 시선을 살짝 옆으로 돌려 조수석 쪽 사이드미러를 바라봤다.거울 속에는 여전히 건물 아래에 서 있는 여자가 비쳤다.흰색 쉬폰 블라우스에 검은색 머메이드 스커트를 입은 모습은 평소와 달리 성숙한 여성미를 풍겼다.9년 전, 풋풋했던 그때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변한 게 어찌 외모뿐이겠는가. 그 마음도 변했을 텐데.무언가를 떠올렸는지 엄

  • 이혼 후 꽃길   제25화

    “정채윤 씨의 경력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여러분께 자세히 설명해 드릴 수 없지만, 이 자리를 맡기에 충분한 실력을 갖췄어요. 제가 보증합니다.”회의실이 순간 조용해졌다.모두가 문 쪽을 바라봤다.정채윤은 그가 엄석현의 오른팔인 조정섭이라는 걸 알아보고 감사한 미소를 지었다.그녀가 프로젝트를 해 본 적이 없는 게 아니었다.다만 지금까지 맡았던 프로젝트들이 모두 정부나 군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고, 전부 보안이 걸려 있어 외부에 밝힐 수 없었을 뿐이었다.김현중은 구세주라도 만난 듯 서둘러 앞으로 나갔다.“조 부사관님.”조정섭은 예의 바르게 인사를 나눈 후 멀찍이 있는 정채윤에게도 가볍게 눈인사를 건넸다.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저분은 엄 사령관님의 부사관이잖아.”“그, 그럼 저분 말이 거짓말일 리는 없겠네. 직접 여기까지 왔는데.”“그러게. 우리가 정채윤 씨를 오해했나 봐. 정말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었던 걸 수도 있겠어.”“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 난 직접 실력을 보기 전까진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할래.”그 말을 듣던 안하린은 의심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곧 정채윤의 할아버지와 엄 사령관이 전우였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긴장을 풀었다.정채윤의 실력이 어떤지는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졸업하자마자 집에서 가정주부로 살던 사람이 무슨 대단한 비밀 프로젝트를 했겠는가?결국 인맥을 썼다는 걸 감추기 위한 핑계일 뿐이었다.권예준도 정채윤을 한 번 바라봤다.그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한 게 분명했다.권예준이 안하린을 보며 물었다.“이 프로젝트, 계속하고 싶어?”안하린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자신을 이렇게까지 생각해 주는 모습에 가슴이 따뜻해졌다.권예준의 능력이라면 이 프로젝트를 통째로 자신에게 가져다주고 정채윤을 내쫓는 것쯤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안하린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인맥으로 들어온 데다 실력도 없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지 않았다.안하린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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