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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Author: 강노을
의미 없는 설명은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

아까 이람이 잠시 흔들렸던 건, 임신과 아이를 잃은 상처가 다시 건드려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차분해졌다.

이람은 담담한 눈빛으로 제은을 바라보았다.

“그렇다 치자.”

그 한마디로 끝이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돌아서 아무 미련도 남기지 않은 차가운 뒷모습만 남긴 채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

제은은 예상 밖의 반응에 당황하면서 입술을 삐죽이며 뱉었다.

“연기하네, 또...”

잠시 뒤, 병원 약국 쪽에서 친구가 약 봉투를 들고 다가왔다.

제은의 시선을 따라가던 친구가 묻는다.

“누구야? 방금 그 여자?”

제은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우리 집에서 키우던 개.”

경멸 가득한 얼굴이었다.

친구가 웃으며 장난처럼 말했다.

“헐, 개한테 물렸냐?”

“웃기지 마. 어디 개가 주인을 물어? 발로 차도 잘만 들러붙는 애지. 좀 짜증 날 뿐.”

사실 제은은 최근 기성에게 들은 얘기를 믿고 있었다. 유리가 귀국한 뒤, 이람이 미친 듯이 질투해서 이혼을 핑계 삼아 제헌의 동선을 몰래 조사 중이라나.

‘지나가는 막장 드라마 한 장면 같다니까.’

‘그 흔한 밀당 질도 못 놓고 있으니 말 다 했지.’

제은은 이람이 자신에게 틱틱대는 것도 그냥 웃긴 쇼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이람 따위는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잊어버리려던 순간.

핸드폰 진동.

화면에 뜬 이름은 ‘오빠’.

제은은 방금까지의 불쾌함이 눈 녹듯 사라지며 기분 좋게 통화를 받았다.

“오빠! 뭐야, 무슨 일이야?”

제헌의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그 사람이 돌아왔어.]

“그 사람?”

제은의 얼굴이 굳었다.

머릿속에서 저절로 떠오른 한 사람.

무표정한 얼굴.

서늘한 기운.

아무 말 없이 시선을 주기만 해도 등에 소름이 끼치는, 그 사람.

그녀는 몸이 순간적으로 굳고, 숨 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졌다.

제헌의 말투는 평소보다 더 건조했다.

[할아버님께서 이번 주말, 본가에서 가족 모이라고 하셨어. 너 그 사람 보기 싫으면 미리 지방에 내려가 있어. 할아버님 쪽은 내가 핑계 댈게.]

순간, 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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